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서 손끝으로, 돌체앤가바나

김신

돌체앤가바나는 자신들의 40여 년 역사가 압축된 브랜드 최초의 전시<From the Heart to the Hands: Dolce&Gabbana>를 통해 수작업의 가치에 경의를 표한다.

베네치아 유리 공예 예술에 경의를 표하는 방. 반복적인 샹들리에가 연속적으로 펼쳐져 있다.

이탈리아 남부의 열정을 담은 관능적이며 화려한 패션을 선보여온 돌체앤가바나. 40여 년간 혁신적인 컬렉션을 만들어온 그들의 영감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4월 7일 밀라노에서 선보인 브랜드 최초의 전시 의 타이틀 ‘심장부터 손까지’라는 뜻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전시는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가슴’에서 형태를 완성하는 ‘손’까지 두 창립자의 놀라운 창작 과정을 탐험하며, 브랜드의 근원인 이탈리아 문화를 영감으로 창작된 작품을 소개한다. 소개에 앞서 그들이 선택한 장소, 밀라노 팔라초 레알레는 무척 특별하다. 이곳에서는 매년 위대한 예술적 흐름과 아티스트에 초점을 맞춘 전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1950년대에 시작한 이 전통은 밀라노 시의 지원 아래 전 세계의 주요 박물관과 맺은 파트너십, 전시 기획 전문가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저명한 작가이자 교수이며 파리 장식미술 박물관의 디렉터와 덴버 미술관의 패션 및 텍스타일 아트 큐레이터를 역임하고 있는 플로렌스 뮐러가 큐레이팅에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바로크풍으로 꾸민 디보션 방.

플로렌스 뮐러는 장인 기술, 시각 예술과 건축, 이탈리아와 전통, 혁신, 연극, 음악, 오페라, 발레, 그리고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등 두 디자이너의 작업에 영감을 준 다채로운 문화적 레퍼런스를 강조하는 10개 주제로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 여정은 팔라초 레알레 바깥에 설치된 현대 시각 예술가 다섯 명, 펠리체 리모사니(Felice Limosani), 오비어스 아(Obvious
Art), 알베르토 마리아 콜롬보(Alberto Maria Colombo), 콰욜라(Quayola), 비토리오 보타파체(Vittorio Bonapace), 카텔루(Catelloo)가 제작한 디지털 아트워크로 시작된다.

이어 전시는 10개 방에서 패션 하우스의 본질을 뒷받침하는 주요 주제를 탐구한다. 첫 번째 방에서는 수작업의 가치를 의미하는 ‘Fatto a Mano’, 즉 핸드메이드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돌체앤가바나의 ‘알타 모다’ 컬렉션의 그랜드 투어에서 영감을 받은 안 두옹(Anh Duong)의 그림이 관객을 맞이하는데 상징성이 강한 그녀의 그림은 전시된 의상과 근사하게 공명한다. 두 번째 방은 베네치아 전통 유리 공예 예술을 살핀다. 전시된 의상을 장식하는 정교한 자수와 크리스털 디테일이 돋보이게 디자인한 거울과 샹들리에가 펼쳐지며 황홀한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아름다운 것을 한꺼번에 투입하니, 심장박동은 빨라진다. 마음을 가다듬고 건너간 세 번째 방은 돌체앤가바나의 영감의 원천으로 꾸준히 언급되는 루키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의 1963년 영화인 <표범(Il Gattopardo, The Leopard)>에 대한 찬탄으로 가득 찬 방이다.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유명한 영화 속 상징적인 장소가 떠오르는 이 공간에서는, 유명한 무도회장 장면을 재현하는 몰입형 전시를 선보인다.

바로크 시대의 스투코 작업에 헌신해온 자코모 세르포타에 경의를 표한 방.
이탈리아 극장의 내부처럼 재구성한 열 번째 오페라 방.
시칠리아 장인의 숙련된 기술이 옷 안에 펼쳐진 방.

네 번째 방은 바로크풍 분위기로 꾸민 ‘디보션’! 이곳은 아이코닉한 ‘새크리드 하트(Sacred Heart)’의 보호 아래, 현대적인 성전을 연상시킨다. 시칠리아 블랙의 매력과 황금의 풍족함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알타 모다’와 ‘알타 조엘레리아’ 창작물을 담은 보물 상자 같은 곳이다. 이 경이로운 것들을 다 소화시키기 전에 도착한 다섯 번째 방은 이번 전시의 핵심 테마를 품은 곳이다. 돌체앤가바나의 알타 모다, 알타 사토리아, 알타 조엘레리아의 공방처럼 특별한 시선을 제공하는 곳으로 하우스의 아틀리에를 충실히 재현한 이 공간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재단사, 재봉사 및 장인들이 시연하며, 이를 통해 방문객은 작품들의 창작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장인들의 숙련된 솜씨를 엿보고 감탄하며 여섯 번째 방으로 넘어가니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영감을 받은 건축학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 펼쳐졌다. 비디오 매핑 기술을 활용해 설치된 몰입형 설치물이 방 안의 중심에 위치한 르네상스 예술 작품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어 일곱 번째 방은 시칠리아 장인 전통의 풍부함의 상징인 마욜리카와 시칠리아 수레 장인들을 특별히 수작업으로 그려진 설치물로 표현했고, 여덟 번째 방은 바로크 시대의 대가이자 스투코(Stucco) 작업에 헌신해온 자코모 세르포타(Giacomo Serpotta)에 대한 애정을 전하며, 전시된 알타 모다 ‘Stucchi’ 컬렉션의 드레스가 공간과 아름다운 시각적 심포니를 드러낸다.

유리 공예 장식의 알타 모다 드레스.

아홉번째 방은 신화, 풍부함, 그리고 꿈의 차원을 반영한 공간이다. 한쪽에는 ‘알타 모다’ 컬렉션 속 고대 그리스 신들을 형상화한 브랜드 드레스들이 전시되고, 다른 한쪽에는 이탈리아 비잔틴 대성당의 풍부함을 기리는 우아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알타 사토리아 창작물이 자리한다. 그리고 마침내 전시는 열 번째 방에서 마무리된다. 이 방은 이탈리아 오페라 세계와 돌체앤가바나의 비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곳으로, 이탈리아 극장의 내부처럼 공간을 재구성하고 진홍색 커튼과 박스 좌석을 배치해 디자이너들이 사랑하는 오페라에서 영감을 받은 창작물들이 마치 오페라 주인공처럼 자리한다. 개인적으로 한 편의 오페라를 감상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 마지막 방이 깊은 울림과 여운을 주었다.

앰배서더 도영
앰배서더 문가영
디자이너 돌체&가바나.


두 디자이너가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지식과 시각 예술, 건축, 음악, 이탈리아 전통, 연극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한 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머릿속을 탐험한 기분과 동시에 남은 감정은 존경과 경외심이었다. 더불어 자신들의 신념을 바탕으로 하나의 아트피스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겪었을 고뇌의 순간도 스쳐 간다. 전시는 4월 7일~7월 31일까지 퍼블릭으로 진행된다. 두 디자이너가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준다는 의미다.

예매는 mostradolcegabbana.com 과 palazzorealemilano.it 에서 가능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돌체앤가바나의 뜨거운 심장과 따뜻한 손의 온기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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