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피어나, 지민

권은경

무대 위에서 방탄소년단의 지민은 늘 몸짓으로 이야기를 쓴다. 날렵하고 가뿐하게, 혹은 강인하고 웅장하게. 그런 지민이 잠시 땅을 딛고 안착했다. 언제나 그만의 아름다운 기운을 발산하는 남자가 <더블유> 카메라 앞에서 꽃처럼 피어났다.

던컨 그랜트의 작품을 활용한 슬리브리스 크루넥 니트, 검정 팬츠, 실버 커피빈 네크리스, 네오프렌 소재의 디올 가든 부츠는 모두 Dior Men 제품.

서울 근교에 자리한 어느 대형 스튜디오. 꽃무늬를 입은 자동차 세 대와 매트리스,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스태프와 세트 장비들, 그리고 디올 의상들 사이로 지민은 조용하고 가볍게 움직였다. 오늘의 주인공을 위해 준비된 디올 2023 서머 컬렉션은 포멀한 룩이나 캐주얼한 룩이나, 모두 무심한 듯 화려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이번 남성 컬렉션에 디올 하우스 창립 75주년을 맞이하여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의미와 디올의 전설적인 정원 이미지를 녹여냈다. 스튜디오 바닥의 한쪽 영역도 컬러풀한 꽃들 차지였다. 커버 화보 촬영장에는 언제나 독자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더 많은 스태프들이 있다. 촬영을 마친 후 모두가 조금씩 꽃을 기념품으로 나눠 가진다면, 아직 온전한 상태의 고운 식물이 아깝게 폐기 처분될 일은 없다는 뜻이다.

꽃으로 둘러싸인 매트리스 위에서 지민은 폴짝거리며 점프하거나 몇 번이고 몸을 날리며 뒤로 쓰러졌다. 그럴 때 떠오르는 건 무대 위 지민의 춤이었다. 예고에서 무용을 전공한 지민이 제자리에서 한 번 점프를 하면, 그는 그냥 점프를 하는 게 아니라 비상한 뒤 공중에서 잠시 머무른다. 그저 찰나의 순간을 담고자 한 우리 앞에서 크고 높이 도약하던 지민. 커다란 벽에 거인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너의 마음속 깊은 어딘가 / 여전한 소년이 있어 / My Moment Is Yet To Come.” 2022년 6월, 10년 차 그룹인 방탄소년단의 역사를 CD 세 장에 차곡차곡 담은 <Proof>가 나왔을 때, 그 앨범에 실린 신곡 세개 중 하나인 ‘Yet To Come’의 가사다. ‘아직 우리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영광의 한 챕터를 정리하면서 미래를 기약하는 메시지를 남기기에 이보다 적절한 문장이 있을까? 지난 몇 년간 방탄소년단은 속도감과 밀도감이 뜨겁게 공존하는 이름이었다. 그토록 거대하면서 촘촘한 인기가, 그토록 무시무시한 속도로 널리 퍼진다는 건 좀처럼 믿기 힘든 일이었다. 나는 방탄소년단 덕분에 전 세계 낯선 도시들의 이름을 종종 검색하곤 했다. 이 팀의 자장은 지구 전체에 걸쳐 있었고, 어떤 경우는 지구본이나 세계 지도를 들여다봐야만 물리적 거리에 대한 감이 조금이라도 잡혔기 때문이다.

