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의 여름 – 물 따라

W

모든 휴가는 실내와 실외 버전으로 나뉜다. <더블유>가 올여름 서울과 근교 어딘가의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보내는 콘셉트별 휴가법을 제안한다.

물 따라
틀어박혀 있고 싶은 숙소를 정하는 데 결정적 이유가 되는, 지금 물 좋은수 영장 여덟 곳을 엄선했다. 분위기와 서비스는 물론, 진짜 수질까지 따져봤다.

성인 전용 스위밍풀 ― 아만티 호텔 서울 ‘어반 파라다이스’
청춘이 좋아할 장소들은 다 모여 있는 홍대 인근에도 작년까지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야외 수영장이 딸린 호텔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지난해 6월, 아만티 호텔 서울이 문을 열기 전까지의 얘기다. 이 지역 한복판에 야외 수영장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가야 할 이유가 충분했지만, 수영장 이용료가 포함된 여름 시즌 패키지가 13만원대부터 시작한다는 소식에 오픈 직후부터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졌다. 4층 프런트 밖으로 보이는 ‘어반 파라다이스’는 가로 14m, 세로 7m로 그리 큰 사이즈는 아니다. 하지만 성수기(7월 15일~8월 27일)에는 이용 시간을 오전과 오후, 야간으로 나누는 패키지 구성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을 최대한 줄였다. 또 성인 전용 풀이라 커플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수영장 한편의 풀바에는 투숙객의 평가에서 호응이 좋은 수제 버거와 프라이드 치킨, 생맥주가 구비돼 있다. 여름에만 운영하는 야외 수영장은 올해엔 6월 3일부터 9월 17일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성수기에는 밤 10시까지 운영하니 홍대의 들뜬 야경을 배경으로 로맨틱한 달밤 수영을 즐겨보길 바란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어린이들의 물장구와 탑승형 대형 튜브(반입 금지다)가 없는 곳에서 어른들만의 물놀이를 즐기고 싶은 커플.


달을 품은 물 ― 까사32
청평이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던 시절, 지역의 호텔 숙박업 1호로 등록됐다는 ‘그랜드 나이아가라 호텔’. 까사 32는 그곳의 뼈대 위에 지은 부티크 리조트다. 그랜드 나이아가라 호텔의 명성을 알 리 없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이곳이 유명해진 건 역시나 인피니티 풀 때문이다. 하지만 까사32의 수영장은 끝에 다다르면 물 아래로 뚝 떨어질 것만 같은 아찔한 인피니티 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물위에 달빛이 머무르다’는 건축 콘셉트처럼, 청평 호수의 수면과 수평선을 이루는 풀의 모습은 리조트가 호수를 품은 듯 시적이다. 객실 타입은 디럭스, 스위트, 펜트하우스, 풀 빌라 네 가지. 야외 수영장과 노천 스파가 딸 린 복층형 풀빌라가 해외 리조트 부럽지 않게 만족스러운 것은 당연하겠으나, 월풀 욕조와 바비큐 테이블을 포함한 개별 테라스가 있는 나머지 객실들 역시 투숙객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드넓은 호수를 앞에 두고 수영만 하는 게 아쉬운 사람들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플로팅 하우스에서 수상 레저 스포츠를 즐긴다. 스키와 보드 강습, 플라잉피시, 바나나보트를 포함해 7가지 상품이 준비돼 있는데, 2가지 이상을 선택하면 30% 할인된 패키지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바비큐 파티도 하고 싶고 수영도 하고 싶고 레저 스포츠도 하고 싶은데, 숙소가 예쁜 건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금자씨.


하늘 위의 수영장 스타필드 하남 ‘아쿠아필드’
‘하늘 위의 수영장’이라 불리는 인피니티 풀이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만 있는 건 아니다. 작년 9월에 문을 연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는 3층부터 옥상(5층)까지, 4000평 규모로 조성된 워터파크 아쿠아 필드가 있다. 옥상에 L자 형태로 자리한 인피니티 풀은 국내에서 가장 긴 115m. SNS에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인증 샷까지 봤다면 직접 보지 않고는 못 배긴다. 또 실내 풀은 왠지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13m 높이의 유리창과 자연 채광이 가능한 천창을 보면 마음이 달라질 것이다. 하루 두 번 물 교환은 기본이고, 소금을 전기 분해한 염소로 매일 15회씩 정수 처리해 락스 냄새에 기분을 깨는 일도 없다. 스타필드 하남이 숙박을 위한 곳은 아니지만, 4층 찜질 스파의 다양한 테마룸을 놀이터 삼아 자정까지 머물 수 있다. 까만 벽 틈새로 빛과 미스트 안개가 뿜어져 나오는 구름방,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빛나는 소금 벽돌로 둘러싸인 소금방, 360도 파노라마 영상을 감상하며 온열찜질을 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룸등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미래적인 휴식 공간이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원스톱 몰링 애호가. 해시태그로 ‘인피니티 풀’을 달고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싶다면 무조건.


