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지금과 비슷한 사람이고 싶어요”

이예지

변화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쌓아 올린 끝에, 어느 순간 돌아보면 분명히 달라져 있다. 알파드라이브원의 상원이 말하는 성장은 그런 종류에 가깝다.

<W Korea> 오늘 자연 속 펜션에서 화보 촬영을 했어요. 어땠어요?
상원
이런 곳에서 촬영하는 건 처음이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해가 조금씩 내려앉는 걸 지켜보는데, 그 분위기 자체가 되게 편안했어요. 촬영한다기보다, 그냥 그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 나른하고. 조금 늘어지는 공기 같은 게 있었는데, 그런 감성이 저랑 잘 맞는 것 같았어요.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꽤 익숙해 보여요. 원래 이런 공간을 자주 찾는 편인가요?
어릴 때 가족이랑 이런 곳을 자주 찾은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낯설지 않아요. 여기 남양주라고 하셨죠? Mnet <보이즈 II 플래닛>을 준비하면서 잠깐 쉬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교외로 자주 나왔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카페도 가고, 산책도 하고, 가끔 러닝도 하고요. 어디를 꼭 간다기보다 그냥 차를 타고 나가서 바람 쐬는 걸 좋아해요.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그 시간 자체로 생각이 정리되더라고요.

크리스털 장식 니트는 Diesel, 슬리브리스는 Vivienne Westwood 제품.
크리스털 장식 니트는 Diesel, 슬리브리스는 Vivienne Westwood 제품.

1월 12일 알파드라이브원 데뷔 이후, 오늘이 정확히 100일 되는 날이에요. 숫자로 보면 짧지만, 체감은 전혀 다를 것 같아요. 상원에게 100일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벌써 100일이라니. 엄청 빠르게 지나갔다기보다는, 하루하루가 다 기억에 남아요. 분명히 바쁘긴 했어요.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정신없이 흘러간 것도 맞는데, 이상하게도 하루를 돌아보면 꽤 길게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아직은 모든 게 처음이라서 그런가 봐요.

보고 경험하고 느낀 것도 많겠죠. 많은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하나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돌아보면 늘 뭔가를 배우고 깨달았어요. 무대 위의 저, 그러니까 알파드라이브원의 이상원뿐만이 아니라, 그냥 인간 이상원으로도요. 100일의 하루하루가 다 그런 시간이었어요. 어떤 날은 정신없이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순간이 있었고요. 지난 100일은 저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자양분 같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니트와 셔츠는 Dior Men 제품
니트와 셔츠는 Dior Men 제품

스스로 가장 성장했다고 느끼는 지점은 뭔가요? 인내심이요.
<보이즈 II 플래닛> 때도 제 장점으로 적은 게 인내심이었는데, 지금도 그건 변하지 않았어요. 일이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잖아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때도 있고, 개인적으로 속상한 순간도 있고요. 그럴 때 바로 반응하기보다는, 참고 기다리려고 해요. 그 순간을 버티는 힘이 결국 다음으로 넘어가게 도와주거든요.

알파드라이브원이 굉장히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해가는 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압력도 상당할 듯해요.
맞아요. 그런 순간들이 있죠. 아마 누구나 비슷할 거예요. 일상에서도 속상한 일이 생기고, 활동하면서 멤버들과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고요. 다들 워낙 바쁘다 보니 예민해지는 순간도 생겨요. 누군가의 차가운 한마디에 속상하거나 상처받을 때도 있고요. 그런데 그런 감정이 오래 남지는 않아요. ‘다 지나갈 일이다, 돌이켜보면 별것 아니다’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지금은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려고 해요.

알파드라이브원은 데뷔와 동시에 강한 임팩트를 남겼죠. 데뷔 앨범 <Euphoria>는 초동 144만 장을 돌파하며 역대 K팝 그룹 데뷔 앨범 초동 판매량 2위에 올랐습니다. 팀 안에서 상원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무대 위에서는 팀의 한 멤버로서, ‘그 순간을 확실하게 장악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떠올라요. 그게 제가 감당해야 하는 역할이고요. 반대로 무대 밖에서는 최대한 솔직하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려고 해요. 저는 무대와 일상, 멤버들과 팬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크리스털 장식 니트는 Diesel, 슬리브리스는 Vivienne Westwood 제품.
셔츠, 데님 팬츠는 Rick Owens, 볼캡은 Denim Tears 제품.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팀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어요.
양보와 배려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보다 서로를 잘 알게 됐고, 그만큼 각자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도 파악했고요. 그래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불편해할 수 있는 행동은 피해요. 저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팀이잖아요. 멤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오늘 하루에 집중하자’는 데 자연스럽게 마음이 모여요. 그래서 크게 흔들리지 않고 분위기가 좋은가 봐요.

