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포드 없는 톰 포드, SUMMER24 톰 포드 컬렉션

명수진

Tom Ford Summer 24 컬렉션

톰 포드 2024년 summer 컬렉션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호킹스의 데뷔 전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누구보다 화려한 쇼맨십과 스타성을 갖췄던 디자이너의 은퇴 선언으로 그야말로 ‘톰 포드 없는 톰 포드’가 되었는데 미래는 과연 핑크빛일 수 있을까? 게다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호킹스는 톰 포드가 직접 선임한 톰 포드의 오른팔로 그는 25년 전 톰 포드 시절의 구찌에 입사하여 최근까지 함께 일하며 톰 포드 남성복의 수석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고, 아내인 휘트니 브롬버그(Whitney Bromberg)는 톰 포드의 커뮤니케이션 부분 부사장까지 역임하여 인연이 상당히 깊다. 9월 21일 목요일 밤, 밀라노 팔라초 델 기아초(Palazzo del Ghiaccio)에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던 무대가 공개됐다!

피터 호킹스는 흑인 최초의 슈퍼모델 도니알 루나(Donyale Luna)에게 영감을 받아 이번 컬렉션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1960년대 데뷔한 이후 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전설적 포토그래퍼 리처드 아베돈의 뮤즈였던 도니알 루나는 1970년대의 화려함을 일깨우기 제격인 아이콘이다. 하지만 컬렉션을 관람한 이들은 영감이 된 뮤즈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개성보다는 ‘구찌 by 톰 포드’의 래퍼런스를 확인하며 톰 포드의 90년대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새삼 깨닫는데 그쳤다. 1996년 SS 시즌 구찌에서 모델 앰버 발레타가 입고 등장한 화이트 저지 홀스빗 드레스를 비롯해 기네스 팰트로가 착용하여 당대 유행을 이끌었던 구찌의 글래머러스한 벨벳 팬츠 슈트까지, 톰 포드가 그런지 스타일의 유행을 날려버리고 전설적인 클럽 <스튜디오 54>의 화려함과 섹시함을 전파했던 시절을 고스란히 재현한 듯한 컬렉션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악어가죽 블레이저, 모터사이클 재킷, 펜슬스커트, 보디 콘셔스 드레스까지 톰 포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이 등장했고, 연회장 스타일로 벨벳으로 감싼 베뉴부터 심지어 피날레 디자이너가 착용한 직사각 프레임의 안경까지 톰 포드의 전성기와 싱크로율이 너무나 높았다.

톰 포드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제냐와 협력하여 모든 소재는 컬렉션을 위해 독점적으로 개발된 것이며, 피터 호캉스는 ‘여성복의 테일러링을 남성복만큼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밝혔다. 25년 동안 함께 한 전임자에게 보내는 오마주 혹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브랜드를 견고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다음 시즌에는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해석을 제시하길 기대해 본다.

유니폼의 재해석, 24SS MM6 메종 마르지엘라 컬렉션

옷은 움직이는 거야! 24SS 프라다 컬렉션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Tom 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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