우리만의 풀파티 ― 글래드 라이브 강남
글래드 라이브 강남은 지금 젊은 층이 열광하는 문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대림(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이 증명한다)이 글래드 여의도와 메종글래드 제주에 이어 선보인 세번째 야심작이다. 지난해 9월 오픈한 후 예상대로, 아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석 달만에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업로드 1만 건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매일 밤 9시가 되면 1층부터 3층까지 통째로 라운지 바로 변신하는 ‘디맨션’과 매주 다른 콘셉트로 운영되는 애프터 클럽 ‘디스타’는 놀 줄 아는 20~30대의 파티 성지가 됐다. 블랙 앤 화이트의 모던한 인테리어 공간에서 시티뷰를 만끽할 수 있는 ‘글래드 풀 스위트’, 그리고 대리석 벽면과 헤링본 패턴 바닥으로 클래식한 풀빌라를 연상시키는 ‘라이브 풀 스위트’는 특별한 파티 룸이다.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두 객실 모두 내부에 작은 수영장이 있다. 물 만난 파티 피플의 흥을 더욱 돋우는 건 뱅앤올룹슨 스피커의 죽이는 사운드.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술과 물과 음악의 케미를 아는 파티 피플,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의 전시라면 오랜 줄 서기가 고되지 않은 청춘.


인피니티의 시작 ― 오라카이 송도 파크호텔
지난해 여름, 5개월간의 레노베이션을 마친 오라카이 송도 파크호텔의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송도 신도시에서 유일하게 야외 수영장을 갖췄다는 것이다. 실내 수영장과 여자 사우나, 피트니스 클럽 라운지가 생기고 일리 카페도 들어섰지만, 인피니티 풀의 등장만큼 강렬한 뉴스는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야외 수영장은 국내 최초의 해수 공원인 센트럴파크와 유럽형 스트리트 쇼핑몰 커넬워크, 신도시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G타워 전망대와 함께 송도의 명소가 됐다. ‘오라카이 올인원 패키지’는 호텔 내부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2인용과 4인용을 판매 중이다. 다만 야외 수영장 유리 차단막 밖으로는 보이는 공사장 풍경에 실망하고 싶지 않다면, 저물녘 이후에 수영을 즐기는 것이 좋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아낀 숙소비를 쇼핑에 투자하고 싶은, 언제나 쇼핑은 진리파.


시시각각 아름다움 ― 포시즌스 호텔 서울
한국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만큼 어려운 미션이 또 있을까? 2015년 10월 국내에 상륙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한국 기와를 모티프로 외관을 만들고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조선 시대 공조길을 로비 바닥에 표시하는가 하면, 영국 디자인 회사가 만든 서울의 패턴을 객실 거울과 카펫 등에 넣는 식이다. 호텔 8층에 위치한 수영장은 2면이 통유리라 자연 채광이 좋은데, 창밖으로 보이는 광화문의 모습과 수묵화를 옮겨놓은 듯한 아트월이 묘하게 어울린다. 이곳의 풍경은 360도 VR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언제, 어디서, 어떤 자세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메인 풀에서 수영을 하다가 멈춰서, 파노라마 전망의 건식 사우나에 들어가 앉아서, 바이탈리티 풀의 버블베드에 누워서 바라보는 수영장과 그 너머 도시는 몸으로 느끼는 온도만큼이나 다 다르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역동적인 물살 가르기보다는 선베드에 늘어져 있기를 좋아하고,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온도 변화를 즐기는 사람.


안팎으로 버라이어티 ― 파라다이스시티
멈추면 갤러리, 찍으면 화보가 된다는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수영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파노라마 윈도를 통해 영종도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실내 수영장은 반짝거리는 인테리어와 창문 밖의 자연 경관이 어우러지며 답답함 없이 휴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 커넥팅 풀을 통해 나가면 영화 <바이 더 씨>의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야외 수영장이 등장하고, 이어 요즘 핫한 수영장의 필수 요소인 인피니티 풀이 펼쳐진다. 유리 펜스 너머로 보이는 한산한 들판의 모습에 조금 실망할 수도 있지만,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공간을 초월해 낯선 여행지에 온 듯하다. 몸이 팅팅 붇도록 물놀이를 하고 싶건만 몸에 한기가 들어 의욕이 꺾인다면 실내외에 마련된 저쿠지와 사우나에서 잠시 몸을 데우자. 보통 가족 여행이라고 하면 구성원 중 누군가는 입이 나와 있게 마련이지만, 패밀리 라운지, 키즈존, 어린이 전용 볼링장과 다트 게임이 있는 ‘텐핀스’, 국내 최대 규모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존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파라다이스시티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누구 한 명의 요구 사항도 포기할 수 없는 가족. 취향이 다른 커플과 친구 사이에서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반짝반짝 인생 샷 ―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눈이 휘둥그레하게 럭셔리한 공간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성씨를 들어본 듯한 유럽 귀족의 대저택에 입장한 듯 위축되는 동시에 벅찬 기분이 드는데, 이곳 수영장이 딱 그렇다. 크롬으로 마감한 샹들리에가 물 위에서 반짝거리고, 창문만 한 대형 거울이 걸린 벽면과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까지. 여기서 찍은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젠 자신이 ‘셀카 고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 면이상을 통유리로 만드는 대부분의 실내 수영장과 달리 외부와 단절된 구조다. 친환경 요소를 접목한 방식으로 호텔 내 공기와 물을 정화해, 한국 호텔 최초로 LEED Gold 등급을 획득했다는 정보에 코가 뻥 뚫리는 기분이다. 수영장을 나와 마지막 인증 샷을 남길 장소를 찾는다면 루프톱 라운지나 11층의 그리핀 바를 추천한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호텔 파우더룸 조명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셀피 마니아. 요즘 최고의 관심사가 미세먼지 농도인 건강 염려증 보유자에게도 딱이다.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HEO JEONG EUN
프리랜스 에디터
김가혜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