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을 지나며 소비자의 환경 인식은 더 높아지고,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는 더 강화됐다. 나와 지구 모두를 위해 지금 당신이 기억해야 할 것들.
재활용을 방해하는 민폐 용기
물에 한참을 담가둔 화장품 공병. 스티커를 떼다가 요즘 말로 ‘킹받아’ 버럭 분통을 터트렸다. 손톱보다 작게 조각나는 것도 모자라 끈적한 접착제를 남기기까지. 펌프를 열심히 세척한 다음에는 꽉 끼어 있는 금속 스프링 문제에 봉착했다. 멀고도 험한 분리배출의 길. 다행스럽게도 작년 3월부터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재활용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으로 표시하도록 한 재활용 등급제에서 화장품이 제외된 사실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화장품어택’ 운동과 서명 캠페인을 펼친 결과였다. 다만 화장품 용기의 90%가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되는 만큼 환경부는 2025년까지 회수율 30%, 2030년까지 70% 이상 용기를 역회수한다는 조건 아래 유예기간을 두었다. 이 때문일까? 최근 화장품 공병을 수거하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 칭찬할 만한 일임은 분명하나 공병 수거가 원활해져도 용기의 재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재활용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두 개 이상의 소재가 섞인 복합재질(재활용 마크 OTHER로 표기) 포장재를 단일 재질로 바꾸고, 설계 단계부터 분리배출이 용이하게 하며, 고체 타입이나 리필제품을 생산하는 등 각종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올해 1월부터는 바이오플라스틱의 분리배출 표시가 허용됐다. 석유계 플라스틱과 성질이 비슷하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바이오플라스틱을 ‘바이오HDPE’, ‘바이오PP’ 등으로 표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월 28일부터 시행된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 기준’ 개정안도 눈여겨볼 만하다. 합성수지와 금속 재질이 부착돼 분리가 불가능했던 화장품의 경우 기존 ‘재활용 우수’ 등급에서 ‘재활용 어려움’으로 등급이 조정됐기 때문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애초에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것. “유리, PET, PP는 재활용이 용이한 편이죠. 소비자가 이미 버린 것을 재활용한 PCR 소재를 선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보다 현명한 소비를 위해 용기의 소재를 면밀히 살피라는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의 조언이다. 특히 화장품 공병이나 뚜껑은 크기가 작고 색깔도 천차만별이라 선별 과정에서 간택되기 어려운 만큼 번거롭더라도 재활용 수거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나 업사이클링 업체에 반납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1. GIVENCHY BEAUTY 프리즘 리브르 스킨-케어링 매트 나사를 쉽게 풀어 분리할 수 있는 펌프와 72%의 재활용 플라스틱 뚜껑, 15% 재활용 유리병으로 만들었다. 30ml, 7만5천원대.
2. PRIMERA 페이셜 마일드 필링 묵은 각질을 제거하는 필링젤로 내용물은 기존 그대로, 재활용 플라스틱 PCR 용기와 쉽게 떨어지는 라벨로 리뉴얼됐다. 150ml, 3만원대.
3. ELASTINE 프로폴리테라 푸석한 모발용 고영양 샴푸바 재생종이 펄프 패키지에 친환경 소이잉크로 인쇄한 라벨로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했다. 푸석한 모발에 영양을 공급하는 고체 타입 샴푸. 100g, 1만5천9백원.
4. LUSH 포쉬 초콜릿 식물성 원료로 만든 비건 보디워시로 재활용 플라스틱 PP로 만든 블랙 포트에 담겼다. 이를 러쉬 매장에 반납하면 제품 용기나 뚜껑으로 환생한다. 225g, 3만6천원.
5. ORIGINS 닥터 와일 메가버섯 트리트먼트 로션 10배 더 강력해진 버섯 성분이 탄력 있는 피부로 가꿔준다. 업그레이드된 용기는 뚜껑을 제외하고 100% 재활용된 물질로 재생산됐다. 20ml, 4만9천원대.
6. AVEDA 샴푸어™ 너처링 샴푸바 지구의 달을 맞이해 출시한 한정판 고체 샴푸로 100% 재활용된 FSC인증소재 패키지에 담겼다. 수익금 전액은 깨끗한 물 운동을 펼치는 비영리 단체인 채러티: 워터 (Charity: Water)에 기부된다. 100g, 2만원대.
