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첫 드라마

W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이 왓챠플레이를 통해 공개된다.

박찬욱 감독의 영국행은 어쩌면 숙명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그가 영국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의 <현기증>을 보고 감독이 될 것을 결심했으며, 제임스 본드 영화에 영향 받아 자신의 작품을 늘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감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찬욱은 짐짓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기저에서 부글부글 끓는 욕망, 그 음험하고도 금지된 욕망의 발화점을 찾아 기어이 불을 붙이고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면밀히 들여다보는 걸 즐기는 관찰자다. 자신의 감정과 속마음을 감추기로는 세계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영국인이야말로 박찬욱 감독에게는 가장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아닐까 싶었던 거다. 짐작은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지난해 가을,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이 영국에서 방영됐다. 영미권 평단으로부터 연출, 연기, 촬영과 미술 등 다방면으로 호평받은 이 6부작 드라마는 올해 3월 중순 이후 VOD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통해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특히 박찬욱 감독에 따르면 올해 3월 왓챠플레이에서 공개될 6부작은 지난해 가을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된 방송판과 다양한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감독판으로, 전 세계 처음 공개된다.

<리틀 드러머 걸>은 영국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카레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은 영국인 무명 여배우 찰리(플로렌스 퓨)가 이스라엘 첩보 기관 모사드에 고용돼 현실 세계를 무대로 일생일대의 연기를 펼치는 과정을 조명한다. 그녀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미셸의 연인을 ‘연기’해야 한다.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찰리는 피처럼 붉은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 영국을 떠나 그리스, 유고슬라비아, 오스트리아 국경을 가로지르며 곳곳에 미셸의 연인으로서의 흔적을 남긴다. 문제는 현실의 무대가 가상의 무대만큼이나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거다. 찰리의 행동은 나비효과처럼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어떤 이들은 그녀 때문에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자신의 연기를 돕기 위해 테러리스트 역할로 고용된 이스라엘 첩보 요원 베커(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사랑에 빠진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어디서부터가 진심이며 어디서부터가 연기인지 가늠할 수 없는 <리틀 드러머 걸>의 모호하고도 복합적인 세계는 6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체감할 새도 없이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장영엽 ( 기자)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