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는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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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맹이랑 결혼했다고 말하는 남자, 올리비에 루스테잉

24세, 어린 나이에 발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올리비에 루스테잉. 그가 발맹에 입성한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이번 파리 컬렉션을 마치고 이틀 뒤 그를 다시 만났고, 그는 자신과 함께 성장한 발맹의 새로운 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반갑다. 더블유 코리아 독자들에게 오랜만에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나는 올리비에다. 오늘 아침 일찍 처음으로 인사하는 게 더블유 코리아여서 무척 설레고 반갑다. 2년 전쯤 한국에 갔었는데 다시 한번 가고 싶다. 그곳은 정말 환상적인 나라였다.

2019 F/W 쇼를 마친 뒤인데, 이번 쇼는 어땠나? 정말 대단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에너지, 분위기가 쇼에 대해 말해주었으니까. 내가 발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지 8년이 되었다. 그동안 브랜드를 사랑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나는 모든 쇼를 마치고 나면 아드레날린이 분출된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말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강력한 에너지다.

이번 시즌은 어떤 생각에서 시작된 건지, 컬렉션을 앞두고 어떤 고민을 했고, 노력했는지 궁금하다.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패러독스’였다. 로맨틱함과 터프함, 천사와 악마, 달콤함과 독약. 로맨틱한 것들을 필터에서 걸러내고, 터프함을 가져왔다. 아무것도 겁낼 것 없는 트러블 메이커 소녀 같은 느낌 말이다. 발맹은 겁내지 않고, 자유로우며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 저항하는 이를 위한 브랜드다. 이번 컬렉션은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장갑이 붙어 있는 핑크색 주름 장식 톱, 커다란 벨트, 진주와 깃털이 섬세하게 엮인 스커트는 발맹 오트 쿠튀르 제품.

최근 발맹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다. 먼저 당신은 발맹의 쿠튀르 컬렉션을 16년 만에 부활시켰다. 어떤 이유에서였나? 내 생각에 쿠튀르라는 것은 ‘경험’의 집약체인 것 같다. 모든 것을 최고의 기술로 끌어올려 끝까지 가는 것 말이다. 당신의 말처럼 나는 레디투웨어 역시 하나하나의 피스를 정교하게 작업한다. 하지만 쿠튀르에서는 그보다 더 멀리 갈 수 있고,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어서 다시 하게 되었다. 즉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다. 나의 재단 기술, 패브릭의 선택,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레디투웨어는 리얼리티와 타협해야 하지만, 쿠튀르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쿠튀르는 내게 ‘꿈이자 판타지’다.

다음으로 큰 변화는 로고의 변화가 아닐까? 창립부터 지금까지 지속한 로고를 바꾸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로고를 바꾸게 되어 무척 기쁘다. 사실 로고를 그렇게 크게 바꾼 것도 아니다. 1963년 무슈 발맹이 만든 로고를 재해석한 것이니까. 발맹의 골수 팬들은 이 로고가 없던 걸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발맹의 시작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재해석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반대 의견이 있는 건 당연하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면 반대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니까. ‘Back to Basic’. 발맹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도 있다.

바뀐 로고를 얹힌 새로운 캠페인 이야기도 하고 싶다. 그것이 어떤 이미지로 비치길 원했나? 굉장히 강인하고, 깨끗하고, 모던한 발맹이 읽혔다. 발맹의 기존 이미지는 흥미롭다. 우리가 정말 꿈꾸는 게 뭔지는 어렴풋했지만 시작은 발맹이라는 상자 안에 다 담겨 있는 이미지였다. 발맹이라는 라벨, 브랜드가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내가 만드는 발맹이라는 브랜드에 안심을 했으니까. 카라는 보이시하지만 여성스럽다. 이것이 발맹이다. 그리고 발맹은 그저 ‘파티 드레스’가 아니고, 그것만이 브랜드가 아니다. 사람들이 오해하지만, 그런 것은 내가 한 번도 만든 적이 없는 것이다. 카라와의 캠페인으로 발맹이 그저 파티 드레스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런웨이에는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셰일린 우들리라는 배우가 섰다. 그녀와 카라는 바로 우리의 ‘Army’ 다. 이 두 여성이 바로 발맹이다. 오늘날 발맹은 새로운 시작에 서 있다. 나는 더 이상 발맹을 시작했을 때인 24세 청년이 아니다. 그때보다 더 성숙했고 발전했다. 브랜드 역시 나와 함께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장갑이 붙어 있는 핑크색 톱, 커다란 벨트, 진주와 깃털이 섬세하게 엮인 스커트, 미래적인 무드의 선글라스는 모두 발맹 오트 쿠튀르 제품.

