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시간들 [변요한, 김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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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초에 고인 희미한 불빛이라기보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의 열기와도 같은 뜨거움. 쫓는 자 변요한과 쫓기는 자 김무열이 영화 <보이스>에서 만나 보낸 시간의 온도다. 

변요한이 입은 가죽 재킷과 안에 입은 화이트 톱은 알렉산더 맥퀸, 워커 부츠는 렉토 제품. 가죽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무열이 입은 검정 싱글 재킷과 팬츠, 패턴 보디슈트, 슈즈는 모두 프라다 제품.

두 사람이 출연한 영화 <보이스>의 모니터 시사 반응이 뜨거웠다고 들었다.

변요한 정작 우리는 못 봤다. 그런데 미리 보는 것도 재미없다. 언론 시사회에서 완성본을 처음 보고 기자분들과 만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미리 주사 맞는다는 심정으로 먼저 보고 싶은 마음도 들 것 같은데.

변요한 그렇지도 않다. 처음 영화를 보며 느낀 내 감정을 ‘운명’이라 생각해서.

며칠 후면 언론 시사회가 열린다. 이맘때 배우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김무열 지금이 여느 때와는 다른 특별한 상황이지 않나.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극장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 다시금 영화로 사람들의 관심이 돌아오려나 기대하는 마음도 있다. 우리 영화도 그런 촉매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 괜히, 평소와는 마음가짐이 좀 다르다. 과거엔 영화가 잘 나왔다, 못 나왔다를 떠나서 서로 축하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으니까.

<보이스>는 보이스피싱으로 가족과 동료의 돈 30억을잃은 ‘서준’(변요한)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근거지인 콜센터에 잠입해 범죄의 실체를 쫓는 과정을 그린다. 화려한 액션이 기대되는 범죄극인데, 홍보 자료에 따르면 이번 영화가 ‘한국판 <테이큰>’이라더라. 

변요한 홍보를 잘못한 것 같다. 리암 니슨이 지금 환갑을 넘겼는데, 내 신체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될 것 같나(웃음). 차마 한국의 톰 크루즈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나온 말인 것 같다. 물론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로 등장하는 무열이 형과는 정말 뜨겁게 촬영했다. 현장에서 서로를 본체로만 보다가 오늘 이렇게 화보 촬영을 했는데, 형 눈을 보기가 너무 민망했다. 영화 현장에선 죽이기라도 할 듯 서로의 눈을 봐왔는데(웃음).

김무열 요한이는 리암 니슨, 톰 크루즈, 이런 식으로 규정할 수 없다. 요한이가 현장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정말 ‘뜨겁다’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서사의 중심이 요한이가 맡은 서준이란 캐릭터고, 그 캐릭터로 인해 모든 사건이 벌어진다. 나를 포함해 다른 배우들은 요한이에 비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현장에 들어갔다가 요한이를 보고 다들 생각했다. ‘우리 정신 바짝 차리자.’(웃음)

변요한은 이번 작품에서 대역 없이 직접 액션을 소화하는 장면이 많았다. 과거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화려한 검술 액션을 보였는데,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인상이 있다.

변요한 형과 액션을 펼칠 때가 특히 편했다. 형도 영화 <악인전>을 비롯해서 액션 경험이 많다. 몸을 잘 쓰는 사람과 연기하면 편하다. 왜냐하면 기다려주거든. 상대가 감정이 잡힐 때까지. 몸에도 감정이 있는 법이니까.

김무열은 옆에서 액션 신을 촬영하는 변요한을 보며 ‘저렇게까지 한다고?’ 싶은 때는 없었나?(웃음)

김무열 자주 있었지(웃음). 요한이가 구타를 당한 뒤 철문에 부딪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철문이 실제로 부서졌다. 사람이 철문을 뚫고 나가버린 거지. 그런데 변요한이란 배우를 보면 액션 신뿐만 아니라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웬만큼’이 없다. 사실 연기해보면 알거든.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그런데 요한이는 정말 온몸을 던져가며 연기를 한다.

줄무늬 슈트 셋업은 제이백 쿠튀르, 검정 부츠는 8 by 육스, 실버 네크리스는 크롬하츠, 모자는 마크 곤잘레스 제품.

시나리오의 첫인상은 어땠나?

변요한 처음엔 가볍게 읽었다. 그러다 시나리오에 그려진 보이스피싱의 심각성을 느끼고 제대로 작품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더라고. 보이스피싱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이러니함이 있지 않나. 그걸 잘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의 숙제였고 행복한 책임감이었던 것 같다. 

