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로 떠나본 사람들이 말한다. 이번 휴가 시즌, 당신이 아프리카 모로코에 가야 하는 10가지 이유.

화려하고 감각적인 컬러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건축물.

화려하고 감각적인 컬러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건축물.

저택에서 보내는 하룻밤

오래된 식민지 시절 저택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특별하다.

오래된 식민지 시절 저택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특별하다.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모로코에 가지 않을래?” 일반적인 여행 제의는 아니었다. 친구에게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프랑스 노부부가 있었다. 식민지 시절 모로코에서 태어난 부부는 마라케시에 중정이 따로 있고 야외 수영장까지 갖춘 식민지 저택 세 채를 연결해서 쓰는 집을 소유했다. 작은 항구 도시 에사우이라 근처에는 온통 하얀색으로 칠한 별장을 갖고 있었다. 그토록 호사스러운 경험을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짐을 쌌다. 그리고 나는 모로코에 도착하는 순간 ‘호사스러움’을 다시 정의하게 됐다. 마라케시의 저택에 도착하자 나는 1층의 손님방을 배정받았다. 바깥 창문으로 하인들이 분주하게 저녁상을 차리는 모습이 보였다. 시장에서 파는 10만원짜리가 아니라 100년이 넘은 빈티지 러그가 먼지를 가득 품고 깔려 있었다. 그 먼지는 미세먼지가 아니므로 밟고 마셔도 괜찮다. 아니, 나는 오래된 먼지 냄새가 그렇게나 좋아서 흙으로 빚은 욕실에서 목욕을 마치고 러그 위에 알몸으로 누워버렸다. 20세기 초 프랑스 작가가 모로코를 무대로 쓴 소설의 다섯 번째 챕터에 아주 잠깐 등장하는 동양인 유랑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쩌면 마라케시에 매주 새로 올라가는 부티크 호텔을 예약할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당신이 오래된 식민지 저택을 개조한 호텔을 꼭 찾아내기를 권한다. 모로코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여전히 과거에 존재한다. 그 과거는 식민지 시대의 복잡하고 슬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모로코는 그 역사마저도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고 손님을 맞이하 는 땅이다. -김도훈(<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시장에서 건져 올린 모로코 미감

수크(Souk)는 아랍어로 시장을 뜻하는 단어다. 현지에서는 ‘쑥’이라 발음하는 개미집처럼 복잡한 그 시장 속에서 일주일이란 시간을 모조리 써버릴 만큼 나는 그곳에 매료되었다. 처음 ‘쑥’에 떨어졌을 땐 무더운 날씨 와 흥정하는 상인들의 열기로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은 말도 청산유수에 값을 매기는 기준도 천차만별이다. 이를테면 값을 물어보면 이런 식의 대화가 시작된다. “얼마냐고? 우선 너의 영혼의 얼마까지 줄 수 있는지 말해보렴.” “이 물건으로 말할 것 같으면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단다.” 주인장이 은잔에 대접해주는 달콤한 모로칸 민트 티 한 잔을 마시면 비로소 골동품 컬렉팅 경매가 시작된다. 믿거나 말거나 ‘쑥’에서는 상인이 부른 가격에 ‘50%부터 깎고 시작하라’는 룰이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로코 부족이 직접 손으로 제작한 가면, 토속적인 느낌의 조각 오브제, 담백한 아름다움을 가진 투박한 항아리 등 시장에 서 온갖 골동품을 발견하는 재미는 여행의 가장 큰 이유이자 목적이다. 못생기고 구겨지고 깨진 터프한 물건들은 일부러 꾸며내지 않은, 태어나길 그저 무심하고 멋있게 타고난 모로코 사람들의 미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물론 ‘쑥’에 가려거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내는 심미안과 지나친 호객 행위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뻔뻔함은 필수다. -안지영(르’비에르 디렉터)

 

