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의 셀프 스타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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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궤적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은 젊은 남자들의 특권이다. 강동원도 그걸 제대로 누리고 있다.

하얀 도트 장식의 검은색 라운드 티셔츠와 레깅스는 모두 Star Styling at Daily Project 제품, 마법사 같은 느낌의 독특한 모자는 강동원 본인 소장품.

하얀 도트 장식의 검은색 라운드 티셔츠와 레깅스는 모두 Star Styling at Daily Project 제품, 마법사 같은 느낌의 독특한 모자는 강동원 본인 소장품.

검은색 점프 수트는 Henrik Vibskov at Tom Greyhound 제품, 팝아트풍 프린트가 돋보이는 화이트 티셔츠와 빨간색 모자는 모두 강동원 본인 소장품

검은색 점프 수트는 Henrik Vibskov at Tom Greyhound 제품, 팝아트풍 프린트가 돋보이는 화이트 티셔츠와 빨간색 모자는 모두 강동원 본인 소장품

감색 바탕에 하얀 도트무늬가 돋보이는 넉넉한 점퍼는 강동원 본인 소장품, 이너웨어로 입은 흰색 라운드 티셔츠는 Merci Beaucoup at Tom Greyhound, 빨강과 회색의 체크 팬츠는 Henrik Vibskov at Tom Greyhound 제품.

감색 바탕에 하얀 도트무늬가 돋보이는 넉넉한 점퍼는 강동원 본인 소장품, 이너웨어로 입은 흰색 라운드 티셔츠는 Merci Beaucoup at Tom Greyhound, 빨강과 회색의 체크 팬츠는 Henrik Vibskov at Tom Greyhound 제품.

군데군데 찢어진 장식의 회색 맨투맨 셔츠는 Acne at Tom Greyhound, 검정 니트 팬츠는 Damir Doma at MUE, 회색 글러브는 Ute Ploier at Daily Project 제품. 니트 모자는 강동원 본인 소장품.

군데군데 찢어진 장식의 회색 맨투맨 셔츠는 Acne at Tom Greyhound, 검정 니트 팬츠는 Damir Doma at MUE, 회색 글러브는 Ute Ploier at Daily Project 제품. 니트 모자는 강동원 본인 소장품.

강동원은 여름날의식물처럼, 잊어버렸다가 문득 돌아보면 훌쩍 자라있었다. ‘모델 출신의 비율 좋고 눈에 띄는 미청년’쯤이던 호리호리한 존재감은 몇몇 영화를 거치며 어느 순간 무성하게 가지를 쳤다. 〈늑대의 유혹〉에서 우산 아래 반짝 눈을 빛내던 그에게는 ‘꽃미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필모그래피가 두터워진 지금 강동원에 대해 얘기할 때 굳이 얼굴부터 읊게 되진 않는다. 그리고지금 그는올겨울한국영화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프로젝트두편, 〈전우치〉와 〈의형제〉의 크레디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스스로는“또래 남자배우들이 다 군대에 가는 바람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하지만, 배우를 만드는 몇 할은 어차피 운이다. 어떤 날씨 덕에 순풍을 탔건 간에, 지금 강동원은 20대 후반의 남자 배우 가운데 가장 믿고 불리게 되었다. 촬영장을 서성이는 강동원의 곁에는 두 개의 트렁크가 놓여 있었다. 오늘의 화보를 위해 그는 자신의 옷을 직접 골라 가지고 왔다.“블랙& 화이트를 기본으로하되 좀 재밌게 가보자고 스타일리스트랑 얘기해서, 이것저것 챙겨 왔어요.”전엔 시키는 대로만 하다가 이젠 스스로 하고 싶은 걸 먼저 제안하게 된 것이, 배우가 되고 나서 화보를 접하는 태도의 변화라고 말한다. 그런데 패션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드러내온 이 청년이 새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가구다. 감상하고 골라 사는 쪽으로보다는, 직접 디자인하고 만드는 쪽으로. 필모그래피를 촘촘하게 채워오던 강동원은 공백이 생긴 지난해, 산 속의 공방에 틀어박혀 나무를 만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도사전우치가 되기 전의 시간을, 마치 도 닦듯보낸 셈이다.“내 나이에 안 맞는 것 같긴 해요. 공방에 가 보면 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거든요. 차이가 있다면 그분들은 진짜 나무가 좋아서 온 분들이고 나는디자인이 좋은 거구요. 처음 갔을 때 이단아 취급도 받았어요. 원목에다 페인트뿌려버리고 그러니까.”

