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F/W 뷰티 트렌드.
2019 F/W 시즌에는 메이크업하는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드레스업한 레이디 룩이 트렌드 전면에 떠올랐으니까!
MATTE TOUCH
놈코어(Normcore) 같은 캐주얼 룩은 이제 정말 한물간 트렌드가 된 걸까. 이번 시즌 우리는 잘 차려입고, 공들여 화장하며, 무엇보다 우아해 보여야 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 갈란드는 ‘안 한 듯한(Undone) 메이크업’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메이크업은 신중하게 고려되고 제대로 한(Done) 듯이 보여야 해요. 단, 아주 단순하게 해야 하죠.” 그런 덕분일까? 섬세하게 단장한 모델들의 얼굴에서 각자의 개성 또한 고스란히 엿보인다. “매트, 매트! 그리고 눈에 집중하세요. 그거면 끝이라니까요.” 카림 라만의 말처럼 매트 파운데이션은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러(Blur) 처리한 듯 보송보송 보얗게 정리한 스킨은 올가을 럭셔리하고 우아한 부르주아 룩의 핵심. 그렇다고 가면처럼 두껍고 완벽하게 커버된 메이크업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파운데이션을 얇게 발라 커버하고 다른 메이크업은 과감히 덜어낸 덕분에 아주 가벼워 보이기 때문. “눈이 내린 추운 겨울날, 방금 메이크업한 것처럼 산뜻한 룩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샤넬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메이크업 컬러 디자이너 루치아 피카의 영감에서 당신도 힌트를 얻어볼 것.
OLD FILM LADY
“저는 그 단어를 싫어하긴 하지만, 모두 할리우드 올드 무비의 ‘글래머’들로부터 온 거예요.” 파코 라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안 도세나는 국가 행사부터 레드카펫까지 포멀하게 차려입고 나타난 스타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의 고전적인 글래머를 연상시키는 크고 또렷한 레드 립은 돌체&가바나, 버버리, 펜디, 루이 비통의 백스테이지에서도 목격됐다. ‘여성에게 새롭게 부여된 힘과 여성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어떻게 표현하겠는가?’라는 미우치아 프라다의 현재적인 질문에 레드 립과 캐츠아이만큼 어울리는 정답이 또 있을까 싶다. 특히 에르뎀 쇼에서 발 갈란드가 선보인, 블랙 젤 라이너와 매트 블랙 아이섀도 두 제품만 사용해 완성된 블랙 벨벳 캐츠아이는 심플하지만 강렬했다. “펠리니와 히치콕의 여인들이 믹스되었다고 할까요? 히치콕의 뮤즈였던 티피 헤드런의 캐츠아이에서 영감을 받아 좀 더 미래적으로 표현했죠.”
EYE – GRAPHY
삐뚤빼뚤 못 그릴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그림 시간이 시작됐다. 프로엔자 스쿨러 쇼의 딕 페이지는 “시즌 내내 여기저기서 그림을 그린 것 같아요. 때로는 그리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그린 듯, 때로는 아주 못 쓴 글씨처럼 연출했죠”라고 설명한다. 스포트막스 쇼에서는 마스카라 브러시를 눈꼬리에서 스치듯 쓸어 날개처럼 연출했고, 아틀랭, 하이더 애커만 쇼에서는 라인을 길고 날카롭게 직선으로 쭉 빼, 캐츠아이와는 또 다른 미니멀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자아냈다.
PUNK SPIRIT
스터드와 스파이크, 체인, 피어싱으로 무장한 여자들이 몰려온다. “일부러 펑크족처럼 메이크업할 필요는 없어요. 그 무드만 가져오면 되거든요. 심지어 글리터를 사용할 경우에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의 조언은 이번 시즌 새롭게 출시되는 블랙, 버건디, 퍼플, 뱀파이어 컬러 립스틱을 대하는 훌륭한 지침이 될 것 같다. 마르니 쇼처럼 익숙하지 않은 컬러를 입술에 과감하게 더하거나 베르사체 쇼처럼 언더라인을 블랙 펜슬로 강조해볼 것. 핵심은 펑크의 저항 정신, 그리고 여기에 약간의 광채를 더하는 것이다.
BRAVE PALETTES
다채로운 컬러로 꽉 찬 아이 팔레트가 그 어느 때보다 유용한 시즌. 두려움 없이 시도할 용기, 그리고 알록달록 한 컬러 팔레트만 있으면 된다. 마이클 코어 쇼의 딕 페이지는 이 룩이 80년대 디스코 무드와 상통하는 메이크업이라고 설명한다. “이건 ‘스튜디오 54’ 입장권이나 마찬가지죠. 쿠퍼, 골드, 에스프레소, 퍼플 같은 과감한 색상을 쓰되, 컬러 하나가 주인공으로 튀기보다 한데 어우러져 보이도록 했어요.”
