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민호에게는 두 축이 있다. 샤이니의 민호와 운동하는 민호
최근 그는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철인3종 대회의 결승선을 통과했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로 20시간을 완주했다. 그 정신과 몸은 더 이상 민호의 또 다른 축이 아니다. 지금의 민호를 있게 한 동력이다.

<W Korea> 민호 씨, 키가 몇이죠?
민호 181cm요. 어릴 땐 작은 몸이었는데 중2 겨울방학 때부터 갑자기 1년에 10cm씩 쑥쑥 크더니 고1 때 지금 키가 됐어요. 무릎이 너무 아파서 자다 말고 엉엉 울 정도였어요. 아직도 그 통증이 기억나요.
성장통을 세게 겪었네요. 오늘 촬영하면서 느꼈는데, 민호 씨의 몸은 모델로서도 좋은 몸이고 운동선수라 해도 무방한 몸 같아요.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사실 마른 편이에요. 살이 안 찌는 체질이고, 운동을 많이 해도 벌크업이 잘 안 되는 몸. 그렇다면 마른 체형 중에서 1등이 되자는 생각을 했죠(웃음). 옷을 입은 상태에서는 슬림한 느낌인데, 노출을 좀 하면 다들 놀라세요. ‘원래 이렇게 몸이 좋았어요?’ 하면서. 뭐, 제가 어떤 티를 내려고 운동하는 건 아니니까요. 저는 제 건강과 멘탈을 위해 운동합니다. 운동이 재미도 있고요.
최근 지방 곳곳에서 ‘샤이니 민호를 목격했다’는 후기가 여럿 있었어요. 그런데 공연 중인 모습이 아니라 뛰거나 자전거로 달리는 모습이었죠. 먼저, ‘충주 탄금호 철인3종 대회’에 나갔다고요? 드디어 사고를 쳤군요.
제가 몇 년 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거든요. 한강을 뛰다 보면 사이클 타는 분들을 워낙 많이 봐요. 그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철인3종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생각했죠. 정말 막연하게 했던 생각이에요.
보통은 한강변을 뛰면서 ‘서울 풍경 좋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되어 있네’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민호 씨는 차원이 다르네요.
몸이 더 노화되기 전에 도전하자 싶어, 몇 개월 차근차근 준비해서 통영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갈까 했어요. 그게 세계 대회라 외국 선수들도 참가하고 코스도 멋지거든요. 그런데 소개받은 코치님을 찾아갔더니 ‘6월 초 충주 대회에 나가보면 좋겠다’ 하시더라고요. 신청 기한이 얼마 안 남았다면서 코치님이 일단 신청하겠다고(웃음). 그때가 4월이었어요. 저는 뭣도 모르고 두 달 만에 출전했네요.
선생님들은 딱 알아보잖아요. ‘경시대회 말고 바로 올림피아드 나가자’, ‘그냥 지금 콩쿠르 원서 내보자’ 이런 셈이네요. 민호 씨가 참가한 철인3종 대회는 뭘 어떻게 하면 되는 대회였나요?
말 그대로 세 가지 종목을 하는 거예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연달아 하는 하나의 스포츠인데, 각각 제한 시간이 50분, 2시간 30분, 3시간 30분이에요. 다 완주하면 ‘철인3종 완주’가 되는 거고요. 기록 싸움이죠.
완주하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민호 씨 등수는 궁금해요.
선수들도 참가하는 대회라 전체 등수로 치면 높진 않지만, 에이지(30~34세)로 치면 십몇 등 한 것 같아요.

얼마 전 개설한 민호 씨 유튜브 채널에서 테스트 훈련한 것을 보니, 수영이 제일 난제였던 듯해요. 이번 기회로 수영을 제대로 처음 배우셨다고요.
초등학생 때 기본 영법을 배운 정도였어요. 군대에서도 뭐 전투 수영을 했죠. 호흡이 제일 힘들더라고요. 물속에 있으면 불안감 때문에 호흡에 영향을 받았어요. 제일 부족한 수영 훈련에 좀 집중했더니, 이제 심리적인 문제는 없어요. 저는 못하는 게 많지만 배우면 습득은 빠른 편이에요.
