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이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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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의 수석 보석학자인 멜빈 커틀리 인터뷰.

티파니의 수석 보석학자인 멜빈 커틀리.

‘티파니에서 아침을’ 부르짖는 오드리 헵번이 등장한 그 유명한 영화가 우리에게 사랑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8월 서울 한복판을 블루빛으로 물들인 티파니의 전시는 다이아몬드의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탄생 과정, 그리고 장인 정신을 향한 깊은 존중을 보여준다.

아이코닉한 블루 박스가 인상적인 모던 러브 전시관.

뉴욕 5번가에 위치한 아이코닉한 티파니 플래그십 스토어의 모습을 재현한 파사드 형태의 전시장 입구.

8월 9일 이른 아침, 경쾌한 걸음으로 동대문 DDP를 찾았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문리버를 흥얼거리며 도착한 곳은 티파니 블루빛으로 물든 쇼윈도가 맞이하는 티파니 다이아몬드 전시장 입구. 뉴욕 5번가에 위치한 티파니 플래그십의 모습을 본떠 연출된 이 파사드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니 다이아몬드의 빛나는 광채를 극대화한 통로가 환상적으로 펼쳐졌다. 이어서 장인들이 다이아몬드의 단면을 폴리싱하는 모습 등 뉴욕 티파니 공방을 실재적으로 재현한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티파니 블루 박스가 가득 쌓인 모던 러브 섹션, 영롱한 빛을 발하는 특별한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감상할 수 있는 쇼케이스까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 구석구석 색다른 공간으로 연출된 전시장을 흥미롭게 살펴보았다. 이러한 ‘체험형 전시’를 통해 다이아몬드의 진면모를 확인하고 감탄하는 사이, 말쑥한 슈트 차림의 노신사가 티파니 잠자리 브로치를 가슴에 단 채 등장했다. 바로 ‘티파니에서 평생을’이라고 부를 법한, 37년째 티파니의 다이아몬드와 동고동락한 멜빈 커틀리(Melvyn Kirtley). 티파니의 수석 보석학자이자 글로벌 카테고리 마케팅 부사장인 그가 그 오랜 시간 동안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은 눈부신 이야기가 여기 있다.

무결점의 특별한 다이아몬드를 상징하는. 티파니앤코의 다채로운 하이 주얼리들.

무결점의 특별한 다이아몬드를 상징하는. 티파니앤코의 다채로운 하이 주얼리들.

만나서 반갑다. 8월 10일부터 25일까지 선보이는 <티파니 다이아몬드(The Diamonds of Tiffany)> 전시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이번 티파니 다이아몬드전은 티파니 다이아몬드의 세계, 그리고 티파니 다이아몬드의 여정을 고객이 좀 더 몰입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고객들이 티파니 다이아몬드가 어떤 여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만들어내는 모든 단계에서 완벽함을 기하는 티파니의 주얼리 철학도 널리 알리고 싶었다.

앞으로 글로벌하게 진행될 이번 전시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또 가장 큰 규모로 개최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시장은 웨딩 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이아몬드의 품질과 관련해 관심이 높다고 느꼈다. 그래서 한국 고객이 커팅이나 등급 판정 같은 다이아몬드의 상세한 부분을 좀 더 몰입해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오늘 선보인 티파니 다이아몬드 전시 공간은 다이아몬드를 통해 ‘장인 정신’뿐 아니라 ‘모던 러브’까지 언급한다. 이번 전시에서 꼭 눈여겨보아야 할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또 관객들이 티파니를 통해 어떤 메시지와 영감을 받길 바라나? 모든 요소가 만나서 완벽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만들어지듯이 이번 전시도 각 섹션이 어우러져 다이아몬드의 긴 여정이 완성된다. 다이아몬드 주얼리가 만들어져 고객에게 안착하기 전, 커튼 뒤에서 벌어지는 실제적인 작업 과정을 눈여겨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전시 공간 중 다이아몬드의 단면을 폴리싱하는 작업을 선보인 공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모니터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직접 장비를 갖고 장인이 시연하는 장면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특별한 과정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자부심이 클 것 같다. 그렇다. 디테일한 작업 공정을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뿌듯하게 생각한다.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를 만들고 커팅하는 데에도 이렇게 많은 공정과 자격 요소, 장인들의 손이 깃든 복잡한 과정이 선행된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냥 다이아몬드가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장인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매우 흥분되고 즐거운 과정이었을 것 같다. 장인들은 매일 벤치라고 하는 작업대에서 매우 고독하게 작업을 한다. 그래서 이 전시를 위해 관람객들한테 어떻게 하면 그들이 하는 업무에 대해서 좀 자연스럽게 설명해줄 수 있는지 서로 많이 얘기를 나누고 준비했다. 절정의 세공 기술을 보유한 베테랑이지만 고객과의 소통은 흔치 않은 일이라 고심했다. 동시에 자기가 열정과 사랑을 담아서 하는 일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에 대해 매우 기뻐했고 말이다.

