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예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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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타투를 컬러와 흑백으로만 구분하는 그대에게.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문신한 내게 “문신했어? 나이 들어서 어쩌려고…” 같은 걱정과 비난이 기묘하게 섞인 말을 던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길에서 타투를 새긴 사람들을 발에 치일 만큼 많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타투가 패션의 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도 수년, 사회 전반의 인식 수준 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컬러 타투, 흑백 타투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 미술에도 정밀묘사, 수채화 등이 있듯이 타투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다. 외국 힙합 뮤지션들의 몸에 꼭 있던 블랙&그레이 스타일부터 클래식한 매력의 올드스쿨, 흔히 ‘야쿠자 문신’으로 알려진 이레즈미까지. 올여름 가장 많이 마주칠 6장르의 타투를 6명의 타투이스트가 친절하게 소개한다. 어차피 볼 거라면, 알고 보는 게 더 좋을 테니까.

옛것의 낭만을 찾아서 올드스쿨(Old School) 

올드스쿨 타투는 트래디셔널 아메리칸 타투라고도 불린다. 1920년대 미국 선원들 사이에서 고향을 그리는 마음, 무사귀환, 행운 등의 의미를 담아 몸에 새기던 것이 시초다. 제비, 장미, 핀업걸, 닻 등이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단순함을 강조하고 위트 있는 디자인, 굵은 아우트라인과 원색 위주의 색 배합이 주는 투박함이 멋스러운 타투다. 최근에는 인물이나 사물에 있어서 현대적인 소스를 올드스쿨 기법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완(WAN) Wild Rose Tattoo 

아직도 내가 야쿠자로 보이니 이레즈미(Japanese New School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전통 문신으로 이레즈미 또는 재패니즈 타투라 불린다. 이레즈미 장인이 되려면 도제 시스템에 소속되어 오랜 기간 수련을 거쳐야 하는 난도가 높은 문신이다. 최근에는 현대적 감각에 맞게 변화시켜 좀 더 화려하고 세련된 색과 입체적이고 디테일한 표현을 중요시하는 뉴스쿨 재패니즈가 등장했다. 이레즈미가 장르의 형식과 법칙을 중요시하는 반면, 뉴스쿨 재패니즈는 자유롭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중요시해 단순함과 흉포한 이미지를 개선했다.

유시(YUSHI) Yushi Tattoo Studio 

동생이낙서한 거 아니에요 긱(Geek) 

유럽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장르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명칭이 존재하진 않으나 일반적으로 긱 스타일이라고 불린다. 어떤 장르나 규칙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아티스트의 개성이 살아 있는 그림 스타일로 디자인해 작업된다. 어린이가 낙서하듯 자유로운 선 작업이 많다. 소재나 표현 방식 역시 무궁무진하고 다른 타투 스타일에 비해 위화감이나 폭력적인 느낌이 덜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노보(Novo) / Novo Korea Warrior 

새 술은 새 부대에 뉴스쿨(New School) 

사실 뉴스쿨은 장르를 규정짓기 애매하다. 많은 사람들이 올드스쿨과 혼동하는데, 전통과 함께하며 그 규칙을 고수하는 올드스쿨 스타일에 기존에 없던 새로움을 더한 것으로, 제약을 최소화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광범위한 장르라고 할 수 있겠다. 올드스쿨의 기본적인 균형감과 소재는 유지한 채 좀 더 풍부한 색감과 디테일이 추가되고 거기에 아티스트의 개성과 새로운 시도가 가미된 독특한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사진(SA-JIN) Hybrid Ink 

검정 성애자들을 위하여 블랙워크(Black Work

블랙워크는 사실 장르라기보다는 모노톤만을 사용해서 표현하는 문신을 뜻한다. 원주민들의 문양에서 발전한 트라이벌이나 회화를 연상시키는 스타일 등 종류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올드스쿨 타투의 소스를 블랙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정적인 느낌의 디자인이 주를 이루며 다른 타투에 비해 좀 더 선이 부각되는 편이다. 검은색으로만 표현하기 때문에 머신을 다루는 스킬로 단순함과 여백을 표현해내는 것이 관건. 

로드업(Rodup) Hybrid Ink 

압도적인 카리스마 다크 이미지 (Dark Image) 

블랙&그레이를 기반으로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어둡고 강한 분위기의 타투다. 해골, 죽음 등 반 기독교적 소재를 주요 소재로 쓰지만 상징성을 띄진 않는다. 다크 이미지의 대부 폴 부스의 묵직한 양감과 폭력적이고 공포스러운 디자인, 로베르토 에르난데스의 몽환적인 느낌과 극단적인 디테일은 전 세계 많은 타투이스트에게 영향을 미쳤다. 최근엔 분위기나 피부에 표현되는 질감에 집중하는 스타일이 늘고 있다.

지고스트(Gghost) / Blood Candy Tattoo Works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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