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광고 판에서 본 아트디렉터라는 이름이 패션계에까지 진출했다. 룩북을 촬영하고, 세트를 제작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등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일을 총괄한다. 직접적으로 의상을 만들지는 않지만 패션을 완성하는 사람들. 요즘 가장 떠오르는 아트디렉터 다섯 팀을 만났다.

왼쪽부터 패브리커의 두 동업자 김동규, 김성조와 인턴 양다슬. 

왼쪽부터 패브리커의 두 동업자 김동규, 김성조와 인턴 양다슬. 

 

 

시선을 강탈하는 마법 같은 공간
Fabrikr

 

디자인 그룹 패브리커는 가구부터 공간 전체까지, 대상을 새롭게 보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한다. 대학 동기인 둘은 2010년 처음으로 패브리커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며 전시회나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후 BMW나 삼성전자 같은 굵직굵직한 브랜드들과 함께 작업하며 이름을 알렸다. 본격적으로 패션계에 이름을 날리게 된 계기는 젠틀몬스터의 쇼룸 디렉팅을 맡으면서. 차원이 다른 콘셉추얼함으로 오픈하는 매장마다 이슈가 됐다. “기획 당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도한 수많은 도전이 지금의 패브리커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최근 에디터가 방문한 곳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인 중앙탕을 개조한 계동의 스토어. 공중목욕탕의 요소를 그대로 살리고 역사성을 잃지 않도록 신경 쓴 공간은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 듯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당시 전시 준비에 한창이던 그들은 얼마 전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대중문화의 아이콘 지드래곤과 국내외 현대미술가가 함께하는 전시 ‘Peaceminusone’에 작가로 참여한 것. 지드래곤이라는 인물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풀어내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기존에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작업합니다.” 어려운 예술보다는 공감과 소통을 중요시 여기며, 다양하고 폭넓은 작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전달하는 것이 패브리커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1 패브리커의 인상적안 작업실 입구.2 홍대 젠틀몬스터 쇼룸.3,4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든 젠틀몬스터 계동 팝업스토어.

1 패브리커의 인상적안 작업실 입구.
2 홍대 젠틀몬스터 쇼룸.
3,4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든 젠틀몬스터 계동 팝업스토어. 

 

 

왼쪽부터 남무현과 옥근남. 

왼쪽부터 남무현과 옥근남. 

 

 

스트리트 타운의 제왕들
PALINDROME STUDIO
남무현과 옥근남은 스트리트 신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다.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던 그때, 해외 유수의 브랜드보다 더욱 핫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그때, 그 중심에 두 사람이 있었다. 남무현은 ‘라이풀’의 초창기 디자이너로, 옥근남은 편집매장 휴먼트리에서 ‘배리드 얼라이브’의 디렉터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각자가 다른 회사 소속이던 시절부터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프리랜서 선언과 동시에 스튜디오를 공유하다가 아예 팀을 꾸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팔린드롬 스튜디오는 주로 브랜드의 컨설팅이나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한다. 스트리트 신에서 기반을 다진 만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것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적용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무기다.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지만 디자인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남무현의 작업이 심플하지만 센스 있게 차려입은 댄디 가이라면, 옥근남은 문신과 체인을 하고 ‘로큰롤’을 외치는 스케이트보더이다. 서로 스타일이 다른 만큼, 어떤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디렉터와 서포터 역할을 나눠 맡아 함께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서로 잘하는 부분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불편함보다는 도움이 되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폭넓은 제안을 받을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2014년 9월부터 짧은 시간임에도 많은 결과물로 주목받고 있는 팔린드롬은 8월 말 공개될 예정인 캉골의 의류 라인 디렉팅을 맡아 다시 한번 화제를 일으킬 예정이다.

 

1 편집매장 웨일런과 함께 한 PLDR의 작업물.2 서인영의  앨범 커버.3 옥근남의 스타일이 잘 묻어나는 피규어

1 편집매장 웨일런과 함께 한 PLDR의 작업물.
2 서인영의  앨범 커버.
3 옥근남의 스타일이 잘 묻어나는 피규어 

 

 

아트먼트뎁의 ‘정직원’ 왼쪽부터 민한별, 류성환, 김연지, 대표 김미재.

아트먼트뎁의 ‘정직원’ 왼쪽부터 민한별, 류성환, 김연지, 대표 김미재. 

 

 

리얼 킨포크 스타일을 보여줄게 

Artment.dep

아트먼트뎁은 정직원 4명과 인턴 2명으로 구성된 ‘회사이자 크루’다. 대표 김미재는 아트디렉터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학생 신분으로 페이퍼가든, 르 알래스카와 같은 상징적인 카페들을 디렉팅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공간에 입혔다. 7년이 흘러, 2012년 설립한 아트먼트뎁에 인테리어 디자이너부터 그래픽, 프로덕트 디자이너, 플로리스트 등이 합류했다. 필요한 모든 것을 팀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들에게 클라이언트와의 작업은 일보다는 놀이에 가깝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트먼트뎁만의 창조적인 느낌과 ‘손맛’ 나는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 여긴다. 재미있는 점은 그래픽이나 일러스트 시안을 모두 손으로 직접 그린다는 것. 노트 위에 끼적거린 그림과 낙서는 전문적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설퍼 보이는 ‘그 맛’이 클라이언트들을 사로잡는다고.

 

주로 외식 공간을 디렉팅해왔지만 최근엔 패션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핫한 편집숍의 공간을 디자인했고, 브랜드와 협업해 패션 아이템을 만들기도 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위해 작업 중이던 아크릴 컬러 샘플 칩과 빈티지 플라스틱 케이스를 결합해 만든 잉크(Eenk)의 클러치, 남겨진 대리석을 상품화한 마블 프래그먼트는 아트먼트뎁의 개성이 담긴 결과물이다.

패션 브랜드 룩북이나 매거진 화보의 세트 스타일링도 이들의 주 업무가 됐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윈도 디스플레이. 앞으로는 1층으로 사무실을 이전해 카페 겸 갤러리로 운영하며 본인들이 진행하는 작업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언젠가 에르메스의 윈도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김미재 대표의 바람이 앞으로 어떤 패션 문화를 만들어낼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1 이태원에 위치한 펍&카페 TMI의 내부.2 잉크와 협업한아크릴 클러치

1 이태원에 위치한 펍&카페 TMI의 내부.
2 잉크와 협업한아크릴 클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