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식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선한 저녁 바람과 시원한 사케 한 잔.
SMITH 先生
고양이와 빨간 전등으로 들어서기도 전에‘메이드 인 재팬’임을 발산하는 여타의 일식 다이닝과 달리, 스미스 선생은 가게 안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절대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다. 사진작가 홍장현과 안성진, CF 감독 백종렬 등이 합심해 문을연 이곳은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사케와 일식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점심에는 셰프들이 만든 딱 한 가지 메뉴만 먹을 수 있는데, 삼색 소보루 덮밥이나 도시락 등의 간단한 메뉴가 나온다. 매일매일 바뀌는 메뉴는 백종렬이 흑판에 손수 적은 글씨로 확인할 수 있다. 기성품으로 나온 조미료 대신 간장과 소금, 설탕, 식초 등으로 맛을 내고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만든다. 돼지 통 삼겹살을 졸여 무와 달걀을 곁들여 먹는 요리인 카쿠니는 꼭 먹어봐야 할 이곳의 대표 메뉴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이들로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화장실의 ‘콘돔 비치’는, 그냥 좀 발칙하게 보이려는 전략에 불과하다는 걸 밝히는 바다. 신사동 앙드레 김 매장 맞은편 골목.
LUCKY SIKDANG
‘럭키 식당’. 언뜻 들으면 고봉밥을 퍼주는 인심 좋은 밥집을 연상시키는 복고풍 이름이지만, 이곳은 호탕하고 멋진 요리사 쇼타 아저씨를 만날 수 있는 세련되고 캐주얼한 일식 다이닝이다. 라멘과 다른 요리를 함께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점심엔 오직 라멘만 먹을 수 있는데,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 때문에 주방에서 설거지가 필요 없도록 깨끗이 비우게 되니 너무 민망해하지 말 것.
저녁 6시 이후에는 소 힘줄곤약 볶음, 장코나베, 카르파쵸, 로메인 샐러드 등 흔치 않은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아담한 가게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솜씨를 자랑하던 쇼타 아저씨의 재치 있는 입담, 그리고 훤칠한 사장님의 자상한 서비스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은 착하고 음식 맛은 똑똑하다’는 아저씨의 말이 결코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여름 저녁, 시원한 사케 한 병과 맛있는 요리가 생각날 때 주저 없이 들르면 되겠다. 홍대 정문 스타벅스 골목에서 우회전, 간지떡볶이 맞은편.
O’HEYA
‘방’이라는 뜻의 일본어 ‘헤야’의 공손한 표현인 ‘오헤야’는 한 마디로“내 방에 놀러 올래?”라는 의미다. 블랙과 핑크로 포인트를 주고 오너가 일본에서 가져온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민 이 예쁜 방에서는 밥과 사케, 와인까지 골고루 즐길수 있다. 특히 인기가 좋은 런치 메뉴는 오늘의 오니기리와 미소시루, 오토시가나오는‘오늘의 샐러드 밥상’과 일본 조림 요리가 나오는 ‘오늘의 카쿠니 밥상’이다.
점심 12시부터 이 메뉴를 사수하기 위해 경보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하지만 슬로 푸드를 지향하는 만큼 셰프가 정성껏 천천히 요리해주기 때문에 ‘빨리’라는 단어는 넣어두고 오는 게 좋다. 일본 가정식 요리로 입소문을 타긴 했지만 사실은 사케와 와인이 든든하게 준비된, 밥집이라기보다는‘술집’에 가까운 곳이다. 와인리스트를 대폭 업그레이드해 일본 요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다정한 와인바 모습까지 갖추었다. 테라스를 활짝 열어두면 여름 저녁 선선한 바람을 즐기면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좋다. 신사동 가로수길 미래희망산부인과 골목에서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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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서동현
- 포토그래퍼
- 김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