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카즈하에겐 보드라운 우아함과 강한 에너지, 상반된 두 가지 춤의 언어가 공존한다.
그 놀라운 균형 감각은 무대 아래서도 유지된다. 카즈하는 노력하는 삶의 와중에도 재미를 잃지 않는 것, 또 르세라핌이 걸어온 길에 대한 감사함과 한계 없이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에 대해 말했다.


<W Korea> 해가 바뀌었지만, 연말 KBS <가요대축제>에서 보여준 카즈하 솔로 무대가 생각나네요. 방탄소년단 정국의 ‘스탠딩 넥스트 투 유’를 카즈하 버전으로 매끄럽게 소화했잖아요. 그 무대의 뒷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카즈하 바로 지난 싱글인 ‘스파게티’가 재밌고 과감한 요소가 돋보여야 하는 음악이었거든요. 저는 ‘최대한 나쁘게’ 보이고 싶어서 표정 연구도 많이 했고, 긴 머리도 잘라보면서 처음으로 좀 매니시한 느낌으로 활동했어요. 그 영향이 있었는지, 솔로 무대라는 좋은 기회를 얻었네요. 아, 그사이 ‘가주환’이라는 캐릭터도 생겼고요.
네? 가죽… 뭐라고요?
가주환이요(웃음). 르세라핌이 작년 10월 ‘스파게티’로 컴백할 때 Mnet <스파게티, 지구를 감다>라는 예능을 했는데요. 거기서 ‘엄지훈’ 셰프와 같이 콩트로 가주환이라는 가상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카즈하의 한국식 이름을 재미 삼아 ‘강주하’라고 한다는 건 알았지만… 가주환은 미처 몰랐네요. 그렇게 ‘여심을 흔드는 매니시한 카즈하’ 세계관이 완성되었군요.
가주환 스타일로 무대를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스탠딩 넥스트 투 유’는 대선배님의 곡이고, 곡과 퍼포먼스 자체가 워낙 유명하잖아요. 정말 잘 소화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연말 시상식에서 솔로 무대를 한 것도 처음이고, 저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줄 좋은 기회였어요.

