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vs 필라테스. 아직도 고민 중인 이들은 클릭!

김민

실제 요가 마니아와 필라테스 마니아 6인에게 들어보는 추천사. 당신에게 꼭 필요한 6인의 조언을 모았습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건 순전히 체형 교정을 위해서였어요. 줄곧 바르다고 생각했던 내 몸은 골반 전방 경사도 심각한 수준이었고, 말린 어깨에다 발의 아치도 무너져있었죠. 코어 힘을 잡는 연습부터 걷고 앉는 자세를 한참 어른이 되어서야 배우다니. 불과 한 달 만에 몸의 균형을 스스로 인지하고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는 것이 필라테스의 최고 장점 같아요. 그렇게 필라테스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찐 사랑이 시작된 것은 근력 운동에 들어가면서부터였고요. 이름도 어려운 큰 기구들부터 하찮아 보이는 소도구들을 가지고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근육을 죄다 숨 쉬게 해요. 호흡과 자세에 집중하고 한계와 싸우다 보면 걱정 따위는 사라지죠. 보기와 달리 꽤 역동적인 운동이라 땀을 흥건하게 흘리면 수업은 금세 끝납니다. 초반엔 존재도 모르고 있던 근육이 후들거리고 쑤셨지만, 이런 매일이 쌓이니 어느새 안되던 동작도 되고, 힘겨운 사람들 사이 홀로 수월하게 하는 순간도 찾아와 작은 희열을 안겨주기도 해요. 물론 기구 위에서 수치스럽게 다리를 덜덜 떨 때가 훨씬 많지만요. 필라테스를 좋아하는 마지막 이유는 거울로 볼 수 있다는 것. 부끄럽지만 나르시시즘도 한몫했다는 걸 고백해 봅니다. 필라테스 8개월 차 & 디자이너 이정하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벌써 4년 차. 처음엔 단순하게도 다이어트가 목적이었어요. 생산적인 취미를 갖고 싶었는데, 그게 운동이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시간이 흘러 주변에서 필라테스에 관해 물어오면 절대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은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온전히 바른 자세를 위한 내 몸의 정렬과 그 중심에 있는 코어 근육을 위한 운동이라고 하는 편이 맞거든요. 식이를 병행하지 않고는 드라마틱한 체중 변화는 기대하면 안 되고요. 대신 흐트러진 몸의 발란스와 정렬을 잡고, 어딘지 모르게 단단하고 정리된 몸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제 경험이에요. 평소에도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코어를 쓰는 법, 지독한 어깨와 목 통증에서 벗어나는 등 근육 쓰는 법 등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오히려 치료에 가깝달까요. 전보다 내 몸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부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고요. 속 근육도 잡고, 기초체력이 완전히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필라테스 4년 차 & 파운드 대표 허소연(@ssoyam)

필라테스의 원래 이름은 ‘콘트롤로지(Contrology)’예요. 이 운동을 창시한 조셉 필라테스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교과서처럼 여겨지는 책 ‘콘트롤로지를 통한 삶의 회복(Return to Life Through Contrology)’에서 전합니다. 몸통 즉 코어부터 힘이 들어가야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잘 조절할 수 있다고. 또한 개별 근육의 강화보다 관절의 압박 부하를 줄이는 기능적 움직임 패턴에 집중하라고. 이를 원리로 몸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레 몸과 마음(mind), 정신(soul)이 균형을 이루게 될 거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몸을 스스로의 의지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운동이라니, 이거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 아닌가요? 내가 필라테스를 모든 사람이 해야 한다고 믿는 건 이런 이유에서예요. 스포츠 경기를 앞둔 이든, 그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이든 간에. 무엇보다 필라테스는 요통으로 모든 걸 포기했던 스물아홉 살의 나를 구원한 운동이에요. 일상 그리고 도전하는 삶을 내게 선물한 운동. 이보다 더 강력한 추천사가 있을까요? 9년 차 필라테스 강사 & 웰니스 브랜드 뛰뛰 대표 이선영(@miss.tutuut)

여유를 소비해서 하는 운동이 있는가 하면, 여유를 생산해 주는 운동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바로 요가가 그런 운동인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라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한 편이거든요. 건강한 일상을 위해서 직장인들의 ‘퇴근’처럼 나만의 경계를 만들어 삶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요가는 쉼표 겸 마침표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동작을 통해 굳었던 몸이 자유로워지고, 명상과 머리 비우기로 정신도 한결 가벼워지는 일명 ‘요가로운’ 시간을 갖고 나면, 진짜 일상으로 퇴근한 기분이 들거든요. 진짜 ‘퇴근’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요가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요가 4년 차 & 아트디렉터이자 이누아리두리 일러스트레이터 김성욱(@inoo.ari.duri)

처음에는 요가 동작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몸을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바쁘게 따라 하기만 하던 시절이 지나니 궁금한 것들이 생겼죠. 어려운 도전 자세뿐 아니라 내 몸과 마음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서의 태도도 몰라보게 바뀌었죠. 일상에서 틈틈이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를테면 곧 찾아 올 여름의 더위며, 비 오는 날의 빗소리나 습도까지. 있는 그대로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리고 요가 수업을 진행하며 멤버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참 좋아요. 요가가 주는 건강한 즐거움을 나눌 수 있거든요. 요가 10년 차 & 숨 쉬는 고래 티처 전체린(@plainandsimple27)

요가는 글 쓰는 행위와 궁합이 좋습니다. 먹기 위해 운동한다는 시쳇말처럼 저는 쓰기 위해 요가를 합니다. 글을 쓰기 직전의 머릿속은 산만합니다. 방금 떠오른 아이디어, 오래 물고 늘어진 서사는 곧장 결과물로 나오지 않고 오랫동안 엉켜 있기 때문이죠. 몸도 그렇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타이핑할 때 등과 어깨가 굽고, 소파에 기대거나 반은 누운 자세로 책을 쌓아두고 읽을 땐 허리가 굳습니다. 이렇게 몸과 정신에 먼지와 독소가 쌓이면 요가원에 가거나 거실에 매트를 깝니다. 편한 옷을 입는 것 외에 아무것도 챙길 게 없어서 좋습니다. 오히려 챙기기보다 덜어내는 데 집중해야 하죠. 다양하고 화려한 선택지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위해 전전긍긍했던 몸은 그냥 여기 있는 선택을 합니다. 더 좋은 것도 더 훌륭한 것도 필요 없습니다. 요가는 ‘인류세’라 명명된 시대에 더 나은 삶보다 담백하게 퇴보하는 삶을 지향할 용기를 줍니다. 마치 글을 완성하기 위해, 덜어낼 것을 찾는 퇴고와 비슷합니다. 제가 요가를 사랑하는 이유예요. 요가 4년 차 & 시인 백가경

사진
@emilyoberg,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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