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의 시선을 모조리 집중시키며 노래한 뒤에는 무대 아래의 겸손한 배우가 된다. 두 개의 세계를 성실하게 오가는 샤이니 민호의 이중생활.

코듀로이 재킷, 프린트 셔츠와 팬츠는모두 Dolce & Gabbana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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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는 후쿠오카와 오사카의 샤이니 쇼케이스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곧장 스튜디오로 달려왔다. 촬영이 마무리됐을 때, 시계는 벌써 밤 10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일본인데요, 뭐. 시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피곤하지 않느냐고 묻자 테이블 너머의 작은 얼굴이 별소리를 다 한다는 듯 웃었다. 30대 중반이 되면 강북에서 강남으로만 움직여도 피곤해진다는 푸념을 굳이 꺼내진 않았다. 대신 20대 초반에는 나도 저렇게 막 씻어놓은 사과처럼 종일 청량했었나 돌이켜봤다. 딱히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세상의 숱한 스무 살 중에서도 몇몇의 소수는 특별히 더 아름다운 젊음을 누리곤 한다. 이 잘생긴 가수 겸 배우가 <아이돌 스타 올림픽>에서 우승까지 했을 때는 비현실적으로 뻔한 순정만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누난 너무 예쁘다고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때부터, 이미 누나들도 무대 위의 소년이 자기보다 더 예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최근 종영된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그는 주니어부의 스타 높이뛰기 선수인 강태준으로 등장했다. 순정만화풍의 로맨스를 위해 수시로 개연성을 포기하는 작품이었지만, 민호의 캐스팅은 이 거짓말 같은 세계에 묘한 설득력을 심어줬다. 이런 학생이 급식을 받아먹는 고등학교라면 판타지의 무대가 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런데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에게서 가장 자주 들었던 문장은 이런 것이었다. “제가 아직도 크게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요. 기회가 닿는 대로 많이 배우고 싶어요.” 당장 우주 정복이라도 할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노래하던 아이돌은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속 깊고 성실한 배우가 된다. 인터뷰라는 만남 특유의 깍듯한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어 뵈는 청년의 유난한 겸손함은 인상적이었다. 아마 그래서 30대의 민호가 갑작스레 궁금해진 모양이다. 20대의 반짝이는 빛이 기울고 나면 오히려 그에게 흥미로운 음영이 드리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 민호는 특히 아름다운 젊음을 통과하는 중이지만, 이 짧은 특권과 현명하게 멀어질 방법도 알고 있는 듯하다.

아티스틱한 페인팅 효과의 가죽 코트는 Bally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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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대에게>가 종영되자마자 샤이니에 복귀해 홍콩과 일본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16부작 미니 시리즈를 촬영하며 많이 지쳤을 텐데 곧바로 무대에 적응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나?
민호 찍는 동안에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 그러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나니 일단은 허무한 기분이 컸던 것 같다. 꽤 오랜 기간을 강태준으로 지냈는데 이 캐릭터가 내게서 떠나간다는 사실이 슬펐다. 특별한 추억을 남긴 경험이었다. 그래서 끝나자마자 스케줄이 이어진 게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바쁜 생활이 주의를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멤버들을 다시 만나니까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했다.

샤이니 멤버들은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열심히 시청한 편인가?
많이 보지는 못한 것 같다. 각자 스케줄이 바쁘니까. 그래도 노력은 한 눈치다. 고마웠다.

가장 성의 있게 모니터링을 해준 한 명을 꼽는다면?
종현이 형. 이런 저런 의견을 자주 들려줬다. 일주일에 2회 분량을 찍기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에 놀란 듯했다.

멤버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유치하다’(웃음). 학원물이라 그런 모양이다. 남자들 취향에는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그 외에 재미있다는 칭찬도 하고, 역할이 나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하고.

어떤 면이 가장 달라 보인다고 하던가?
아무래도 극 초반의 모습이 까칠하고 차가웠으니까. 아무튼 내가 TV에서 연기하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좀 낯설어 한다.

