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Gaze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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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은 언제나 자기 방식대로 살았다. 스타가 스타라는 이미지를 연기하던 시절에도 그녀는 김희선인 채로 살 뿐이었다. 과거를 볼모로 현재에 은둔하지 않는 그녀는 여전히 타인의 시선 속에서, 예전보다 현명한 스타로 살아간다.

붉은색 터틀넥 니트 스웨터, 크로커다일 패턴을 형상화한 옐로 골드 커프, 펑크에서 영감 받은 샹당크르 컬렉션의 옷핀 귀고리는 모두 Hermes, 팬츠와 가죽 랩스커트는 Valentino, 시퀸 장식 니트 밴딩을 더한 펌프스는 Delpozo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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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나인룸>이 10월 첫째 주부터 방영을 시작했다. <미스터 션샤인> 후속 드라마다. 1, 2회를 보니 여자 주인공 두 명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이 독특하더라. 코미디물이 아니라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분위기라 미드 느낌도 살짝 난다.  장르물에 가깝다. 나도 이런 드라마가 처음이다. 일단 감독님과 작가님이 지금껏 해온 작품 색깔이 너무 다르다. 작가님은 <장사의 신-객주> <근초고왕>처럼 대하 사극을, 감독님은 <순정에 반하다> <아가씨를 부탁해> 같은 로맨스물을 만든 사람이다. 감독과 작가도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를 품고 있다.

극 중 당신이 맡은 을지해이는 돈과 출세를 중요시하는 변호사인데 가석방을 막으려한 최장기 미결수이자 사형수인 장화사(김해숙)와 사고로 영혼이 바뀐다. 연기하면서 헷갈리는 점은 없었나? 모두에게 고민되고 골치 아픈 부분이 꽤 있었다. 하나 예를 들어 영혼이 바뀐 후 속마음을 읊는 대사가 나갈 때, 몸은 내 몸인데 그 속마음을 생각하는 인물은 선생님이라면 누구의 목소리로 대사를 읽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시청자가 덜 헷갈릴까? 나는 장화사의 영혼이 들어온 뒤에도 을지해이인 척을 하며 생활한다. 장화사는 이제 감옥 밖에서 자신을 사형수 처지로 만들어버린 사고의 진실을 파헤쳐야 하거든.

졸지에 사형수의 몸으로 감옥살이를 하게 된 변호사, 34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와 변호사의 몸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 사형수. 그냥 한 사람이 1인 2역을 하는 것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영혼이 뒤바뀐 상태에서는 말하는 톤부터 달라져야 한다. 서로 상대방의 말투가 조금 배어 나와야 좋으니까 내 경우 쉬는 시간에 대기실에 있는 게 아니라 선생님을 관찰한다. 선생님도 내 행동이나 말투를 자주 모니터링하신다. 서로 늘 지켜보는 사이다.

작년 여름에 방영한 JTBC <품위 있는 그녀>가 워낙 회자됐다. 드라마가 재밌기도 했지만, 재벌가에서 건강한 상식과 교양을 갖춘 우아진 캐릭터를 향해 호응하는 시청자가 많았다. 드라마가 잘됨으로 인해 생긴 고민도 혹시 있을까? 음, 작품이 안 될 때 더 고민이 많지, 사실 잘됐는데 고민이생긴다는 건 좀 가식 같다(웃음).

결혼과 출산 후 오랜만에 한 작품이 2012년 <신의>다. 2014년 주말 연속극 <참 좋은 시절>, 2015년 <앵그리맘>에 이어 <품위 있는 그녀>가 가장 반응이 좋았을 것 같다. 좀 자신감을 얻었나? 이정도 활동을 하니까 사실 뭐 잘됐다고 해서 자신감을 얻는 것도 아니고, 잘 안 됐다고 해서 크게 상실감에 빠지지도 않는다. 또 내가 일을 안 할 때는 일과 관계된 것을 다 잊는다. ‘컷’ 소리와 함께 역할에서 빠져나와 금방 자연인이 된다. 단순하고 무딘 편이다.

검정 캐시미어 케이프와 드레스는 Burberry, 은은한 마더 오브 펄 다이얼에 무빙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해피 다이아몬드 워치와 눈부신 다이아몬드 세팅의 해피 드림즈 컬렉션 반지는 Chopard, 조형적인 디자인의 페이턴트 슈즈는 Miu Miu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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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당신에 관한 영상을 좀 찾아봤더니 어릴 적 신세대 스타 김희선의 모습이 추천 영상으로 자꾸 뜬다. 옛날 생각이 나더라. 25년 커리어 역사가 너무 화려해서 옛날을 되짚어도 소스가 많다. 어우! 우리 옛날 생각은 하지 말자. 그 옛날이 있어서 지금의 김희선이 있다.