2025년 마지막 밤에 르세라핌은 타임스스퀘어에 있었죠? <딕 클락스 뉴 이어스 로킹 이브(Dick Clark’s New Year’s Rockin’ Eve)> 무대에서 ‘스파게티’와 ‘크레이지’를 공연했어요. 새해맞이 순간을 생중계하면서 축제처럼 공연을 즐기는, 미국 ABC 방송의 유서 깊은 프로그램이죠.
꿈만 같았어요. 저희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미국에서 그렇게 뜻깊은 경험을하면서 보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현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과 다 같이 카운트다운을 외치면서 새해를 맞았죠. 무대 대기 시간이 길었는데, 너무 추워서 스쿼트를 하거나 운동 동작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열을 내려고 했네요.
혹시 카운트다운할 때 속으로 소원도 빌었어요?
빌었어요!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무슨 소원인지는 안 물어볼게요. 그런데 안 까먹고 소원을 잘 챙겼네요?
그럼요, ‘빌 수 있을 때 빌자’는 생각으로(웃음).
그렇게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에는 한 해의 주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게 마련이죠. 2025년에 르세라핌은 두 번째 투어를 했어요. <2025 LE SSERAFIM TOUR ‘EASY CRAZY HOT’>은 4월부터 시작해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멕시코까지 무대를 넓혔죠.
2023년 첫 투어 때는 아무래도 투어 자체가 처음이라 무대 하나하나를 잘해내는 데 집중한 기억이에요. 여러 가지를 내다볼 여유까지는 없었죠. 이번 투어 때는 확실히 멤버들 모두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요소를 추가해볼 수 있을까’ 같은 점을 생각했어요. 좀 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요즘은 1월 31일과 2월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하는 앙코르 콘서트 준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유가 생기고, 시야도 넓어지는 경험. 예를 들면 어떤 순간에 그 점을 느꼈을까요?
모니터를 많이 했거든요. 어떤 부분에서 팬들이 더 좋아하고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면서 연구했어요.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이 ‘도쿄돔’을 꿈의 무대 중 하나로 언급합니다. 11월, 월드투어의 앙코르 콘서트로 도쿄돔에 선 기분을 간직하고 있나요?
그럼요. 르세라핌이 예전에 연말 시상식 무대를 도쿄돔에서 한 적은 있어요. ‘이곳이 우리 팬들로 가득 차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싶었는데…. 도쿄돔은 일단 엄청 커요. 그래서 무대에 딱 섰을 때부터 느낌이 달라요. 도쿄돔이 ‘피어나’로 가득한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르세라핌 팬덤명이 ‘피어나’죠. 도쿄돔처럼 드넓은 공간에서는 소리의 울림도 다르던가요?
네. 공간이 크고 넓다 보니, 소리가 맨 뒤까지 전달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한마디를 해도 천천히 말하려고 했던 기억이 나요.
2025년 카즈하의 장면이라면, KBS Kpop <리무진서비스>도 생각나요. 감미로운 보컬에 놀랐거든요. 카즈하 씨는 과거 발레를 했으니,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몸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한 셈이잖아요. 온전히 보컬이 강조된 공연을 보면서 남모를 노력과 변화의 집약판 같다고 생각했어요. 연습생 시절엔 발레와 성격이 다른 춤 때문에 고생도 했죠.
발레는 정해진 동작이나 포지션이 있는 춤인데, 르세라핌으로서는 어떤 바이브가 중요할 때가 많았어요. 저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출발한 사람이고, 춤을 새로운 방식으로 익히느라 남들보다 배로 더 노력해야 했죠. 노래 역시 저에겐 어려운 도전이었어요. 그런데 몸으로만 표현하던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내 목소리가 악기도 된다는 점이 신선하더라고요.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재미도 점점 느꼈고요. <리무진서비스>에서는 발라드에 도전해봤죠. 그때 ‘피어나’의 반응도 좋아서 기뻤어요.



저는 카즈하 씨가 네덜란드에서 발레로 유학하다 K-팝 아티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자신에 대한 분석을 노트북에 적어보면서 인생 플랜을 짰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제가 그때 여러 가지를 적긴 했어요. 유튜브로 ‘자신에 대해 분석하는 방법’ 같은 영상을 찾아보면서(웃음).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건 뭔지, 싫어하는 건 뭔지, 그런 걸 다 적어놓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했어요.
카즈하가 싫어하는 건 뭔데요?
음… ‘남을 괴롭히면서까지 위로 올라가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뭐 이렇게 썼던 게 기억나네요(웃음).
혹시 J인가요?
아니요, P입니다! 제가 쓰는 걸 좋아해요. 생각을 글로 써보면 뭔가 정리가 잘되거든요. 그리고 그대로 이루어질 거 같은 믿음도 있어서요.
그때 썼던 인생 계획이나 꿈이 조금씩 이루어졌나요?
네. 진짜 신기해요. 몇 년도에는 뭘 하고, 또 몇 년도에는 뭘 하고, 그런 것도 썼거든요. 저 P 맞아요(웃음). 미래를 상상하는 건 자유잖아요. 엄청 큰 꿈이라도, 그렇게 적는 건 나만 볼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써보는 일 자체가 재밌었어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은 뭘까요?
많지 않을까요? 우선 전 세계 더 많은 지역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나 혼자 해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르세라핌이라는 한 팀으로서 해내야 하는 일인데, 정말 바람대로 뭔가가 이루어진다는 게 놀랍지 않나요?
맞아요. 재미로 상상한 것들이 멤버들, 저희를 도와주는 사람들, 또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힘으로 이루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더 감사하고 신기하죠.