이명세 감독의 〈형사〉에서 강동원이 맡은 인물의 이름은 ‘슬픈 눈’이었다(3년전 더블유와의 인터뷰에서 강동원 자신은 ‘졸린 눈’이라고 평했지만). 그런데,보고 있노라면 딱히 슬프지만은 않다. 그 눈은 냉정하기도 하고, 멍하기도 하고,장난스러움도 품고 있다. 마치 아이의 표정이 무쌍하게 변화하듯이 달라지는 이 얼굴에는, 〈전우치〉를 함께 찍는 최동훈 감독의 말처럼 “사람을 약간 불안하게 만드는” 어떤 의외성이 있다.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꽤나 남성적인 강동원의 취향 역시 그렇다. 경쟁적인 운동이나 승부가 갈리는 콘솔게임, 기계 따위를 뚝딱 만드는 일을 즐기는 성품은 곱상한 얼굴에 이율배반적매력을 덧입힌다. 구체적인 뭔가를 생산해내는 남자는 근사하다. 〈무한도전〉의 평균 이하 남들도 벼농사를 지을 때 멋져 보였다. 강동원은 6인용 식탁, 벤치,1800mm 길이의 큰 테이블, 그리고 영화 두 편을 이제 막 완성했다. 그가 만든가구는 볼 수 없지만, 영화는 곧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노란색 티셔츠를 두장이어 붙이고 레오퍼드 머플러를 네크라인에 장식한 독특한 디자인의 셔츠는 Andrea Crews at Tom Greyhound 제품.

노란색 티셔츠를 두장이어 붙이고 레오퍼드 머플러를 네크라인에 장식한 독특한 디자인의 셔츠는 Andrea Crews at Tom Greyhound 제품.

스스로스타일링에 참여하는 바람에 당신의 취향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화보가 됐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기체형의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드러내기 위해 옷을 입는다는 거 아나? 어떤 옷이건 못 입어내는 게 없을, 당신은 어떤가?
못 입는 옷, 있다. 모델이었다고는 해도 나에게 안 어울리는 브랜드들이 있다. 옛날부터 제레미스캇이나 베르나르 윌헴, 블레스 같은 느낌의 브랜드를 좋아했다. 스트리트 느낌도 있고 좀 센 그런 옷들…신진디자이너들이라고 해야 할까? 도쿄 컬렉션 디자이너들도 좋아하고. 근데 내가 입으면 얼굴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돌체&가바나, 디스퀘어드같은 브랜드도 마찬가지고. 라프 시몬스도 그런 디자이너다. 누구에게나 모든 옷이 다 어울릴 수는 없다. 대신 잘 어울리는 것들도 있다. 이번 시즌 지방시, 그리고 가레스 퓨도 좋아한다.

한동안 보기 힘들었는데 뭐하며 지냈나?
〈전우치〉 찍기 전에 6개월 정도밖에 안 쉰 것 같은데 사람들은 오래 쉰 걸로 알더라. 그럴 때는 뭐라도 배우며 지낸다. 목공이나 기타 같은 악기. 그러니까 늘 시간이 없다.

〈전우치〉에서는 김윤석, 〈의형제〉에서는 송강호라는 기가 센 배우들과 붙었다. 혹시 당신이 잡아먹힌 건 아닌가?
잡아먹혔는지 어떤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 김상호 선배님(〈타짜〉에서 박무석 역을 한 배우)이 송강호 선배님에 대해 그런 얘기 하셨다.“그분이 진짜 좋은 배우니까 가서 많이 배우고 오라”고. 술취해서 내가 대답했다. “배우긴 뭘 배웁니까? 붙어야죠. 후배라고 배우는 마음으로 들어간다면 작품이 재미없어질 거 아닙니까.” 그랬더니 바로 그 자세라며 칭찬해주시더라. 결론적으론 내가 많이 배우고 나왔다. 하지만 찍으면서의 마음만큼은, 지고 들어가지 않으려 한 거다.

〈전우치〉는 배우 캐스팅이 굉장하다. 김윤석, 유해진외에도 임수정, 염정아, 백윤식 등.
긴장감이 컸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멤버들이었다. 배우들끼리 불꽃이 튀어야 영화가 재밌어진다. 서로 좋은 경쟁을 하는 셈이다. 나야 한참 후배니까, 배우기도 하고 또 붙기도 해보고 그런 게 너무 재밌었다.

〈전우치〉는 대략 액션 활극이라는 그림이 그려지는데, 〈의형제〉는 어떤 영화인가?
두 남자의 의리에 대한 얘기다. 나 자신도 소수의 내 사람과 의리를 지키는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뭔가 새로운 사람 만나면서 자기 사람 놓치고 이런 건 좀 안타깝더라. 새 사람을 만나면 시너지 효과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기존의 사람들이랑 새로운 걸 만들어가는 것도 재밌는 것 같고.

이명세 감독과 두번 영화를 찍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까? 감독님은 당신과 친하다고 하던데, 당신 쪽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현장에서 쑥쓰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혼자 이상한 짓 하는 게 무안하기도 하고. 이명세 감독님은 배우를 풀어주려고 현장에서 스스로 더 많이 움직이는 분이다. 그래서 내 안에 자꾸 갇히는 마음을 오픈시켜주고, 깨주셨다.

