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2년 만에 강렬하게 귀환해 피지컬과 라이브 스트리밍 쇼를 펼친 4대 패션위크. 2022 F/W 시즌을 맞이한 패션계의 역동적인 순간!
Paris Collection 파리 컬렉션
Chanel 샤넬
컬렉션 전체를 트위드에 헌정한 샤넬의 버지니 비아르. “리버 트위드를 따라 가브리엘 샤넬의 발자취를 좇으며, 그 풍경 속 컬러로 트위드를 구상했어요. 블루와 퍼플이 살짝 들어간 롱 핑크 코트나 섬세한 골드빛이 반짝이는 버건디 슈트처럼 말이죠.” 나아가 1960년대 잉글랜드와 컬러풀한 레코드 커버, 웨스트민스터 공작의 재킷을 샤넬 자신의 것으로 만든 스토리를 되새긴 그녀. 그 결과 사이키델릭한 컬러의 재킷, 살짝 남성적이거나 오버사이즈 핏을 더한 트위드 재킷, 블랙 팬 벨벳으로 만든 트라우저, 타이트한 스커트, 페이턴트 레더나 부클레 울 소재의 스틸레토 힐 포인티드 펌프스, 러버 소재 및 사이하이 부츠가 등장했다. 샤넬의 영원한 코드로서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와 소재의 조합으로 무한한 매력을 확장시킨 트위드에, 트위드를 위한 매혹적인 쇼!
Balmain 발망
패션의 진보를 가져다줄 것이라 희망한 디지털 세계의 부정적 측면을 경험하며 생텍쥐페리의 “절대 포기하지 마라. 폭풍 뒤에는 언제나 태양이 있다”라는 문구를 곱씹은 올리비에 루스테잉. 그는 소셜 미디어에서 겪은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통해 발망 2022 가을 컬렉션에 강력한 메시지를 담았다. 우선 그는 화상 치료를 위해 사용한 붕대와 의료 장비에서 영감을 받아 몸을 감싼 보호구, 갑옷, 방패, 길렛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나아가 모터스포츠 선수의 유니폼과 슈퍼히어로 코스튬을 선보이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강인한 여성상에 안전과 보호에 대한 메타포를 담아냈다.
Givenchy 지방시
매튜M.윌리엄스는 파워풀하면서도 세련된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아메리칸과 파리지앵의 감성이 상호작용하는 쇼를 꿈꿨다. “한마디로 스포티함과 장인 정신이 공존하는 컬렉션이죠. 지방시 여성 옆에는 무심한 듯 시크한 동시대 남성이 함께하고, 런웨이 위의 그들은 대단히 현실적이죠.” 오트 쿠튀르 공방의 감각을 평범한 데일리웨어를 위한 요소로 활용해 일상 속에서 착용 가능한 비범한 포멀함을 연출한 쇼.
Hermes 에르메스
고요함 가운데 북 소리와 함께 시작된 에르메스 2022 F/W 컬렉션.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는 에르메스 하우스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새로운 Z세대와 소통하려는 시도를 감행했다. 그녀는 고급스러운 가죽과 정제된 디자인으로 통용되던 기존의 우아함은 유지한 채, 레이스 시스루 소재를 이용해 신선한 드러냄의 미학을 펼쳤다. 경쾌한 무드를 안겨준 미니스커트와 쇼츠, 사이하이 삭스와 승마 부츠, 크로스로 멘 미니 켈리백 등 보다 젊은 고객의 취향에 어필할 만한 요소를 가득 탑재한 뉴 컬렉션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Miu Miu 미우미우
라이브 패션쇼가 진행되는 동안 아티스트 나탈리 뒤버그의 클레이 아트 애니메이션과 한스 버그의 음악이 플레이되어 눈길을 끈 미우미우 쇼. 브랜드의 영원한 페르소나였던 소녀에서 나아가 더 넓은 가치를 탐구한 미우치아 프라다. 디자이너의 고찰은 성별 이분법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한 모델 캐스팅으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타일을 재해석할 수 있도록 미우미우 보이 컬렉션을 제안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지난 시즌에 이어 젠지 세대를 겨냥한 듯 Y2K 트렌드의 크롭트 톱과 로라이즈 스커트를 이어가는 동시에 테니스 룩에서 영감을 받아 스포티즘의 활력을 부여했다.
