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카피가 가슴 깊이 와 닿던 시절이 있었다. 후회하기 싫어서, 후회할까 두려워서 내버려뒀던 눈, 코, 턱, 가슴… 그러나 사회의 낙제생이 된 기분으로 젊음을 허비하는 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의료학& 화장품학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평생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구현했다. “나 돌아갈래”라고 절규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추억하던 <박하사탕>의 설경구처럼, 철로 대신 수술대 위로 잠시 올라서면 그만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고통이 따르고, 아주 찰나의 시간, 그리고 조금의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13년. 되돌아보니 나는 참 고집스럽게도 약 13년간, 한 사람에게만 머리를 맡겼다.‘친구 따라 강남의 미용실’에 갔던 나는 당시 유행하던 언밸런스 커트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한 헤어 디자이너를 만났고, 이후로는 습관처럼 두세 달에 한 번씩 그를 만났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내 모발(파마가 잘 먹어 중화 처리를 남들보다 빨리 해야 하며, 왼쪽 머리는 드라이로도 유독 컨트롤이 어렵고, 열 파마에 쉽게 바스러지는) 상태를 잘 알고, 내 취향(샤워 후에는 늘 자연 건조시키고, 스타일링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머리가 마르면 포니테일이나 업두 헤어를, 앞머리는 몇 년째 뱅헤어만을 고집하는)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 옆머리는 어디에서 커팅이 들어가야 도드라진 광대가 조금이나마 부드러워 보이고, 앞머리는 어느 선까지만 잘라야 각진 턱과 함께 얼굴이 사각형으로 보이지 않는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는 이미 경험으로, 눈치로, 눈썰미로 알고 있었다. 물론 그가 소속을 옮기고, 숍을 오픈하고, 심지어 청담동 중심의 3층짜리 매장으로 확장 이전을 하는 동안 천정부지로 오른 비용 때문에 몇 번인가 외도를 하기도 했다. 더욱이 30일을 주기로 어김없이 눈 아래까지 자라 있는 앞머리 커팅을 위해 만 원짜리지폐 몇 장을 건넬 때에는 “동네 미용실은 겨우 3천원인데!”라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이렇다 할 서비스나 할인을 받는 것도 아니건만 결국 다시 찾게 되고, 심지어는 그가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 이제 모아둔 돈으로 남은 생애를 즐기며 살겠다”며 업계를 떠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할 정도. 맘에 드는 헤어 디자이너를 찾는 일은, 흡사 평생의 짝을 만나는 일만큼이나(어쩌면 그보다 더)쉽지 않고, 까다로운 일이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앞머리 하나도 ‘나를 아는 디자이너’찾기가 이리도 힘든데, 얼굴을 바꾸는 일은 오죽하랴. 그런 의미에서 진심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은 ‘친구 따라 성형외과 간다”는 사람들이다.얼마 전 모 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모씨는 “친구 따라 성형외과에 갔다가 충동적으로 코성형을 했다”는 발언을 했다. ‘압구정 패리스 힐튼’이라 소개될 만큼의 과감한 소비 패턴이 그녀의 섭외 동기였으나, 방송이 끝날 때까지 ‘충동적으로’라는 다섯 글자보다 뇌리에 남은 건 없었다. 언제든 다시 기를 수 있는 앞머리조차 함부로 맡기지 못하는 소심한 A형의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쁘띠 성형, 미세자가지방이식술 등이 성행하면서 ‘점심시간에 잠시 들러 성형한다’는 것이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죠. 여러 번 시술할지언정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시술을 원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후즈후 피부과의 장승호 원장의 설명이다. 보디 성형만 보더라도 성형외과적 지방흡입술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레이저나 주사로 지방을 녹이는 피부과적 시술이 오히려 성행 중이다. 다소 미미한 변화가 있을지라도 다운타임(일반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회복 기간)을 줄이고, 덜 위험하고, 덜 불편한 방법을 선호한다는 것. 