방금 답변도 그렇고, 두 사람의 영화 홍보 영상을 보면 꼭 공익 캠페인 같더라. ‘보이스피싱 근절되어야 합니다!’(웃음)

변요한 보이스피싱 백신 영화지.

김무열 사실 이전까지는 보이스피싱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은행 업무가 있어 동네 은행의 차장님과 창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그때 보이스피싱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심지어 시나리오를 받기도 전에!

변요한 은행에는 무슨 볼일이 있었나? 대출 상담?(웃음)

김무열 아니다. 체크카드의 일일 한도 갱신 문제로 갔다. 그런데 한도를 증액하려는데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한 거다. 왜 이렇게 불편한 절차를 밟아야 하냐고 물으니까 그게 전부 보이스피싱 예방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걸 듣고 시나리오를 봤는데도 이게 진짜인가 싶은 거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개인적으로도 리서치를 해봤는데 오히려 피해 금액이 많으면 많지 결코 적진 않았다. 거기서 딱 경각심을 느꼈다.

‘억울한 피해자가 베일에 싸인 범죄 조직의 실체를 밝힌다.’ 어찌 보면 기시감이 드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둘을 끌어당긴 이번 작품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김무열 결국 주인공이 무엇에 의해 움직이느냐가 너무 중요한데, 그게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요즘 시대 다양한 수법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범죄인 보이스피싱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보이스피싱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철저히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세계에 주인공이 침투해 그 수법을 하나하나 밝혀간다. 감독님 표현을 빌리자면 ‘영화적 해제’의 재미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도 있었다. ‘뭐, 변요한이 한다니까.’(웃음).

회색빛 아웃포켓 장식 재킷과 멀티 컬러 패턴 하이넥 티셔츠는 디올 제품.

두 사람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나지 않았나? 서로의 작품 중 눈여겨본 것이 있나?

변요한 너무 많다. 사람이 성장하며 어떤 껍데기를 벗지 않나. 형이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이를테면 영화 <대립군> 속 형과 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속 형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영화 <기억의 밤>을 보면서도 느꼈다. ‘진짜 멋들어지게 연기한다.’ 내 주변 연기하는 친구들과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를 하도 봐서 거기서 형이 하는 대사도 외웠다. “(검찰)총장님 저희 쪽팔리지 않게 해주십쇼!” 작살나지(웃음). 형이 상대적으로 짧게 출연한 작품을 볼 땐 ‘더 나와야 하는데 왜 하차했지’ 싶을 때도 많았다.

김무열 드라마 <미생>. 요한이가 연기한 한석율은 현실과 웹툰의 묘한 경계에 아주 절묘하게 서 있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요한이가 그 작품으로 대중에게 대대적으로 눈도장을 찍었는데, 사실 그렇게 눈에 확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그것도 수많은 배우들 안에서, 또 좋은 배우들도 많았다. 이병헌 선배님과 함께 나온 드라마도 잘 봤다. 아, 제목이 뭐였더라.

변요한 거기까지만 하자, 거기까지. <미스터 션샤인>(웃음).

김무열 맞다. 그걸 보면서 느꼈다. 센스가 있다. 캐릭터를 비주얼화하는 데에. 그걸 나도 너무 배우고 싶다. 늘 부럽다. 왜, 시대에 뒤처진다는 느낌이 전혀 없달까? 정말 동시대를 딱 대변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대를 대변하는 배우, 최고의 칭찬이다.

김무열 평소에도 보면 굉장히 센서티브하다. 그 예민함 때문에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요한이가 훌륭한 배우라는 건 여태 말한 결과물을 보며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정을 함께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 결국 창작물은 그것에 참여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참여하느냐에 달리지 않나. 요한이는 상대 배우를 존중하고, 자신을 존중하고, 현장을 존중하고, 작품을 존중한다. 후배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많은 것을 느꼈다.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했고. 사실 변요한이 좋은 배우란 건 누구나 다 알지 않나. 그런데 이면에 그런 게 있더라고. 소중한 마음이.

반대로 변요한은 김무열을 어떤 배우라 느꼈나?

