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 vol.3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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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신진 디자이너 3인을 만났다. 세계로 나아갈 이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아이디어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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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서울패션위크 해외 프레스 바이어 선정 ‘최고의 신인 디자이너 상’, 한국을 대표하는 ‘텐소울’ 디자이너 선정, 현대홈쇼핑 JBY 패션 발전 기금 선정 ‘올해의 신인 디자이너 상’까지, 2019 S/S 컬렉션에서 총 3개 부문 수상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이재형을 반짝이는 서울의 샛별로 등극시켰다. “이번이 세 번째 시즌이었어요. 디자인 일을 시작한 건 4년 전이죠. 당시엔 콘셉추얼한 작업 위주로 하면서 전시도 하고, 몇몇 고객을 위해 옷을 만드는 정도였어요. 하이패션에서 살아남으려면 기회가 왔을 때 기민하게잡을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처음부터 막시제이만의 디자인 데이터, 개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이재형은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이라기보다, ‘후천적인 천재’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부단히 노력하며 애써 온 디자이너다. “제 첫 컬렉션의 주제가 ‘마스커 레이드’였어요. 아이덴티티와 패션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면서, 패션을 통해 제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 보였거든요. 매 시즌 다양한 콘셉트를 매개로 그 실험을 지속해갈 거예요. 사람마다 생각이, 개성이 다 다르잖아요. 저는 컬러 믹스에 자신이 있어요. 표현 자체가 크고, 선명한 걸 좋아한다는 게 특징이고요.” 맥시멀리즘적 요소가 엿보이는 막시제이의 지난 컬렉션을 보며, 그런 의미를 담아 브랜드 이름을 지었냐고 묻자, 그는 자신의 영어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답했다.

MAXXIJ 2019 S/S

MAXXIJ 2019 S/S

신기하게도 고고 인류학을 공부해서인지, 사물이나 상황을 보는 이재형의 시선은 굉장히 인문학적이다. “고고학을 배우면서 저절로 세상에 관심이 생겼고, 깊이 다층적으로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영화, 그림을 배워볼까라는 생각이 이어져 패션 에 발을 디뎠죠. 처음에 남성복으로 시작했는데, 다양한 생각을 표현하고 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복이 훨씬 흥미로운 것 같아요. 초반에 제작한 콘셉추얼 작업에서 선보인 남자 코트도 여성이 많이 입었고, 젠더리스의 모호함도 표현하면서 여성복 비중이 커지고 있죠.”

집착에 가까워 보일 만큼 완벽을 추구하는 ‘박사님’ 캐릭터가 전해지는 그의 작업 방식은 어떨까? “실험하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3D 스케치를 만들어 놓고 제가 직접 입거나 다른 사람에게 입히면서 하나하나 다양하게 실험해봐요. 각각의 피스는 여러 방법으로 매치해보고, 프린트나 패턴의 위치 하나도 이것이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인지 자문하며 더블 체크해요. 그러다 보면 ‘아,이거다!’하는 환희의 순간이 와요.”

MAXXIJ 2019 S/S

MAXXIJ 2019 S/S

‘비지터’라는 테마로 지난 시즌보다 웨어러블한 강점을 더한 2019 S/S 시즌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했다. “제3세계, 방문자 같은 단어에 매력을 느꼈어요. 어떤 공간에 방문객이 찾아오면 타인이라는 이유로 이질적인 시선과 함께 모호한 매력이 발생하잖아요. 그 감정에 흥미를 느껴 컬렉션에 담아봤어요.” 컨템퍼러리 아트를 좋아하고 비슷한 방식의 작업을 통해 패션에 접근하는 디자이너 이재형. 그가 지향하는 예술적 패션이 혹독한 패션계에서 지속될 수 있 을까? “나중에 상업적인 작업을 하더라도, 그에 앞서 제 것을 보여주고 확립하는 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끌려가지 않는 답이에요. 초반에는 힘들겠지만 이렇게 해야 더 편하고 빠르게 제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다고 믿어요.” 머지않아 런던이나 파리 진출을 꿈꾸는 이재형의 팔에는 ‘2314’라는 숫자가 타투로 새겨져 있다. “농구를 정말 좋아해요. 막시제이 로고 아래도 이 숫자가 적혀 있죠. 노력파로 후천적인 천재가 되고 싶다는 제 모토를 담은 건데,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가 23번이거든요. 조던은 숱한 실패를 딛고 노력해 최고 자리에 올랐어요. 14는 제 생일이고요.” 막시제이를 음식에 비유하자면 무엇일까? “디저트 케이크를 닮았어요. 케이크의 모양, 생김새에서 느껴지는 부풀려진 과장됨 그리고 선명한 색감이 막시제이와 닮은 것 같아요.”

패션 에디터
백지연
포토그래퍼
고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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