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소희,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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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박소희가 전개하는 ‘미스 소희(Miss Sohee)’. 카디B, 마일리 사이러스 등 글로벌 아티스트가 착용하며 브랜드 이름을 지을 틈도 없이 유명해졌고, 인스타그램 ID가 브랜드 네임이 되었다.

당신의 의상을 처음 본 건 매거진 <Love>였다. 해외 매거진에서 한국 디자이너의 의상을 발견하는 건 쉽지 않은데, 그것도 세 명의 모델이 모두 당신의 의상을 입고 커버 촬영을 했다.

박소희 팬데믹으로 인해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졸업 쇼가 취소되었고, 락다운 속에서 완성한 졸업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소셜 미디어의 파장 효과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되어 <러브>의 패션 디렉터가 협찬 요청을 해왔다. 내 작품이 커버로 실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갓 졸업한 신인인 내 작품을 있는 그대로 봐주신 <러브> 매거진 팀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다. 그 커버가 나에겐 졸업 쇼를 대체한 세계적인 무대가 된 셈이다.

더블유 미국판 화보에도 당신의 의상이 등장할 정도로 다양한 매거진의 러브콜을 받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화보 컷은 어떤 것인가?

영국 <태틀러>의 2021년 1월호 엠마 웨이머스와의 커버 스토리 촬영. 셀레브리티가 내 작품을 입는 것도 상상 못할 일이지만 영국의 후작부인이 내 블랙 드레스를 입고 그녀의 성 앞에서 화보 촬영을 한 건 너무나 큰 영광이었다. 그분이 촬영을 마친 뒤 내게 응원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인스타그램으로 보내주었고, 이를 계기로 엠마와 인연을 맺었다. 화보와 함께 실린 그녀의 일생에 대한 기사도 매우 인상 깊었다. 그녀의 삶 또한 내게 큰 영감을 주었기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마일리 사이러스, 카디B도 당신의 의상을 선택했다. 그들의 연락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마일리의 모든 음반을 수집했을 정도로 마일리의 열혈 팬인 나로서는 처음 협찬 요청이 왔을 때 정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내 졸업 컬렉션 ‘만개한 소녀’의 모란 드레스를 입고 ‘그레이엄 노튼 쇼’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가 끝나고 난 뒤 마일리의 팀원들이 나와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을 때는 정말 눈물이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디B의 팀에서도 연락이 왔다. 빌보드가 카디B를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했고, 코로나로 인해 레드카펫을 대체한 화보 촬영을 했다. 카디B 팀이 내 전 컬렉션을 요청했고, 며칠 밤을 새워 드레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준비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카디B의 상징적인 순간을 함께해 영광이었다.

디자이너 크리스천 카원과의 협업 드레스는 벨라 하디드와 그웬 스테파니가 입었다. 크리스천이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로 협업 제안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가 어떤 메시지를 보냈나?

졸업 작품을 공개한지 얼마 안 되어 크리스천이 인스타 메시지로 9월에 있을 2021 S/S 뉴욕 패션위크 컬렉션을 위한 협업 요청을 했다. 그의 새로운 컬렉션은 마크 제이콥스, 하이디 클룸 외 여러 셀레브리티가 참여하는 쇼였고, 수익금은 미국의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기부하는 의미있는 컬렉션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협업은 통화로 이루어졌다. 크리스천이 콘셉트를 제시했고 디자인은 내가 자유롭게 했다. 패션위크가 끝나고 난 뒤 크리스천과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토록 다양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 ‘미스 소희’는 디지털 시대의 수혜를 받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데 있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아트 디렉션’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소셜 미디어에 작품을 선보일 때는 사진으로 담아진 모습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디자이너로서 완성된 디자인만 전달하기보단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이미지를 고스란히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려면 나와 비전을 공유하고 호흡이 잘 맞는 사진작가, 모델, 메이크업과 헤어 아티스트와 함께해야 한다. 패션이 얼마나 다양한 요소가 요구되는 종합예술인지 또다시 실감하게 된다.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마친 후 런던 유학을 갔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늘 패션 디자이너를 꿈꾼 건 아니었다. 한때는 화가를 꿈꾸기도 했고, 동화 일러스트레이터인 어머니를 따라 그림을 그리면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도 꿈꿨다. 그러다 중학생 때 우연히 TV에서 샤넬 오트 쿠튀르 쇼를 보았는데,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초현실적인 무대 디자인과 음악, 모델, 그리고 아름다운 드레스는 어린 내가 본 것 중 제일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다. 이때부터 하우스들의 패션쇼를 정주행하고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열심히 봤다.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의적인 작품을 마음껏 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였다.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가?

아름다운 자연물에서 영감을 받는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늘 자연을 동경한 것 같다. 작품 세계에서는 꽃이나 동물같이 내가 좋아하는 소재가 주로 등장한다. 패션은 내게 상상과 동경의 세계다.

브랜드를 운영하고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 타협하지 않는 점이 있나?

내 페이스대로, 자신을 믿고 소신껏 작업하는 것. 팬데믹으로 모든 이벤트와 레드카펫이 취소된 상태였지만, 내 작업에 대한 믿음이 컸다. 그랬기에 과감한 디자인을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협업해보고 싶은 분야나 인물이 있다면?

영상과 음악이 함께하는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다. 영상은 사진에 담아낼 수 없는 분위기와 움직임이 있다. 여기에 감각적인 음악이 결합된다면 정말 환상적인 조합일 거 같다. 아티스트 페기 구의 작업을 열심히 팔로하고 있는데, 그녀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팬데믹 상황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팬데믹 이후 락다운 속에 아파트가 작업실이 되었다. 아파트를 스튜디오로 개조해서 모든 벽을 무드보드로 꾸몄다. 나만의 독창적인 방식을 실험하는 과정도 매우 재미있다. 밖에 나가지 못하니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요즘은 굳이 패션쇼를 하지 않아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내 작업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디지털 쇼를 하다 보니 기존의 방식을 타파하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변화를 주고 있고.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위기에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획하고 있는 재미있는 일은?

최근에 셀레브리티, 그리고 다른 브랜드와 재밌는 프로젝트를 했다. 봄과 여름에 공개될 텐데,처음 해보는 형식의 협업이라 매우 설레고 기대된다.

런웨이 쇼에서도 ‘미스 소희’를 볼 수 있을까?

현재는 차근차근 브랜드를 설립해가는 단계이지만 코로나가 진정되고 패션쇼가 다시 열리는 세상이 온다면 런웨이에서도 미스 소희를 볼 수 있을 거다. 레디투웨어와 오트 쿠튀르 사이인 세미 쿠튀르 컬렉션에 집중하되, 중간중간 쿠튀르에서 영감을 얻은 기성복 캡슐 컬렉션을 공개해 더 많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형식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

패션 에디터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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