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하늘 아래에서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다가 편안하게 누울 수도, 뛰어다니며 춤을 출 수도 있는 꿈결 같은 이틀. 서울재즈페스티벌이 5월 27, 28일 이틀 동안 열린다. 준비할 것들부터 놓치면 안 될 공연까지, 공식 미디어 파트너인 더블유가 꼼꼼하게 정리했다.
서재페 속의 진짜 재즈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무대에 서는데 왜 ‘재즈’ 페스티벌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이들을 보라. 재즈를 사랑한다면, 더 알고 싶다면 꼭 봐야 할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트럼펫 | 아비샤이 코헨 Avishai Cohen Quartet
재즈계에는 두 명의 아비샤이 코헨이 있다. 두 명 다 이스라엘 출신인데, 트럼펫을 연주하는 아비샤이 코헨이 2003년 발표한 리더 데뷔작 제목을 <The Trumpet Player>라고 지은 것은 베이스를 연주하는 아비샤이가 먼저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버클리를 졸업한 이후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그는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연주하는 여동생 애낫(Anat)과 더불어 현재 가장 주목받는 관악기 연주자 중 한 명이다. 두 사람을 포함한 삼남매가 모두 관악기를 연주하는데, <3 Cohens>라는 이름으로 함께 앨범을 발표한 적도 있다. 피아노가 없는 트리오 포맷(트럼펫-베이스-드럼)으로 발표한 일련의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아온 그는 ECM 데뷔작 <Into The Silence>를 발표한 이후로는 피아노가 포함된 쿼르텟으로 투어를 하고 있다. 이전의 음악적 깊이는 여전히 유지하면서 멜로디 라인을 연주하는 악기가 늘어났기 때문에 많은 한국의 관객이 ‘입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면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중한 ‘무드’는 이들 무대에 흐르고 있을 것이다.
베이스 | 스탠리 클락 Stanley Clarke Band
수많은 베이스 연주자들의 롤모델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베이스 연주자 중 한 명인 스탠리 클락의 공연에는 볼거리, 들을 거리가 다양하다. 진기명기에 가까운 솔로 연주에 흥겨운 재즈-펑크 퓨전, 아름다운 발라드, 활기 넘치는 일렉트릭 베이스 연주에서 보우(활)와 손을 모두 사용하는 콘트라베이스 솔로까지, 재즈가 진정 다채롭고 즐거운 음악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공연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무대 위의 다채로움만큼이나 클락의 경력도 폭이 넓고 화려하다. 1970년대 가장 중요한 퓨전 그룹 리턴 투 포에버의 일원이었고, 호레이스 실버나 데이브 브루벡과 같은 거장의 협연자이기도 했으며, 현재까지도 가장 중요한 재즈-퓨전 걸작 중 하나로 남아 있는 <School Days> 같은 솔로 작품을 발표했다. 조지 듀크와 프로젝트를 결성해 퓨전-펑크 성향의 활동도 했으며,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와 TV 시리즈의 사운드트랙 작업도 했다. 그의 최근 작품인 <Up(2014)>에 세상을 떠난 그의 동료 조지 듀크에게 바치는 곡과 거장 찰스 밍거스에게 헌정하는 곡이 들어 있는 만큼 이번 무대에서도 정통 재즈와 흥겨운 퓨전-펑크를 동시에 연주할 것으로 생각된다.
보컬 | 세실 맥로린 살반트 Cecile McLorin Salvant
87년부터 시작된 텔로니어스 몽크 국제재즈경연대회는 많은 스타를 배출했지만, 2010 년 우승자인 세실 맥로린 살반트는 주최자들이 두고두고 자랑스러워할 만한 스타다. 새 앨범이 추가될 때마다 그 확신은 굳어져가고 있는데, 탄탄한 실력에 바탕을 둔 자신감 넘치는 노래는 사라 본이나 엘라 피츠제럴드 같은 재즈 보컬 거장들의 최전성기를 생각나게 한다. 게다가 그녀에게 그래미 재즈 보컬 부문 상을 안겨다준 2016년 앨범 <For One To Love>의 ‘Look At Me’, ‘Left Over’ 같은 곡들은 모두 싱어송라이터 세실의 자작곡이다. 사라 본과 비견되는 탁월한 노래 실력, 언젠가 콘셉트 앨범을 만들어낼 것 같은 작곡 능력과 자신만의 철학, 아직 20대인 나이를 의심케 하는 무대 위에서의 위엄. 세실을 만나는 것은 우리 시대 최고의 목소리를 경험하는 것이며, 어쩌면 다음 시대의 전설로 남을 재능을 만나는 것이다.