지금은 방탄소년단 멤버 각자의 또 다른 챕터가 진행 중인 시점이다. 제이홉과 RM은 각각2022년 7월과 12월에 첫 공식 솔로 앨범을, 진은 10월에 첫 솔로 싱글을 냈다. 다음 주자는? 지민의 솔로 앨범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아직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문제였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솔로를 만날 수 있는 시점이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거라고 짐작한다. 이 책이 나오기 전 <더블유> 인스타그램 계정에 선공개된 커버 6종 이미지에 대한 반응을 비롯해(예상은 했지만 엄청난 그 호응에 놀랐다), 아티스트 지민의 저력을 보여주는 증거는 오늘도 쌓이고 있다. ‘Filter’는 2020년 2월에 나온 방탄소년단 앨범 <MAP OFTHESOUL : 7>에 실린 지민의 솔로곡이다. 이 곡은 1월 초 현재 스포티파이에서 3억4700만 이상 스트리밍을 돌파했다. 지민에게는 그가 약 4년 전 사운드 클라우드에 공개한 자작곡 ‘Promise’, 지민이 프로듀싱하고 뷔와 함께 부른 ‘친구’, 뛰어난 퍼포먼스로 꾸준히 조명받는 솔로곡 ‘Serendipity’나 ‘Lie’ 등의 자취도 있다. 이 곡들이 발매 1주년, 2주년을 맞을 때마다 지민의 팬들이 그 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념하는 건 감탄스러운 일이다.

스튜디오에서 지민의 음악적 자취를 더듬는 사이, 조금 전까지 눈앞에서 도약하던 그는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지민이 세피아 조명 아래 다리를 꼰 채 참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처음 본 순간에는 왠지 모르게 모딜리아니의 초상화가 떠올랐다. 그가 카메라에 연결된 셔터 줄을 잡고서 셀피를 찍는 마지막 시도에 이르러서야 조금 개구쟁이 같은 얼굴도 볼 수 있었다. 2014년 겨울, 신인그룹 방탄소년단이 <더블유>와 화보를 찍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시 앳된 얼굴을 한 멤버들은 팀이 세운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신인상, 콘서트, 가요 프로그램 1위.’ 과거의 책과 곧 인쇄될 매끈한 종이를 나란히 보던 나는 부모라도 된 양 가슴이 뻐근해졌다. 바른 지민은 그 촬영을 기억하고서 ‘재회’라는 말로 첫마디를 시작했다. 우리의 인터뷰는 북적거리는 스튜디오에서가 아닌,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최근 ‘기록’에 심취한 그에게는 말보다 텍스트가 더 어울릴 수도 있는 일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한 이야기는 그에게서 스타의 갖은 포장을 거둬내고 남는 본래의 박지민이 누구인지 물은 대목에서 나왔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친구들과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 한 잔 마시는 걸 제일 좋아하는 엉뚱한 친구.’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바라보듯이 ‘친구’라는 호칭을 쓴 지민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상상해본다.

던컨 그랜트의 작품을 활용한 슬리브리스 크루넥 니트, 검정 팬츠, 실버 커피빈 네크리스, 네오프렌 소재의 디올 가든 부츠는 모두 Dior Men 제품.

<W Korea> 드디어 커버 아티스트로 만나게 되어 반갑고 기쁩니다. 디올의 앰배서더가 된 것도 축하해요. 조만간 패션위크에 가죠?
Jimin 우선 <더블유>와 오랜만에 재회해서 정말 기쁘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세계적 브랜드인 디올의 앰배서더가 된 일도 정말 감사하고 뜻깊게 생각하고 있어요. 함께할 기회가 생긴 만큼 패션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고, 또 디올에 많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요. 제가 패션위크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많이 떨릴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해요.

부모님께 디올 앰배서더가 됐다고 전했을 때, 또 작년 상반기에 백악관에 간다고 전했을 때 돌아온 반응을 기억하나요?
부모님은 늘 행복한 표정으로 ‘우리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하세요. 저에게도 방탄소년단이라는 자부심을 새삼 느끼게 한 계기들이었고요.

지민 씨 솔로 앨범이 언제 발매될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요즘 앨범 관련 작업을 하고 있겠죠.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요? 고민이 커요, 바빠도 가뿐해요?
힘들다거나 마음의 변화가 있지는 않아요. 다만, 곧 선보일 여러 가지 것들을 준비하는 시기인 만큼 방향이나 계획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중이에요. 몸을 바삐 움직이기보다는 생각이 많은 시기랄까요(웃음).