변요한 요즘 복싱을 한다. 그런데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실력이 널뛰기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생각이 든다. 운동선수들은 얼마나 기복 없이 하려고 노력할까.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기복이 없어야 좋은 연기다. 작품의 흥행 여부를 떠나서 ‘저 배우는 늘 그 자리에서 자기 것을 잘했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형이 바로 그런 사람 같다. 사실 <보이스>는 내가 형보다 한 달 먼저 앞서 촬영했는데 너무 외로웠고 힘들었다. 그래서 형이 오길 기다렸다. 기댈 수 있고, 거짓말하는 사람도 아니니까 내가 하는 것을 보면서 바로바로 체크해주고. 형이 약간 페이스메이커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현장에서 같이 부대끼다 보면 서로를 인간적으로 알게 되지 않나. 사람 사이 ‘상성’이란 것도 있기 마련인데, 그렇게 발견한 서로는 어떤 사람이던가?

변요한 느낌상 형이 까칠하고 예민할 줄 알았다. 그런데 첫 만남부터 시작해서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은 형이자 배우라고 생각했고. 사실 그것 말고 더 표현할 길이 없는 것 같다. 어차피 형은 형수님하고 같이 사는데 갑자기 나랑 살자고 할 순 없지 않나(웃음).

김무열 하하!

변요한 또다시 뜨거운 작품으로 만나서 호흡을 맞췄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게 최고인 것 같다. 아마 배우들끼리는 알 거다. 한 번 호흡을 맞춘 후 ‘아, 이번 작품까지만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는 없지. 그런데 형과는 촬영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김무열은 어땠나?

김무열 요한이를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은 사실….

변요한 좋지 않았나?

김무열 그렇지(웃음). 까칠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정반대였던 것 같다. 너무 따뜻한, 몽글몽글한 사람이다. 비단 배우란 직업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일터에서 남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습이란 게 있지 않나. 사회적 가면 같은 것. 그런데 요한이는 그런 게 없다.

변요한 안 좋은 거 아닌가?(웃음)

김무열 아니다. 자신을 드러내고 사람을 마주할 수 있고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은 굉장히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아까부터 서로를 칭찬의 늪에 가두는 분위기다(웃음).

변요한 사실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지 않나. 그런데 형에게는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또 형뿐만 아니라 이번 영화에 김희원, 박명훈 배우가 출연했는데 다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다(웃음). 내가 그 앞에서 까불 필요도 없었고 동생처럼, 후배로서 잘하고 싶었다. 연기할 때는 뭐, 말할 것도 없었고. 언젠가 형들과의 호흡에 대해 ‘척하면 척’이라고 심플하게 말한 적이 있는데 사실 굉장히 길게 말할 수도 있거든. 대사 몇 번 맞춰보고 서로의 움직임, 눈빛을 느끼면서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 같다.

베이지 색상 민소매 톱과 흰색 데님 팬츠는 렉토 제품,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변요한은 함께했던 영화계 동료, 관계자들로부터 ‘동물적이다’는 말을 자주 듣더라. 특히 영화 <소셜포비아>를 연출한 감독 홍석재는 당신을 “굉장히 집요하고, 동물적인 감각이 살아 있는 배우”라고 하던데.

변요한 동물적이란 말이 계속 들리는 이유는 결국 이거인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그분들을 믿었기 때문에, 그러면서 그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실 상대를 믿을 수 있어야 나를 던질 수 있다. 지금까지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여태 만난 형님들, 선배들, 무열이 형도 모두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만 그런 말을 들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이성적이라는 말을 들었다(웃음).

과거 변요한의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적어도 수십 번 읽는다는 구절을 본 기억이 있다. 시나리오를 완벽에 가깝게 숙지하고 카메라 앞에 서기 때문에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동물적으로 변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변요한 혼자 하면 진짜 동물이지. 그런데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시나리오를 많이 본다 한들 변수가 있고 현장에서 ‘진짜’가 나타난다. 나는 그 진짜를 마주했을 때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주파수, 그러니까 ‘싱크’가 맞는 순간이 있다. 그런 때는 뭐를 던져도 모든 편견을 지워버리는 뭔가가 나오는 것 같다. 사실 그 맛에 하는 거거든.

김무열 그렇지. 그런 순간을 간헐적으로라도 체감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지.

변요한 그런데 형도 굉장히 동물적이다. 형도 딱, 딱 본 후 바로 몸을 움직인다.

김무열에 대해선 연극 <얼음>을 함께한 감독 장진이 “안정적인 중심” 같은 배우라 이야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김무열 모르겠다. 사실 어떤 칭찬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다. 나 자신에게 박한 사람이라.