낡고 좁은 그랑 택시의 추억

‘모로코’ 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더불어’이다. 서로가 살을 맞대며 부대끼고, 그들의 문화 안에서 조화를 이루어 ‘더불어’ 지내는 시간. 그것이 내가 꼽는 모로코의 가장 큰 매력. 그 점을 피부로 느낀 적을 꼽으라면, 단연코 ‘택시’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 모로코에는 도시 간 이동하는 ‘그랑(Grand) 택시’와 도시 내 이동하는 ‘프티(Petit) 택시’가 있다. 하루는 2시간 반 거리를 ‘그랑 택시’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7명 정원이지만 10명이 탑승했다(모로코 택시는 늘 정원보다 서너 명은 더 태운다). 각자의 무릎을 모으고, 서로의 어깨 사이엔 매너를 지킬 공간은 없다. 수다스러운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아슬아슬한 산비탈을 잘도 돌아가던, 곧 주저않을 것만 같던 낡은 택시. 그날은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것보다 그곳으로 향하는 시간과 공간 자체가 꽉 차게 남은 하루였다. -맹가희(여행 작가)

 

사막의 밤에서 마주친 내 생애 최고의 적막

고요한 평화를 선사하는 모로코 에르그 셰비 사막의 밤.

고요한 평화를 선사하는 모로코 에르그 셰비 사막의 밤.

드넓은 사막에서 사람들을 친절히 안내해주는 모로코 부족.

드넓은 사막에서 사람들을 친절히 안내해주는 모로코 부족.

지난 10년간 오직 카메라를 벗 삼아 세상을 방랑해왔다. 3년 전, 나는 서아프리카로 떠났다. 가나에서 시작해 토고, 베냉, 부르키나파소, 말리, 튀니지로 이어지는 긴 여정의 끝은 모로코였다. 전 세계 유명하다는 수많은 사막을 다녀봤지만 사하라, 그중에서도 에르그 셰비(Erg Chebbi)는 내 생애 최고의 사막으로 손꼽힌다. 그곳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고요하고 믿을 수 없게 편안하다. 바람이 만든 모래 그래픽, 낙타가 지나간 발자국, 따끈한 모래의 부드러운 촉감(반드시 맨발로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몸 안의 미세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적막감, 그때 느낀 감각이 아직도 선명하다. 특히 사막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비현실적으로 밝은 별을 바라보며 밤 산책을 떠나보면 영화 <그래비티>에서 스톤 박사가 말한 ‘사일런스’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다. -케이채(사진가)

 

메르게즈의 맛

모로코라는 나라를 세 가지 단어로 압축한다면 햇살(Sunshine), 환대(Hospitality) 그 리고 미식이다. 서울에 7년째 살고 있지만 일 년에 두어 번 마라케시에 다녀온다. 그때마다 꼭 먹는 나의 영혼의 음식은 메르게즈 (Merguez)다. 양고기로 만든 소시지로 그 안에는 스파이시한 향신료가 잔뜩 들어 있다. 내 생각에 양고기는 향신료의 캐릭터를 가장 잘 받아들이는 음식이다. 마라케시의 취향 좋은 레스토랑이 궁금하다면 다음과 같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할 것. 노마드 마라케시(@nomadmarrakech), 그랑카페 드라포스트(@grand_cafe_de_la_poste), 카페데제피스(@cafedesepices)! 힙과 클래식 함이 공존하는 ‘에스닉 캐주얼 다이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모로코 뜨거운 태양을 머금은 100% 오렌지주스도 꼭 마셔보길 바란다. -나시리 와히드(카사블랑카, 모로코코 카페 오너)

 

천년을 버텨온 메디나라는 미로

모로코를 만난 건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여행 기자로 10년간 일하면서 72개국 310여 도시 방문, 제법 많은 발도장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시작할 즈음, 우연한 기회에 모로코에 다녀왔고, 3주간의 여행은 내 마음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결국 그 후로 나는 모로코가 좋아서 다섯 번 더 그곳으로 떠났다. 당신이 모로코에 처음 간다면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메디나에서 길을 잃어봤으면 좋겠다. 카사블랑카, 마라케시, 페스, 에사우이라 등 모코로의 어느 도시를 가도 모든 길은 메디나로 통한다. 아랍 전통 건물, 시장과 광장, 그리고 무언가 사고파는 사람들, 모로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그곳에 다 있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메디나는 모로코의 자존심과도 같은 곳이다. -이수호(<모로코 홀리데이> 저자)

 