자원 선순환에 동참하는 공병 재활용과 다양한 혜택까지, 일석이조 효과 누리는 방법.
다 쓴 공병 반납하세요
✔️일부 메이크업 제품을 제외한 클라랑스 공병을 백화점 매장에 반납하면 별도의 분리 작업을 거쳐 재활용된 후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한다. 공병 지참 시 적립된 클럽 클라랑스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유리, 플라스틱 재질의 아떼 스킨케어, 헤어케어 본품 공병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반납하면 글로벌 재활용 컨설팅 기업인 테라사이클을 통해 재활용된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의 23개 국내외 뷰티 브랜드의 공병을 3개 이상 모아 테라사이클 공식 홈페이지에 접수하거나 전국 매장으로 반납하면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사용 가능한 S.I 포인트가 지급된다. 로이비 매장에서 비디비치 제품 공병을 반납하는 식으로 교차 반납이 가능해 더욱 편리하다.
화장품 분리배출 팁
step 1 내용물 비우기
재활용 마크가 붙어 있어도 오염된 용기는 재활용이 불 가능하다. 바닥까지 싹싹 사용하는 것이 최우선. 병뚜 껑은 열고 튜브형 화장품은 끝을 자르는 식으로 내용물 을 비우되 남아 있는 액체는 신문지나 폐지로 흡수하고 파우더는 최대한 부숴 일반 쓰레기로 배출한다. 그다음 빈 용기는 헹군 후 완전히 건조해 버릴 것.
step 2 분리하기
화장품은 대부분 포장재와 용기, 뚜껑, 라벨이 서로 다 른 소재로 만들어진다. 펌프 속 스프링, 스포이트와 유 리관 등 작은 부속품까지 최대한 분리한다.
step 3 배출하기
투명한 PET만 ‘투명 페트병’ 전용 배출함에 별도로 분 리배출하고 HDPE, PP, PVC 등 여타 소재의 플라스 틱은 모두 ‘일반 플라스틱’ 수거함에 배출한다. OTHER(기타)라고 표시된 복합재질용기는 재활용업 체의 선별 작업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니 일반 쓰레기 와 함께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린다.
용기 선택의 첫걸음, 리필 화장품
예뻐지려고 사는 화장품. 두 눈 부릅뜨고 재활용 마크를 찾자니 되려 미간에 주름이 잡히나? 보고 또 봐도 어려운 용기 소재.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면 리필 가능한 화장품부터 시작하자. 저렴한 비용에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운송 시 무게를 줄여 탄소발자국까지 절감할 수 있다.