상원이 예상했던 데뷔와 실제는 얼마나 달랐나요?
데뷔 전에는 무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늘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죠. 근데 막상 데뷔하고 보니까,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음악이나 무대는 기본이고, 그 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정말 많아요. 태도나 말, 사람을 대하는 방식까지요. 그래서 항상 긴장해야 하고, 동시에 계속 자신을 돌아보게 돼요.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넘기기보다는 더 예민하게, 더 객관적으로 검열하죠. 자연스럽게 겸손해질 수밖에 없어요.

무대 위의 완성도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군요.
맞아요. 물론 춤이나 노래도 중요하지만, 결국 오래 남는 건 그 사람 자체의 이미지잖아요.

니트와 셔츠, 팬츠는 Dior Men 제품.

상원이 생각하기에 아이돌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뭔가요?
매력인 것 같아요(웃음). 사람을 끌리게 만드는 힘이요. 그게 꼭 외모만은 아닌 것 같아요. 성격일 수도, 말투일 수도 있고요. 그런 요소들이 쌓여서 그 사람만의 분위기나 매력이 만들어져요.

데뷔 후 100일 동안, 새롭게 발견한 상원의 매력도 있나요?
저는 원래 마음이 약한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쉽게 울고, 수시로 흔들리는 성격인 줄 알았죠. 그런데 활동하면서 느낀 건, 제가 생각보다 뼈대가 단단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저도 몰랐던 모습을 조금씩 알게됐어요.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고, 센스나 유머도 제법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낭만적인 면이나 젠틀한 모습도 있고요. 아직 다 알았다고 보긴 어렵고, 계속 발견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다 가졌네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 사이에 간극도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저를 귀엽게만 보세요. 그런데 항상 그런 건 아니에요. 물론 귀여운 모습도 있긴 하지만, 매일 그런 건 아니고요(웃음). 요즘은 오히려 조금 더 시크한 쪽에 가까운 것 같고, 그 사이에서 가끔 귀여운 모습이 보이는 정도죠.

티셔츠는 Didier Wear, 데님 팬츠는 Enfants Riches Deprimes 제품. 스카프,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실제로는 어떤 성격에 가깝나요?
평소에는 진중해요. 필요한 상황에서는 화도 낼 줄 알고요. 형으로서 동생들에게 한마디해야 할 때는 분명하게 이야기하려고 해요. 그렇다고 항상 무겁기만 한 건 아니에요. 가끔은 순수한 모습이 나올 때도 있어요. 엉뚱하고, 애교 부릴 때도 있는데, 저도 ‘내가 이런 걸 한다고?’ 싶어서 스스로도 놀라요.

팀 안에서 형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맡게 될 텐데요. 실제로 동생들에게 단호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도 있나요?
그럼요(웃음). ‘이건 내가 말해야겠다’ 싶을 때가 있거든요. 팀에서 제가 중간 위치다 보니, 상황에 따라 제가 이야기하는 게 더 빠르게 전달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장난도 잘 받아주고 편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진지하게 말하면 동생들도 더 집중해서 듣더라고요.

동생들과 소통할 때 나름의 방식이 있나요?
무작정 화를 내거나 혼내는 편은 아니에요. 최대한 인간적으로 접근해요. 예를 들어 “이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네 선택도 영향을 준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런 식으로요.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쪽에 가까워요. 가끔은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요. 다만 대화가 다른 데로 새지 않도록 중심은 잡으려고 해요. 분위기는 부드럽게 유지하되,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하게 남기려고 합니다.

데뷔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한 가지를 꼽는다면요?
무대에서의 여유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긴장감이 큰 편이었는데, 지금은 무대를 조금 더 즐길 수 있게 됐어요. 팬들과 눈을 맞추거나 표정으로 소통하는 것도 훨씬 자연스러워졌고요. 특히 안무가 격렬하지 않은 구간에서는 다음 동작을 미리 생각하거나, 어떻게 표현할지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전체적으로 무대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어요.

