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더블유 디지털 커버

이예지, 권은경

지금의 태양

빅뱅의 20년, 그리고 새 앨범 발표를 앞둔 태양. 

<W Korea> 줌 인터뷰를 하는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의 사막지대에서 열리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을 며칠 앞둔 시점이죠. 현지 시각으로 4월 12일 첫 무대에 오르는데, 기분이 어때요?
태양 정신이 없어요. 여기, 현지에 와서 준비할 게 많다 보니 처음에는 걱정이 컸어요. 그래도 어제 최종 리허설을 마치고 나니까 무대가 대략 어떤 식으로 완성될지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지금은 한결 안심된 상태예요. 리허설은 LA에 있는 큰 공간을 빌려서 하고 있어요. 코첼라 무대와 비슷한 규모로 맞춰놓고, 조명이나 여러 조건도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구현해서 연습했어요.

그러면 거기서 얼마나 합을 맞춘 거예요?
한 나흘 정도 한 것 같아요. 다른 아티스트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준비한다고 하더라고요. 코첼라 공연장이 사막이라 현장에서 리허설을 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다른 공간에서 충분히 맞춰보고 무대에 오르는 식이에요. 환경 자체가 변수라서요.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까, 최대한 모든 경우를 대비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빅뱅은 앞서 2020년 코첼라 출연을 예정해두었지만, 팬데믹 여파로 페스티벌 자체가 취소됐죠. 당시 멤버들 전역 이 후 첫 완전체 복귀 무대를 기대한 만큼 팬들의 아쉬움이 컸어요.
기억나요. 그때는 ‘우리랑 인연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빅뱅 데뷔 20주년에 그 시작을 코첼라 무대로 할 수 있다는 게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한 번쯤은 꼭 서보고 싶었던 자리고요. 2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만큼 멤버들 모두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남달라 보여요.

워낙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큰 무대여서 더 그렇겠어요.
사실 큰 무대라는 점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물론 코첼라라는 이름에서 오는 무게감은 다르지만, 저는 대학 행사 무대를 준비할 때도 비슷한 에너지와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거든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헤어스타일로 무대에 오를지는 정했어요?
늘 그랬듯 멤버들이 스타일을 완전히 통일하는 편은 아니에요. 대신 전체적인 무드나 색감 정도만 크게 맞추고, 그 안에서 각자의 개성을 살리려고 해요. 의상이나 헤어는 아직도 계속 고민 중이에요.

코첼라에서는 태양을 아는 관객보다 처음 마주하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몰라요. 이 부분도 간과할 수는 없겠네요.
맞아요. 공연을 구성하면서 가장 많이 회의한 부분이에요. 만약 빅뱅 콘서트였다면 이런 고민은 덜 했을 텐데, 이번에는 관객층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세트리스트를 어떻게 가져갈지도 생각이 많았어요. 여러 기준을 세워봤는데, 딱 떨어지는 답은 없더라고요. 결국에는 ‘빅뱅 20주년’이라는 의미에 좀 더 초점을 맞추기로 했어요. 그리고 빅뱅 음악이 전형적인 케이팝과는 다른, 조금 더 날것의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멤버들의 개성과 에너지, 그리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을 더 살려보려고 해요.

코첼라 같은 대형 페스티벌만의 특수성이있죠. 혹시 태양은 완벽하게 준비된 퍼포먼스와,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즉흥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끌리나요?
굳이 나누자면,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물론 공연을 준비할 때는 거의 백퍼센트에 가깝게 모든 걸 준비해요. 코첼라는 페스티벌이고, 사막이라는 환경도 변수라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커요. 바람 때문에 준비한 특수효과를 못 쓸 수도 있고, 조명도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고요. 그래서 완벽함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여지를 두려고요.

