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브랜드 ‘마메 쿠로구치’에 대하여

정혜미

옛것과 현대적인 것의 조화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디자이너 마이코 쿠로구치와 나눈 이야기

정교한 디테일과 예술성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여성복 브랜드 ‘마메 쿠로구치’. 옛것과 현대적인 것의 조화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디자이너 마이코 쿠로구치가 전개하는 브랜드로 일본의 전통 공예에서 영감을 받아 그들의 노하우와 첨단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컬렉션을 선보인다. 그녀가 빚어낸 아름다운 작품, 마메 쿠로구치에 대하여.

디자이너 ‘마이코 쿠로구치’
매 시즌 파리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펼치는 ‘마메 쿠로구치’의 디자이너. 동아시아 전통 공예에 기반한 방대한 리서치와 자연에서 모티프를 얻은 섬세한 여성복을 선보인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 영감을 발견하고 여성의 신체 곡선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마메 쿠로구치의 컬렉션은 전통과 현대의 탁월한 결합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기억과 정체성, 유물, 건축 및 문학과 같은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여성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마이코 쿠로구치를 인터뷰했다.

<W Korea> 한국은 이번이 첫 방문인가요?

마이코 쿠로구치 아뇨, 네 번째예요. 이번엔 편집숍 아데쿠베에서 마메 쿠로구치의 2024 프리폴과 F/W 컬렉션을 소개하기 위해 왔어요.

인터뷰 전에 차를 직접 우려주고 싶다고 하셨죠?

차를 좋아해요. 일하는 동안에도 중간중간 시간을 내서 마실 정도로 즐깁니다. 그래서 특별히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아데쿠베와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2018년 컬렉션부터 함께했으니, 꽤 오래됐죠. 아데쿠베는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편집숍 아데쿠베에서 열린 마메 쿠로구치의 프레젠테이션.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할 수 있어요. 마메 쿠로구치라는 브랜드를 직접 소개해주시죠.

일본의 전통 공예에 기반한 여성복 브랜드예요. 다양한 공예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마메 쿠로구치에 접목해 녹여내죠.

전통 공예에 주목한다니 너무 멋지네요. 전통 공예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다면요?

이세이 미야케에서 일할 때 일본의 여러 공예 장인을 접할 일이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공예의 예술성에 눈뜨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나가노’라는 일본의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그 당시 경험한 많은 공예품이 저에게 영감을 주었죠.

과거와 현재를 접목하는 디자이너만의 방식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낡은 공예품 속에서도 현대적인 모습을 발견하려고 해요. 그것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기보다는, 그 자체의 매력을 포착하고 모던함을 끌어내는 식이죠.

이번 2023 프리폴 컬렉션은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보낸 시간을 담았다고요.

남프랑스에 있을 때 느낀 여행의 기억을 표현했습니다. 아를에는 하얀 돌로 만든 벽들이 참 많아요. 전체적으로 새하얀 느낌이 강하죠. 평소에 검은색 옷을 즐겨 입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얀 돌에서 나온 가루가 옷에 묻은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소재가 굉장히 독특한 것 같아요.

소재에 가장 큰 힘을 기울여요. 실크지만 파우더리하면서도 뽀송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 당시에 받은 느낌, 제 기억을 통해서 말이죠.

2023 S/S에 이어 F/W 시즌에도 대나무 바구니에서 영감 받은 컬렉션을 선보였어요.

저는 메인 컬렉션인 S/S와 F/W, 두 시즌을 하나의 동일한 주제 아래 진행하려고 해요. 프리폴 컬렉션은 중간에 쉬어 가는 느낌이고요. 2023 S/S 시즌엔 전통 방식의 대나무 바구니를, 이번 F/W 시즌에는 좀 더 대담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의 대나무 아이템을 모티프로 했습니다.

로칸사이 이즈카의 작품을 차용한 거죠?

맞아요! 대나무의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 작가의 예술성을 반영하고 싶었죠. 대나무 바구니의 실루엣이나 그림자를 통해서요. 서로 얽히고설킨 대나무 사이로 보이는 그림자를 반영해서 패턴을 만들었습니다. 프린트 자체도 마찬가지고요. 종이접기를 하듯 접은 상태로 진행하는 오리가미 염색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그래픽 의상이 탄생한 거죠.

로칸사이 이즈카(1890~1958)의 작품.

F/W 컬렉션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장인을 만났어요. 단순히 배우게 된 제작 방식보다는 장인 분께서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아요. ‘가장 아름다운 건, 대나무 그 자체다’라는 말이죠. 크게 감명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느낀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대나무 자체에 매료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즉 대나무 본래의 아름다움에 집중했죠.

가장 마음에 드는 F/W 룩을 소개해주세요.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그래도 굳이 하나만 고르라면, 양털로 만든 코트예요 보통의 양털 코트는 실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코트는 마메 쿠로구치만의 독자적인 슬라이버 기술을 활용해 만들었어요. 털뭉치 자체를 활용해서요. 그래서 굉장히 가볍고 따뜻합니다. 그리고 패턴 역시 일부러 만들어낸 프린트가 아니라 양털의 조합으로 탄생한 것이 특징이고요.

디자이너가 꼽은 2023 F/W 베스트 룩.

어떤 여성이 마메 쿠로구치의 옷을 입으면 좋겠나요?

사실 누가 입어도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진심이고 열정적인, 진취적인 여성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분이 입으면 특히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패션, 전통 공예 말고도 요즘 관심 있는 분야가 있나요?

건축과 아트 등에도 흥미가 있어요. 사실 그런 전문적인 분야 외에, 평소 일상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길에 핀 잡초나 떨어진 낙엽 같은 평범하고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흥미로워요.

포기할 수 없는 본인만의 철칙이 있다면요?

저는 굉장히 작은 체형의 소유자예요. 브랜드를 하기 전에는 딱 맞는 사이즈의 옷을 찾는 게 무척 힘들었어요. 그래서 실제 옷을 착용했을 때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샘플이 나오면 제가 직접 입어봐요. 입어서 멋있어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꼭 맞는 듯한 실루엣을 느꼈을 때의 희열이 있죠. 누가 입어도 몸을 감싸는 듯한 편안한 착용감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오리가미 염색의 알파카 울 니트.

마메 쿠로구치의 2023 F/W ‘Bamboo Interactions’ 룩.

여성의 신체 곡선을 아름답게 표현하기로 유명하죠. 앞으로 남성 컬렉션을 진행할 계획은 없나요?

마메 쿠로구치의 컬렉션을 남성이 착용하는 경우가 가끔 있긴 해요. 하지만 일단 제가 입었을 때의 실루엣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서, 당장은 남성 옷을 만드는 건 조금 어렵지 않을까요?

마메 쿠로구치를 가장 잘 표현해줄 한 단어가 있을까요?

‘망상’.

그 이유는요?

평소에 망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거창한 건 아니고요. 지금 저희가 함께 보고 있는 테이블 위에 놓인 식물을 보고 어떻게 천으로 만들면 좋을지 생각하는 식이죠. 저의 상상,
즉 망상으로부터 시작된 완성품을 사람들이 기쁘게 입어주는 것. 그것이 저의 큰 즐거움이에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전 세계적으로 장인들이 줄어들고 있죠. 패션은 장인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들과 꾸준히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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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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