근데 주변에 1990년대생이 있나? 일단 지금 <나인룸>에같이 출연하는 래퍼 원(정제원), 양지일이라는 친구가 90년대생이다. 현장에 같이 다니는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들도 90년대 초반생이고. 1990년생이면 몇 살이지?

스물아홉. 그들도 어린 나이가 아니다. 와, 그렇구나. 내가 한창 바쁘게 일할 때가 스물셋, 넷 정도였다. 정신이 없기도 했고 좀 수동적으로 일했다. 그때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이제 여유를 가지고 내 생활을 즐기면서 작품을 고르며 살 수 있는 건 과거 쉴 새 없이 일했기 때문 아닐까?

10대에 데뷔해 금방 스타가 됐으니, 돌이켜 생각해보면 본인은 인지하지 못해도 그 시절부터 늘 ‘연예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지 않았을까? 그러지도 않았다.ㅠ다만 솔직하게 한 말이 미디어를 장식하고, 내가 공개한 적 없는 열애 소식이 터질 때는 좀… 근데 참하고타의 모범이 되는 이미지의 연예인이었다면 모를까, 나에 관해서는어떤 뉴스가 나와도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이긴 했다(웃음). 후배들에게 너무 착한 이미지만 고수하지 말라고 한다. 포장된 이미지로 살면 작은 흠만 있어도 크게 추락한다.

세상에는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 사람, 타고나서 쉽게얻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 김희선은 후자 쪽에 가까웠다. 요즘처럼 트레이닝으로 만들어진 연예인 말고, 스타 기질을 타고난 진짜 연예인. 그 점에서는 운도 따랐다. 물론 그것도 내 운이지. 요즘처럼 꼼꼼하게 트레이닝 받아 연예인이 되는 케이스는 내공이 얼마나 어떻게 쌓였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그런 과정 없이 현장에서 쌓은 내공이란 것도 있지싶다. 내공은 쌓으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시간이필요한 문제다. 나는 속 터져서 연습생 생활 같은 거는 못 했을 거야.

레트로 무드의 붉은색 가죽 트렌치코트는 Miu Miu, 화려한 시퀸 장식으로 꽃을 형상화한 드레스는 Delpozo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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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그녀>의 우아진은 이를테면 김희선의 ‘타고남’, ‘아우라’와 썩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연기가 편안하고 돋보인 건 연속극 <참 좋은 시절>에서처럼 수수하고 똘똘한 캔디형 인물이었을 때라고 생각한다.화려한 아이콘이 그런 연기를 해도 위화감이 없었고… 어? 난 늘 수수했는데?

김희선이 수수했던가? 아, 막 스쳐 지나가는 드라마가 있다. 류시원과 출연한 MBC 미니 시리즈 <세상끝까지>라고… 역시 옛날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 그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미스터 큐>나 <토마토>에서도 나는 힘들고 버거운 상황에 놓인 캔디형 인물이었다. 내가 한창 활동하던 때는 IMF 때문에 형성된 사회 분위기가 있어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다 보면 성공이 찾아온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의 드라마가많았다. 난 사실 그런 작품을 많이 했다. <품위 있는그녀>의 우아진이 내 연기 역사에서 가장 상류사회의 화려한 여자 역이었다! 그거 딱 한 번이다.

왜 김희선이 늘 화려하다고 생각했을까? 당신의 당당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더러‘시대를 앞서간 여배우’라는 언급이 보인다. “옛날에는 방송에 나와 당당하게 술 마신 이야기하는 여자연예인이 김희선밖에 없었어요.” 같은. 술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배우가 없었다. 큰일 날 일이었지. 근데 그런 면을 숨기고 가식 떨었다가는 다들통나게 마련 아닌가? 예전에는 분위기가 왜 그랬는지 몰라.

스타로 오랜 세월을 보낸 이에게는 그만의 무기와 그를 옭아매는 덫이 공존한다. 외모가 훌륭하면 연기가 가려진다거나 하는 것처럼. 김희선에게 무기는 뭐고, 덫은 뭐였나? 칭찬과 욕 모두 많이 듣고 살았는데, 안좋은 말을 들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여유 있는 내가 가끔은 좋다. 그게 지금까지 오래 일할 수 있는 무기라면 무기일 거다.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자신감이있달까? 누가 뭐라고 해도 크게 상처받지 않고, 내 자신감으로 지금까지 왔다. 그게 일종의 덫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남의 말도 좀 들어야 하는데 내 멋대로 하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힘든 시간을 거쳐 단련하거나 노하우를 습득하는 시간이 있었을 텐데. 학교 다닐 때, 시험을 너무 잘보고 싶으면서도 공부한 티를 내기가 싫었다. 그래서 책이 늘 깨끗했다. 그때부터 이상하고 쓸데없는 자존심이있었던 거지. 연기할 때도 오열하는 신을 앞두고 분위기잡고서 퀭한 채 나타나고 싶지 않았고, ‘방금 전까지 웃고떠들더니 심각한 신도 잘하네?’ 같은 말을 들으면 은근히 쾌감이 생겼다. 굳이 티를 안 내면서 잘하고 싶은 심리 때문에 그 방편으로 순간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설사 욕을 들을지언정 배워서 연기를 잘하는 것도 싫더라. 내 스스로 알아서 하면 욕을 먹어도 내탓, 칭찬받아도 내 덕 아닌가? 이런 스타일로 인한 장단점이 물론 있었다.