그전에 출연한 <도롱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에는 임원희, 오달수 등 의지할 만한 선배가 많았다. 하지만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는 역할의 비중이 커지고 책임도 더 무거워졌다. 촬영 전부터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도롱뇽 도사…> 때는 나서서 뭔가를 해보기보다는 뒤로 물러서서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경우, 남자 주인공이다 보니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오래전부터 연기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한편으로 이번 기회가 설레기도 했다. 아무튼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캐릭터 연구도 하면서 작품 준비에 투자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긴장했던 게 좋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10월 초에 방영이 끝났다. 지난 한 달 사이, 이번 작품에 대한 자기 결산이 있었을 것 같다.
드라마를 처음부터 다시 보고 있다. 촬영 기간 중에도 모니터링은 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게 보인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미니시리즈라서 그런지 끝내고 난 뒤의 아쉬움이 특별히 크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구나,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강태준은 아이돌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높이뛰기 선수다. 고등학생이지만 평범한 고등학생은 아닌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본인이 지나온 10대 시절과 겹쳐볼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그 나이 즈음에는 어떤 게 가장 큰 고민이었나?
일단 데뷔는 했는데 사람들이 날 어떻게 바라봐줄지 많이 걱정했다. 난 아직 너무 부족한데 이 정도 실력으로 무대에 서도 되는 걸까 싶었고. 당연히 자신감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데뷔 자체를 두고도 스스로 고민을 했던 편이다.

예전 인터뷰들을 봐도 자신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유독 자주 한다.
내 자신에게 만족을 잘 못한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부족한 점을 많이 느낀다. 물론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을 때가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아니, 칭찬이라기보다는 타이르고 꾸짖으면서 발전해가는 타입인 것 같다. 주위 분들의 의견을 자주 듣지만 그보다는 나 자신의 평가가 중요하다.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특별히 힘들게 찍은 장면이 있나? 감정적으로든 아니면 체력적으로든.
이번 작품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했다. 높이뛰기도 처음으로 배웠는데 보시는 분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서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아무래도 운동 잘하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결과에 완전히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 이상은 하지 않았나 싶다. 그 외엔 강태준과 아버지 사이의 갈등이 내 실제 경험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보니 표현하기 어려웠다. 알다시피 내가 출연한 작품이 몇 편 안 된다. 대부분이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래서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높이뛰기 신을 위한 대역은 없었나?
사실 대역이 뛴 장면이 몇 개 있긴 하다. 처음에는 감독님도 걱정을 많이 하신 모양이다. 어쨌든 결과가 좋아야 하니까. 그런데 직접 보신 뒤 내가 곧잘 한다고 생각하셨는지 어떤 장면에서는 대역 연기자의 컷 대신 내 걸 고르셨다. 그 다음부터는 그냥 직접 맡아서 했다. 사실 높이뛰기가 굉장히 어려운 운동이다. 그래서인지 일본판과 대만판에서는 해당 장면 자체가 많이 나오질 않는다. 그런데 우리 작품의 경우, 그림이 잘 만들어지다 보니까 경기나 연습 신을 많이 살리셨다. 내가 해낸 부분이라고 생각이 되니까 기분은 좋다.

다음 <아이돌 스타 올림픽> 때는 높이뛰기를 하게 되는 걸까?
하하, 그러면 정말 잘해야 하니까 또 부담이 될 텐데….

설리와의 키스신에 대해서도 많이들 물어볼 거다. 잘 알고 지내는 선후배다 보니 이런 장면은 오히려 곤란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진 않았다. 순수하고 풋풋한 느낌을 담아야 하는 작품이라 오히려 잘 아는 사이인 게 도움이 된 듯하다. 편하게 상의해가면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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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데뷔작인 단막극 <피아니스트>에도 상대역인 한지혜와의 키스신이 있었다.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10대 취향의 로맨스라면 그 작품은 훨씬 성숙한 멜로 드라마였다. 그런데 일곱 살 터울의 한지혜와 함께 한 투숏이 기대 이상으로 로맨틱해서 좀 놀랐다. 샤이니로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와는 다른 질감의 표정이 보였다.
아예 처음이라 오히려 계산 없이 자신 있게 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했다.