1. PAUL & JOE 애니버서리 립스틱(리필) 브랜드 20주년을 맞이한 한정판 립스틱으로 아몬드꽃을 꽂은 고양이가 새겨졌다. 2.5g, 2만2천원대.
2. DEARDAHLIA 블루밍 에디션 파라다이스 젤리 싱글 아이섀도우(리필) 소이잉크로 인쇄된 친환경 지류에 담긴 말랑한 텍스처의 글리터 섀도. 1.3g, 1만4천원.
3. THE DIFFERENT COMPANY 화이트 자고라 오 드 뚜왈렛 오아시스에서 영감 받은 상쾌한 향으로 본품에 동봉된 깔때기로 리필을 채울 수 있다. 100ml, 15만3천원(본품), 9만6천원(리필).
4. BRITISH M 콤부차 샴푸 리필형 식약처 인증을 받은 약산성 탈모 기능성 샴푸. 750ml, 2만9천원.
5. BOBBI BROWN 엑스트라 리페어 아이크림 인텐스(리필) 탈착이 용이한 리필 형태로 더욱 강력해진 히알루론산과 황금 추출물이 눈 밑을 화사하게 가꿔준다. 15ml, 9만2천원대.
6. SHISEIDO 에센셜 에너지 하이드레이팅 크림(리필) 독자적인 3중 히알루론산이 부족한 피부 속 수분을 채워준다. 50ml, 5만8천원대.
7. CHANEL 레드 까멜리아 크림 주름을 개선하고 탄탄한 피부로 가꿔주는 크림으로 리필 구매 시 탄소발자국을 3배 이상 줄일 수 있다. 50g, 14만원(본품), 11만9천원(리필).
‘친환경’과 ‘마케팅’의 경계에서 다양한 브랜드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지금, 눈여겨봐야 할 뷰티 브랜드를 꼽았다.
여기 어때? 그린스토어
재활용 자재를 활용한 자원순환 매장부터 원하는 만큼만 담아 구입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까지, 리사이클링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 3.
1. 키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키엘의 ‘퓨처 메이드 베터(Future Made Better)’ 캠페인의 일환으로 2월 오픈한 자원순환 매장. 고객의 참여로 회수된 키엘 공병 320kg은 벽면의 붉은 벽돌과 매장 내 테이블, 수납장으로 재탄생했다.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 제품, 리필 파우치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2.이니스프리 리필 스테이션 건대점 12월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 첫 오픈 후 2월에 선보인 두 번째 리필 스테이션. 매장 내 숍인숍 형태로 자리하며, 리스테이 라인의 ‘카밍 샴푸’와 ‘컴포팅 바디 클렌저’, ‘임브레이싱 핸드워시’ 3종이 준비돼 있다. 집에서 세척, 건조한 캡 타입 용기를 가져오면, 매장에서 살균 및 소독 후 10g 단위로 소분해 내용물을 담아준다.
3.이솝 성수 스토어 전통 한옥에서 영감 받은 국내 12번째 시그너처 스토어. 해체된 건축물의 목재를 재활용하고 자연 황토를 사용해 벽과 바닥을 만들었다. 이 외에도 빗물을 재활용하는 물탱크, 스토어 컨설턴트들이 남긴 음식을 퇴비로 사용하는 녹지 공간, 자전거 보관소 등 곳곳에 환경을 위해 애쓴 흔적이 자리한다.
속까지 지속가능한 화장품
전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서스테이너블 뷰티는 화장품 브랜드가 마땅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살아남기 위한 숙명이 됐다. 쉽게는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것으로 비건 원료를 사용했는지, 동물 실험을 하지 않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보다 깊이 공부한 소비자들은 전 성분 표시까지 꼼꼼히 따지고 있다. ‘생분해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자연 생태계에서 미생물에 의해 완벽히 분해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생분해도는 제품 용기뿐만 아니라 포뮬러에도 적용된다. 생분해가 되지 않는 성분은 산호를 죽이는 자외선 차단 성분인 벤조페논-3(옥시벤존), 에칠핵실메톡시신나메이트(옥시녹세이트), 생분해가 어려운 실리콘 오일인 사이클로테트라실록세인, 사이클로판타실록세인이 대표적이다. 최근 라네즈는 신제품 워터뱅크 블루히알루로닉 라인을 선보이며 내용물의 생분해도를 개선해, 세럼은 기존 90.6%에서 99%까지, 지복합 크림은 91.4%에서 95.6%까지 생분해성 성분의 함량을 높였다. 포뮬러의 생분해도가 높아지면 용기에 남아 있는 잔여 화장품과 세안하며 물과 함께 씻겨 내려간 화장품이 바다에서, 땅에서 천천히 분해된다. 생분해가 완벽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버려진 환경의 조건이 생분해에 적합한지 여러 조건과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적어도 유의미한 노력임은 분명하다. 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에 이어 Rot(썩히기)까지 생각해야 한다니, 조금 불편하긴 해도 지구를 덜 해치는 작은 노력을 응원하고 동참해보자. 더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하여!