작년에 어느 인터뷰에서 오랜 연예계 생활의 비밀 중 하나로 ‘이기는 싸움만 하라는 말이 있는데, 싸움은 이겨놓고 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맛집의 소스 비법같은 핵심이라는 직감이 든다. 소스 배합에 대해 좀 풀어 설명해주겠나? 말 그대로다. 이런 말 하면 너무 올드할 것 같은데, <손자병법>에 다 나와 있다(웃음). 백전백승과 백전무패 중에 뭐가 더 좋을까? 둘 다 좋지 않다, 안싸우는 게 제일 좋다. 근데 싸울 거면 이겨 놓고 싸우라는 거지. 그게 딱 내 성격인 것 같다.

고수의 비기, 뭔가 알 듯 말 듯 한데… 심심할 때 유튜브에서 손자병법 같은 거 검색해서 오디오 들으면서 잔다. 부부, 동료, 시댁과의 사이 등 내 인간관계와 상황에 대입해보고 상상도 해보면 재밌다. 심지어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내가 어떻게 해야겠구나 하는, 처한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지혜를 얻을 때도 있다.

셔링 장식으로 어깨를 강조한 테일러드 코트, 터틀넥 톱, 스커트는 모두 Dries Van Noten, 다이아몬드가 섬세하게 세팅된 해피 다이아몬드 컬렉션 반지는 Chopard, 꽃을 아티스틱하게 표현한 가죽 롱부츠는 Valentino Garavani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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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결혼을 일찍 했다는 생각도 해봤나? 30대 초반에 결혼했다. 아이가 큰 걸 보면 일찍 한 편인 것 같기는 하다. 딸이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데, 선배들의 자식도 그보다 어린 경우가 있다. 하지만 결혼할 상대는 딱 보이던데? 이 사람 놓치면 평생 후회하겠다 싶은 것. 그건 결혼할 만한 상대가 나타나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대중은 연예인의 불행한 소식에도 관심이 많지만, 연예인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는 욕구가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행복하고 예쁜 누군가의 가정과 아이의 모습을 SNS를 통해 지켜본다. 당신도 인스타그램을 운영한다. 요즘엔 작은 사건도 자극적으로 부풀려지기 쉽기 때문에 사건 사고가 없기만 하면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더라. 행복할 때는 행복하고, 남편과 자식 때문에 속상할 때는 속상한 게 일반적 결혼 생활이다. 세상에는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사는 사람이 많아서 결혼을 강요하듯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결혼이란 겪어볼 만한 생활 같다.

보편적 삶이라는 게 있지만, 연예인의 결혼 생활은 누군가가 전 국민이 아는 스타와 관계 맺기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특수함도 있다. 사람의 첫인상이란 계약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사이로 계약을 했는데 자꾸 그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계약 위반이다. 나는 처음부터 시댁 어른께 ‘저 술 좋아해요’ 혹은 ‘전 이렇게 저렇게 살고 싶어요’ 라는 식으로 말씀을 드렸다. 내가 우리 시부모님 앞에서 며느리라는 이유로 나한테 있지도 않은 모습을 꾸며서 보여주고, 뒤로는 다르게 살면 그게 계약 위반 같다는 뜻이다. 그런 일종의 약속을 못 지킬 거면 인연을 맺지 말아야 하는 일같다. 내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린 결과 어머님과는 같이 장을 보고 쇼핑을 다니기도 하고, 아버님과 남편과는 술집에 가서 ‘소맥’을 마시기도 하면서 지낸다.

니트 소재의 맥시 드레스는 Max Mara, 어깨를 봉긋하게 강조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트위드 코트와 목걸이는 모두 Chanel, 흰색 펌프스는 Jimmy Choo 제품.

니트 소재의 맥시 드레스는 Max Mara, 어깨를 봉긋하게 강조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트위드 코트와 목걸이는 모두 Chanel, 흰색 펌프스는 Jimmy Choo 제품.