Chloe 끌로에
끌로에의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세계가 처한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쇼에 반영했다. 다만 매혹적인 가죽 퍼레이드를 선보인 컬렉션의 가죽 소재는 비건이 아닌 유럽환경표준을 준수한 리얼 가죽. 한편 재활용 캐시미어 소재와 지난 시즌 컬렉션의 부산물을 재활용한 컬렉션은 그녀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대변했다. 이러한 끌로에식 서스테이너블 룩을 입은 채 쇼의 피날레를 장식한 모델 앰버 발레타를 통해 디자이너가 건넨 메시지는? 자연스러운 당당함과 내면의 강인함이야말로 곧 스타일을 정의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Louis Vuitton 루이 비통
글로벌 앰배서더 정호연이 오프닝을 장식하며 이목을 끈 루이 비통 쇼. 처음으로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린 패션쇼는 곧 브랜드가 지향하는 예술과 건축, 전통과 현대, 탁월함과 혁신을 강조했다. 특히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이번 컬렉션을 ‘청춘’에 헌사했다. 생생하게 다가오는 낭만과 이상주의,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 청소년기의 완벽에 대한 열망과 매혹적인 불안, 해결되지 않은 수수께끼를 간직한 룩은 그의 통찰력이 담긴 순수한 이상향을 보여주었다.
Valentino 발렌티노
컬러 팔레트에서 ‘핑크’라는 단 한 가지 색을 골라 모든 걸 표현한 피에르파올로 피촐리. 약간의 블랙 룩이 더해졌지만 핑크가 지배한 컬렉션은 팬톤컬러연구소와의 협업으로 이뤄진 결과물. 그의 혁신적인 패션 실험은 색을 넘어 S라인을 비롯한 조각적인 형태와 매우 짧은 밑단을 비롯한 다양한 길이, 아이코닉한 리본과 러플, 페탈, 레이스 장식 등에 이르렀으며, 그 모든 것을 통해 그는 다양한 정체성을 위한 새로운 패션 신 창조라는 세계로 성큼 나아갔다.
Stella McCartney 스텔라 매카트니
‘Stella by Stella’라는 타이틀을 단 이번 컬렉션은 퐁피두 센터에서 패션과 아트의 특별한 만남을 보여주었다. 아이코닉한 미국 아티스트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그래픽적인 요소와 건메탈 체인 프린지 장식을 더한 드레스 등을 선보인 디자이너. 또 비건 가죽의 퍼 프리 퍼(Fur Free Fur) 코트, 포도 찌꺼기로 만든 숄더백, 공장 폐기물로 제작된 에어 슬라이드 등 컬렉션의 67%가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졌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이들을 위해 Care 단체에 기부를 진행한 디자이너. 그녀의 패션을 통한 선한 영향력에 박수를!
Isabel Marant 이자벨 마랑
파리 팔레 로얄 광장의 이자벨 마랑 쇼에선 미국 록 밴드 블론드 레드헤드의 얼터너티브 발라드가 울려 퍼졌다. 옷의 본질적인 의미에 천착하려는 자신의 열망을 표현한 듯 심플하고 편안한 룩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Y2K 패션 트렌드를 염두에 둔 남성적인 오버사이즈 코트나 재킷에 미니 원피스를 매치한 룩이 등장했다. 또 페르시아 카펫에서 영감을 받은 태피스트리와 플라워 프린트 룩, 모터크로스 경기에서 영감을 받은 사이하이 부츠는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Acne Studios 아크네 스튜디오
조니 요한슨은 저렴한 데님 진을 구입해 리폼한 청소년기의 경험을 회상하며 큼직한 티셔츠를 오프숄더 톱으로, 가죽 트렌치코트의 소매를 잘라내 드레스로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과정은 ‘업사이클링’이라는 시대적 트렌드와 맞물려 시의적절하게 펼쳐졌다. 특히 레이어링으로 재탄생시킨 구멍 난 니트와 퀼트 담요를 활용한 드레스, 데님을 자르고 붙여 탄생시킨 액세서리와 패치워크 드레스 등은 빈티지에 매료된 젠지 세대에게도 특별한 감흥을 안겨줄 듯.