또 다른 경향으로는‘치료’가 아닌 ‘예방’차원의 시술이 부각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미 노화된 얼굴을 되돌리기보다는 늙지 않도록, 처진 피부를 올리는 대신 더 이상 탄력을 잃지 않도록, 여드름 자국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한두 개 생겼을 때 번지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병원을 찾는 목적. 말 그대로 예방, 즉 안티에이징이 가장 큰 화두라는 얘기다. 이러한 경향은 국민소득과도 연관 지을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정도에 이를 때 성형외과가, 2만~3만 달러 정도가 되면 피부과가, 그리고 3만 달러를 넘어가면서부터는 노화를 지연시키는 ‘힐링센터’등이 주목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장승호 원장은 최근 급증한‘해외 원정 환자’의 예를 들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환자만 봐도 알 수 있죠. 한국에 오는 중국인 환자들은 굉장한 재력가의 자제들이 대부분임에도 조금씩 차도가 보이거나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시술보다는 한 번에 확실한 변화를 주는 방법을 주로 요구합니다. 반면, 일본인 환자들은 통증이나 수술 후 흉터 등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럽죠. 물론 민족성도 어느 정도 반영된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인환자들의 경향은 정확히 일본과 중국의 중간선상, 고소득층을 중심으로는 이미 적지 않은 안티에이징 센터가 보급 중에 있다. 오늘 10월, 청담동에 6천 평 규모로 오픈하는 차병원의 차움(CHAUM)이라는 안티에이징 콤플렉스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가 하면 최근 기능성 화장품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안티에이징’에 맞춰진 듯하다.“ 화이트닝은 몇몇 브랜드가 독점하다시피 선점하고 있고, 마스카라나 립스틱 몇 개 파느니 고가의 기능성 제품 하나 파는 게 훨씬 이득이거든요.” 사석에서 만난 한 브랜드의 홍보담당자는 저마다 열을 내며 안티에이징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털어놓았다. 특징이 있다면 불과 1~2년 전만 해도 기능성 화장품 대부분이 미백이나 주름 완화 등 특정한 증상의 개선을 앞세워 출시되었다면, 최근 개발된 화장품은 하나같이 젊고 어린 피부를 유지하는 데 포커싱되어 있다는 점. 물론 여기에는‘동안 열풍’등과 맞물려 노화의 자각 시기가 빨라지고, 40,50대뿐만 아니라 20, 30대 역시 안티에이징 화장품에 관심을 보이는 사회적인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는 노화를 흰머리가 생기거나 쉽게 피로를 느끼는 등의 신체 전반적인 변화로 이해했다면, 요즘은 피부 탄력이 저하되고, 톤이 칙칙해져 보이고, 라인이 흐트러지는 등 피부 외적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얼굴에 생긴 베개 자국이 오후가 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거나, 살이 찐 것도 아닌데 사진 속 얼굴이 유난히 커 보이고, 혹은 반대로 볼이 움푹 들어가 보이는 등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야말로 노화를 몸으로 실감하게 하는 대표적인 예.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고민에 빠진 여성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은 당연히,‘탄력&리프팅’화장품이다. 이러한 경향을 발 빠르게 캐치한 아이오페는‘속탄력’이라는 신조어를 내세워, 마치 침대 매트리스의 스프링처럼 피부를 팽팽하게 지탱할 힘을 길러주는 수퍼바이탈 엑스트라 모이스트 크림을 발표했다.“ 피부 치밀도를 조사한 결과, 4주 사용 후 피부 진피의 두께가 사용 전에 비해 84㎛만큼 두꺼워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투명한 키친 랩(평균 13㎛)을 약 6.5겹 정도 덧씌운 것과 같은 효과죠.”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연구소 스킨케어 연구팀 채병근 팀장의 설명이다. 피부 속 탄력이 떨어지면 피부가 처져 얼굴 전체가 푹 퍼져 보이고, 미세한 결이나 굴곡도 쉽게 생긴다. 그 결과 얼굴에 그늘이 많아지고, 전체적인 볼륨감도 줄어드는 것. 결국 속 탄력을 되살려야 얼굴이 탱탱하게 보이고, 칙칙한 피부도 밝힐 수 있다는 원리다.
