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솝이 ‘이솝’이 되었다. 달라진 건 이름만이 아니다. 군더더기를 쏙 빼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이솝(AESOP). 한국을 찾은 CEO 마이클 오키프를 만나 새로워진 이솝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솝의 매장들은 그 어떤 패션 브랜드의 스토어나 갤러리에도 뒤지지 않는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유명한데, 이솝의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좋은 공간 디자인이란, 그 지역의 사람들(고객들)과 그곳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접목해 완전하게 일부가 될 때 나온다. 그래서 과연 우리의 매장이 그곳의 주변 환경과 지역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늘 생각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같은 디자인의 매장이 없는 건 그런 까닭이다. 반대로 오피스 디자인은 매장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일반적인 사무실 디자인이 아닌 이솝의 색깔이 담긴 공간을 만드는 건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매장 직원들 사이에도 어떤 유기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장치다. 독특한 소품이나 음악, 향 같은 것들도그런 일환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음식, 약간의 레드 와인, 탁월한 스킨케어를 받는 것만큼이나 당신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다’는 이솝의 창립자 데니스 파피티스의 인터뷰도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까지 ‘문화’를 강조하는 까닭은?
보통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아이디어나 혁신이 필요할 때 그 안에서 해답을 찾는다. 현재의, 혹은 다음 시즌의 트렌드나 동종업계의 타 브랜드를 분석하는 식이다. 이솝의 차별성은 여기서 비롯된다. 우리는 무언가 힌트가 필요할 때 화장품 시장이 아닌 전혀 다른 분야, 즉 디자이너나 예술가, 뮤지션, 영화인을 살핀다. 또 하나, 우리는 화장품을 판매하는 기업이지만 당장의 판매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제품을 시작으로 해서 패션과 문화에까지 브랜드의 홀리스틱한 이미지가 보다 많은 고객에게 전해지기를 원한다. 그래서 감각적인 웹사이트를 만들고, 비디오를 제작하거나 문화 소식을 다루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젊은 예술가를 후원하는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데에도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되는 이솝만의 계명 같은 게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브랜드가 처음 시작된 그때부터 30년 가까이 보태니컬 오일을 사용해왔다. 그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통해 ‘최고의 품질과 효능’을 지닌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자신한다. 다른 특징이 있다면 트렌드에 크게 휩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비나 씨씨 크림이 유행이라고 해서 그런 걸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건 이솝이 아니다.

1년의 1/3 이상을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보낸다고 들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떠한가?
한국은 역사가 길고 풍부한 문화적 배경이 있어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주변의 아시아 국가들과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최근 들어 영화, 음악, 방송 등 아시아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소비자 역시 특별하다. 다른 국가들처럼 연예인이 사용한 제품이나 패키지 등에 현혹되지 않고 아주 스마트한 쇼핑을 한다. ‘진짜 고품질’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굉장히 중요시한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점이 이솝과도 잘 맞는다.

이솝의 다양한 협업 에디션도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계획 중인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있는가? 또 혹시 한국에서도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혹은 브랜드)나 영감을 받은 아이템이 있었는지?
협업이 장점도 크지만, 자칫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희석할 우려가 있어 늘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당장 계획된 것은 없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 아주 최근엔 매거진 <파리 리뷰>와 함께 뉴욕 첼시 매장을 새롭게 꾸며 오픈했고, 몇 달 안에 아이슬란드 디자이너 스룰리 레흐트(Sruli Recht/http://www.srulirecht.com)가 디자인한 새로운 유니폼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갤러리아 백화점 매장 리뉴얼 오픈을 기념한 두 가지 버전의 특별 한정판 키트가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