태양의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지난 2023년 4월 발표한 두번째 EP <Down to Earth> 활동 이후 약 3년이 지났습니다. 짧다면 짧을 수도, 태양의 음악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긴 시간일수도 있어요.
벌써 3년이나 됐네요. 요즘은 가수의 활동 주기가 굉장히 빠르잖아요. 그래서 저도 싱글이든, 미니 앨범이든 빨리 작업해서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음악 작업은 계속해왔는데, 작업을 하면서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어떤 생각이요?
만약 제가 신인이라면, 계속 결과물을 내면서 활동하는 게 맞겠죠. 그런데 이미 제 이름으로 나온 음악들이 제법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완전한 확신이 없는 음악을 가지고 ‘팬들을 만나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발표하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결국 스스로 납득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밀어붙이지 못하겠더라고요. 지금 앨범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건 약 1년 전부터예요. 그전까지 작업한 곡들은 거의 다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어요. 그래서 이 작업에만 1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그럼, 그전에 2년 동안 만든 음악은 빛을 보지 못하는 건가요? 무척 아쉽네요.
어쩔 수 없죠. 제가 원래 앨범을 만들 때는 콘셉트나 제목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와 방향성을 잡은 다음 작업을 시작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그 시기에 만든 음악들은 그런 기준이 없었어요. ‘일단 음원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다 보니 방향이 계속 흔들렸고, 결과적으로는 하나로 모이지 못했죠. 아마 그래서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 같아요.

지난 1일 공식 SNS에 ‘QUINTESSENCE’라는 단어와 함께,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올렸어요. ‘정수’, ‘본질’이라는 뜻인데요.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1년 전쯤, 소속사 A&R팀과 앨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때 회사에서 ‘일주일 뒤까지 앨범명을 생각해오라’는 숙제를 내줬죠. 사실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원래 늘 그렇게 작업해왔는데, 그사이 그걸 놓친 거예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본질’이라는 막연한 단어가 떠올랐어요. 영어로 하면 ‘Essence’인데, 그건 또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익숙하고, 뭔가 화장품 같은 느낌도 들고(웃음). 더 찾아보다가 ‘QUINTESSENCE’라는 단어를 알게 됐어요. 영어권에서도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니라서 더 끌렸고요. 이걸 가제로 정하고 앨범 작업을 시작했어요.

SNS에 올린 글을 보면, ‘퀸테센스는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단어’라고 했어요. 어떤 의미일까요?
요즘은 정보를 너무 쉽게 얻는 시대잖아요.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하나를 알기 위해서 사전을 찾고, 책을 뒤적이며 시간을 들여야 했는데, 지금은 검색 한 번이면 답이 나오고 알고리즘이 비슷한 정보를 계속 보여주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중요한 본질은 놓치기 쉬운 환경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시대에 더 필요한 개념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완벽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문장도 기억에 남아요. 혹시 지금은 답에 가까워졌나요?
처음부터 ‘본질을 찾았다’는 확신으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이런 단어가 있었구나’라는 지점에서 출발했고, 앨범 만드는 과정 자체가 그걸 찾아가는 여정이었어요. 본질이라는 건 어쩌면 평생에 걸쳐 계속 찾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앨범을 거의 마무리한 단계지만, 여전히 그 조각들이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어떻게 보면 인생 자체가 그 본질을 찾는 과정일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죠.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그 안에는 여러 감정이 있잖아요. 단순히 ‘모든 걸 품고 좋아한다’는 말로 설명하기엔 부족하죠. 기쁨도 있지만, 동시에 감내해야 할 고통이나 희생도 있고요. 그렇게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기 때문에 어떤 감정이나 개념의 본질을 단순하게 정의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혹시 본질을 찾는 과정에서 오히려 잃어버린 것도 있을까요?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설령 무언가를 잃었다고 해도, 더 큰 걸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앨범을 만드는 동안 힘들기도 했고, 화가 나는 순간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이 꼭 필요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런 경험들이 앨범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고요.

새로 선보일 앨범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좋은 음악’이라는 기준 자체가 굉장히 넓잖아요. 좋은 가사일 수도, 강렬한 비트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도 어떤 기준으로 접근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결과 한 곡, 한 곡을 서로 다른 장르로 구성했어요. 전체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한 앨범이에요.

