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라는 이 책을 읽어봤다.
서점에서 ‘자기계발’ ‘경제경영’ 코너는 주저 없이 지나치는 사람도 이 책을 봤다면 머뭇거렸을 것이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한빛비즈).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과 나란히 거론될 정도로 성장한 소프트웨어 회사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는 선언이다. 책 앞에 다가서면 ‘평균 근속 1년 아마존에서 12년 일한 한국인’이라는 설명에 홀린 듯 책장을 넘기고 만다. 혁신을 거듭하는 회사란 일하는 자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다, 선배와 상사보다 후배가 많은 연차의 직장인에게도 직장 생활을 오래 잘하는 노하우는 온몸에 익히고 싶은 기술이니까.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저자 박정준은 2004년 아마존에 입사한 이후 ‘웹사이트 앱 플랫폼’, ‘콘텐츠 디스커버리’, ‘아마존 로컬 마케팅’ 등 8개 부서와 개발자, 마케팅 경영분석가 등 5개 직종을 거쳤다. 순도 100퍼센트의 이과 분야인 프로그래밍과 그를 바탕으로 전략을 제시하는 업무를 두루 거쳤다는 뜻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는 현재 한국에서 놀이방 매트(유아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거실 바닥에 깔 수밖에 없는 바로 그 매트)를 수입해 아마존을 통해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이 책이 여느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 서적과 다른 지점은 내용에 장르 전환이 있다는 점이다. 천재와 괴짜 직원들, 대부분 질문과 답으로 채워지는 회의 문화, 한국보다 100배는 넓은 땅에서 단 이틀 만에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 등 내부자가 알 수 있는 아마존의 속살이 지면에 흐르는 동안, 저자는 가끔 경쟁이 치열한 직장에서 느낀 두려움과 무거움을 내비친다. 어느 순간 그가 회사에 취업해 일하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회사는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을 바꿨다며 기술하는 문장은 장르 전환의 신호탄쯤 된다.
“어차피 몇 년 뒤 졸업할 회사이니 승진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다. 실제로 그때부터는 상사가 5년 뒤 계획을 물으면 회사를 떠나 독립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좁은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해 경쟁하기보다는 다양한 부서와 역할을 최대한 경험하면서 아마존의 여러 부분을 배우고 싶었다.”
이렇게 명료하고 통쾌한 고백이라니! 저자의 의도는 아니었을 테지만,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는 후반부에 이르러 기업 문화를 묘사하는 실용서에서 나에게 진정 어울리는 인생을 찾는 에세이로 방향을 튼다. 나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것은 성취감일까, 다른 무엇일까? 지금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은 뭘까? 직장 내 숱한 에피소드를 통해 생기는 의문은 결국 ‘나’라는 사람을 파악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향한다. 저자는 아마존을 벗어났지만, 아마존을 부정하지 않는다. 시작부터 일찍이 미래를 향해 갔던 그곳에서 다가올 미래를 먼저 겪으며 단련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 커리어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아이 셋 아빠인 그가 아마존에서 새로 론칭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아용품 사업을 시작한 건 자연스럽고도 반가운 삶의 전환이다. 책을 덮을 때쯤, 다른 이에게서 다른 순간에 들었다면 한 귀로 흘려버렸을 이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회사는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최신기사
- 피처 에디터
- 권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