Balenciaga 발렌시아가
뎀나 바잘리아에게 패션은 시대와 소통하는 강력한 동기이자 신념을 드러내는 수단. 그는 어린 시절 겪은 내전의 경험을 상기하듯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룩을 무대에 올렸다. 또 그가 강조한 것은 테크놀로지를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 거대한 돔에서 펼쳐진 2022 겨울 쇼는 가까운 미래, 디지털로 렌더링한 날씨를 경험하는 세상을 상상하며 눈발이 휘날리는 광경을 선보였다. 360도 뷰가 가능한 3D 라이브 스트림을 통해 선보인 룩은 하이브리드 스트레치 드레스와 보디슈트, 글러브, 레깅스와 결합된 새로운 핏의 발렌시아 시그너처 룩들. 또한 버섯을 바이오 가공한 최첨단 소재를 코트에 적용해 생태 발자국을 감소하는 패션의 유기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Loewe 로에베
성형 가죽 드레스와 성형 펠트 뷔스티에, 그리고 입술 형태를 입체적으로 재현한 립스 브레스트 플레이트나 벌룬 브래지어가 달린 드레이프 드레스까지! 조나단 앤더슨이 로에베 쇼를 통해 선보인 과감하고 위트 넘치는 패션 오브제들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 3D 프린팅 섬유를 비롯해 가죽, 펠트, 라텍스, 트위드, 니트 소재가 혼재된 룩은 시공간을 초월해 관객들을 디자이너의 독창적인 세계로 단숨에 이끌었다. 아트와의 접점에서 인체를 비틀어 구조적이고 초현실적인 룩을 선사한 로에베식 패션 카오스의 현현!
Marine Serre 마린 세르
‘Eco-futurist’로 일컬어지는 마린 세르의 신념은 컬렉션 작업 방식에도 오롯이 드러난다. 시즌이 지난 옷들을 살피는 것으로 컬렉션 구상을 시작한다는 그녀. 해체와 조합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이 패션 연금술사는 1960~70년대 펑크와 1990년대 해체주의를 탐구했다. 체크와 날염, 카무플라주 패턴 등으로 프린트 아트워크를 선보이는 동시에 이질적인 요소를 매칭한 점이 도드라졌다. 콜라주 방식으로 업사이클링된 니트, 트위드와 함께 패치워크된 타탄체크 스카프, 가죽 팬츠에 새긴 아이코닉한 크레센트 문 프린트는 다채로운 매력의 모델과 함께 등장해 조화와 공존의 가치를 역설했다.
Off-White 오프화이트
이번 시즌 오프화이트 쇼는 고 버질 아블로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그의 크리에이티브 팀이 마무리한 유작 컬렉션이었다. 콧대 높은 하이패션계에 스트리트의 가치를 일깨운 그를 추모하는 피지컬 쇼는 총 80여 벌이 넘는 방대한 구성으로 전개되었다. 스트리트 웨어가 지닌 편안함과 가벼움을 하이패션에 과감하게 대입한 버질 특유의 도전 방식은 여전했다. 유틸리티 팬츠 등 오프화이트의 상징적인 아이템들이 연이어 등장했고, 흰 깃발에 새겨진 ‘Question Everything’이라는 문구가 관객들에게 사고의 환기를 일으켰다.
Rick Owens 릭 오웬스
릭 오웬스는 ‘스트로브(Strobe)’ 컬렉션을 통해 희망이 필요한 시기에 패션의 가치를 깊이 숙고했다. ”패션은 항상 다른 사람에게 그 가치를 알리는 것이었다. 이러한 가치는 도덕적 아름다움과 행동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다. 위협과 분쟁에 시기에, 우리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은 곧 무엇을 열망하며 지지하는지를 나타낸다.” 그의 말을 뒷받침하듯 재활용 나일론과 캐시미어를 비롯해 윤리적인 공급망을 통한 가죽 소재를 활용한 쇼는 패션계의 책임감 있는 행보를 독려했다.
Andreas Kronthaler for Vivienne Westwood 비비안 웨스트우드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인 ‘연극’ 에 경의를 표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안드레아와 비비안. 이들은 절대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왕관, 신성함을 상징하는 성모상, 포대기로 감싼 아이와 같은 요소를 비롯해 프랑스 로코코 미술의 대가 장 앙투안 와토의 작품 ‘제르셍의 상점 간판’을 통해 18세기의 감성을 특유의 자유로운 터치로 힘있게 풀어냈다.