피아노 | 아르투로 오파릴 Arturo O’Farrill & The Afro Latin Jazz Ensemble
아르투로 오파릴이 한국에서 잘 알려진 이름은 아니다. 1980~90년대에 그의 리더작이 전무했고, 그가 아프로-쿠반 재즈 오케스트라를 이끌기 시작한 이후에도 인디 레이블을 통해 앨범이 주로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파릴은 라틴 재즈계에선 크고 굵은 글씨로 써야 하는 이름이다. 그래미 최우수 라틴 재즈 앨범상을 두 번 수상했고, 라틴 음악계의 전설인 치코 오파릴, 즉 그의 부친으로부터 성뿐 아니라 음악적 재능까지 물려받아 뉴올리언스와 아바나를 잇는 이 음악을 계속 발전시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 사운드트랙에는 베보 발데스 외에 많은 재즈 대가들이 참여했는데, 아르투로 오파릴은 그중 한 명이기도 하다. 미국 재즈의 전통과 중남미의 다채로운 리듬이 만나는 이 에너지 넘치는 음악으로 재즈 ‘축제’가 주는 커다란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기타 | 팻 마티노 Pat Martino
재즈 기타의 거장 팻 마티노는 약관의 나이로 데뷔해 초창기에는 주로 잭 맥더프, 지미 스미스, 윌리 잭슨과 같은 솔-재즈 달인들의 사이드맨으로 활발하게 연주를 했다. 20대 초반의 나이로 발표한 리더작으로 스타 자리를 예약했지만 불행히도 그에겐 뇌수술 후유증으로 10년이 넘는 기나긴 공백기가 있었다. 1960년대 발표한 <El Hombre>, <East> 등은 여전히 그의 대표작으로 간주되지만, 87년 컴백한 이후 발표한 다수의 라이브 앨범과 몇 장의 스튜디오 앨범은 새로운 세대에게도 그의 명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변함없이 탄탄한 연주로 무장된 작품이다. 2004년에는 다운비트 독자들이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그를 꼽았고, 2002년과 2003년에는 연거푸 그래미 최우수 재즈 연주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만약 눈앞에서 팻 마티노가 연주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다시 만나기 힘든, 그리고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겨둘 대단히 진귀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글 | 김영혁 (‘김밥레코즈’ 대표)
나에게로의 여행
콜드플레이의 투어 오프닝 파트너, 프린스가 자신의 앨범에 불러들인 뮤지션이라는 후광을 떠나서도 리안 라 하바스의 솔 넘치는 음악을 들으면 누구든 반할 수밖에 없다. 그의 노래 ‘Green & Gold’처럼 생기 넘치고 빛나는 이 싱어송라이터는 곡을 쓰고 노래하는 일이 곧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W Korea 뮤지션이 될 거라는 걸 언제 어떻게 알았나?
리안 라 하바스 집에서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던 음악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피아노와 기타를 접하면서 자랐다. 열한 살 때 처음으로 ‘Little Things’라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가사는 가족을 사랑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곡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걸 좋아했다.
처음 어떻게 기타를 연주하게 되었나?
기타는 언제나 ‘제대로 해내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 악기는 늘 나를 매혹시킨다. 어릴 때부터 칠 줄은 알았지만, 사실 제대로 기타를 연주한 지는 9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기타리스트로서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어떤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는지 궁금하다.
로린 힐, 메리 J 블라이즈 같은 뮤지션의 음악을 따라 부르는 걸 좋아했다. 평소에 좋아하는 노래를 커버하는 편이다. 언제나, 늘 엘라 피츠제럴드는 내가 가장 닮고 싶고 존경하는 아티스트다. 이 세상에 내가 들어보지 못한 그녀의 음악은 한 곡도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음악을 사랑한다. 비록 음악적으로는 비슷한 점이 없지만, 게다가 실제로 잘 알지 못하지만, 다른 여성 뮤지션들에게서 특별한 유대감을 느낄 때가 있다.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어떤 점을 좋아하고 또 만족하지 못하나?
내 목소리에 좀 더 진솔한 감정을 실으려고 늘 노력하고,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음색을 닮으려고 애쓴다. 엘라 피츠제럴드, 밥 딜런 같은 뮤지션은 늘 영감을 주는 내 영웅들이다.
아쿠아렁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프로듀서 매트 헤일스와 음반 작업을 했다. 두 사람이 같이 일하는 과정이나 방식에서 특별한 점이 있나?
매트 헤일스는 내가 언제나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와 함께 스튜디오에 있는 건 절대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쉽고 편안하게 진행된다. 서로를 잘 알아서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싶은지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다.