변요한 감독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그 ‘안정적’이란 건 가령 이런 거다. 형은 현장에서 모두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공기를 만들어준다. 그게 형이 가진 리더십이다. 분명 와일드한데, 베이스에는 배려심이 많다. 늘 전체를 생각한다. 나는 뭔가를 좀 대놓고 하는 스타일이라면, 형은 늘 뒤에서 하는 스타일이지.

검정 라운드넥 티셔츠는 존 바바토스, 앵클부츠는 오프화이트, 페이크 가죽 지퍼 장식 팬츠와 실버 링은 모두 보테가 베네타 제품.

최근 변요한은 인터뷰에서 연기에 있어 “내가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출발선은 사실 40대 이후부터다”라고 말했다. 우선 40대에 먼저 도착한 김무열은 이 말이 어떻게 느껴지나?

김무열 아직 내가 만으로 39세라(웃음). 앞으로 어떻게 살고 어떻게 일을 대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내릴 순 없지만, 과거 내가 했던 생각이나 바랐던,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왜 선배들이 말하지 않나. 나는 철 안 들고 즐기면서 살 거라고.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나이가 들었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당연하지. 하지만 내가 과거 원했던 것들을 하나라도 더 알게 되고 그쪽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변요한은 어떤 마음으로 40대가 출발선이라는 말을 했나?

변요한 연기를 하면서 다른 인물, 즉 배역을 만나지 않나. 가끔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그 인물이 훨씬 멋있으니까. 연기하며 ‘내가 어떻게 얘를’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배역을 절대 이길 수도 없고, 체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사실 40이란 것은 숫자일 뿐이다. 40대가 되면 또 뭔가가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는 거다. 가끔 형수님의 유튜브 채널 ‘승아로운’을 본다(웃음). 형이 운동하고 있는데 옆에서 형수님이 그 모습을 찍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경험을 못하지 않나. 부럽다, 아니 내가 경험해보지 못해서 부럽다는 말도 함부로 못 꺼내겠다. 내가 보기엔 형의 연기도 이전과는 달라진 것 같다. 화술이 좋아지고 뭐가 좋아지고, 이런 얘기가 아니다. 그냥 한 사람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드’가 달라진 것 같다.

오, 결혼 생각도 있나 보다.

변요한 있지. 그런데 외로워서 하고 싶진 않다. 그런 시기는 이제 다 지나간 것 같고. 보기 좋은 어떤 ‘온도’가 있는 것 같다. 둘만의 온도. ‘나랑 같은 온도를 가진 사람이 또 있다고?’ 이런 느낌이다.

아까 말한 자신만의 ‘무드’가 형성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 있나?

변요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변한 듯하다.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그래서 어렸을 때 친구 잘 사귀라고 하나 보다. 배우 잘 사귀어야 할 것 같다(웃음).

김무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예술이라면 예술이란 결국 삶을 모방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예술보다 삶이 먼저인 셈이다. 지금보다 어렸고 결혼하기 이전에는 ‘내 삶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배우로서의 책임감에서 비롯한 생각이었을 거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철저히 개인으로 돌아가서 보니까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웃음). 요샛말로 ‘워라밸’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깨닫게 되고. 흔히 쉬면서 충전의 시간, 비우는 시간을 갖는다고들 하지 않나. 나도 쉴 때면 내가 정확히 충전이 되는 건지, 비우게 되는 건지 체험하지 못하는 사이에 뭔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내 삶 속에서.

코로나19의 한가운데서 촬영했기 때문에 둘이서 제대로 회포도 풀지 못했을 것 같다. 만약 둘을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나?

변요한 형의 집이 있는 양양에 가고 싶다. 가서 서핑도 하고, 태닝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싶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인스타그램용으로 사진 찍으면 멋있게 나올 법한 장면들(웃음). 남이 멀리서 봤을 때 둘이 해변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듣고 있고 서핑 슈트를 벗으면서 해변에서 나오고(웃음).

김무열 양양 좋지. 지금 파도 좋은데. 아니면 강아지 산책도 요한이랑 해보고 싶다. 요한이네 복자와 우리 집 틴틴이, 다람이랑 다 같이.

패션 에디터
김민지
피처 에디터
전여울
포토그래퍼
HYEA W. KANG
스타일리스트
신지혜(김무열), 박초롱(변요한)
헤어
임진옥(김무열), 미소(변요한)
메이크업
도경(김무열), 박정안(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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