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있다

임예성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들을 찍었던 스타 사진가, 허브 리츠의 오리지널 프린트가 한국을 찾는다.

허브릿츠-공식-포스터

마돈나, 1990

1977년 여름, 세일즈맨인 허브 리츠는 친한 커플과 함께 캘리포니아를 여행하고 있었다. 리처드 기어와 페니 필포드는 둘 다 무명 배우였다. 타고 가던 뷰익의 타이어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고, 셋은 가까운 정비소에 들러야 했다. 한가해진 틈을 타 리츠는 친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담배를 빼문 채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리처드 기어의 포트레이트는 몇 개월 뒤 보그, 에스콰이어 등에 실리며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세상이 새로운 섹스 심벌과 함께 ‘사진가’ 허브 리츠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당대의 스타들을 그리스의 신처럼 완벽하게 묘사한 그의 흑백 작업은 할리우드적인 삶에 대한 환상을 부추긴다. 신디 크로퍼드, 크리스티 털링턴, 나오미 캠벨 같은 당대 슈퍼모델들의 누드, 마돈나의 <트루 블루> 앨범 재킷 등은 클래식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상업 사진의 한 정점을 우아하고 호사스럽게 찍었던 허브 리츠의 대표작이 2월 5일부터 5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층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오리지널 빈티지 프린트 100여 점과 함께 그가 연출한 마돈나, 마이클 잭슨, 재닛 잭슨 등의 뮤직비디오도 감상할 수 있다. 1980~90년대 할리우드의 가장 빛나는 장면이 거기 있을 것이다.

당대 최고의 톱모델 스테파니 세이모어, 신디 크로포드, 크리스티 털링턴, 타티아나 파티즈, 나오미 캠벨을 모델로 한 이 작품은 미국 로스엔젤레스(LA)의 허브릿츠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이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슈퍼 모델을 상징하는 사진이 되었다. 허브릿츠 인생의 대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사진은 우연히 여행을 하던 도중 찍은 것으로, 허브릿츠가 사진가의 길을 가게 된 계기가 된 중요한 작품이다. 허브릿츠는 친구와 함께 사막을 여행하던 중 바람이 빠진 바퀴를 교체하기 위해 잠시 주유소에 들렀다. 사진 찍는 것이 취미였던 허브릿츠는 그곳에서 친구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 해 그 사진은 최고의 패션 잡지였던 ‘보그’ ‘에스콰이어’ ‘마드모아젤’에 실렸다. 그 때 그 친구가 바로 할리우드의 미남 배우인 ‘리차드 기어’이다. 이 사진으로 리차드 기어는 스타가 되었고 허브릿츠는 할리우드 대표 사진가의 길로 들어선다.

다프네는 강의 실 페네오스의 딸이다. 에로스가 장난 삼아 쏜 활에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에게 반한다. 하지만 에로스가 쏜 증오의 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아폴론을 보자 기겁을 하며 달아난다. 아폴론이 거의 쫓아가 안으려 하자 다프네는 아버지에게 구해달라고 소리를 질렀고, 페네오스는 다프네의 몸을 월계수로 변화시킨다.

허브릿츠는 댄서나 운동선수들의 독특한 동작을 포착하는 것을 즐겼다. 첫 번째는 그들의 멈춘 모습을, 두 번째는 격동적인 움직임을 담아냈다. 이 작품 역시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 작품이다. 말리부의 한 해변가에서 운동선수가 뒤로 공중제비를 하고 있는 장면으로, 몸을 완벽하게 구부려서 인체의 모든 부분이 땅에 닫지 않은 상태여야 하는 아주 어려운 동작이었다. 하지만 허브릿츠는 몸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순간 정확하게 이 사진을 포착했다. 그는 후에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이 자신에게도 행운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베르사체 광고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던 이 작품은 톱모델 ‘크리스티 털링턴’과 작업한 것이다. 블랙 색상의 실크천은 주변에 은은한 빛을 자아냈고 덕분에 그녀에게 후광이 비춰 여신과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녀는 세계의 끝으로 오해받기 쉬운 황량한 호수 ‘엘 미라지’의 여신과 같은 포즈를 취했다. 강렬한 햇빛이 특징인 서부에서 태어난 허브릿츠는 대지와 바람, 빛 등의 자연요소를 작품에 녹여냈다. 그런 그가 포착해낸 사람의 몸은 아름답고 감각적이며 자연과 닮아있다. 이 사진에서도 역시 조각처럼 실루엣과 햇빛에 바랜 몸, 숨겨진 팔과 다리,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매끈한 모자의 조합으로 자연을 닮은 추상적인 이미지가 드러나 있다.

모델 타티아나의 베일 속 얼굴을 클로즈업 한 작품. 허브릿츠는 강인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좋아했다.

허브릿츠(미국, 1952-2002) 허브릿츠 약력

1952   8월 1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가구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
1970   뉴욕주에 있는 바드 대학에서 경제학과 미술사 전공
1974   대학 졸업 후, 로스앤젤레스에 돌아와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의 세일즈맨으로 근무
1978   여행을 하던 중 친구였던 리차드 기어를 찍은 사진이 보그, 에스콰이어, 마드모아젤 등 주요 매거진에 실리며 유명세를 얻음
1979   마드모아젤에 실릴 브룩 쉴즈 사진 촬영, 매트 콜린스의 패션 화보가 이탈리아 매거진 바자에서 출간되며 패션사진계에 입문
1981   짧은 시간동안 세계에서 패션화보, 초상화, 광고 사진으로 가장 많은 섭외를 받는 작가로 인정
1985   로스엔젤레스의 G. Ray Hawkins 갤러리에서 첫 전시. 오랜 인연이 될 마돈나와 첫 만남
1988   첫 번째 뮤직비디오로 1989년 발표한 마돈나의 ‘Cherish’를 감독
1989   에이즈 판정. 섯 모델(스테파니 세이모어, 신디 크로포드, 크리스티 털링턴, 타자나 패티즈, 나오미 캠벨)사진 작업
1991  자넷 잭슨 ‘Love Will Never Do Without You’와 크리스 아이작 ‘Wicked Game’으로 MTV 비디오 어워드 수상
1996  보스턴 파인아트 뮤지엄에서 열린 허브릿츠 전시에  25만 명이 넘는 관람객 방문
2002   허브릿츠 사망

허브릿츠(미국, 1952-2002)


전시개요
전시명 : HERB RITTS : WORK 할리우드의 별들
전시기간 : 2016년 2월 5일~5월 2일(88일)
전시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층
입 장 료 : 성인 13,000원 대학생 10,000원 초‧중‧고 8,000원
주 최 : 사진기획전문회사 디투씨
홈페이지

이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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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1월 11일(월) ~ 15일(금) 오전
발표 : 1월 15일(금) 오후 10명 / 동반 1인 가능
티켓 : 개인정보 확인 후, 현장 교환

에디터
정준화
PHOTO
COURTESY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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