2022년 상반기에는 친구 하성운 씨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사운드트랙인 ‘With You’를 불렀죠. 방탄소년단의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의미의 대규모 앨범 <Proof>도 나왔고요.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어떤 쉼의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해요. 의미 있는 생각 정리를 좀 했는지, ‘나는 이랬구나’ 하고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 부분은 있는지. 데뷔 후 처음 가져보는 성격의 시간이었겠죠.
‘지금의 나 자신’이 느끼는 기분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매번 어떤 순간에 느끼는 것들을 바로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순간순간 드는 감정을 최대한 자세히 기록해두려고 했습니다. 왠지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사실 최근 몇 년간 방탄소년단도, 저도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그 시기를 단단하게 잘 지나온 만큼, 현재의 감정과 생각을 기록해두면 나중에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훨씬 잘 이겨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한마디로 제가 최근에 보낸 시간은 내가 뭘 느끼고 있는지, 특히 이전에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행복했고 혹은 지쳤는지 돌아보고 짚는 시간이었어요.

지민 씨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뭐예요? 소소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그걸 기록한다면 일단 첫 줄에 아미가 등장할 거라는 점은 알아요.
아미라고 말하면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말 팬들을 빼놓을 수가 없어요(웃음). 오래전부터 행복한 일이든 슬픈 일이든 팬분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으니까요. 사소한 행복이라면,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제 유일한 취미이자 여가 활동입니다.

지그재그 스티치와 그로그랭 리본이 돋보이는 흰색 코튼 캔버스 워크웨어 재킷과 워크웨어 팬츠, 조개 형태 네크리스는 모두 Dior Me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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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 Volume 2가 발행되기 전인 1월 13일, 피처링으로 참여한 태양의 싱글 ‘VIBE’가 나와요. 두 사람의 매력과 스타일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을 찾았어요. 우선 춤과 보컬 양쪽을 탄탄하게 잡고 있는 아티스트들입니다. 그리고 지민과 태양의 보컬에는 섬세한 감수성이 배어 있어요. 하이톤 목소리이면서 고음에도 강하죠.
태양 선배님은 저에게 우상 같은 존재예요. 언젠가는 그분과 음악 작업을 같이해보겠다는 목표를 갖고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어릴 때부터 선배님의 활동을 보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죠. 그래서 곡 작업을 같이하자고 선배님이 먼저 제안해주셨을 때, 거짓말처럼 느껴졌어요. 이번 기회에 옆에서 같이 작업하면서 제 생각보다도 더 멋지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작업하는 과정 내내 하나하나 챙겨주는 섬세함에 또 감동했고요. ‘정말 노래 잘하고, 무대 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라고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Proof> 앨범이 나올 때쯤 위버스 매거진에 올라온 인터뷰를 보니, 프로듀서들과 한동안 같이 붙어 있으면서 뭔가를 계속 시도해볼 거라고 말했더군요. 음악 작업을 할수록 뭔가 해소되는 느낌이 드나요, 점점 더 생각이 많아지나요?
프로듀서들에게 ‘이건 어때?’, ‘저건 어때?’라고 물으면서 음악 작업을 해왔는데요. 확실히 ‘즐겁다’는 감정을 정말 많이 느꼈어요. 하면 할수록 즐거워서,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게끔 우리 멤버들이 저한테 ‘음악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 말해준 거구나 싶더라고요. 다만 예전의 감정을 토대로 해서 그것을 창작으로, 작업물로 연결시키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어요. 그건 마냥 쉽거나 즐겁지만은 않더라고요(웃음).

지민 솔로 앨범의 출발점이 될 ‘내가 가장 원하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답은 찾았나요?
거창하고 명쾌한 답을 찾지는 못했네요. 그냥 단순히 ‘지금 하는 일을 오래, 더 잘하고 싶다’ 외에는 딱히 더 적절한 표현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차근차근 하나씩 되돌아보면서 제 지난 감정을 되새기고 정리하는 중인가 봐요.