저는 아직 르세라핌의 다른 멤버를 만나본 적이 없거든요. 카즈하의 눈으로 본 멤버들의 장점을 소개해줄 수 있어요?
음. 일단 사쿠라 언니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에요. 르세라핌 전부터 활동 경험이 있기도 하고, 저희에게 버팀목 같은 든든한 존재죠. 자기가 해내고 싶은 게 분명해요. 그런 것을 어떻게든 결국 해내는 장면을 많이 봤어요. 채원 언니는 정말 인생을 즐겁게 사는 거 같아요. 어떤 상황이든 너무 심각한 쪽으로 깊게 빠져들어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러려고 본인이 노력하는 걸 수도 있어요. 또 이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느껴져서, 저도 좋은 영향을 받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르세라핌 멤버 중 ‘너무 심각하지 않고 유쾌한’ 이미지라고 하면 허윤진 씨가 떠오르거든요. 웃음소리가 호탕하게 느껴지는 멤버여서 그런가 봐요.
하하, 윤진 언니도 즐겁게 살아요(웃음). 언니는 저희한테 새로운 자극을 많이 줘요. 팀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멤버랄까요. 음악적으로도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먼저 고민을 나누고 무언가 던져주기도 하는 사람이에요. 저와 나머지 멤버들은 주로 잘 ‘받는’ 사람들이거든요. 받아서 잘 해내는 것도 좋지만, 누가 그렇게 먼저 던져주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은채는 야망이 큰 아이 같아요.
‘야망 있는 막내’, 매력적이죠.
그쵸? 은채, 야망 있어요(웃음). 완벽하게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잘 보여요. 일단 뭔가를 하면 후회하지 않게 해내려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태도를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카즈하 씨가 사람에 대한 관찰력이 있는 거 같은데요?
그런가… 제가 원래는 남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멤버들과 붙어 지내다 보니 조금씩 변했나 봐요.
다른 멤버였다면 카즈하라는 사람의 특징을 뭐라고 말했을까요? ‘드립’ 잘 치는 엉뚱한 사람?
으하하, 그럴 수도 있어요. 제가 엉뚱하다는 소리를 좀 듣죠. 뭐랄까, 왠지 평범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제 안에 있나 봐요(웃음). 그리고 이왕이면 재밌게 살고 싶어요. 재밌고 즐거우면 좋잖아요.


화려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건강하게 잘 가려면, 재능과 노력만큼 ‘멘탈’도 중요합니다.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음, 저는 멘탈이 강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혼자 다니거나 스스로 해내는 상황이 많았거든요. 제가 외동이기도 해서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푹 쉬면서 잊는다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푹 쉬면 오히려 다시 돌아오기가 어렵더라고요. 당장 스트레스를 조금 받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만 신경 쓰면서 계속해서 밀고 나아가는 쪽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도 없는 거 같아요. 좀 힘들 때는 자기 생각을 글로 써보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옛날 일기를 보면 재밌어요(웃음).
요즘도 일기를 계속 쓰나요?
네, 짧게라도 써요. 뭘 기록해놓으면 나중에 봤을 때 재미도 있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아무래도 멤버들과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답답했거든요. 그 때는 그게 스트레스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보면 제가 스트레스를 좀 받긴 받았나 봐요. 일기장에 글 대신 검정 펜으로 막 정신없이 해놓은(휘갈긴) 페이지도 있어요(웃음).
과거 자신에 대해 분석했던 것처럼, 오늘 일기장에 ‘2022년 데뷔한 르세라핌의 2026년 현재’에 대해 간단히 분석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떤 만족감이 남아 있나요?
만족한 적은 없는 거 같아요. 네. 계속 더 성장하고 싶어요. ‘리미트’를 정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데까지 쭉. 저는 르세라핌으로 활동하면서 상상도 못한 값진 경험을 많이 했어요. 앞으로도 늘 좋은 일만 있을지는 물론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더 많은 경험들이 기다릴 거예요. 그만큼 기대도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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