만약 이 앨범이 하나의 페이지라면, 이전 페이지에는 무엇이 있었고, 다음 페이지에는 무엇이 이어질까요?
2023년에 발표한 <Down to Earth>에서는 인간 동영배로서의 감정이나 가치에 대한 고민을 담았거든요. 이번 <QUINTESSENCE>에서는 아티스트 태양으로서, 음악적인 새로움과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 더 집중했어요. 그래서 기존에 오래 함께해온 프로듀서들뿐 아니라 새로운 분들과도 작업을 했죠. 그 과정에서 느낀 것도 많고, 더 성장한 것 같아요. 아마 다음 앨범에서는 이번 활동을 통해 얻은 것들이 또 다른 챕터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벌써 20년이나 음악을 했네요. 자기 기준이 높아질수록 만족하기는 더 어려워지죠. 지금 태양은 무엇에서 만족을 느끼나요?
제가 만족하는 기준은 사실 굉장히 높아요. 그렇다고 그 기준을 낮출 수도 없고, 반대로 너무 높게만 두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죠. 여러 현실적인 조건들이 있잖아요. 예산이나 마감 일자, 함께하는 스태프들의 체력 등이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나온 결과물에 대해서는, 그 나름대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어차피 백퍼센트 만족하는 순간은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의 아쉬움이 있어야 또 다음 앨범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이 생겨요. 아마 정말로 완벽하게 만족하는 순간이 온다면, 오히려 이 일을 그만하게 될 것 같아요(웃음).

창작을 하며 길을 잃는 순간조차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물론이에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순탄할 수는 없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주의 질서나 흐름 자체가 그렇게 설계된 느낌이에요.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는 실패하고 부딪히는 과정이 반드시 따라요. 지난 20년 동안도 늘 그랬고요.

<QUINTESSENCE> 앨범이 나오면, 앨범을 듣는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20년이라는 시간을 음악으로 이어오고, 또 새로운 앨범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기적 같은 일이에요. 이번 앨범에는 이전과는 다른 감정, 사운드가 담겼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잠깐이라도 ‘본질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빅뱅도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어요. 멤버들과도 ‘우리 20주년을 맞아서 뭔가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예전부터 자주 했을 것 같아요.
그럼요.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건 역시 투어였어요. 어떤 규모로 할지, 어떤 콘셉트로 풀어갈지, 어떤 곡들로 구성할지. 2025년 초부터 멤버들을 만날 때마다 계속 이야기해왔어요. 그러던 중에 코첼라 공연 이야기가 나왔고, 빅뱅 20주년의 시작을 그 무대에서 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였어요. 여러모로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빅뱅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는 건 개인의 서사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멤버들과 다시 만났을 때,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확신은 어디서 느낄 수 있나요?
지금은 세 명 모두 소속사도 다르고, 각자가 추구하는 방향도 더 뚜렷해졌어요. 그런데 빅뱅이라는 이름 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방향성은 여전히 같아요. 개인 활동을 하면서도 늘 빅뱅을 우선에 두고 생각하고요. 그런 점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아요.

빅뱅의 음악과 태양의 음악 사이에는 어떤 경계가 있나요? 이제는 많이 희미해졌죠?
초창기에 솔로 앨범을 냈을 때는 그 경계가 꽤 분명했던 것 같아요. 멤버마다 성향이 뚜렷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어요. 어떤 형태의 음악을 하더라도 결국 출발점은 빅뱅이니까요.

빅뱅이라는 팀 안에서 태양이 가장 오래 지켜온 태도나 신념은 뭔가요?
정직함이죠. 저는 늘 솔직하고 정직함을 추구하려고 노력해왔어요. 돌이켜보면 이번 <QUINTESSENCE>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많은 걸 느꼈어요. 자기 일처럼 도와준 사람들, 그리고 팬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래서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보답할 방법은, 결국 좋은 음악과 무대인 것 같아요. 올해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겸손한 태도 덕분에 20년을 롱런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태양이 생각하는 빅뱅의 ‘QUINTESSENCE’란 뭔지 궁금해요.
음,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저는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설명은 따로 하지 않을게요. 그냥 그렇게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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