곧 서른이다. 나이에 대한 감흥이 있나?
만으로 하면 20대가 아직 1년 남았다. 그 기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계속 나아가는 시기라고 본다. 지금 가장 좋은 점이라고 하면 다들 군대에 많이 가 있어서 시나리오가 나한테 쏟아진다는 거? 나에게는 호황기인 셈이다(웃음).

그러고보니 또래 남자배우들조인성, 조승우, 공유… 다 입대중이다. 당신도 내년에 공익근무를 가게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경력에 공백이 생기는 게 두렵지는 않나?
그러니까 더욱, 얼마 남지 않은 동안 열심히 해야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어떤 상황에서건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공백이 몇 년 있더라도 마찬가지일 거다. 소집 해제하고 나서 할 작품도 이미 생각하고 있으니까.

사투리를 때문에 오래 애쓴 것으로 알고 있다. 송강호의 경우 경상도 사투리를 굳이 없애지 않고 자연스럽게 본인의 캐릭터에 녹여냈는데. 혹시 그런 테크닉에 관한 조언을 구하거나 받기도 했나?
그 문제를 가지고 대화한 적이 있다. 물론 송강호 선배님은 너무 잘하시는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제대로 하고 싶은 이상한 고집이 있다. 그래서 노력 중이다. 강호 선배님이 이러셨다.“그냥 사투리로 해라 뭐 어떠냐. 축구공 찰 때 실밥 보이는 것도 아니고(웃음).”

모델로 출발해서 큰 에이전시에 속한적 없이 차근차근성장해왔다. 스스로의 힘으로 경력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힘이 뭘까.
커리어에서 별 무리나위기 없이 올라온 것에 감사한다. 우선 경쟁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또 내가 열심히 했다고도 생각한다. 일적으로 흔들린 적이 없었고, 또 아주 낙관적이다. 밑도 끝도 없이 난 잘될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서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고도 여긴다. 물론 사람들한테 치이면서 촬영할 때는 스트레스가 쌓여서, 이렇게 계속해야 하나 싶은 적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술 마시고 행패 부리다가는 이 일마저 못하겠구나 싶으니까 가구 같은 거 만들면서 푸는 거다. 우리나라는 배우에게 도덕적인 걸 원하니까 그것도 약간 강박이 된다. 지금도 기자회견 같은거 할 때 늘 걱정된다. 까딱 잘못 말하지 않을까 싶어서.

배우들에게스트레스매니지먼트는 아주 중요한 자기관리일 것 같다.
조울 같은 게 생기기 쉬운 직업이다. 사람이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 충격이나 상처를 받으면 차단시키는 심리가 있다. 그런데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이걸 최대한 민감하게 열어줘야된다. 사람들한테 많이치이고, 도덕적 강박증에도 시달리고, 연기하면서 인물의 감정 같은 게 복합적으로 오면서 업다운이 심해질 때가 있다.

아버지가 조선회사의 부사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엄친아’로 불리기도 했다.
승진하신 지 얼마 안 되어 그런 기사가 나왔다. 다들 우리집이 부잔 줄 아는데 그렇진 않다(웃음). 아들로서는 물론 말단에서부터 조금씩 올라가 지금의 자리에까지 도달한 아버지가 존경스럽다. 워낙 꼼꼼하신 분이다.

큰 소속사의 안정된 시스템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개인매니저와 일하고 있다.
시키는 대로 하는 거, 우르르 몰려다니는 거 싫어해서 큰 회사에는 못 들어갈 것 같다. 더 바빠지면 새로운 체계, 새로운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

저 위에 배우로서의 정점이 있다면, 당신에게는 어떤 그림일 것 같은가?
딱히 그런 게 있나 싶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좋아서 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왔고 뭔가 되기도 하고, 계속 더 갈 거 같고 그런 거다. 제일 큰 시장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알 만한 연기자가 되는 게 정점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것보다는 아시아시장이 탄탄해졌으면 좋겠다. 결국,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싶다. 연출 안 할 거냐는 질문 많이 듣는데 그건 아니고, 제작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좋은 시나리오를 찾아서 같이 만들어나갈 수도 있고.

이전 인터뷰에서 장동건, 원빈 같은 미남배우들과 비교되는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런 생각인가?
여전히. 그분들과 같이 묶인다면 죄송스러운 일이다.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본다. 만약 나를 꽃미남, 그런 걸로 보는 시선이 있다면 한번 기대를 배반해줘야겠다,라고 마음먹으며 즐긴다. 나에게는 그런 삐딱한 기질이 있다(웃음).

킹콩 프린트의 검정 티셔츠는 Christopher Kane at Tom Greyhound제품. 검은색 집업 후드 점퍼는 강동원 본인 소장품.

킹콩 프린트의 검정 티셔츠는 Christopher Kane at Tom Greyhound제품. 검은색 집업 후드 점퍼는 강동원 본인 소장품.

에디터
패션 디렉터 / 최유경
포토그래퍼
최용빈
스탭
스타일리스트 / 최선희, 헤어/임철우(아우라 헤어), 메이크업 / 손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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