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4주년, 9집 앨범으로 돌아온 에픽하이

이채민

이 세상 누구의 삶을 들여다봐도 그건 존재 자체로 기적이라고, 에픽하이는 말한다. 숱한 감정을 쌓아 올린 그들의 음악이 다시 아른거릴 때가 왔다.

투컷이 입은 후디와 팬츠, 워커는 포츠1961, 안에 입은 니트 톱은 발리 제품. 타블로가 입은 누빔 소매 재킷은 에르메네질도 제냐, 안에 입은 검정 티셔츠와 검정 니트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슈즈는 에디터 소장품. 미쓰라가 입은 터틀넥 톱은 닐 바렛, 팬츠는 발리, 가죽 어깨 장식과 모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멤버들이 쓰고 있는 VR 안경은 삼성전자의 기어 VR 위드 컨트롤러 제품.

투컷이 입은 후디와 팬츠, 워커는 포츠1961, 안에 입은 니트 톱은 발리 제품. 타블로가 입은 누빔 소매 재킷은 에르메네질도 제냐, 안에 입은 검정 티셔츠와 검정 니트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슈즈는 에디터 소장품. 미쓰라가 입은 터틀넥 톱은 닐 바렛, 팬츠는 발리, 가죽 어깨 장식과 모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멤버들이 쓰고 있는 VR 안경은 삼성전자의 기어 VR 위드 컨트롤러 제품.

줄무늬 퍼 재킷은 펜디, 안에 입은 검정 티셔츠와 검정 니트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슈즈는 에디터소장품.

줄무늬 퍼 재킷은 펜디, 안에 입은 검정 티셔츠와 검정 니트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슈즈는 에디터소장품.

검정 패딩 점퍼는 닐 바렛, 검정 팬츠와 워커는 포츠1961, 장갑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검정 패딩 점퍼는 닐 바렛, 검정 팬츠와 워커는 포츠1961, 장갑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클래식한 벨티드 가죽 재킷과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 안에 입은 터틀넥 톱은 닐 바렛, 검은색 팬츠는 발리, 검정 베이스볼 캡은 발렌티노 가바리니 제품.

클래식한 벨티드 가죽 재킷과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 안에 입은 터틀넥 톱은 닐 바렛, 검은색 팬츠는 발리, 검정 베이스볼 캡은 발렌티노 가바리니 제품.

<W Korea>에픽하이의 정규 9집이 10월 23일 발매된다. 그 날이 딱 데뷔 14주년을 맞는 날이다. 한 팀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비결 하나를 꼽는다면 뭘까?
타블로 우리는 바라보는 것이 엇비슷하다. 없는 욕심도 있는 욕심도 비교적 일치한다. 현재 활동하는 힙합 팀 중 멤버 전원이 유부남인 경우는 우리가 유일하다더라. 각자 에픽하이라는 그룹을 벗어나면 집에서 구성하고 있는 그룹이 따로 있는 셈인데, 우리 중 그 거기에서 주인공인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래서 우리끼리 모이면 조연 셋이 모인 듯하다.
미쓰라 딱히 혼자 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 하던 일이나 잘 해야지, 우리가 처한 울타리를 벗어나는 건 다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공통적이다.
투컷 누가 튄다 해도 그걸 갖고 뭐라고 하지도 않을 거고.

새삼 멤버 모두가 유부남이라니 2010년 초에 만났을 때 신혼이었던 타블로가 한 말이 떠오른다. “지구상의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들은 모두 결혼한 사람이었어요.”
타블로 내가 그랬나?(웃음) 아마 자기 최면으로 한 말 같은데… 그때만 해도 주변에 기혼자가 거의 없었다. 결혼하겠다고 하면 자주 돌아오는 반응은 음악 하기 힘들어진다거나 재능이 무뎌진다는 소리였다. 나에겐 그 말이 일종의 폭력처럼 느껴졌다. 두려움, 부정하고 반항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그때는 존 레논처럼 존경하는 아티스트들이 결혼 후에도 자기 꿈을 계속 펼쳐나가는 삶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그래서, 가장 최근에 결혼한 미쓰라는 어떻게 생각하나?
미쓰라 나만의 시간과 여유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그 변화와 음악은 좀 다른 문제 같다. 과거에는 음악에 집중할 수 없는 요소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젠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음악 작업뿐이니까 집중도는 오히려 높다. 결혼했다는 점만으로 일단 둘이 한 공간에 살면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을 제외한 동안에만 ‘내 것’을 하니까 할 때 더 열심히 할 수밖에.
타블로 어른이 되고, 결혼하고, 책임질 것이 늘어나면 애초 꿈꾸던 일을 해내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근데 결혼 여부를 떠나 책임질 일이 적은 시기에는 자기 꿈에 전력을 충분히 쏟지 못하는 거 같다. 낭비하면서 흘려보내는 시간이 곧잘 생긴다. 책임질 게 늘어난 상태에서는 그런 시간이 줄어드니까, 설사 일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이 줄어들어도 밀도가 달라진다.

