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페티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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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환상과 집착은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에 의해 어떻게 담겨질까? 남자 사진가 13명에게 물었다. 당신의 페티시는 무엇입니까?

1. PARK JI HYUK
“여자를 바라보면 뒷모습, 특히 힙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자의 몸 중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아닐까. 허리, 다리 등 몸의 프로포션이 좋아야 예뻐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 사진은 [W Korea]와 홀릭에 관한 화보 촬영 중 포착한 사진이다. 만일 페티시를 주제로 화보를 촬영하게 된다면 여러 여자의 힙 부분만 겹쳐 있는 에로틱하지만 동시에 예술적인 화보를 촬영해보고 싶다” – 박지혁

2. PARK KYUNG IL
“가슴. 내 사진 작업은 섹슈얼리티를 기본으로 한다. 그중 가슴 노출에 흥미를 느낀다. 보고자 하는 욕망보다는 가슴을 노출한 상태에서 개의치 않고 당당히 카메라를 바라보는 애티튜드가 섹시하다. 요즘 포트레이트를 시리즈로 작업하고 있는데 가슴을 노출하고 팬티는 헤어가 보이게 살짝 내린 채 1달러 정도의 싸구려 소품과 함께 촬영하고 있다. 페티시를 주제로 화보를 촬영한다면 진짜 누드 화보를 촬영하고 싶다. 누드 화보라 하고 여기저기 가리는 것은 마치 솔직하지 못한,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 박경일 (모델|Anthia , 스타일링 & 헤어|김정한 , 메이크업|원조연(박경일))

3. KIM YEONG JUN
“여자라는 것 자체가 내겐 페티시다. 페티시에 관한 화보를 촬영하게 된다면 성도착증적인 화보를 촬영해보고 싶다. 이 사진은 정갈하게 입은 여자에 대한 환상, 페티시를 표현하고 있다.” – 김영준


4. YOU YOUNG KYU
“나는 몸에 난 상처나 자국들에 페티시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수술로 인해 생긴 상처나 어딘가에 긁혀 생긴 상처, 또는 어딘가에 눌려서 생긴 자국들 말이다. 직설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몸에 있는 상처들과 하얀 침대 커버가 구겨진 모습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신체 부위를 조각조각 표현했다. 이 사진은 미국 독립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잡지에서 틴에이저를 주제로 작업을 해보자고 제의해 미국의 틴에이저에 대한 롤리타적인 페티시를 담아 찍은 것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 동양 소녀에 대한 페티시를 표현한 것으로, 타이틀은 ‘Part of Teenager’.” – 유영규

5. KIM WOOK
“눈. 눈빛은 모든 걸 지배한다. 어떤 기분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심지어 눈을 감았을 때조차도 눈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 눈은 몸보다 우선적으로 반응하는 곳이며 가장 확실하게 상대의 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눈빛으로 전달되는 것은 늘 긴장되고 흥분된다. 화보 촬영 중 모델 지현정의 눈빛과 감정을 좀 끈질기게 따라간 작업이 있다. 어두운 곳에서 사진은 점점 몰입된 모델의 이미지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실낱같은 빛에 그만 여자가 눈을 감아버렸고 눈빛마저 감춰버린 여자는 더 큰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뭔가 알려줄 듯 말 듯한 여자에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아슬아슬함! 바로 이 사진을 보며 나는 ‘이토록 섹시하고 고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모든 정신을 집중하게 만드는 그 힘은 무엇일까? 어두운 건물 안에서 역광으로 천천히 보이기 시작하는 그 눈에서 나오는 힘 말이다. – 김욱