연인과 헤어진 뒤의 아픔을 비롯해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로 표현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나?
흥미로운 것은, 나는 음악을 통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으려고 하지, 헤어짐 그 자체를 쓰려는 게 아니다. 사실, 음악을 만드는 일 자체가 내게는 완전한 즐거움이다. 곡을 쓰면서 진정한 행복을 찾고, 느끼기 때문이다. 행복을 노래하는 만큼, 슬픔 또한 노래에 풀어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수백 번 공연을 했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라이브가 있다면 언제 어디였나?
런던의 유서 깊은 공연장 브릭스턴 아카데미에서 크리스마스 직전에 한 공연이다. 뮤지션이 되기 전 어릴 때부터 공연을 보러 다니던 곳에서 내 공연을 하다니!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Alt-J, 투어리스트, 디스클로져의 하워드 로렌스 등 다양한 뮤지션과 일했다. 특별히 즐거웠거나 잘 맞은 뮤지션이 있다면 누구인가?
콜드플레이의 오프닝 공연을 함께하면서 처음으로 남아메리카 투어를 돌았던 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다른 사람과 일하면서 영향을 주고받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채워가는 순간은 언제나 특별하다. 그래서 새 앨범에서는 더 많은 협업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당신의 특별한 음악 동료였던 프린스와 다시 만날 수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그가 만들어낸 음악은, 그 마법 같은 힘은 늘 이곳에 함께 있을 거라 생각한다. <Art Official Age> 앨범에 참여하면서 그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늘 침착하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미스터리한 사람이었다. 여전히 그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를 다시 만난다면 “당신은 프린스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어요”라고 말하고 싶다.
두 번째 앨범 <Blood>를 펴내기 전에 어머니의 고향인 자메이카를 방문하고, 음악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다.
어머니와 휴가를 보내려고 자메이카에 갔다가 우연히 자메이칸 프로듀서 스티븐 맥그레거를 만나게 됐다. 그의 초대로 ‘어머니와 함께’ 그의 스튜디오를 방문했는데, 딱히 음악 작업을 하려고 간 것이 아닌데, 스튜디오에 들어서서 기타를 집어드는 순간 그곳이 집인 것처럼 편해지더라. 순식간에 곡을 하나 썼는데 그게 바로 ‘Midnight’라는 곡이다. 그리고 그날은 내가 작업하는 걸 어머니가 처음 본 순간이기도 했다.
한편 아버지는 그리스 출신이다. 당신 자신은 어쩔 수 없는 런더너라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브릭스턴 근처의 남부 런던에서 자랐는데, 지금도 그 근처에 가거나, 공연할 일이 생기면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 든다. 심지어 길거리에 감도는 공기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
당신이 옷을 입는 방식도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 스타일에서 당신만의 원칙이 있다면?
기분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는 편이다. 내가 보여주는 스타일이 너무 ‘페미닌’하거나 ‘보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 ‘런던 보헤미안’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무대에 오를 때는 점프슈트를 즐겨 입는다. 크롭트 재킷과 함께 입고 올라가서 공연 중간쯤에 재킷을 벗는다. 평소에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캐츠아이(Cat Eyes)’ 메이크업을 즐기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것이 양쪽 아이라인을 최대한 똑같이 그리는 데 도움이 된다(웃음).
다음 앨범을 위한 작업도 하고 있나? 힌트를 좀 줄 수 있을까?
물론이다! 작년쯤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다. 바라건대, 올해나 내년쯤에는 새 앨범을 발표하고 싶다. 새 앨범에는 ‘순수함’을 담고 싶다. 외부의 어떤 압박이나 영향에서도 자유로운, 가장 순수한 내 모습을 반영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목표다.
첫 서울 공연이다. 당신의 라이브를 아직 들어보지 못한 관객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나?
한국에 처음으로 가게 돼 무척 기대된다. 이번 공연에서 내가 직접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작지만 관객과 하나 되어 소통할 수 있는 ‘Solo’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에디터 | 황선우
음악 따라, 취향 따라
그렇다. 재즈 페스티벌에 꼭 재즈만 있는 건 아니다. 뮤지션 스타일별로 정리한 이 가이드와 함께라면 당신의 취향에 맞춰 미리미리 레이더를 세울 수 있다.