Dior 디올
디올의 지난 역사와 조우하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고, 여성의 강인함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이번 쇼는 이탤리언 아티스트 마리엘라 베트네스키가 쇼를 위해 구상한 설치 작품명인 ‘The Next Era’를 화두로 삼았다. 아티스트는 거대한 프레임의 여성 초상화로 구성된 회화 갤러리를 구성했고, 이는 기술적 및 미학적 관점으로 여성의 신체와 룩 사이에 활동성이라는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디자이너의 시도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 결과 D-Air lab 연구소에서 개발해 새롭게 재해석한 바 재킷은 오리지널 구조를 변형시켜 필요할 경우 신체의 습도를 조정하고 체온을 올릴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장착했다. 이와 함께 선보인 여러 선이 교차하는 보디슈트는 컬러를 입힌 정맥과 현란한 야광 컬러의 동맥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신체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신선하게 드러냈다.
Saint Laurent 생로랑
생전의 이브 생 로랑이 영감의 원천으로 삼은 아르데코 양식. 이러한 아르데코에 대한 그의 열정을 연구하고 탐색해 완성한 안토니 바카렐로의 2022 겨울 쇼는 예술에 대한 헌신과 은밀하고 사적인 세계를 아름답게 드러낸다. 그 중심에서 대담하게 맨즈 룩을 입음으로써 당대를 앞서간 낸시 커나드의 여성상이 모던하게 재해석되었다. 강인하게 각진 어깨 볼륨과 대비된 가늘고 긴 실루엣과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틱한 핏! 섬세한 패브릭으로 만든 플루이드 드레스와 매치된 아우터는 룩에 생로랑만의 에지 있는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하우스 장인들이 공들여 제작한 페이크퍼와 루스한 실루엣으로 재탄생한 생로랑 시그너처 턱시도 역시 놓칠 수 없는 피스.
Ami 아미
2년 만에 피지컬 쇼를 공개한 아미. “2022 F/W 시즌을 향한 나의 바람은 브랜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 모두를 위한 패션을 선보이고자 했던 초심을 되새기는 것입니다.” 알렉상드르 마티우시는 이를 위해 나이, 출신, 사회적 지위 등에 관계없이 모두가 우연히 마주치는 지하철이라는 공간을 통해 파리의 본질을 떠올렸다. 브랜드의 DNA인 ‘럭셔리, 다이내믹,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담은 대담하고 자유분방한 컬러 팔레트에 파리지앵 폴카 도트 패턴, 클래식한 핀스트라이프, 올오버 하트 패턴 등 유쾌한 요소를 더한 낙관적인 컬렉션을 선보인 그.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고, 나이와 성별, 유행을 초월하는 그의 유니섹스 피스는 뉴 노멀의 일상을 리셋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Sacai 사카이
까르띠에와 협업한 ‘Trinity for Chitose Abe of Sacai’ 컬렉션을 선보이며 사카이가 추구하는 사랑, 충실, 우정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강조한 아베 치토세. 여섯 피스로 구성된 까르띠에 트리니티 주얼리는 그녀가 추구하는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실루엣을 창조하려는 탐험을 지속해온 그녀는 바스트와 힙 실루엣에 대한 해석을 통해 전통적인 남성복과 여성복 간의 경계를 새롭게 정립했다. 그중 자연스럽게 덧대어진 힙 부분과 브라와 같은 란제리 디테일을 피셔맨 스웨터나 항공 재킷 같은 일상적인 아이템에 적용하고, 남성복의 상징인 핀스트라이프 셔츠를 실크 시폰 원단으로 재창조한 방식은 뉴 제너레이션에게 환영받을 만했다.
Comme des Garçons 꼼데가르송
‘Black Rose’는 레이 가와쿠보에게 용기와 저항, 자유를 상징한다.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녀는 블랙 로즈라는 뜻의 매혹적인 아일랜드 음악을 선택했고, 시아란 칼린의 플루트 연주를 더했다. 아티스틱한 감성을 더한 헤드피스는 영국 출신의 세트 겸 토이 디자이너 개리 카드와 협업한 결과물. 또 가벼운 솔이 특징인 프랑스 아웃도어 스포츠 용품 브랜드 살로몬과 협업한 플랫폼 스니커즈도 눈길을 끌었다.
