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을 지배한, 창백하고 퀭한 눈매와 핏빛 레드, 블랙에 가까운 립 컬러로 치장한 여자들의 음울한 낭만에 대하여.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연상시키는 차갑게 가라앉은, 빅토리언 시대의 영국적 무드가 백스테이지를 지배했다. 창백한 얼굴과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여기에 진한 버건디 입술을 곁들인, 빅토리언 무드의 재해석이다.

블랙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레드도 바이올렛도 심지어 브라운마저 블랙을 곁들였을 때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꽃피울 수 있는 계절이다.

남편이 죽은 후 평생 검은 상복을 입고 지냈다는 빅토리아 여왕. 그 시대의 문화가 우리에게 음울함만을 전한 건 아니다. 빅토리언 시대의 유산인 프릴과 레이스에 레드를 더하면 음산한 듯 유혹적인 서정미가 탄생한다.

고딕과 록 시크가 만났다. 눈두덩에 구조적인 라인을 그리되 시즌 키 컬러 중 하나인 짙은 보랏빛 컬러를 활용하면 강렬하면서도 여성적인 면모를 드러낼 수 있다.

밀납처럼 하얀 얼굴에 곁들인 검붉은 핏빛 입술의 조합만큼 치명적인 아름다움은 없다.

빅토리언 시대 여자들의 전형적인 승마복인 검은 모자에 검은 레이스, 검은 재킷에 어딘지 퀭해 보이는 회갈색 스모키 아이와 핏기를 잃은 입술, 활처럼 휜 가는 눈썹이 더해지면? 빅토리언 무드와 고스 룩이 만난 순간이다.

석고상마냥 하얀 얼굴에 혈색을 잃은 듯 검푸른 입술의 조합은 가냘프게 드러나는 순수미와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