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기가 죽을 만큼 싫다. 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 한 장을 품고 산다지만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회사 다니기가 싫다. ‘다 관두고 사업이나 할까?’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머릿속을 스쳐간다. 주변에 사업하는 친구들은 다 잘 살던데. 외제차를 끌고 집도 샀더라. 평생 직장인 월급으로는 인생 역전은 어려운 걸까? 근데 막상 회사를 관둘 자신은 없다. 사업을 하면 정말 꽃길만 걷는 걸까? 장밋빛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는 걸까? 회사를 관두고 가게를 차린 소상공인 세 명의 현실적인 인터뷰.
김광희 (‘낯선 고기’ 대표)
무슨 사업을 하고 있나?
낯선 고기. 잘 구워진 고기와 수제 맥주를 판매하는 곳.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실패를 알려주는 곳이기도 하다.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현대 홈쇼핑에서 웹사이트 기획을 했다. 문득 ‘이렇게 사는 게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에 짬을 내어 내가 해보고 싶은 사업에 대해 써 내려갔다. 그걸 6개월 정도 하니 몇 개의 가닥이 잡히더라. 다시 6개월을 고민해서 최종적으로 고깃집이 선정됐고 ‘정말 하고 싶은 걸까?’에 대한 고민을 또 1년 정도 했다. 1년이 지났을 때, 역시 해야겠다는 결론이 났고 필요한 걸 조금씩 준비한 뒤 가게를 열었다. 딱히 회사에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연봉이나 대우, 직장동료, 업무 환경이 나쁘지 않았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너무 젊었던 것 같다.
고깃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
고깃집에 갈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왜 고기냄새가 배어야 할까?’, ‘왜 맥주는 카스와 하이트밖에 없을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맥주만 모아 판매하는 걸 꿈꿨으나 그러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그래서 맥주와 곁들일만한 걸 찾았다. 결국, 최고의 궁합은 양념이 된 목살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 낯선 고기의 고기 맛은 낯설지 않다. 가게의 영롱한 분위기, 잘생긴 사장, 고기와 곁들인 파프리카 등이 낯설지. ‘고기를 곁들인 맥주집을 만들자’ 그게 시작이었다.
회사를 다닐 때보다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힘든가?
알람을 안 맞춰도 되는 게 좋다. 머리를 마음대로 기를 수 있어서 좋고 하기 싫은 일은 안 해도 되니까 좋다. 그 외의 것들은 다 힘들다. 사업이 만만한 게 아니다.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매일 매출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도. 열심히 일하는데 마이너스가 날 때도 많거든. 저녁을 도둑밥처럼 먹고 금요일 밤에 친구들을 만난 지도 오래됐다. 그래서 가게를 팔려고 내놨었다. 근데 안 팔리더라. 사실 난 낯선 고기를 시작으로 낯선 노래방, 낯선 재즈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근데 죽을 만큼 노력해도 안 되는 무언가가 있더라. 지금은 매니저를 구하고 대부분을 위임했다. 나는 다시 회사에 들어갔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게에서 칼을 갈아주고 설거지를 도와주고 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하지 말라면 하지 마요. 제발.
원정운 (맞춤정장 전문 ‘포튼가먼트 합정점’ 대표)
무슨 사업을 하고 있나?
맞춤정장 사업을 하고 있다.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작은 회사의 광고영업팀에서 근무했다. 광고를 물어오는 일이다. 영업을 하려면 정장을 입어야 했는데 확실히 기성복보다는 맞춤 정장이 만족도가 높았다. 회사를 관두고 2년 정도 일을 배우고 부모님께 돈을 빌리고 대출도 받아서 합정에 가게를 열었다. 처음 6개월은 장사가 거의 안됐다. 점점 자리를 잡아가면서 아직도 대출금을 갚아가는 중이다.
회사를 다닐 때보다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힘든가?
처음에 시작할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든 기분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이 늘어나고 그만큼 고정비용 지출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건 좋다. 단, 일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올 때의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입은 어떤가?
못 번다. 요즘 정말 불경기다. 번 돈은 족족 매장에 투자하고 있다.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은 무엇이 있을까?
‘이 시장이 오래갈까?’, ‘초심을 잃지는 않을까?’, ‘직원들의 미래는 어떻게 책임져야 하지?’ 등 사업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감각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까?’ 요즘은 SNS 시장도 치열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사회는 회사보다 더 치열하다. 철저한 준비와 타게팅, 확실한 아이템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김경민 (‘안옥천 순무김치’, 농산물 판매)
무슨 사업을 하고 있나?
부모님과 함께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엄마의 이름을 딴 ‘안옥천 순무김치’가 메인이고 아버지가 농사지은 쌀과 잡곡, 고구마도 판다. 주문을 받는 즉시 우리가 농사지은 순무를 뽑아 김치를 담가서 보낸다. ‘농산물도 예쁠 수 있다’는 생각에 디자이너에게 부탁해서 로고를 만들었다. 김치를 예쁘게 포장해서 판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20, 30대 직장인들은 김치를 해먹지는 않고 부모님께 받아서 먹더라. 그래서 그 세대의 직장인들과 40대 주부들을 위해 블로그와 SNS를 열심히 하는 중이다.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6년 동안 잡지사에서 에디터를 하다가 2년 동안 브랜드 마케팅 업무를 했다. 그 후 2년 동안은 프리랜서를 하면서 부모님 일을 도왔다. 지금은 그 동안 배운 것들을 가지고 농산물과 농가를 살리는 중이다. 일주일에 3일~4일은 강화도에서 부모님의 일손을 도우면서 농사를 짓고 김치를 담근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무를 다듬고 손질하고 택배를 포장하면 저녁이 된다.
회사를 다닐 때보다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힘든가?
부모님이 농사지은 걸로 판매하는 것이니 ‘내 것’이라는 확신은 있다. 하지만 가족과 일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수입은 어떤가?
내가 판매에 뛰어들기 전에는 도매가격에 농산물을 넘겼다. 지금은 내가 소매상이 되어 부모님의 물건에 가치를 높였다. 당연히 수입도 늘었다. 단골도 제법 생겼다. 처음 사업을 구상할 때, 농산물을 선물 아이템으로 만들고자 했다. 왜? 사람들은 선물할 때 돈을 쓰거든. 그래서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은 무엇이 있을까?
제대로 하려면 식품 제조 사업자를 내야 하는데, 농부들이 하기에는 제도적으로 복잡한 부분이 많다. 또한 농작물은 가을 한철 장사기 때문에 수입 또한 고정적이지 않다. 가족과 하는 것이니 수익에 대한 분배도 애매하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순무’하면 강화도가 떠오를 정도로 입소문이 나는 것.
회사를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아이템을 잘 정할 것. 진상 손님이 생각보다 많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정도로 책임지고 재미있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해야 사업도 꾸준히 할 수 있다.
- 컨트리뷰팅 에디터
- 박한빛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