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움직이는 거야! 24SS 프라다 컬렉션

명수진

Prada 2024 S/S 컬렉션

프라다는 폰타지오네 프라다(Prada Fondazione) 내부에 지난 6월 맨즈 패션위크를 통해 선보였던 세트 – 런웨이 위를 흘러내리는 액체 슬라임 – 를 재현하고 유기적 형태와 몸의 절대적 자유를 찾는 여정을 지속했다. 다소 난해한 철학적 질문은 화이트, 아이보리, 페일 세이지와 핑크 컬러 오간자와 가자르로 만든 시어한 드레스로 형상화되었다. 모델들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오간자 자락이 드레스 뒤에서 마치 증기 구름처럼 몽환적으로 펄럭이는 모습은 프라다가 말하는 ‘고체로서 파악할 수 없는 소재의 움직임’이라는 설명을 즉각적으로 이해시켰다. 고체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은 프린지 장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얇고 가벼운 프린지로 만든 셔츠, 스커트, 원피스는 런웨이 위로 흘러내리는 슬라임 액체처럼 시시각각 제멋대로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20년대 플래퍼 혹은 로큰롤 스타일을 연상케하는 화려한 프린지에 ‘그랜드파 스타일’의 투박한 카고 베스트와 필드 재킷을 매치한 반전도 프라다 다운 선택.

더욱 예리하게 다듬어진 프라다의 시그니처 그레이 슈트도 관객의 뇌리에 콕 박힌 아이템이다. 맨즈웨어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어깨와 소매는 더욱 넉넉하게 재단하는 대신 재킷을 팬츠 안에 넣어 입는 스타일링으로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것이 특징. 여기에 가벼운 보일 케이프를 레이어링 하여 색다른 분위기를 낸 것이 흥미로웠다. 케이프나 두건 같은 헤어 기어는 어쩐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냈는데, 런웨이의 BGM으로 1958년 영화 <현기증(Vertigo)>의 사운드트랙이 흘러나오자 히치콕 감독의 영화가 이번 컬렉션의 일부 모티프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프라다는 2024년 SS 컬렉션을 통해 20년대, 50년대, 90년대 등 다양한 시대의 레퍼런스를 인용했다. 실버 아일릿 디테일을 적용한 레더 드레스 역시 90년대 미니멀리즘의 전성기에 선보인 바 있는 프라다의 아카이브를 새롭게 해석한 것이었다. 또한 브랜드의 공동 창립자이자 미우치아 프라다의 할아버지인 마리오 프라다(Mario Prada)가 1913년에 선보인 실크 모아레 소재의 이브닝 백을 재해석하여 선보인 것도 흥미로웠다. 라프 시몬스는 ‘1913년의 프라다 백을 동일하게 복제하여 나파 레더와 리나일론 소재를 적용했다’며 이 흥미로운 백에 대해 설명했다. 이 밖에도 그레이 슈트와 매치한 프라다의 시그니처 레이스업 더비 슈즈, 매혹적인 라임과 오렌지 컬러의 키튼 힐 스퀘어 토 뮬 등 액세서리 역시 빈틈없이 매력적이었다. 피날레에는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라프 시몬스, 미우치아 프라다와 함께 파비오 잠베르나르디(Fabio Zambernardi)가 등장했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오른팔이었던 그가 프라다를 떠나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보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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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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