대회를 마친 후 후유증이 얼마나 가던가요? 민호 씨라면 한 사흘 누워 쉬다가 금세 회복을….
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후유증이 없었어요. 몸에 별 무리가 없어서 저도 놀랐습니다.
놀라움의 연속이네요? 철인3종 대회를 마치고 그다음 주에는 자전거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갔다고 해서 저는 이미 놀란 상태였거든요. 올 상반기 민호 씨가 스포츠로 꽤 본격적인 도전을 연달아 했죠.
‘하이록스’라고, 요즘 부상 중인 피트니스 대회에 나간 후에는 다리가 좀 무거웠어요. 그때가 콘서트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는데, 춤 연습을 하니까 바로 또 풀리더라고요. 철인3종은 사실 부상 위험이 별로 없어요. 몸싸움을 벌이는 스포츠가 아니니까요. 다만 자전거를 탈 때는 조심해야 해요, 넘어질 수도 있으니. 부산에서 서울까지 완주하는 ‘코리아채리티라이드’는 참가비를 기부로 대신하는 행사예요. 저도 이번 기회로 처음 알게 됐어요. 그것도 코치님이 ‘한번 해볼래요?’ 해서 ‘제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요?’하면서 도전했죠. 그리고 죽다 살아났습니다.
코치님이 ‘최민호 사용법’을 잘 아시는 것 같아요. 미션을 계속 던져주시네요(웃음).
저는 대한민국의 자전거길이 그렇게 예쁜지 몰랐어요. 정말 예뻐요. 그렇게 힘든 과정만 아니라면, 모든 한국인이 그 길을 가봤으면 싶을 정도예요.
그런 데 참가하면 ‘샤이니의 민호’라는 걸 알아본 다른 참가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요.
‘코리아채리티라이드’가 여러 명이 한 그룹으로 움직이는 식이거든요. 제가 야외에서 제대로 라이딩한 게 그때가 다섯 번째였어요. 평소 자전거를 탈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철인3종 대회를 준비하면서 좀 타봤죠.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이 저더러 미쳤다고 했어요. 국토대장정에 다섯 번째로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 야외 라이딩이 다섯 번째인데 대체 어떻게 완주하겠냐는 거죠. 주로 매일같이 자전거를 타는 분들, 이미 그런 대회를 경험하신 분들이 많았거든요. 외국에서 오신 선수들도 있고요. 나중에 들은 얘긴데, 다들 제가 중도 포기할 줄 알았대요. 저는 이를 악물고 끝까지 갔어요.

자전거로 얼마나 달려야 부산에서 서울에 닿는 거죠?
첫날 300km, 이튿날엔 230km 정도 탔나 그래요. 물론 중간에 밥도 먹고 하루 숙박도 해요. 그렇게 1박 2일 동안 라이드 시간만 20시간 정도 되거든요. 이런 저런 시간 빼고 거의 만 하루를 달린 거예요. 제가 어쩌다 또 잘하는 그룹에 합류를 했는데, 한 번도 뒤처지지 않고 라이드를 했어요. 저도 놀랐습니다(웃음). 심지어 첫날엔 저희보다 몇 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팀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운동에 진심이고 뛰어난 거야 과거 ‘아육대’ 시절부터 익히 알았지만, 최근의 도전은 민호 씨에게 분명 큰 의미가 있겠어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도전을 치르면서 뭘 느꼈나요?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하다 보면 자꾸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어요. ‘너무 힘든데 그냥 쉬엄쉬엄할까’ 싶기도 하고. 놔버리고 싶으면 사실 놔도 돼요, 제가 1등을 할 것도 아닌데. 그런데 놔버리는 순간 내가 너무 밉고 부끄러워질 것 같은 거예요. 흔들리고 다잡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반성하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놓고 싶을 때 놓지 않고 힘들지만 묵묵하게 가는 거. 스포츠 선수들이 그래서 존경스러워요. 경기장에서의 모습 이전에 쌓았을 그 시간을 생각하면요.