가죽 베스트, 팬츠, 티셔츠는 Coach, 목걸이는 Werkstatt Munchen, 주얼 장식 스카프는 Inok Chung 제품
가죽 베스트, 팬츠, 티셔츠는 Coach, 목걸이는 Werkstatt Munchen, 주얼 장식 스카프는 Inok Chung 제품.

무대 위의 모습뿐 아니라, 인간 이상원으로서도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데뷔 전에는 저 자신에 대해 확신이 없는 부분이 많았어요. 선택을 할 때도 고민이 많았고요. 지금은 같은 상황에서도 조금 더 당당해진 느낌이에요. 자신을 믿는 마음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주변에서도 “멘탈이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변화가 실감 나요. 또 “우리가 옆에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같은 말을 들으면, ‘내가 정말 좋은 사람들 사이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든든해요.

알파드라이브원이 5월 컴백을 앞두고 있죠.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전반적인 준비는 거의 끝났어요. 5월 26일에 싱글 ‘ No School Tomorrow’가 공개되고, 6월에는 팬 콘서트 투어 ‘Star Road’를 시작해요. 8월에는 미니 2집 발매도 예정되어 있고요. 일정만 보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더 커요.

6월 12일부터 시작되는 ‘Star Road’는 팬들과 직접 만나는 첫 콘서트 투어입니다. 일반 공연과는 또 다른 의미일 텐데,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매일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춤, 노래, 라이브, 무대 위 표현까지, 힘을 과하게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몸에 익히려고요. 그래야 실제 무대에서 즐길 여유가 생기니까요. 공연마다 무대 구조나 형태가 다르니까 그에 따라 동선과 대형도 계속 맞추고 있고요.

폴로 셔츠, 웹 디테일 데님 팬츠는 Gucci 제품.
폴로 셔츠, 웹 디테일 데님 팬츠는 Gucci 제품.

패션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죠? 상원에게 옷은 어떤 의미인가요?
옷은 제 하루의 기분을 세팅해주는 장치예요. 그래서 매일 신경써서 입어요. 전날 입은 옷과 최대한 다른 조합을 고민하고요. 날씨나 스케줄도 고려해요.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어떤 자리에 가는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음악방송 출근길처럼 사진이 남는 상황이라면 더 신경을 쓰죠. 슬리퍼를 끌거나 신발을 구겨 신지 않으려고 해요. 작은 디테일까지도 흐트러지고 싶지 않거든요.

요즘 가장 즐겨 입는 스타일이 있다면요?
웨스턴 빈티지 무드가 섞인 스타일을 좋아해요. 기본적으로 블랙을 좋아해서 다크웨어를 자주 입는 편이고, 시크한 분위기에 약간의 펑키함을 더하려고 해요. 핏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지만, 그날그날 포인트 아이템이나 색조합은 계속 바꾸는 편이에요. 인터넷 쇼핑도 자주 하고,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 있으면 중고 거래도 이용해요.

요즘 자신에게 가장 자주 건네는 말은 뭔가요?
‘흘러가자’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너무 애쓰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내려놓지는 말자는 태도예요. 이미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그 이상으로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고민이 있어도 너무 깊게 파고들지 않으려고 하고. 시간이 지나고 보면 대부분 크게 남지 않는 일들이니까요. 최대한 가볍게,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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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스스로 세운 기준도 있을까요?
어떤 선택이든 후회와 만족은 같이 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해요. 결정을 내릴 때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인 상황을 상상하거나 깊이 고민하는 편도 아니에요. 결국 지나갈 일이잖아요.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쪽에 가까워요. 물론 변수는 염두에 두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불안을 미리 키우지는 않으려고요.

그런 기준이 일상에도 영향을 주나요?
일상에서는 오히려 조금 더 느슨해지는 것 같아요. 그날 기분에 완전히 휩쓸리기보다는, 제 취향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택하죠. 예를 들어 옷이나 음식도 “오늘은 꼭 이거여야 해” 싶은 건 없어요. 쉽게 말하면 “아무렴 어때. 아무거나 괜찮다”는 느낌이죠.

둥글둥글한 면이 있네요. 시간이 더 흐른 뒤, 이상원이라는 이름이 어떤 이미지로 남았으면 해요?
구체적인 이미지를 정해두고 싶지는 않아요. 대신 방향성은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도 지금과 비슷한 사람이고 싶어요. 눈에 띄는 변화보다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구나”,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포토그래퍼
김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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