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 MIU 2026 FW 컬렉션
미우미우의 26 FW 컬렉션은 파리 패션위크 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쇼가 열린 곳은 파리 팔레 드 이에나(Palais d’Iéna). 내부는 빈티지한 꽃무늬 벽지로 감싸고 바닥에는 자연을 상징하는 흙과 잔디, 이끼를 깔았는데 이는 인간이 마주한 거대한 환경을 상징하는 장치였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번 시즌 ‘마음 챙김의 친밀감(Mindful Intimacy)’이라는 테마를 통해 광활한 세계 속 인간 존재의 작음,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존재 자체의 소중함을 탐구했다. 쇼 노트는 옷을 ‘자기 보존의 수단(method of self-preservation)’으로 정의했다.
몸에 밀착되는 실루엣은 인간적인 긴장과 위안을 동시에 드러냈다. 디자인은 무척 간결했다. 1990년대에서 영감을 받은 슬림핏 수트를 시작으로 원피스, 펜슬 스커트, 가죽 재킷과 팬츠 셋업 등이 단순명료하게 이어졌다. 오래 입은 듯 자연스럽게 에이징된 가죽과 워싱 캐시미어 소재로 완성된 룩들은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실제로 입었을 때 편안함을 전하는 옷들이었다. 타이트한 실루엣 사이사이 과감한 오버사이즈 코트가 대비를 이루었고, 재킷 소매를 걷어 두툼한 장갑을 매치한 스타일링은 외부 세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현대인의 심리를 시각화했다. 이어 그라데이션 효과가 돋보이는 아우터, 시어링 안감으로 마감한 오버사이즈 스포티 나일론 패딩 재킷, 1920년대 스타일의 크리스털 장식 시스루 드롭 웨이스트 드레스가 차례차례 등장하며 컬렉션의 리듬을 확장했다. 컬러 팔레트 역시 차분했다. 블루와 블랙, 미묘한 그레이 위에 석류와 바나나, 오트밀에서 착안한 따뜻한 색조가 간간이 더해졌다.
미니멀한 의상과 반대로 액세서리는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탠저린 컬러의 글리터 플랫폼 슈즈와 라인스톤 벨트는 절제된 룩에 화려함을 더했다. 귀를 덮는 퍼 소재 트래퍼 햇은 라인스톤을 가득 장식한 디테일로 존재감을 극대화했고, 1960년대 레트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필박스와 버킷 모자는 투박하면서도 귀여운 미우미우 특유의 어글리 시크를 완성했다. 모자가 없는 룩에는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발톱 모양 헤어밴드가 등장해 향수를 자극했다. 이중에서도 가장 대담하게 도드라진 것은 입체적인 플라워 모티프 위에 크리스털을 촘촘히 세팅한 대형 스테이트먼트 주얼리였다.
슈즈 라인업도 흥미로웠다. 미니멀한 가죽 슬라이드와 레트로 러너, 이탈리아 정원용 신발에서 영감을 받은 클로그 등이 다채롭게 등장해 스타일링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최근 수집가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1999년의 버블솔 블랙 가죽 부츠를 재해석하고 런웨이로 공식 복귀시켜 화제가 되었다. 클래식한 블랙 가죽 부츠와 로퍼에 스포티한 버블솔 밑창을 결합한 디자인은 과거를 단순히 복제한 것이 아니라, 스퀘어 토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측면 패널에 화려한 비즈 장식을 더하거나 멀티 텍스처 소재를 사용해 현대적으로 잘 변주한 것이었다.
런웨이 캐스팅에서도 미우미우의 역사와 현재가 교차했다. 브랜드의 전 뮤즈이자 1996년 쇼의 오프닝을 장식했던 클로이 세비니를 비롯해 젬마 워드, 크리스틴 맥메나미, 다이애나 실버스, 질리언 앤더슨 등 전설적인 모델과 배우가 등장했다. 여기에 인디 뮤지션인 동키 키드, 뤽 베송 감독의 딸이자 모델인 사틴 베송, 그리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연준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캐스팅을 더해 미우미우의 세계관을 확장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구조와 방어를 이야기하는 이번 시즌, 미우치아 프라다는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존재하는 조용한 자신감을 강조했다. 26 FW 컬렉션은 미우미우가 단순히 유행을 만드는 브랜드를 넘어 시대를 위로하는 철학적 브랜드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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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Miu Mi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