제 경우 일과 관련한 시간을 보낼 때도 놓고 싶은 순간이 종종 와요. 무슨 말이냐면, 무대를 준비하거나 연기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자꾸 ‘쉬엄쉬엄’ 하고 싶은 거죠. 그 유혹을 이겨냈을 때, 그래서 사랑받고 환호를 받을 때, 저는 엄청난 희열을 느끼거든요. 그 희열은 다른 데서 또 찾기 힘든 종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의 도전에서도 일로 느끼는 정도와 비슷한 희열이 있더라고요. 운동은 사실 제 취미생활이잖아요. 취미인데 내 멘탈과 집중력 관리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는 느낌이에요.

저는 민호 씨가 아버지에게서 알게 모르게 영향받은 바가 클 거라고 늘 생각했어요. 프로 스포츠인의 가족이면 자연스럽게 그럴 수 있잖아요. 아버지인 최윤겸 지도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기술위원으로도 활동하셨고, 그간 감독으로서 여러 구단을 이끄셨죠 .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프로의 세계에서는 모든 걸 감내해야 한다.’ 네, 그런 자세를 자연스럽게 보고 배웠죠. 저는 사실 아버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어요. 밖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티를 전혀 안 내시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스포츠 구단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비하인드 캠 같은 콘텐츠를 많이 공개하잖아요. 내부인만 알던 현장을 이젠 좀 더 쉽게 볼 수 있는 거죠. 그런 걸 보면서 제가 깜짝 놀랐어요.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떤 점에서요?
짐작한 것보다 아버지가 훨씬 힘든 싸움을 해오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제가 어릴 때 잘못해서 혼내신 적은 있어도, 그냥 화내신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런데 소리도 지르는 그런 모습을 보니까 자식으로서 놀랍더라고요. 너무 신선한 감정이 들었어요. 우리가 아버지들이 밖에서 어떻게 일하는지는 사실 알 길이 없잖아요. 비로소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을 본 거죠.
팬들은 민호 씨에게서도 또 다른 모습을 본 듯합니다. 스포츠에 관한 최근의 도전이 ‘드디어 일을 벌였다’의 느낌이라면, 작년 가을과 올봄 두 편의 연극에 도전한 것은 정말 신선한 뉴스였어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올가을부터 재연한다죠. 어떤 작품인가요?
<고도를 기다리며>가 아주 어려운 작품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연극을 전공한 분들도 이 작품이 난해하다고 하시고요. 우리 연극은 그 어려운 작품을 쉽게 풀어낸, 입문편과 비슷해요. 대부분 연극 무대에는 언더스터디가 존재하거든요. 배우가 갑자기 대체될 경우를 대비해서 같은 배역을 연습하며 대기하는 배우요. 이 연극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서는 두 주인공의 언더스터디’라는 설정이에요.
‘우리는 대체 언제쯤 무대에 오를 수 있나’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제목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군요. 맡은 역할을 소개해줄래요?
2인극이에요. 이순재 선생님이 ‘에스터’, 저는 ‘밸’. 밸은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해보려는 신인이에요. 언젠가는 나도 무대에 올라갈 거라고 기대하고 있죠. 에스터는 수십 년 동안 언더스터디로 살았지만 무대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그러니까 누구보다 이 판을 잘 아는 베테랑이지만 사실 대표작은 없는 배우고요. 이 둘의 목표는 같아요, 언젠가 무대에 오르는 것. ‘우리는 왜 지금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고도를 기다리며>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어요.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었나요?