<리듬파>
그루브의 기준, 자미로콰이
사실 그루브라는 건 명쾌하게 정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게다가 장르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공통분모가 있다면, ‘흥이 느껴지는’일 것이다. 모호하고 오묘한 그루브를 아티스트로 대신했을 때는 자미로콰이로 설명할 수 있다. 그만큼 자미로콰이는 실체 없고 저마다 느끼는 게 다른 그루브의 기준을 제시한 이들이다. 올해 방송과 콘서트에서의 라이브 무대를 보니 전성기를 따지는 게 무색할 정도로 흥과 에너지가 충만하다. 그러니 공연을 즐기는 법은 간단하다. 그냥 몸을 맡기고 자미로콰이가 자아내는 세련된 그루브를 받아들이는 것.
알고 보면 흥이 나, 크러쉬
그의 대표곡 대부분은 몸을 들썩이게 하기보다 은근히 다가와 귀를 간질이고 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블랙 뮤직에 기반을 둔 음악이므로, R&B와 솔에 빠진 이들이라면 크러쉬 음악 저변에 깔린 장르 특유의 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16년 11월, 미친 듯이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온몸으로 눈물 흘리며 노래하던 KBS <열린음악회> 무대에서 그랬듯, 대자연의 공격마저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투혼 섞인 퍼포먼스는 때때로 음악의 성향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흥을 선사한다. 간혹 라이브에서 그루브 있는 밴드 편곡을 선보인 적도 있으니 서재페에서 그러한 무대도 기대해봄 직하다.
연주 위를 거니는 보컬, 자이언티
말하자면, 어떤 판이 깔리든 제대로 놀 줄 아는 아티스트다. 근간 자체가 흥이 충만한 장르인 펑크, 힙합, 레트로 솔, 애시드 재즈는 물론, 미국 솔의 영향을 받아 짧지만 굵은 족적을 남긴 옛 한국 솔까지
섭렵했으니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독보적인 음색을 바탕으로 연주와 ‘밀당’하듯 전개하는 퍼포먼스는 연주자와 함께 하는 라이브 구성일 때 더욱 빛난다. 그런 의미로 이번 서재페에선 능숙하게 연주 위를 거니는 그의 보컬에 좀 더 집중해보길 권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리듬을 타게 만드는 무대 또한 보장할 것이다. 글 | 강일권(<리드머> 편집장, 음악 평론가)
<스윗 보컬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머금은 재즈, 루시드폴 퀸텟
루시드폴에게는 다양한 이미지가 공존한다. 일단 싱어송라이터와 생명공학 박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명함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목소리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인데 두뇌는 과학자’라며 호감으로 받아들이는 여성 팬이 많다. 시적인 가사를 부드럽게 노래하다가도 인형 옷을 입고 우스꽝스럽게 굴 수 있는 것처럼, 무대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냥 서정적일 것 같지만 때로는 재즈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틴 음악도 들려준다. 5인조로 구성된 루시드폴 퀸텟은 편성에 걸맞게 재즈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줄 것이다. 재즈와 어울리는 바닐라 목소리도.
발라드 보컬과 소울풀한 보컬이 만나면, 정승환 + 샘김
유희열이 아끼는 안테나뮤직 키드들의 무대다. 사실 둘은 스타일이 매우 다르다. 정승환은 가창력을 내세운 한국의 정통 발라드 계보를 잇는 보컬리스트이고, 샘김은 능란한 기타 실력과 함께 리드미컬한 음악을 들려준다. 최근 정승환 라이브를 촬영할 일이 있었는데 그의 가창력에 새삼 놀랐다. 중학생 같은 외모로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거침없이 노래를 부르며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을 모두 감탄하게 만들었다. 샘김은 기타 한 대로 화려한 화성과 함께 소울풀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유희열이 이 둘을 아끼는 이유가 분명하다. 무대에서 둘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해볼 만하다.
덴마크의 신성, 크리스토퍼
이 남자 잘생겼다. 최근 덴마크에서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다. 12세부터 기타를 들고 작사 작곡을 시작했다는 크리스토퍼는 2012년에 첫 앨범 <Colours>로 덴마크 뮤직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최근 발표한 3집 <Closer>는 중국 시장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라고. 국내 팬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한 매력의 소유자다. 이번 서재페 무대는 그가 드디어 한국에 진출하는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다. 제이슨 므라즈와 루퍼스 웨인라이트 같은 아티스트들이 멋진 무대 매너로 한국 팬을 사로잡았던 것처럼 또 한번 사로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은 남자. 글 | 권석정(음악 콘텐츠 제작자)
<밴드파>
우주로 치솟는 로켓, 마마스 건
런던 출신 5인조 훵크 밴드로, 주로 정장을 하고 무대에 선다. 차려입은 만큼 품격 있는 연주가 쏟아지기도 하지만 그걸 입고 우주로 날아가기도 한다. ‘Rocket to the Moon’처럼 신나는 노래를 선보일 때 특히 그렇다. 2011년 두 번째 앨범 <The Life and Soul>을 발표한 뒤 스튜디오 라이브 영상을 찍은 적이 있는데, 청중이라곤 촬영 스태프가 전부인 현장을 몇천 명 상대하는 페스티벌로 바꿔놨다. 연주와 노래가 되면서 청중과 제대로 교감할 줄 아는 공연 프로그램으로 이미 몇 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좋은 건 더 봐서 나쁠 것이 없다. 충분히 본전을 제대로 뽑아줄 테니까.