그 작품은 어떤 이유로 선택한 건가? 많은 아이돌들이 연기 겸업을 하지만 대부분의 출발은 톤이 가벼운 시트콤이다. 단막극이긴 해도 <피아니스트>는 감정신이 많아서 신인에게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연기는 데뷔 전부터의 목표고 꿈이었다. 샤이니 멤버로 먼저 알려졌기 때문에 연기를 시작할 무렵 앞으로의 방향을 두고 많이 고민을 했다. 어떤 방식을 통해 어떤 작품으로 스타트를 끊어야 할까 생각하던 중 단막극을 고려하게 됐고, 마침 좋은 시나리오를 만날 수 있었다. 읽자마자 욕심이 나서 바로 감독님 미팅을 하고 오케이를 받았다. 물론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긴 했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내가 작품 하나를 끌고 갈 수 있을지 확신을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물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해보기도 전에 걱정하진 말고, 일단 자신 있게 저지른 뒤 걱정은 나중에 할 생각이었다. 너무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원래는 노래보다 연기에 먼저 관심을 뒀던 모양이다.
맞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 받은 제안도 “연기해볼 생각 있어요?”였다. 그런데 SM이 음악으로 강한 회사다 보니 샤이니로 먼저 알려지게 된 거다. 일단 가수로 데뷔해도 앞으로 연기하는 데 해가 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때는 앞으로의 계획을 크게 그려볼 겨를이 없었다. 주어진 연습에 몰두하면서 막연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소년이었다. 내게 맡겨진 몫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걱정했지, ‘가수가 되면 그만큼 연기와 멀어지는 걸까?’ 이런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에 비해 말이 깊다. 스스로도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나?
남들보다 일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 것 아닐까. 어떻게 보면 앞서나간 거고 또 달리 보면 그냥 어떤 부분을 스킵한 거다. 평범하게 학교 다니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어울릴 때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아, 내 나이에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맞는 거였지.’ 사실 친구들로부터 애늙은이 같다는 소리를 꽤 듣는다. 촬영장이나 무대를 떠나 또래 사이에 섞이면 데뷔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스킵한 학창 시절을 보충하는 기분도 들고.

제 나이에 맞는 생활을 누리는 친구들이 부럽지는 않나? 한참 눈치보지 않고 연애도 하는 게 자연스러울 때다.
물론 그렇긴 한데 뻔한 말이지만 잃은 게 있는 만큼 얻은 것도 크니까.

어떤 걸 가장 큰 소득으로 들 수 있을까?
결국 경험이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일하면서 배웠다. 미숙한 생각의 틀이 그만큼 일찍 깨진 것 같다.

그런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특히 친한 형과 선배가 많다. 같은 샤이니 멤버이자 동갑인 키가 또래 모임을 주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또래와 잘 못 지내는 건 아니다. 아무튼 형님들 곁에 있으면 많이 배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 그리고 앞으로 경험해야 할 것들을 이미 거쳐간 분들이니까. 하다못해 다 같이 밥 먹을 때 먼저 물컵 채우는 것처럼 사소한 예절이라도 얻어오게 된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편인가 보다.
그런 것 같다. 동생들에게는 그만큼 이야기도 많이 해준다.

매니저 속썩일 일은 별로 없겠다.
그건 또 아닌데.

가장 자주 하는 투정은 어떤 건가?
장난 섞어서 일하기 싫다고 어리광을 부린다. 늘 함께 지내고 그만큼 친하니까.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도 이런건 있다. 그나마 잘잘못이 뭔지 알기 때문에 몰랐다면 열 개가 됐을 잘못이나 실수를 다섯 개 정도로 줄일 수 있다. 편한 사이에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듯하다. 내가 아직 많이 어리다는 생각을 한다.

본인이 어린 것 같나, 아니면 젊은 것 같나?
아직 어린 것 같다, 젊다기보다는.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남자는 10대, 20대, 30대 단위로 달라진다는 생각을 했다. 한 살씩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10년 단위로 달라지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나도 스물아홉까지는 쭉 스무 살의 마인드가 아닐까.

30대에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나?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냥 이랬으면 좋겠다 정도? 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때까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뤘으면 한다.

그런 목표가 있나?
내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 그래서 어린 나이부터 힘껏 달리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쉼 없이 그냥 달릴 수 있는 지금이 좋은 때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오늘처럼 화보 촬영을 하는 것도 난 너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