아까 그 작업가 놓인 전시 공간에서 몇몇 장인의 포트레이트를 볼 수 있었다. 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린 것인가? 티파니에서 일하는 장인들의 흑백 초상화를 보여주고 또 그들이 매일 사용하는 실제 도구를 갖다 놓는 것이야말로 강렬하게 작업 현장을 인식시킬 수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것 그대로의 작업대를 직접 만져보며 생생하게 현장감을 느끼도록 말이다. 나아가 장인이 작업할 때 쏟아붓는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당신은 티파니의 마스터피스 제품을 위해 원석을 소싱하고 연마하는 작업을 총괄한다. 그러한 작업을 위해 브랜드 내 타 부서와는 어떻게 협력하나? 우선 디자인팀에게 우리가 먼저 이런 것을 제작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 거기에 맞는 보석을 찾아내는 업무를 맡고 있다. 역으로 정말 훌륭한 원석을 채굴하거나 매입했을 경우, 디자인팀에 그 원석을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가장 아름다운 주얼리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양방향 소통을 한다. 두 팀이 서로를 자극하는 동시에 공생하는 구조를 조율하는 것이다.

유서 깊은 티파니 세팅의 반지 드로잉.

채굴을 통해 볼 수 있는 원석 형태의 다이아몬드.

작업 과정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공방을 재현한 전시 공간에서 장인들의 포트레이트가 눈길을 끈다.

디자인팀은 주로 상상을 통해 주얼리 디자인을 그려내는데, 때론 그것이 매우 어려운 미션일 때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도전을 즐기면서 작업에 임하는가? 그렇다 마치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그게 맞는 원석을 끝까지 찾아 내야만 한다. 마치 화가들이 자신의 컬러 팔레트를 가지고 작업하듯이 말이다. 물론 보석의 세계가 방대하고, 정말 어떨 때는 딱 맞는 걸 찾기가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티파니 다이아몬드는 왜 특별한가? 티파니의 설립자인 찰스 루이스 티파니는 미국 사회에 다이아몬드를 처음 소개한 인물이다. 회사가 처음 설립된 후 20년 동안만 해도 다이아몬드는 유럽에 있는 왕족이나 귀족만 착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유럽의 다이아몬드를 들여와 리디자인해서 미국 시장에 소개했고, 나아가 현대의 약혼반지 디자인을 세계에 소개했다. 1886년 처음 선보인 이래 전 세계 커플들에게 사랑의 증표로 여겨진 ‘티파니 세팅’의 경우 6개의 발이 다이아몬드를 고정하는 형태로 그가 고안해 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이아몬드는 티파니의 중요한 DNA라고 할 수 있다.

최고 등급의 다이아몬드가 갖는 가치와 희소성에 대하여 어 떻게 생각하는가? 전 세계에서 채굴이 되는 다이아몬드 중 티파니가 제공하는 최고 등급의 다이아몬드는 전체의 0.04%로 굉장히 희소하다. 그렇기 때문에 티파니에서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등급을 대변한다. 즉 티파니에서 판매하는 다이아몬드는 그 자체로 어느 수준 이상의 희소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컬러 등급과 희소 가치가 나눠지기에 고객에게 선택의 자유를 줄 수 있다.