6. HONG JANG HYUN
“그동안 패션 매체가 만들어낸 상징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가진 페티시라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의외로 나는 매우 평범한 남자인지 모르겠다. 촬영 중 억지로 끌어내려 한 적은 없지만 모델에게 던지는 디렉션이 내재적인 표현을 이끌고 이는 자연스레 작업에 묻어난다. 사실 패션지라는 것 자체가 사진가에겐 제약이 아닐 수 없는데, 어떤 제약도 없이 페티시를 주제로 화보를 촬영한다면 밀실에서 비밀리에 작업하고 싶다. 또 친한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작업을 공유할 수도 있겠다. 이 사진은 페티시를 주제로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찍는 도중 나도 모르게 페티시가 드러난 사진이다.” – 홍장현

7. OH JOONG SUK
“여성의 다리. 이 사진은 재미있는 사진 프로젝트의 일환 중 하나였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모델이 아닌 내 주변의 인물들이다. 처음엔 말을 꺼내기 몹시 힘들었지만 일단 촬영에 들어가니까 의외로 쉽게 진행됐다. 이 작업은 여자의 다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스커트를 입은 여자의 행위, 반응, 애티튜드를 폴라로이드로 담아낸 것이다. 평범한 조건하에 개인적이고 친밀한 작업이었다. 한번은 페티시라는 주제로 잡지 화보 촬영을 했는데 에디터와 모델 모두 그런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 첫 컷부터 난항을 겪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술도 마셨다. 결국 그 촬영은 너무 야하다는 이유로 폐판됐다. 페티시라는 작업을 패션지에서 한다면 제약이 없을 수는 없기에 후에 사람들을 두근거리게 하고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개인 작업을 해보고 싶다”. – 오중석

8. KIM BO SUNG
“아라키 노부요시가 말하는 욕망의 대상으로의 ‘소녀’. 만일 페티시라는 주제로 화보를 촬영한다면 혼자 보는 폐쇄적인, 성적 욕망에 대한 서비스가 아닌, 오픈되어 있는 화보를 촬영해보고 싶다. 천사 같은 소녀를 표현한 페티시 화보를 만들어보고 싶다. 이 사진은 화보 촬영을 위해 국내의 외국인 모델을 캐스팅하려면 ‘go see’라고 하는 캐스팅을 하게 되는데 그때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한 것이다. ‘걸 컬렉션G( irl Collection)’, ‘소녀 채집’ 같은 것이다”. – 김보성

9. YOON MYUNG SUB
“여성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페티시를 느낀다. 페티시란 주제가 주어진다면 인공적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된 사진을 찍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윤명섭화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하면서 촬영하고 싶다. 이 사진은 몽환적일 수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사진이다. 물속이라는 유기적 상황과 상태는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다. 물속에서의 모습과 상황은 마치 꿈속에서의 내가 생각하는 성적 욕망과 환상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니까. 페티시라는 주제 아래 나의 모든 상상력을 자극한다.”- 윤명섭

10. ZOO YONG GYUN
“이를 페티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몰래 훔쳐보고 상상하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다. 일종의 ‘관음증’ 같은 것인데 물론 병은 아니다. 전에 호텔 반대편 방에서 여자의 실루엣을 본 적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나를 감추게 되고 반대편 풍경이 궁금해지더라. 페티시를 주제로 화보를 촬영한다면 관음하는 시선으로 여자의 방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담고 싶다. 스타킹을 벗거나 발톱을 자른다거나 몸이 가려워 긁는다거나, 그래서 생긴 손톱자국 같은 것을 담고 싶다. 훔쳐보는 남자의 시선 자체가 페티시적 욕망 아닐까. 이 사진은 하루 종일 여자의 가슴을 압박하던 브래지어를 벗었을 때 생긴 자국이다. 이를 지울 수도 있었지만 그대로 놔두었다. 남자들에겐 이런 것들이 가슴 떨릴 때가 있다. 사실 매일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니” – 주용균

11. YUN SUK MU
“나는 전부터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사진은 페티시를 주제로 촬영한 사진은 아니지만 소녀가 무심코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이 사진은 묘한 분위기를 전달해준다. 페티시를 주제로 화보를 촬영하게 된다면 여자들끼리 있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보고 싶다.” – 윤석무

에디터
김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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