또 다른 노화 증후로는 얼굴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탄력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얼굴의 윗부분, 특히 양볼의 탄력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코와 입주변의 팔자주름 또한 또렷해진다.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눈 아래쪽과 관자놀이 부근도 깊게 파이는가 하면, 입술마저 얇아질 정도. 반대로 얼굴 아랫부분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처지고, 처진 살이 쌓여 라인은 점차 두꺼워진다. 갸름했던 얼굴형도 넙적하게 바뀌는가 하면, 목은 두껍고 이중턱이 생기기도 한다. 중년 탤런트들의 젊었을 때 사진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하나같이 얼굴형이 둔탁하게 변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랑콤은 바로이 점에 착안, 피부의 진피와 표피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피부 볼륨 활성 요소’를 집중 연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피부가 노화하면서 얼굴 구조가 무너지는 원인이 바로 둔화된 세포 활동과 세포 간 커뮤니케이션 저하에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레네르지 리프트 볼륨메트리는 바로 피부 세포 간의사소통을 강화해 처진 볼 라인을 볼륨 있게 올려주고, 턱선은 날렵하게 다듬어주는 탄력 라인. 피부 속부터 피부 조직을 팽팽하고 단단하게 조여, 잃어버린 라인을 되살려준다는 SK-II 스킨 시그니처 멜팅 리치 크림이나 소이 단백질이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생성을 촉진시켜 중력에 맞설 수 있는 피부 속 탄력을 되살려준다는 콘셉트의 달팡프리더민 펌 링클 리페어 세럼도 마찬가지다.
후즈후 피부과의 장승호 원장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세포 관련 화장품 역시 앞으로 전에 없는 눈부신 성장을 할 것이라 내다봤다.“줄기세포 관련 화장품이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아직까지 과학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확실한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나, 화장품에 사용되는 식물 줄기세포의 경우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앞다퉈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의 오휘는 차병원 그룹의 차바이오 앤 디오스텍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7단계의‘세포 화장품’을 출시했는가 하면, LVMH사의 겔랑 역시 마치 시멘트 외벽을 세우듯 세포와 세포 하나하나를 단단하게 결합해주는‘오키드 버터’ 성분을 추가해 오키드 임 페 리얼라인을 강화했다.
“이러쿵저러쿵해도 결국 피부의 건강을 좌우하는 건 진피층이죠.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화장품이라 할지라도 진피층에까지 흡수되어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쉽지 않아요. 무언가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것이 필요한데, 마사지가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포앤애프터 클리닉의 이미지 컨설턴트 한미정 원장은 효과적인 제품과 함께 마사지를 병행하는 것도 노화를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마사지로 인해 노폐물이 제거되고,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풀어줌으로써 자연스러운 순환을 유도하라는 얘기.“ 흔히들 ‘얼굴이 누렇게 떴다’라고 표현하죠? 순환이 안 되는 피부는 노란 기가 도는 반면 꾸준히 마사지를 받아온 피부는 뽀얀 색을 띱니다. 뭉친 근육이 이완되기 때문에 표정이나 얼굴 라인도 편안하고 매끄러운 특징이 있죠.” 일찍이 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한 클라란스의 창시자 자크 콕탕 클라란스는 얼굴의 슬리밍 효과를 높여주는 오토 리프팅 마사지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새로 출시된 셰이핑 페이셜 리프트 리포드레인 세럼은 제품 안에 내장된 안내 책자에 따라 마사지와 함께 사용하면, 얼굴에 존재하는 다섯 개의 지방주머니(양볼에 2개, 턱양쪽 밑에 2개와 턱 중앙 밑에 1개)가 줄어들고 얼굴이 탱탱하고 매끈해진다는 콘셉트. 시슬리 시슬리아 라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탄력 에센스, 글로벌 퍼밍 세럼 역시 제품 론칭과 함께 손가락마디와 주먹을 이용한 근육 마사지법을 소개했다.