전시를 통해서 무결점의 다이아몬드를 구별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동시에 마지막 섹션에서는 최고의 퀄리티를 지닌 눈부신 다이아몬드를 선보였다. 그 하이 주얼리를 살펴보며 완벽한 다이아몬드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감격스러운 기분까지 느껴졌다. 전시 마지막 공간에 놓인 클래식한 쿠션 에메랄드 컷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특별한 하트 셰이프의 다이아몬드 반지, 여기에 패셔너블한 팔찌 등을 다채롭게 구성해 티파니의 하이 주얼리가 지닌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수많은 보석을 대하면서 개성 넘치고 특별한 아름다움이 깃든 다이아몬드를 만나는데, 마치 오디션을 보는 것처럼 ‘과연 이 보석이 나에게 감동을 주는가?’라고 자문하며 그런 원석을 선택한다. 내게 감동을 주어야 고객한테도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 다이아몬드는 착용하는 사람의 눈길이 계속 가게끔 해야 된다. 볼 때마다 색다르고 감동적인 부분이 필요한데, 이처럼 그 사람과의 특별한 관계가 만들어지려면 무엇보다 다이아몬드의 퀄리티가 중요하다. 훌륭한 퀄리티가 있어야 그런 존재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훌륭한 퀄리티를 찾아내고 연마하기 위해서 우리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다.

티파니는 보석 감정 연구소를 두고 자체적으로 다이아몬드를 감정 평가해 왔다. 이렇게 자체 감정을 추구하는 이유는? 또 티파니 다이아몬드 증서의 경우 GIA에서 발행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우선 자체적인 엄격한 기준 을 적용하기 위해서 내부 평가를 통과하는 다이아몬드만 티파니의 다이 아몬드가 될 자격을 갖는다. 또 GIA 리포트 같은 경우에는 티파니 다이아몬드 보증서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 티파니가 다이아몬드의 품질을 보증하는 반면, GIA 리포트는 의견 제시를 하는 개념이다.

티파니는 채굴부터 커팅, 폴리싱 그리고 감정까지 전 과정을 관여하는 유일한 주얼리 브랜드로 알고 있다. 기억에 남는 특별한 채굴 경험을 듣고 싶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광산에서 소량 얻어지는 다이아몬드의 채굴 과정은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최근에는 바다를 매립해 만든 한 캐나다 광산에 갔는데, 매립하는 과정에서 그 안의 물고기들을 다 이동시켰다. 채굴이 완료되면 원상 복구해 그 물고기들을 원래의 환경으로 되돌려놓는다.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한 채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최근 티파니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다이아몬드 제품의 원산지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하며,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채굴을 강조했다. 우리는 세계 곳곳에 있는 광산 회사들과 관계를 맺고 다이아몬드를 공급받는다. 고객에게 다이아몬드의 원산지를 알릴 수 있는 투명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이아몬드 여정, 즉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부분을 모두 감정하는 것 역시 티파니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37년 전, 어떻게 티파니에 오게 되었고, 어떻게 티파니에서 일하게 되었는 지 궁금하다. 영국 출신인 내게 그 당시 유럽의 럭셔리 주얼리는 소수 특권 계층만 누리는 제한되고 폐쇄적인 시장이었다. 반면 모던하고 개방적인 미국 회사인 티파니 세일즈팀에서 다양한 계층의 고객과 소통할 기회를 얻었고, 그 일이 즐거웠다. 그 후 보석학을 공부해 지금에 이르렀다.

30년 넘는 세월을 한 브랜드에서 일했다는 점이 놀랍다. 이곳만의 특별함과 퀄리티에 대한 열정이 지금 여기까지 나를 끌고 온 것 같다. 사실 37 년이 어떻게 지나갔나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다양한 고객과 소통해야 했기에 항상 뭔가 더 나아져야 했고, 늘 배워야 했다. 계속 배우고 매일매일 새롭게 지내는 동안 시간이 흘렀고, 경험과 지식이 쌓였다.

오랜 시간 티파니에서 다이아몬드를 다루며 보내온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언제였나? 티파니의 특별한 옐로 다이아몬드를 눈앞에 둔 순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128캐럿에 달하는 이 옐로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옐로 다이아몬드 중 하나다. 티파니에서는 매일매일이 놀라운 경험으로 채워진다. 이처럼 훌륭한 퀄리티의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접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엔 또 어떤 멋진 보석이 날 찾아올까, 혹은 내가 과연 어떤 원석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일해왔다.

티파니의 수석 보석학자로서 앞으로의 비전은? 예전에는 주얼리를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 대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요즘 여성들은 스스로 자신을 위해 주얼리를 구입한다. 직접 주얼리를 선택하고,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녀들의 모던한 방식에 부합하는 최고 퀄리티의 티파니 주얼리를 계속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의 꿈이다.

패션 에디터
박연경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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