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흔들리고,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관람객은 작품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리움미술관에서 막을 올린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으로 보테가 베네타는 예술과 문화 사이의 감각적인 대화를 또 한 번 이어간다.
보테가 베네타는 이번 전시 후원을 통해 리움미술관과의 세 번째 파트너십을 이어간다. 여성 작가들의 환경 설치 작업을 조명하는 이번 대규모 그룹전은 빛과 공간, 소리, 움직임을 활용한 몰입형 작업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 멈춰 서는 대신, 작품 안으로 들어가 머물고 반응하며 공간 전체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2023년 독일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서 처음 기획됐다. 당시에도 미술사 안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던 여성 작가들의 실험적 작업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서울 전시는 그 흐름을 이어받아, 1950~70년대에 걸쳐 기존 예술의 형식을 넘어선 여성 작가들의 급진적 시도를 다시 현재로 호출한다.
전시에는 주디 시카고, 리지아 클라크, 라우라 그리시, 알렉산드라 카수바, 정강자, 레아 루블린, 마르타 미누힌, 타니아 무로, 난다 비고, 야마자키 츠루코, 마리안 자질라 등 아시아와 유럽, 남미와 북미를 아우르는 여성 작가 11인의 작업이 포함됐다. 이들은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적 형식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직접 작품 안을 거닐고 감각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환경’을 만들어냈다.
특히 서울 전시에서는 기존 구성에 포함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새롭게 더해져 의미를 더한다. 1970년 해체 이후 처음 공개되는 한국 작가 정강자의 <무체전>, 그리고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마리안 자질라와 라 몬테 영, 최정희의 <드림 하우스>는 이번 전시의 미술사적 맥락을 더욱 확장한다. 감각과 공간, 사운드가 결합된 작업들은 오늘날의 몰입형 전시 문화와도 맞닿아 있으며, 동시대 관객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방식으로 다가온다.
5월 4일 열린 전시 오픈 행사에서는 보테가 베네타가 기획한 특별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를 비롯해 시각예술가 문경원, 미술감독 류성희, 영화감독 이경미, 안무가 겸 감독 송주원이 참여한 컬처 다이얼로그에서는 패션과 예술, 이미지와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오갔다. 분야는 달랐지만 창작을 매개로 연결된 이들의 대화는 이번 전시가 지닌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성격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행사에는 스트레이 키즈 아이엔, 미야오 수인, 배우 이나영과 일본 배우 미야자와 리에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어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과 보컬리스트 정미조가 선보인 라이브 공연은 전시 공간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1966년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설립된 보테가 베네타는 ‘수공예와 창의성’이라는 하우스의 철학 아래 건축, 디자인, 음악, 무용, 시각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적 교류와 후원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번 리움미술관과의 세 번째 협업 역시 단순한 전시 후원을 넘어, 시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창의적 대화를 이어가려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 사진
- 보테가 베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