물론 가장 확실한 노화 방지법은 낮에는 자외선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지고, 밤에는 늘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시종일관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겠지만, 어느 하나 쉽지 않은 노릇. 아쉬운 대로 피부가 마치 숙면 상태인 것처럼 인식하도록 하는 나이트 제품과, 자외선과 중력으로 인해 탄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아주는 데이 제품으로 세분화된 안티에이이징 라인-크리니크 리페어웨어 리프트 퍼밍 데이 크림&나이트 크림이나 로리알파리 리바이탈리프트 데이 크림&나이트 크림 같은-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모색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안티에이징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볼륨 성형’. 최근에는 보톡스나 레스틸렌, 콜라겐과 같은 필러(filler) 시술만큼이나 자신의 배나 허벅지에서 채취한 지방을 얼굴이나 가슴, 엉덩이 등 볼륨이 필요한 부위에 주입하는 ‘자가지방이식술’ 역시 보편화되었다. 후즈후 피부과에서는 레이저나 고주파 같은 리프팅 시술로 만족하지 못하거나, 효과가 적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미세지방이식술을 시행한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피부는 얇아지고 지방도 줄어들고, 심지어 어느 시점부터는 근육이나 뼈도 얇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근육이나 뼈를 넣을 수는 없죠. 지방이라면 어렵지 않게 주입할 수 있지만요.” 정면을 바라봤을 때 까만 눈동자의 바깥 라인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선의 안쪽으로 지방을 주입해, 양볼을 볼록하고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동안 시술’의 포인트. 물론 그저 양볼을 조금 채우는 것만으로 누구나 아기 같은 하트 라인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보형물이나 자가 지방을 넣은 뒤 오히려 더 늙고 지쳐 보이는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지 않은가. 그 중에는 그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색한케이스도 적지 않았다(당장 언론을 통해 노출된 연예인들의 실패 사례만도 얼추 3~4건 이상 떠오르는 것이 어디 나뿐이랴).“발목까지 오는 롱스커트보다 마이크로 미니스커트가 보통은 더 섹시해 보이죠. 분명히 얼굴도 지방이 없고 푹 꺼진 것보다는 볼록하게 볼륨이 있는 편이 어려 보입니다. 그러나 근육이 발달하고 굵은 다리에 짧은 스커트를 입는다고 모두 섹시하게 보이지 않듯, 개개인의 이목구비와 얼굴 라인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시술은 당연히 원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완성형외과의 황성호 원장은 성형을 하나의 패션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시 헤어를 예로 들어보자. 앞머리를 어느 길이로 자르는가, 똑같은 파마라도 어떤 굵기의 로트를 어디까지 사용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마이클 볼튼’이 될 수도‘f(x) 설리’가 될 수도 있다. 그걸 파악하는 것은 오롯이 디자이너의 몫. 우리가 연예인 누구누구를 담당했다는 유명 헤어 디자이너를 수소문해 찾아가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하물며 얼굴을 디자인(?)하는 성형외과 의사는 오죽할까. 지방만으로 어느 정도의 볼륨감을 줄 수 있을지, 보형물이 필요하지는 않을지, 어디를 얼마만큼 만지는 것이 본인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커버할 방법일지를 정확히 파악할 의사를 찾는 것은 간당 간당한 점수로 무사히 합격할 만한 대학과 과를 가려내는 것만큼이나 오랜 사전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니 제발, 친구 따라, 지식인에 물어, 연예인 누가 했다는 소문을 듣고, 충동 구매로 인터넷 쇼핑이나 하듯 선택하지 마란 얘기다.
“이론적인 지식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디자인 감각일 겁니다. 전체와 부분의 조화, 장점과 단점을 직감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나는 것보다 더 큰 행운은 없겠지요.” 황성호 원장은 물론 성형에도 얼굴의 몇 분의 몇 지점에 몇 대 몇의 비율로 넣어야 한다는‘ 황금비율’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이론은 이론일 뿐. “결국 두 가지입니다. 볼륨을 넣은 것이 개인의 단점을 더 부각시킨 경우, 그리고 본인의 노화 패턴과 맞지 않은 경우. 이 두 가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이론에 충실했다 하더라도 시술 후 실패를 맛보게 되죠.” 어느 한 부위를 부풀리면(볼록), 다른 부위가 꺼져 보이는(오목) 것은 당연한 이치. 가슴을 키우면 덩달아 허리가 잘록해 보인다는 건 알면서도, 입이 합죽인 사람이 볼을 넣으면 입이 더 들어가 보일 거라는 걸 예측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개개인의 노화 패턴을 파악하는 것은 보다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모든 사람의 얼굴 노화가 같은 양상을 띠는 것은 아니기 때문. 이를테면, 활짝 웃었을 때 눈 아래쪽 사선으로 길게 주름이 가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눈 밑에는 주름이 잘 생기지 않으나 팔자 주름이 도드라지는 얼굴도 있는 법이다. 팔자 주름만 가지고 볼 때 이는 다시, 웃을 때 팔자 주름 위쪽(중안)이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얼굴과 팔자주름 옆쪽으로 볼륨이 생기는 얼굴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는 나이가 들어도 얼굴이 처져보인다는 느낌은 적기 때문에 코 양옆이나 팔자 주름 부위만을 채워 동안 시술의 효과를 줄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팔자 주름 부위에 조금만 과하게 주입해도 얼굴이 넓어 보일 위험이 있다. 간단한 예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경험과 감각을 가진 의사를 만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주입술에 대한 또 다른 편견 중 하나는 효과가 일시적이고, 수술 후 노화가 더 급격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분명 초창기에는 주입량의 대부분이 흡수되었지요. 얼굴에 필요한 양이 100이라면 300을 넣기도 했으니까요. 더욱이 얼굴의 오른쪽과 왼쪽의 생착률이나 흡수율도 달라 언밸런스한 결과를 낳기도 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기기 장비의 발달로 이런 걱정이 거의 사라졌다고 비포앤애프터 클리닉의 이미지 컨설턴트 한미정 원장은 말한다. “주사로 지방을 흡입해서 원심분리기에 직접 돌린 다음, 다시 주사하는 방법으로는 지방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오일을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려웠죠. 하지만 리포킷과 같은 장비가 도입되면서 지방세포만 추출하는 것이 손쉬워졌음은 물론, 디자인을 하는 동시에 이식도 가능합니다.” 이전까지의 지방이 그냥 지방이었다면, 이건 TOP 수준이라는 말씀?