새롭게 오픈한 생토노레 플래그십 스토어 디자인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무엇을 투영하고 싶었나? 오늘날에는 소비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인터넷 쇼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나는 그것에 회의적이다. 매장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곳의 공기를 함께 느끼는 것이다. 매장 안의 옷과 인테리어 등 모든 것에서 발맹을 느껴지게 하려면 옷을 디자인하는 나도 참여하는 게 마땅했다. 생토노레 플래그십은 발맹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무슈 피에르 발맹이 생각했던 것들, 이루었던 것들이 많이 투영되기를 바랐다. 동시에 지금이 2019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하우스의 DNA와 함께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매장에는 오스마니안 스타일의 벽이 하얀색 페인트로 되어 있고, 무슈 발맹 시대의 천장 입체 재단과 화려한 거울, 그리고 그가 좋아아했던 대리석도 찾을 수 있다. 벽의 거울들은 옛 발맹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컬렉션의 피스 수는 아마 발맹이 여성 레디투웨어 중 가장 많을 것이다. 거기에 쿠튀르까지 만드는 당신은 일분 일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단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매일 아침 눈뜨는 게 행복하다. 항상 무언가에 영감을 받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내 직업이 너무나도 좋다. 이런 매일의 도전이 없다면 내 인생이 너무 지루했을 거다. 당신 말처럼 나는 무척 많은 일을 한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일하기 때문에 오늘날의 발맹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새로운 영감이 항상 그렇게 찾아오나? 항상 그렇다. 하나의 컬렉션이 끝나면 끝과 동시에 심심해지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기획한다.

리본 장식의 조개 모양 플리츠 톱과 진주 비즈 장식 쿠틔르 데님 팬츠, 조형적인 메탈 굽이 장식된 스트랩 슈즈는 모두 발맹 오트 쿠튀르 제품.

늘 꿋꿋하게 발맹의 미학을 계승하며,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투영해 끌고 나가는 당신에게도 시련이 있는지? 실패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원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을 뿐. 우리는 인생에서 항상 승자가 될 수는 없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는 실패를 겪어보지 않았다. 물론 압박과 긴장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내겐 아드레날린이다. 아드레날린 없이는 열정도 없다. 실패라는 말을 쓸 만큼의 큰일은 없었지만 일이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은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절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완전히 포기한다면 그게 바로 패배자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서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제외하고,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내 머릿속에는 온통 발맹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미안하지만, 그 사람은 내 인생에서는 두 번째다. 내게 늘 첫 번째는 발맹이다. 나는 발맹이랑 결혼했다.

쇼가 끝났다. 이제 당신은 무엇을 할 생각인가? 드디어 휴식인가? 침대에서 넥플릭스! (웃음) 나는 너무 완벽주의자여서, 내가 말을 내뱉고 나면 꼭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부담스럽다. 아! 나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서 곧 영화관에서 상영될 것이다. 그리고 곧 협업이 하나 있을 예정인데, 그건 비밀이라고 내 에이전시에서 여기 오기 전에도 입단속을 철저히 시켰다. 그래서 쉿!

패션 에디터
김신
포토그래퍼
김형식
모델
박희정
헤어
Mike Desir Using @oribe (@B Agency)
메이크업
나세영
통신원
이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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