추구하는 이상적인 무대에 대해 지민 씨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모습을 최고치로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죠. 음악과 퍼포먼스의 콘셉트에 맞춰 와일드함의 최고치, 섹시함의 최고치, 귀여움의 최고치 식으로. 최고치와 최대치는 완벽주의와 비슷하면서 좀 다른 의미 같아요. 몸과 마음 다 바쳐 으스러질 것처럼 노력하면 ‘최고치’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냉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대치로 노력해서 나온 결과, 그리고 그 결과에서 나오는 감동은 차원이 다르다고 봐요. 그 ‘다른 결과’가 나오려면 오롯이 하나에 초점을 맞추고 노력해야 하죠.

방탄소년단 스페셜 앨범인 <BE>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거나 솔로곡들을 작업해본 건 앨범에 도전하기 전 의미 있는 경험치가 되어줬을 듯해요. 첫 자작곡은 사운드 클라우드에 공개한 ‘Promise’죠. 지난여름 제이홉 씨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솔로 작업을 앞두고 과거 믹스 테이프를 쭉 들어보면서 생각 정리가 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지민 씨 경우는 어때요?
솔직하게 말하면, 음악 작업에 다가가기가 더 어려워졌어요(웃음). 얼마나 즐겁고 매력 있는 작업인지는 알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마음에 닿는 가사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새삼 멤버들이 더 대단해 보였어요. 저에겐‘나도 해내고 싶다’라는 마음과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공존했던 것 같아요.

크리스찬 디올 쿠튀르 우븐 라벨이 장식된 울 피셔맨 모크넥 지퍼 재킷은 Dior Men 제품.

던컨 그랜트의 작품을 활용한 캐시미어 브이넥 니트, 블루 울 크레페 플레어 팬츠, 네오프렌 소재의 베이지 디올 가든 부츠, 조개 형태 네크리스는 모두 Dior Men 제품.

지민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유독 ‘아름답다’라는 수사가 많아요. ‘지민 비긴스’의 순간이 궁금합니다. 어린 지민과 춤의 첫 만남. 춤과 나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던 때요.
춤과의 첫 만남을 생생하게 기억해요. 중학생 때 교탁 앞 책상 쪽에서 친구들과 떠드는데, 교탁 위에 ‘방과 후 활동’ 내용이 적힌 가정통신문이 놓여 있었어요. 거기에 ‘브레이크 댄스’가 있더라고요. 친구들과 ‘이거 배우면 인기 많아질 수 있다. 우리 꼭 하자!’라고 하면서 다 같이 시작했습니다(웃음).

그 나이 때의 박지민은 어떤 아이였나요? 어릴 때 살던 동네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을 이야기해주세요. 그 장면들 속 지민을 연상해보고 싶거든요.
저는 어릴 적 살던 동네와 학교 근처 모든 곳이또렷하게 기억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하면… 학교를 마친 뒤 친구 집으로 가서 놀았어요. 내일은 이 친구 집, 모레는 저 친구 집, 이렇게요. 우리끼리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고, 뛰어놀던 때가 떠올라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제가 아는 어느 뮤지션은 초등학생 때 마이클 잭슨 카세트테이프를 산 이후 ‘음악이라는 게 사람을 이렇게 조져놓을 수 있는 거구나’ 느꼈다고 해요. 동요와 찬송가 정도만 알던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거죠. 지민 씨도 살면서 어떤 아티스트를 보고 충격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 적이 있나요?
마이클 잭슨. 저 역시 그분의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많죠. 생전의 마이클 잭슨을 보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워요. 저는 크리스 브라운과 어셔, 그리고 한국에선 빅뱅을 포함한 수많은 아이돌 선배님들의 무대를 보면서도 충격을 받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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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장에서 말이에요. 까만 하늘에 은하수처럼 가득한 관중과 뜨거운 함성, 가지각색의 조명, 퍼포먼스와 카타르시스…. 그 속에서 격렬한 공연을 마치고 조용한 집으로 돌아가면, 잠들기 전까지 드는 생각과 상태는 어때요?
콘서트를 마치고 검은 천막 밑으로 내려오는 순간부터 호텔에 돌아가 잠들 때까지, 귀에 함성 소리가 맴돌아요. 그리고 무대가 끝난 뒤에도 다시 전율을 느끼는 순간이 있어요. 그게 꼭 감동이나 공허함이라는 한 가지 느낌으로 가득 차 있는 건 아니고, 여러 감정이 중첩되어 밀려와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 막 밀려오다가도 침대에 혼자 누워 있을 때면 공허해지고. 사실 지금 저에게는 감동스러웠던 기억만 크게 남아 있어서 무대가 무척 그리워요. 어서 무대에 오르고 싶고, 특히 멤버들과 함께 콘서트하고 싶어요.