네. 연극으로도 봤고요. 너무 어려웠어요. 나름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까 뭔가 조금 알 것 같기도 한데, 그러다가 또 모르겠고. 제가 계속 파고들고 질문을 던지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건 있어요. 무언가에 정답을 두지 않는 게 정답 같더라고요. 적어도 저한테는 그래요. 베케트 작가님도 ‘고도란 대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내가 그걸 알았으면 책에 썼을 거다, 고도가 뭔지 나도 모르겠다’라고 했대요. 어쩌면 ‘정답을 정해두는 순간, 그게 정답이 아닌 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극이라는 첫 도전을, 연극 무대 베테랑인 이순재 배우와 2인극으로 해내야 했어요. 굉장히 어려운 문제였을 듯한데요. 정답을 모른 채 불안해서 어떻게 풀어갔죠?
저는 딱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 작품이 2인극인데, 앞에 있는 선생님을 설득하지 못하면 관객도 설득하지 못한다.’ 우선 선생님이 하고자 하시는 것에 다 맞췄어요. 그런 다음에 제가 하고자 하는 걸 하나씩 풀었죠. 저 원래 계획적인 것과 먼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이 연극을 준비할 때는 계획을 많이 했어요. 매일 서너 개씩 준비해 선생님 앞에서 다 보여드렸어요. ‘이렇게 해볼 건데, 어때요?’ 했을 때 선생님이 좋다고 하시면 관객들도 정말 좋아했어요.

연극을 하면 숨을 데가 없잖아요. 내가 오롯이 그대로 다 노출되는 곳이 무대, 특히 연극 무대예요. 가수로 무대에 서본 경험치가 도움이 되던가요?
네. 샤이니로, 또 솔로로 활동한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춤을 오래 췄으니 몸을 쓰면서 연기하는 데는 한결 수월했고요. 무대 위에 있으면 관객석의 누군가는 정말 디테일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알죠. 첫 공연 때요, 제가 너무 긴장해서 글쎄 손이 덜덜 떨리는 거예요. 뭔가를 붙잡아야 할 것 같아서, 테이블 어딘가를 붙잡고 있었어요. 티 안 나게 한다고 했는데도 그걸 알아본 분이 계시더라고요. 역시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곳이 무대라는 걸 또 한 번 느꼈어요.
하반기에는 다시 연극 준비에 들어가겠네요. 연극과 콘서트와 철인3종 경기를 병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 같아요. 운동으로 이루고픈 궁극적인 목표가 있나요?
있죠. 아이언맨이 되는 거요. 철인3종에 올림픽 코스, 하프 코스, 킹 코스가 있거든요. 킹 코스는 수영 3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2km 정도를 하루에 하는 거예요. 킹 코스를 정복하면 ‘아이언맨’으로 불립니다. 내년은 어려울 것 같고 내후년쯤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이언맨! 혹시 주변에서 ‘살살해라’ 하면서 말리는 사람은 없나요? 일단 코치님은 말리지 않을 것 같고요.
대회 경험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거울 치료 효과가 있었어요. 지금까지 ‘너, 너무 과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 정도가 뭐’ 하고 부정했죠. 그런데 대회장에 가면 정말 열정 넘치는 분들이 가득해요. 여러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선도 이 느낌과 비슷했을까’ 싶었죠. 하지만 동시에 더 자극을 받기도 해요. 부모님보다도 연세가 많은 분들이 저보다 좋은 기록을 낸다고요! 대박이죠? 와… 대체 나는 그동안 뭐 하고 살았나 싶다니까요?
그동안 아육대에서 전설을 쓰고 철인3종 경기에 나가거나 부산에서 서울까지 완주하면서 살았잖아요. 콘서트와 해외 일정을 소화하면서요. 세상에는 최민호에게 도전 의식을 던져주는 일이 여전히 많나요?
너무 많죠. 많아요. 어쨌든 저에게는 늘 일이 일순위예요. 일과 부딪치거나 무리되는 상황이면 당연히 포기해야죠. 그런데요, 다음번에는 포디움에도 한 번 올라가고 싶어요. 금, 은, 동 수상자가 올라가는 곳이 포디움이에요. 제가 이런 사람인데 어떡해요?
- 포토그래퍼
- LESS
- 스타일리스트
- 최진영(스타일 랩)
- 헤어
- 김민영
- 메이크업
- 현윤수
- 어시스턴트
- 박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