마음먹으면 웬만한 인간과 두루두루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인가? 나이 드니까 사람이 더 좋아지는데, 사람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함께 수다 떨 수 있는 존재가 좋아지는 듯하다. 말수가 많아지기도 했다. <품위 있는 그녀> 출연진과는 아직도 종종 모인다. 예전에는 같이 작업하는 배우들과 가까워질 시간이 없었다. 너무 일이 많았다는 게 핑계라면 핑계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럴 여유가 통 없었다. 드라마, 영화, 광고, MC를 병행했으니까.

언제부터 스스로 좀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꼈나? 어릴 때는 연기를 하면 내가 돋보여야 하고 예뻐 보여야 한다고, 내 위주로만 생각했다. 대사도 내 것만 신경 썼다. 이제는 좀 큰 그림이 보인다. 선생님들을 보면서 배울 생각을하고, ‘여기선 내가 빠져줘야 전체가 살겠구나’ 하는 식으로. 좀 더 큰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보려고 하는 마음이 생길 때 예전보다 성숙해졌음을 느낀다.

결혼이나 출산이 그 어른스러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 것 같나? 결혼과 출산, 그 두 가지 다 미친 영향이 있을 것 같다. 과거 나는 엄마의 헌신 속에 연예계 생활을 했다. 엄마에게 ‘난 엄마처럼은 못해’라고 하니 엄마도 당신 처럼은 살지 말라고 하신다. 내가 딸에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모유 수유하던 때, 새벽에 연아가 보채면 엄마가 말이라도 ‘왜 우리 딸 괴롭히니’라고 하면서 나 대신 연아를 안아주시더라. 엄마는 우리 부부와 딸이 같이 앉아 있는 모습만 봐도 뿌듯해하시지만, 자신의 모든 걸 준 딸이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것에 대한 헛헛함도 조금은 갖고 있지 않을까…. 어릴 땐 엄마의 그 모든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프숄더 형태의 트렌치코트는 Dior, 정제된 디자인의 아이스큐브 컬렉션 귀고리와 레이어링해 착용한 반지는 모두 Chopard 제품.

오프숄더 형태의 트렌치코트는 Dior, 정제된 디자인의 아이스큐브 컬렉션 귀고리와 레이어링해 착용한 반지는 모두 Chopard 제품.

25년 동안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누군가를 맞이 하기도, 떠나보내기도 했겠다. 그 세월을 거쳐 지금 남아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교훈은 뭔가? ‘구관이 명관이다’ (웃음). 갈수록 옛말 틀린 거 없다는 깨달음이 든다. 현재 소속사 대표와도 20여 년 된 사이다. 사람이 늘 잘 맞을 수만은 없다. 근데 ‘내가 다시 이런 편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들어 더 자주 한다. 대표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결혼해서 우리 딸들이 자매처럼 지낸다. 또 하나, 이 말 많고 탈 많은 연예계에서 한 사람과 오래간다고 하면 두 사람 다 성격이 좋아 보이는 효과도 생긴다(웃음). 우리가 헤어지면 서로 어딜 가겠어?

이건 팬들만 알 수도 있는 사실인데 방송 3사의 연기대상에서 김희선과 문근영이 공동으로 최연소 대상 수상자 기록을 지니고 있다. 당신은 화려한 20대를 보냈고, 가족을 꾸린 30대를 지나, 스타의 긴 삶을 보여줄 40대의 많은 날을 앞두고 있다. 김희선의 그래프는 어떻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문근영보다 생일이 빨라서 최연소 수상 기록자는 김희선인 거로 많은 기자님이 정정해줬다(웃음). 한 사람의 그래프란 나이대마다 다르게 간다고 생각한다. 20대는 20대답게, 30대는 30대답게 살아야 가장 행복한 것 같다. 가끔 20대 연예인 누가 어떻다더라 하는 험담을 들으면 나는 ‘어휴, 그때는 그럴 때야’ 라고 한다. 어린 연예인에게는 주변 환경 자체가 그 사람을 스포일드되게 만드는 면도 있다. 어릴 때부터 철들고 성숙하면 부처 아닌가? 애초부터 훌륭한 사람은 그대로 나이 들고, 그러지 못한 사람은 나중에 정신 차리면 된다 나처럼(웃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나약하고 핑계 같아서 참 싫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도 맞다.

20대는 20대답게, 30대는 30대답게. 그래서 40대에 맞는 요즘 김희선의 관심사는 뭔가? 나이 드는 것. 곱게, 잘 늙으면 좋겠지. 내가 지금 20대처럼 마냥 예쁘고 젊게 보이려고 하면 사람들이 거북스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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