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사보아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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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가 건축한 1930년대의 모던한 주택, 빌라 사보아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책과 전시를 만난다.

OVOIS_Villa Savoye 101

유서 깊은 건축물이 태동하던 그 시작부터 이후의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물론 건축가는 고생 좀 했을 것이다. 제아무리 르코르뷔지에였어도 말이다. 파리 근교 푸아시 지역에
는 201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주택, ‘빌라 사보아(Villa Savoye)’가 있다. 11월 말 출간되는 <르코르뷔지에 : 빌라 사보아의 찬란한 시간들>(오부와)을 쓴 저자는 르코르뷔지에에게 이 주택 건축을
의뢰한 부부의 손자 장-마크 사보아다. 책에는 1930년과 1931년에 걸쳐 건축된 빌라 사보아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폐허가 되고, 1960년 당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의 적극적인 조치로 국유화되며 되살아난 절절한 과정이 담겼다. “현관 입구에 물이 새고, 경사로에도 물이 새고, 주차장 벽은 완전히 젖었습니다. 정원사 숙소에 있는 벽도 흠뻑 젖었다고 합니다”라고 ‘팩트 폭격’하는 건축주에게 “저희는 선생님께서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말씀드리며, 선생님께서도 스스로를 그 집의 친구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답하는 르코르뷔지에의 응수 등, 사적이면서 사료 가치가 있는 편지도 실렸다.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장 필립 델롬은 전쟁과 세월을 거치며 과거 빌라 사보아를 뒷받침할 시각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상상력을 발휘했다. 집이 완성돼가는 찬란한 시간들, 집을 둘러싼 사람들을 그림으로 살려낸 것. 11월 30일부터 12월 16일까지 효자동 더 레퍼런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출간 기념 전시회는 <르코르뷔지에 : 빌라 사보아의 찬란한 시간들>의 입체적 확장이다. 책에 실린 일러스트 원화 15여 점, 비트라와 협업해 빌라 사보아를 배경으로 그린 10여 점, 빌라 사보아의 안과 밖을 담은 사진, ‘건축적 산책’을 가능하게 해주는 영상 작업 등이 이 집에 얽힌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더욱 증폭시키기도 할 것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장 필립 델롬의 일러스트, 그리고 르코르뷔지에가 창조한 놀랍도록 모던한 건축물이 여행을 부른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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