이브 생 로랑 뮤지엄 표류기

올해 1월 화보 촬영차 모로코에 갔다. 마라케시는 이브 생 로랑이 영원히 잠들어 있는 도시다. 2008년 사망한 그의 유해는 영감의 근원이자 영혼의 안식처였던 마라케시에 뿌려졌다. 촬영 일정을 마치고 작년에 개관한 이브 생 로랑 뮤지엄에 들렀다. 그가 살아생전 마라케시라는 도시에 얼마나 큰 영감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어떤 작업으로 승화되었는지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직접 마라케시라는 도시를 보고 경험한 후에 전시된 옷을 보니 이브 생 로랑의 옷도, 이 도시도 다시 새롭게 보였다. 마치 이브 생 로랑이라는 필터를 통해 마라케시를 새롭게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의도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은 뮤지엄에서 집중해서 전시를 보고 난 후 맞닥뜨린 카페 공간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전시의 여운을 천천히 느껴보길 바란다. 기념품 숍 역시 1시간 동안 머물러도 시간이 금세 흐를 만큼 볼거리, 살거리가 가득하다. -곽새봄(스타일리스트)

 

가장 아름다운 색, 블루

모로코에서 화보 촬영을 진행한 수콤마보니의 2017 S/S 캠페인.

모로코에서 화보 촬영을 진행한 수콤마보니의 2017 S/S 캠페인.

모로코가 내게 남긴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곳에서 깊이 영감 받은 빛과 색감의 조화, 클래식과 컨템퍼러리의 균형, 파란 하늘과 눈부신 태양, 이국적인 식물과 꽃의 미학. 수콤마보니 캠페인은 매 시즌 각 나라의 도시를 시리즈로 진행하는데, 마침내 오랜 위시리스트가 이루어졌다. 이 아름다운 영감의 도시를 배경으로 2017 S/S 캠페인 촬영을 진행하게 되었다.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모로코는 언제가 꼭 한 번 촬영해보고 싶은 도시였다. 모로코의 강렬한 태양 빛은 사물이 가진 고유의 컬러를 더욱 아름답고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모로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컬러는 코발트블루다. 일정을 마친 후에 들른 마조렐 정원의 쨍한 푸른색은 울창한 나무와 식물의 청명한 초록색과 조화를 이루며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이보현(수콤마보니 대표)

 

모로칸 러그와 사랑에 빠질 확률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예술 작품 같은 모로칸 러그.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예술 작품 같은 모로칸 러그.

내가 모로칸 러그를 처음 본 건 9년 전의 일이다. 러그의 아름다움에 반했고, 그래서 공부했고, 알면 알수록 더 좋아졌다. 모로코에는 러그를 만드는 부족이 여전히 존재한다. 아틀라스산맥에 사는 그들은 도시에 흡수되지 않고 고대부터 전해져온 방법 그대로 아직도 러그를 만든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꽃, 풀, 흙, 향신료 등을 이용해서 울을 염색하고 수작업으로 직접 그것을 짜서 완성한다. 각 부족마다 전혀 다른 패턴과 색을 사용하기 때문에 모로코 하늘 아래 같은 러그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러그가 완성되려면 소재에 따라 두 달에서 일 년까지도 걸린다. 그런 점에서 모로칸 러그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정다운(소프트 퍼레이드 디렉터)

 

아랍 건축의 꽃, 리아드라는 천국

호사스러움의 끝을 보여주는 호텔 로열 만수르.

호사스러움의 끝을 보여주는 호텔 로열 만수르.

모로코 라이프의 꽃이랄 수 있는 리아드는 아랍 문화를 담은 전통 주택 양식이다. 외부에서는 창문조차 없는 벽 사면만 보이지만 육중한 문을 열면 분수와 레몬나무가 있는 넓은 중정을 중심으로 높은 회랑과 방이 펼쳐진다. 젤리지(Zellij)라 부르는 모자이크 타일 공예, 아라베스크 문양 부조와 투조 등 수려한 색채와 세공의 향연이 펼쳐진다. 국왕이 장인 1200명을 동원해 건설했다는 호텔 로열 만수르 마라케시는 호사의 끝을 보여준다. 독립된 리아드 53개가 미로로 연결돼 메디나를 이루며 각 리아드는 작은 분수 와 중정, 루프톱의 풀과 욕실의 자쿠지, 예술품으로 가득한 응접실과 침실이 딸려 있다. 현란한 모자이크와 향나무 조각, 투조한 청동 조명 등 내장재와 가구, 소품도 모두 장인의 예술품이다. 세계 미디어를 매료시킨 스파도 압권. 흰색 나무를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투조한 파빌리온 구조로 사방에서 빛이 쏟아져 천국에 있는 느낌마저 든다. -이선배(<멋진 사람들의 물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