DISCO STAGE
‘스튜디오 54’가 다시 문을 연다면 이런 느낌의 여자들이 클럽 앞에 가득하지 않을까? 화려한 빛을 뿌리며 돌아가는 디스코볼처럼, 메탈릭한 글리터 가루가 눈매를 수놓아 눈을 깜박일 때마다 반짝이는 여자들 말이다. “‘스튜디오 54’의 모던 버전이라고 할까요? 모두 섹시함, 헝클어짐, 디스코 글래머에 관한 것들이죠.” <Fame>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반짝임에서 영감을 받은 제임스 칼라이도스는 로다테 쇼에서 붉은 글리터를 눈매와 입술에 듬뿍 발랐고, 지암바티스타 발리 쇼의 발 갈란드는 크롬 페이퍼를 오려 붙여 글래머러스한 눈매를 연출했다. “작은 보석 조각들처럼 보였으면 했어요. 꽤 미래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BROWN LAYER
잿빛 갈색, 붉은 갈색, 황톳빛 갈색… 브라운 아이 팔레트에 관한 한 올가을은 무엇이든 허용된다. “완전히 현실 속의 컬러죠. 어떤 브라운이든 스모키 아이로 연출해보세요. 골드 브론즈부터 다크 브론즈까지, 바르고 나면 럭셔리한 기분을 느끼게 될 거예요”라는 발 갈란드의 말은 백번 옳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마리안 뉴먼의 말처럼 깊고 우아한 브라운 스모키 아이를 완성하는 데 손이 많이 가는 것은 사실. “유튜브에서 보듯 쉽게 완성되진 않았어요. 한 층 바르고, 또 바르고, 또 바르고. 층을 수없이 쌓아가는 게 고급스러운 브라운 아이를 완성하는 비결이에요.”
PURE BROWS
이번 시즌 가장 덜어내야 할 곳은 바로 눈썹. “마스카라로 살짝 빗어 최대한 투명하게 남겨두려고 노력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딕 페이지의 말처럼 눈썹 안쪽 살색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비워두면 메이크업에 숨통이 트인다. 약간의 빈틈에서 매력이 발생하듯이! 그리고 이런 힘 빼기는 사뭇 어려 보이는 효과도 있다. 발 갈란드의 다음 팁을 유념할 것. “눈썹을 잘 빗고, 브로 펜슬로 결을 따라 그린 뒤, 다시 빗으세요. 그래야 모든 시선이 강렬한 눈에 집중되니까요.”
CHUNKY LASHES
마스카라가 귀환했다. 그것도 아주 대담하고 강렬한 방식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제이 알렉산더는 이번 시즌 자신이 맡은 런던의 모든 쇼에서 마스카라를 활용했다고 고백했다. <악마의 씨>에서의 미아 패로, 트위기와 도로시 맥고완까지, 속눈썹에 관해서라면 이렇게 레퍼런스가 풍부한 시즌도 없을 것이다. 이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구현한 이는 디올의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 블랙 펜슬로 언더라인에 가짜 속눈썹을 뚝뚝 러프하게 그려 넣어 펑키한 60년대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저는 속눈썹을 두껍게 뭉친 듯 그렸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어요. 60년대 룩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웨어러블하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더 그래픽적이거나, 더 로맨틱하거나, 더 복고적으로요.”
MODERN ROMANCE
이번 시즌의 로맨티시즘은 은은한 광채로 표현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치아 피에로니는 크리스토퍼 케인 쇼에서 “맑고 순수한 소녀를 떠올려보세요. 피부는 래디언트 부스터로 자연스럽게 빛나게 연출하고, 아이홀에는 글로스를 전체적으로 펴 발라 투명함을 살렸죠”라고 전한다. 안토니오 마라스 쇼의 톰 페슈 역시 약간의 크림 컬러를 더할 것을 추천한다. “미묘하고 섬세하게, 눈가에는 오렌지빛, 볼과 광대에는 장밋빛 크림 컬러를 더하는 것만으로 이 시대의 룩을 연출할 수 있죠.” 아티스트들이 공통적으로 사랑한 아이템은 투명한 립밤과 수분감이 풍부한 크림 립스틱! 마무리는 글로시하거나 스포티한 광채라기보다, 달빛처럼 은은하게 빛나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것.
- 뷰티 에디터
- 이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