익숙한 노래의 힘, 넬
어느덧 결성 20년을 바라보는 시점, 돌이켜보니 그들은 <인기가요>를 포함, 각종 TV 라이브 프로그램은 물론 데뷔 시절 드나들던 소규모 클럽부터 국내 거의 모든 페스티벌까지, 수많은 무대를 경험해왔다. 어떻게 해야 청중을 구워삶을 수 있을지 알고도 남을 경력을 바탕으로 장비를 동원해 리듬을 살린 노래를 섞어 공연을 짜기도 하지만, 결국 통하는 선곡은 ‘Stay’나 ‘기억을 걷는 시간’처럼 느린데 뜨거운 노래다. 노래 자체의 무게와 호소력을 믿고 열창할 때 예정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재즈를 축으로 한 축제의 한복판에서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강력한 히트곡을 둔 밴드의 당연한 자부심.
난이도 상급 연주의 잔치, 즈스파
재즈라는 토대 위에 훵크를 섞는다. 즈스파(JSFA)라는 아리송한 이름은 여기서 나왔다. 펑크에 중독된 재즈 속물들(Jazz Snobs, Funk Addicts)이라는 뜻. 국내 6인조 밴드로, 빼어난 연주가 디폴트라서 함께 활동하는 기간이 아니면 동료 재즈 뮤지션의 앨범 세션하느라 바쁘다. 때가 되어 모이면 재즈가 우선인지, 훵크가 우선인지, 논쟁하듯 연주에 임한다. 피아노부터 트럼펫까지 모두가 공평한 발언권을 갖고, 바람직한 토론이 그러하듯 아름다운 합의에 도달한다. 긴 시간 연주에 매진한 끝에 전문성과 함께 여유를 얻은 자들이 펼치는 수준급 대담. 글 | 이민희(음악 평론가)
<연주 음악파>
열정과 순수함의 탱고, 고상지(고상지 Tango × MUVAQ Orquesta)
예전에 피아노 치던 후배가 반도네온을 배우겠다고 한 적이 있다. 한국에 반도네온 연주자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반도네온을 배우면 세션 연주자로 먹고살 수 있을 거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불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한 아티스트가 혜성같이 등장해 그 자리를 꿰찼으니, 바로 고상지. 고상지는 탱고의 열정을 훌륭하게 표현하는 아티스트다. 연주가 끝난 다음에 이어지는 천진난만한 멘트 때문에 공연장 분위기가 확 바뀌기도 한다. 일본 만화 ‘덕후’로, 단독 콘서트 때나 할 법한 연주 편성으로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들려준다니 더욱 기대된다.
마법처럼 행복한 소리, 두번째달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두번째달을 드라마 <아일랜드>에 삽입된 ‘서쪽하늘에’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아니다. 이제 그 드라마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겠지. 두번째달의 2005년 데뷔 앨범 <2nd Moon>은 아이리시 음악 등을 차용한 에스닉 퓨전이라는 음악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들의 음악은 듣는 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최근에는 소리꾼 김준수(시아준수 아님)와 함께 방송에 나와 큰 화제를 모으며 국악이 대중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음악임을 증명했다. 음반보다 5만 배는 좋은 이들의 라이브는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클래식계 스페셜 원, 지용
기존의 클래식 연주자들과 다르게 화려한 패션과 아이덴티티를 보여준 ‘피아노를 치는 지드래곤.’ 넘치는 끼와 화제성이 있는 인물이지만, 물론 그의 중심에 단단하게 자리하는 건 음악과 연주다. 슈만, 슈베르트 등 클래식에 큰 애정을 가지면서 일본 아티스트 프리템포와 협연을 하는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한 지용은 이번에 그 어디에서도 보여주고 들려준 적 없는 색다른 무대를 선보일 거라고 한다. 오로지 혼자 무대에 오르는 그는 피아노 외에 하프시코드, 키보드 등 다양한 건반 악기를 동원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칠 예정이다. 글 | 권석정(음악 콘텐츠 제작자)
- 에디터
- 황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