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공허한 판타지에 그치지 않는 건, 그 안에 현실의 표정을 담아내는 배우들 덕분이다. 오래 기억될 또 한 편의 작품을 남긴 연기자들이 카메라의 앞과 뒤에서 벌어진 일을 이야기했다.

 

드레스는 Vera Wang Collection, 귀고리는 Chopard 제품.

드레스는 Vera Wang Collection, 귀고리는 Chopard 제품.

시얼샤 로넌<브루클린>
“<브루클린>을 찍는 내내 겁에 질려 있었어요. 물론 매 작품마다 긴장이 되긴 하죠. 첫 테이크를 찍기 전에는 늘 신경이 곤두서고요. 그런데 제가어린 시절을 보낸 곳 가까이에서 촬영을 하는 건 또 다른 경험이더라고요. 무서웠어요.”

 

드레스는 Givency by Riccardo Tisci

드레스는 Givency by Riccardo Tisci

케이트 블란쳇 <캐롤>
“전 항상 차려입는 걸 즐겼어요. 그리고 이제는 직업적으로 그 일을 하죠. 특히 영화를 촬영할 때는 의상이 제 캐릭터의 중요한 일부가 되곤 해요. <캐롤>의 첫 등장 신에서 저는 모피 코트에 모자를 쓰고 장갑을 낀 모습이에요. 관객들은 그 차림새에서 제가 연기하는 인물을 즉각적으로 읽어냅니다. 스카프와 핸드백, 혹은 안경이 캐릭터의 다양한 면면을 드러낼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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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는 Rochas, 브라는 Agent Provocateur, 팔찌는 Chanel Fine Jewelry 제품.

제니퍼 제이슨 리 <헤이트풀 8>
“<헤이트풀 8>의 역할을 준비할 때 악령에 들린 소녀인 <엑소시스트>의 리건에게서 어느 정도 힌트를 얻었어요. 신부를 죽이고 난 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뭘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죠. 결국 완전히 폭주하게 돼요. 아드레날린이 넘쳐흐르는 짐승처럼요. 쿠엔틴 타란티노는 제 아이디어를곧바로 눈치채더라고요. 영화 레퍼런스에 관한 한 그를 당해낼 수가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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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는 Giorgio Armani 제품.

브리 라슨 <헤이트풀 8>
“항상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일곱 살 무렵 생선튀김 광고 오디션에 갔던 게 기억나요. 그 작업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대사를 통째로 암기했죠. 하지만 그냥 귀여운 어린아이가 필요했던 감독은 제 열연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질 않더군요. ‘나한테 연기를 시켜주질 않잖아!’ 엄마한테 하소연하면서 서럽게 울었어요.”
@briel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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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는 Louis Vuitton 제품.

알리시아 비칸데르 <엑스 마키나> <대니쉬 걸>
“장거리 야간 비행 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통로를 지나던 때였어요. 14명 이상의 승객이 <엑스 마키나>를 보고 있더군요. 제가 맡은 안드로이드 캐릭터인 에이바 흉내를 내면서 천천히 걸었죠. 선실 앞쪽으로 가서 어깨너머로 고개를 돌려 한창 영화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싶었어요. 비행기 안에서 에이바를 발견하면 다들 충격을 받을 것 같았거든요. 몇몇은 소리도 질렀을 거예요.”

 

드레스는 Burberry, 팔찌는 Cartier 제품

드레스는 Burberry, 팔찌는 Cartier 제품

마고 로비 <포커스> <Z 포 재커라이어>
“우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잭이 죽는 장면을 떠올려요. 레오한테는 한 번도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그가 이 인터뷰를 읽는다면 전 죽어버릴 거예요.”
@margotrobbie

 

반지는 Dior Fine Jewelry 제품.

반지는 Dior Fine Jewelry 제품.