1 AROMATICA 로즈마리 스칼프 스크럽 과도한 소금 채취로 환경 피해를 입고 있는 이스라엘 사해소금 대신 안데스 호수 소금으로 주원료를 교체했다. 165g, 1만5천원.
2. LE LABO 샤워젤(히노키) 동물 실험이나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PETA 인증의 크루얼티 프리 비건 제품으로 원료 고유의 향을 담았다. 500ml, 5만4천원.
3. SO NATURAL 쏘 비건 어성식초 진정 스틱 EVE 비건 인증을 획득한 제품으로 열 받은 피부를 시원하게 다독여준다. 11g, 2만2천원.
4. BURT’S BEES 레스큐 오인트먼트 시카 알로에베라 잎 추출물, 올리브 껍질 오일 등 100% 자연 유래 성분으로 만든 진정 밤. 4.25g, 7천5백원.
5. LANEIGE 워터뱅크 블루히알루로닉 크림 물발자국을 측정해 물 사용량을 줄이고, 내용물의 생분해도를 개선해 수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였다. 45ml, 3만1천2백원.
숫자로 보는 브랜드 활동
지구 환경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국내외 뷰티 브랜드 소식.
100 프레쉬는 2023년까지 전 세계 프레쉬 매장을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운영하고, 2025년까지 프레쉬 매장 및 본사 사무실의 탄소 배출량 50% 절감을 약속했다.
30 2020년 8월부터 공병 수거를 시작한 아로마티카는 2022년 3월 기준 수도권에 위치한 30곳의 제로웨이스트 숍에 수거함을 설치했다.
5 숲에 영감 받아 탄생한 라부르켓은 삼림서약을 통해 스프루스 제품군의 전 세계 순매출 5%를 삼림 보호 재단인 Naturarvet에 기부하기로 했다.
10,000,000 꼬달리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92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고, 2023년까지 1,000만 그루 식재를 달성할 계획이다.
95 식물성 원료로만 만든 러쉬의 비건 제품 비중은 2018년 85%에서 2022년 현재 95%까지 증가했다
지금 주목해야 할 ‘찐환경’ 브랜드
1. Fountain of Waters 캘리포니아 지역 내 농장에서 나오는 농업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친환경 브랜드. 첫 번째 프로젝트는 아몬드 껍질로 만든 천연 각질 제거제를 활용한 핸드 워시와 핸드 앤 보디 워시로, 각 제품은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병,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튜브 용기에 담겼다. 수익금 일부를 깨끗한 식수 지원 사업에 후원한다. fountainofwaters.com
2. Re:begin 물미역 트리트먼트로 알려진 모레모에서 론칭한 첫 번째 비건 헤어 케어 브랜드.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을 완료한 비건 포뮬러로 폐플라스틱을 정제해 만든 재활용 우수 등급의 PCR 용기, 쉽게 떨어지는 리무버블 라벨 등 친환경 부자재를 사용한다. 두피 타입에 맞춘 무자극, 약산성 포뮬러의 샴푸 3종과 노워시 트리트먼트는 민감성 두피의 소유자에게도 적합하다. moremofam.co.kr
3. Longtake 아모레퍼시픽에서 4월 론칭한 지속가능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롱테이크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에서 착안한 감각적인 향으로 일상에 휴식을 제공한다. 쓰고 버려지는 오크우드 톱밥을 업사이클링한 향료는 오래 지속되며, 비건 인증, 전 제품 재활용 우수 등급 패키지가 적용됐다. 헤어 제품을 시작으로 보디, 핸드 케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 amoremall.com
4.Hohohi ‘#플라스틱프리’ 욕실을 꿈꾸는 호호히는 비건 보디 케어 브랜드로 내용물을 굳힌 고체 형태의 제품을 만든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제품을 감싸는 최소한의 포장재는 재생지를 사용하고, 지역 생산자와의 상생을 위해 로컬 지역 원료를 발굴하는 식이다. 나주의 쪽 추출물을 담은 샴푸바, 장성의 편백을 원료로 한 탑투토 워시바 외에도 이를 무르지 않게 보관해주는 재활용 플라스틱 받침대 등을 만날 수 있다. hohohi.kr
- 뷰티 에디터
- 천나리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