London Collection 런던 컬렉션
Richard Quinn 리차드 퀸
리차드 퀸의 예술적이고도 대담한 행보는 늘 우리를 일상과 판타지의 무경계 그 어딘가쯤으로 데려간다. 쿠튀리에이면서 패션 개념주의자로 불려야 마땅한 이 명민한 디자이너는 이번 시즌 역시 자신이 소망하고 지향하는 아름다움을 찾아 성큼 나아갔다. 특히 1950-60년대 쿠튀르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풍성한 볼륨감을 연출하기 위해 발군의 테일러링과 탁월한 드레이핑 실력을 발휘했다. 전매특허인 플로럴 프린트와 강렬한 컬러 팔레트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얼굴을 가린 조형적이고 풍성한 실루엣의 룩은 특유의 미스테리한 로맨티시즘을 드러냈다.
Ahluwalia 알루왈리아
여러 글로벌 패션 어워드에서 빛나는 성취를 거두고 지난해 멀버리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한 런던의 라이징 디자이너, 프리야 알루왈리아. 나이지리아-인도 출신으로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는 영국과 자신의 뿌리인 인도와 나이지리아의 문화와 예술을 디자인에 반영해왔다. 특히 그녀는 이곳저곳에서 수집한 데드스톡 원단의 지속가능한 활용법을 모색하여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2 F/W 컬렉션에서 선보링 특유의 웨이브 패턴은 강렬한 컬러와 함께 흥미로운 트롱프뢰유 효과를 연출했고, 기하학적인 패턴과 날염 프린트는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전했다.
Burberry 버버리
웨스트민스터 센트럴 홀의 극장에서 2년 만에 라이브 런웨이 쇼를 재개한 버버리. “런던은 꿈이 가득한 도시이자 다양한 공동체가 하나로 모이는 도시다. 경계를 뛰어넘고 끝없는 가능성을 추구한다.” 리카르도 티시는 화려함과 펑크를 대담하고 흥미롭게 대비시키는 동시에 영국의 정체성을 이루는 다채로운 요소와 브랜드의 하우스 코드인 ‘양면성’을 결합했다. 그 결과물은 담대하고 진취적인 동시에 미래적이었다. 버버리의 하우스 코드를 바탕으로 구성한 여성복과 남성복은 전통을 경쾌하게 비틀면서 묵직한 헤리티지를 충실히 전달했으니까. 무엇보다 클래식 트렌치를 해체해 쿠튀르 터치를 더한 조형적인 이브닝드레스는 쇼의 방점을 찍었다.
Molly Goddard 몰리 고다드
런던뿐 아니라 전 세계의 로맨틱한 소녀(같은 여성 혹은 남성)들이 환호할 만한 낭만적인 룩을 선보여온 몰리 고다드. 1980년대 웨스트 런던에서 자란 디자이너는 자신의 아련한 소녀 시절을 추억했다. 그녀의 솜씨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부드럽고 풍성한 실루엣과 프릴 장식의 튤 스커트는 레트로 무드의 낙낙한 니트 스웨터나 맥시 카디건과 함께 스타일링되었다. 온화한 노스탤지어가 느껴지는 그녀의 로맨티시즘은 미래를 향해 숨차게 뛰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따스한 차 한 잔과 같은 평온과 위안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David Koma 데이비드 코마
스포츠가 전해주는 에너지와 활력이 이 어두운 시대에 필요하다고 느낀 것일까. 데이비드 코마는 곳곳에 원형 잔디가 놓이고, 스타디움의 조명을 환하게 밝힌 패션 경기장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응원단의 함성 소리와 함께 센슈얼한 드레스 위에 야구 점퍼를 걸친 모델들이 활기찬 걸음으로 등장했다. 럭비복을 연상시키는 줄무늬와 가죽 글러브를 더한 채, 아찔한 가죽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은 우리를 글래머러스한 스포티즘의 세계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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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에디터
- 박연경
- 사진
- JAMES COCHB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