샤를리즈 테론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제가 맡은 캐릭터인 퓨리오사 사령관은 한쪽 팔이 절단된 모습으로 등장해요. 하지만 영화는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 보여주죠. 신체적인 장애가 없었다면 퓨리오사가 지금과 같은 위엄을 지니지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어쩌다 보니 한 팔을 잃은 완전한 인간이에요. ”
@charlizeafrica

 

재킷은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셔츠는 Paul Smith London 제품.

재킷은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셔츠는 Paul Smith London 제품.

도널 글리슨 <엑스 마키나>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아버지에게 반했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죠. 하지만 전 정말로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버지인 브렌던 글리슨에게 애정과 존경을 느낍니다. 두려운 게 없는 분이거든요. <킬러들의 도시>에서는 특히 근사했다고 생각해요. 비록 그분의 캐릭터가 그다지 좋은 결말을 맞지는 못했지만요. 아들로서는 지켜보기가 좀 어려웠지요. ”

 

파자마는 Olatz 제품

파자마는 Olatz 제품

베니치오 델 토로 <시카리오>
“네 살 생일 때, 우주비행사 의상을 입었어요. 케이크는 로켓 모양이었고요. 멋진 누군가처럼 차려입는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했던 기억이 나요. 아마도 그게 제 연기 경력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블라우스와 드레스, 백은 모두 Chanel, 귀고리는 Anita Ko 제품.

블라우스와 드레스, 백은 모두 Chanel, 귀고리는 Anita Ko 제품.

캐리 멀리건 <서프러제트>,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배우들 간의 ‘화학 반응’이란 걸 못 믿겠어요.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스크린 위에서는 정말 섹시한 연기를 펼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거든요.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잘해내는 게 곧 케미스트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재킷은 Dior Homme, 티셔츠는 Alternative 제품.

재킷은 Dior Homme, 티셔츠는 Alternative 제품.

제이크 질렌할 <사우스포> <에버레스트>
“<사우스포>를 찍기 전에는 권투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초기에 스파링을 하면서 얼굴과 몸을 차례로 얻어맞았죠. 그리고 몸통을 처음 강타당했을 때 곧바로 쓰러졌어요. 작품을 할 때마다 최대한 캐릭터의 공간과 상황을 실제로 체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그 순간에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jakegyllenhaal

 

코트는 Boss 제품.

코트는 Boss 제품.

브래들리 쿠퍼 <더 셰프> <조이>
“<웨딩 크래셔> 촬영 당시가 기억나요. 빈스 본이 잘 먹히지 않는 설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더라고요. 그러더니 결국에는 재미있는 컷을 건져냈어요. 와, 저 사람은 모든 스태프 앞에서 기꺼이, 셀 수도 없을 만큼 여러 번 엉덩방아를 찧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죠. 그때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지금은 제가 가진 걸 다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두려워요.”

 

셔츠와 바지는 Burberry 제품.

셔츠와 바지는 Burberry 제품.

에디 레드메인 <대니쉬 걸>
“<새비지 그레이스>는 제 초기작 중 하나예요. 줄리앤 무어가 제 캐릭터와 근친상간적인 관계를 맺는 어머니로 등장하죠.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그녀와 제가 함께 연기상을 수상했으니까요. 줄리앤이 제게 이러더군요. ‘이제야 사람들이 <새비지 그레이스>를 좀 보겠네!’ ”

 

재킷과 팬츠는 Hermes, 셔츠는 Maison Margiela, 슈즈는 Church’s 제품

재킷과 팬츠는 Hermes, 셔츠는 Maison Margiela, 슈즈는 Church’s 제품

루니 마라 <캐롤>
“열한 살 무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사랑에 빠졌어요. TV 드라마 <그로잉 페인스> 때부터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때까지 계속됐죠. 방에 포스터를 붙여두지는 않았지만 오려둔 사진이 몇 장 있었어요. 언젠가는 제 이름인 루니를 디카프리오라는 성과 나란히 적어보기도 했어요. 결혼을 하면 갖게 될 이름이 괜찮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