보편화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사실 지방 삽입술은 보톡스보다도 더 오랫동안 이용되어온 시술법. 당연히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먼저, 경험자들은 지방 이식 후 피부가 굉장히 좋아졌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갑자기 에어컨 바람을 쐬거나 화장품만 바꿔도 쉽게 붉어지던 예민한 피부가 튼튼해졌다거나, 애기같이 맨들 맨들 윤기와 탄력이 생겼다는 경험담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도톰해진 두께만큼 지방이 겨울철 올록볼록한 패딩 점퍼처럼 피부를 보호해준다고나 할까. 지방이식술이 대표적인 ‘동안 시술’로 손꼽히는 것은 비단 볼륨감뿐 아니라, 탄력과 피부개선 효과도 있기에 가능했다.
물론 넣었던 지방이 빠지면서 얼굴이 더 늙어 보인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당연한 섭리죠. 우리 몸은 끊임없이 노화되고 있으니까요. 시술로 넣은 지방이 사라지지 않고 평생 자리할 수만 있다면, 반대로 십대, 이십대 때의 통통했던 볼살을 평생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원한다면 지방이 아닌 인공 보형물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소량이라도 꾸준히 끊임없이 반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정 원장의 설명이다. 후즈후 피부과의 장승호 원장도 이에 동의했다. “자가지방이식술 이후 더 노화되어 보인다고 느끼는 것은, 시술로 잠시 미뤄뒀던 노화가 갑자기 원래 상태(시술 전)로 돌아가기 때문이죠. 좋았던 때를 기억하기 때문에 갭(gap)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인데, 비포 사진을 확인하고 나면 대부분의 환자도 수긍합니다.” 주입된 지방을 좀 더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생착시키기 위해 의료진은 미세지방이식술을 고안했다. 그야말로‘ 찔끔찔끔’에 가깝도록 아주 소량씩 여러 층에 주사하여 더 많은 지방세포가 혈관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당연히 덩어리로 주입했을 때보다 혈관과 만나는 각각의 지방세포 수나 면적이 늘어나고, 혈관으로부터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은 세포가 살아남을 확률 역시 절대적으로 높아진다. 여기에 줄기세포까지 추가하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고. 미세 지방 이식술은 수술 후 상처도 거의 남지 않으며, 회복 기간도 짧아 앞으로도 계속 성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평균 수명 90살. 50살부터 ‘할머니’라 불린다 가정하면, 인생에서40년 이상을 할머니로 사는 꼴이다. 만약 누군가 50살부터 70까지는 ‘아줌마’로 살고, 70세부터야 비로소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면 과연 그것이 그리 큰 욕심일까? 물론 또 다른 누군가는 물을지 모른다. 왜 그렇게 젊음에 연연하느냐고. 껍데기가 달라진다고 해서 속이 달라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물론 피부과, 성형외과, 그리고 화장품이 얘기하는 안티에이징이라는 건 결국 겉이 건강해 보이고, 겉모습만 젊어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게 마인드가 중요한 것이라면, 외적으로 아름다워지고 그로 인해 자신감을 얻고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마음이 건강해지는 지름길이 아닐까? 예쁘게 사는 것이 곧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는 생각, 오늘도 나의 ‘외모지상’에는 변함이 없다.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김희진
- 모델
- 김원경, 김원중
- 스탭
- 헤어/한지선, 메이크업 / 류현정(aM), 어시스턴트/김신, 세트스타일리스트 / 최훈화, 제품 사진 | 정지은, 어시스턴트/이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