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카피탄이 온다

이채민

패션지에 언급되는 문제적 아티스트의 정체가 뭔지 아리송할 때가 많은가? 그런 인물이 여기 또 하나 있다. 코코 카피탄을 알기 위해선 그녀의 세계를 펼쳐놓은 전시장에 갈 수밖에.

[보도스틸]Boy in Socks in Dust Magazine, London, 2017, C-type Print, 72 x 93 cm  Coco Capitan
“스페인 아티스트의 유머와 풍자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절충적 로맨티시즘과 결합했다.” 2017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이며 코코 카피탄과 협업한 구찌에서 당시에 한 설 명이다. 코코 카피탄은 구찌의 멀쩡한 가죽 가방에 이런 메시지를 써놓는 식이었다. “I Want To Go Back To Believing A Story.” “Tomorrow Is Now Yesterday.” 15년 전 무라카미 다카시가 루이 비통 가방에 그림을 그리거나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써놓은 건 지금 보니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처럼 나름 정갈하다. 코코 카피탄은 이제 막 글씨를 배운 유치원생이 매직으로 쓴 듯이, 그냥 텍스트가 아닌 메시지를 심었다. 메종 마르지엘라, 멀버리, 컨버스 등이 그녀의 당돌함과 자유로움을 브랜드에 결합하고자 손짓했고, 2017년에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그녀가 연출한 단편 영화를 상영했다. ‘1992년 스페인에서 출생해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영국 왕립예술학교와 런던패션대학에서 사진 전공, 사진 외에 회화, 벽화, 텍스트, 영상,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코코 카피탄의 간략한 프로필이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는 외모의 그녀는 사진가 자격으로 화보 촬영을 하지만, 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사진은 자기 세계를 표현하는 다양한 매체 중 하나일 뿐이다. 발 빠르게 움직인 대림미술관이 드디어 코코 카피탄 전시를 개최한다. 8월 2일부터 내년 1월까지 오랫동안 이어질 전시 제목은 <Is It Tomorrow Yet?>. 상상을 펼쳐놓은 페인팅과 영상, 이중적인 감정을 위트 있게 담은 손글씨, 팝아트를 재해석한 설치 등 작품 150여 점을 소개한다. 구찌 가방에 적힌 문구에서도 느끼듯 코코 카피탄의 작업은 주로 질풍노도의 다양한 감정이나 미래에 관한 불안함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작업이 풍길 감정과 상태가 공감을 자아낼지, 그 앞에서 꼰대처럼 ‘세대론’을 논하게 될지, 전시가 오픈할 그날이 기다려진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사진
Courtesy of DAELIM MUSEUM. BOY IN SOCKS IN DUST MAGAZINE, LONDON, 2017, C-TYPE PRINT, 72 X 93CM ⒸCOCO CAPITÁ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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