연습생 시절이든 데뷔 후든 힘들어서 울었던 적 있나요? 그 무렵의 지민에게 지금의 지민이 한마디만 해줄래요?
힘들다고, 지친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소리치면서 운 적이 많죠. 그때의 지민에게 해줄 말은 딱히 없습니다. 그 시절을 다 보내고서 지금 여기에 와 있는데요(웃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마음에 드는 자신의 기질은 뭐예요? 제이홉 씨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 그는 ‘포용할 줄 아는 점’이라고 하더군요.
호기심? 저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참 많았던 거로 기억해요. 이해되지 않거나 궁금하면 알아내기 위해서 꼭 뭔가를 찾아봐야 했던….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성실하다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쓸데없는 것에 호기심이 컸던 것 같기도 하고요.

누군가에게 들었던 따뜻한 말, 기억나는 게 있나요? 누가 나를 굳이 위로하려고 한 말이 아닌데 따뜻하게 다가올 때도 있겠고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정말 많아요. 팬분들께는 제가 평생 다 갚지도 못할, 또 ‘살면서 얼마나 들어볼까’ 싶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여전히 듣고 있어요. 힘들 때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면서 꼭 안아준 매니저 형도 있고요. 같이 울어준 스태프들, 아무 말 없이 저의 집에서 며칠 동안 같이 지내준 친구들, 가족들…. 저는 다 기억합니다.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면서도 동시에 제가 너무 미안해질 때가 있는데, 바로 멤버들이 그저 ‘괜찮다’라고 해줄 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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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것 한 가지만 꼽자면요?
‘내가 그동안 참 많이 방황했던 것 같다’ 하면서 멤버들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멤버들이 정말 많이 위로해줬고, 솔로 앨범을 준비할 수 있게 큰 힘을 보태줬어요. 처음 힘들다고 느꼈을 때 멤버들을 찾아가 말을 꺼낸 저를 칭찬해주고 싶습니다(웃음).

어떤 요인이 지민 씨를 방황하게 만들었을까요? 감당하기엔 너무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꼈나요? 팀이 성공을 거둔 상태에서 지민 개인으로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나요? 아니면, 팬데믹 기간 동안 무대에 자주 서지 못했던 답답함이 컸을까요?
그 세 가지 이유가 다 해당되는 듯해요. 사실 방황하는 당시에는 그 이유를 잘 모른 채 방황하게 되잖아요. 시간이 좀 지나서야 그게 방황이었구나 알아채지만, 딱 부러지게 명확한 이유를 말하긴 어려운 거죠. 돌이켜보면 그때 당시에는 제가 마주한 상황을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해요. 여러 가지 고민이 조금씩 생기는 상황에서 그걸 받아들이지 않고 회피하려고 했나 싶어요.

지금 지민 씨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뭐 같아요?
시간요. 20대를 정리할 시간, 30대를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살아갈 방향을 모색할 시간이 필요해요. 또 제 앨범 작업을 완성할 시간, 친구들과 좀 더 놀며 즐길 시간 등등….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잠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그려볼 수는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지민 씨가 어떤 모습이길 기대하고 바라나요?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음악이나 무대 같은 일적인 면에서 여유롭고 싶다면 그걸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죠. 마음의 여유가 있으려면 제 마음이 그만큼 더 강해야 하고, 더 단단한 주변을 만들어야겠고요. 그렇게 되고자 하는 다짐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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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친구들과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 한 잔 마시는 걸 제일 좋아하는 엉뚱한 친구요

[ENG] Jimin in Full Bl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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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Jimin), W Korea 2023 Vol.2 스페셜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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