논리적으로 들린다. 그럼 스스로 예전보다 좀 더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는가?
미쓰라 그렇다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가는 거지. 물론 전보다 책임감이라는 걸 느끼고 살긴 한다.
투컷 남자는 어른이 되기 힘들다고 본다. 평생 어른인 척하면서 사는 것 같은데?
타블로 우리의 경우 워낙 어릴 때부터 꿈꾼 일을 여전히 붙잡고 사는지라 어른이 되긴 힘들겠지. 남녀 상관없이 어른이고 싶은 사람은 어느 순간 자기가 어른이 됐다고 느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른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이런 유의 생각 자체를 못한다. 작업하거나 가족과 함께 있는 삶만 반복하다가 이렇게 인터뷰라는 걸 하면, 뭔가에 취해 있다가 불현듯 깨어나는 기분이다. 나와 투컷은 지금 인생에서 가장 많이 상대하는 사람의 나이가 2세에서 8세 사이다. 일반적으로 어리다고 하는 사람보다도 훨씬 어리니까 우리도 딱히 어른일 이유가 없다. 내 ‘베프’가 딸 하루다. 하루에겐 내가 그렇고.

타블로는 1년 전 내한한 갈란트, 에릭남과 <W korea>인터뷰를 했을 때 ‘열심히 작업한 결과물을 공개하는 일이 예전만큼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그런 심리에 대해 멤버끼리 좀 더 집요하게 생각하고 대화해봤는지 궁금하다.
타블로 많이 했지. 의식하지 못했는데, 이번 앨범이 우리가 가장 오랜 공백기를 거친 후 내는 앨범이라고 하더라. 이전에는 꼭 에픽하이 정규가 아니더라도 솔로나 다른 무엇을 냈는데 말이다. 우리는 작업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그 시간 동안에는 실수해도 되고, 실패나 좌절을 겪어도 된다. 창작물은 오히려 그런 경험을 거듭할수록 완성형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결과물을 내놓는 순간 그 모든 게 더는 허용되지 않는다. 실수나 좌절 같은 것들이 더 이상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느낌? 그럼에도 앨범을 내게 만드는 유일한 요인이 있다면 누군가가 우리 음악을 듣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아직도 그게 참 신기하다. 그런 이유마저 없다면, 평생 작업만 하면서 보낼 수 있다.

아티스트가 ‘창작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본 전제를 제외하면, 초기에는 내 창작물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가 세월이 흐를수록 내가 아닌 나를 기대하는 대상을 껴안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타블로 여전히 우리 음악을 원하는 존재가 있다는 건 놀랍고 고마운 일이다. 에픽하이가 ‘평화의 날’ ‘Fly’ 같은 곡으로 유명해졌다. 알려진 초기부터 우리는 그냥 길 가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에게서도 우리 음악을 듣고 힘을 냈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았다. 내 기억에 ‘사랑 타령도 아니면서, 대중적이고 신나는데, 위로를 주는 색의 음악’이 그때만 해도 흔치 않았다.
투컷 그런 존재들이 다시 우리 음악을 원한다는 게 에픽하이의 성장 동력인 셈이다.

신보의 제목이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이 다. ‘We’는 에픽하이와 팬 모두를 말하나?
타블로 해석은 자유지만 ‘뷰티풀’ ‘스페셜’이라고 하지 않고 ‘원더풀’이라고 한 건 뜻한 바가 있다. 이 세상 누구의 삶에 카메라를 갖다 대고 영화를 만들어도 그건 원더풀할 거다. 한 사람의 행복과 불행, 희열과 슬픔, 성공과 실패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순간이 사실 놀라운 일이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이뤄낸 기적이니까.

EPIK HIGH COMEBACK CONCERT

11월 3일 금요일 저녁 8시
11월 4일 토요일 저녁 7시 / 11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더 자세한 인터뷰는 더블유 11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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