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LLBOUND (그녀,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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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오후, 송혜교가 낯설고도 흥미로운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짙은 메이크업, 파격적인 스타일과 함께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장면을 완성했다.

WK1606 송혜교1

강렬한 빨간색 코트는 Dior 16 Fall 제품.

야외 촬영인 오늘 날씨가 비현실적 으로 맑았다. 예전에는 이런 날씨를 만끽하러 일부러 외출했는데 요즘은 거의 집에 있다. 어렸을 때처럼 인간관계가 넓지 않아서 만나는 사람이 한정 돼 있다(웃음). 나는 작품 들어가야 일을 하고, 친구들은 매일 일이 있으니까. 낮에 테라스에 나와서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는 정도다.

더블유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은, 쉬는 기간보다 꾸준히 일할 때가 좋다고 했다. 반면 오랜 시간 충전해서 반짝 일하는 좋아하는 배우들도 있고. 나는 여전히 일을 원하는 타입이다. 그렇지만 한 작품이 끝나고 다른 작품을 만나기 전에 멍한 시간은 좀 필요한 것 같다. 뭔가를 떠나보내는 의식이라고 할까.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고, 채웠던 걸 비워내고 잊어버리고 하는 시간 말이다. 하지만 너무 일을 안 하고 있으면 어떤 감각을 잃어버릴 듯한 불안이 있나 보다. 그래서 드라마 할 때의 ENG 카메라는 아니지만 이렇게 화보 촬영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는 시간이 좋다.

로맨틱한 튤 드레스, 벨벳 리본 장식 슬링백은 Dior 16 Fall, 블랙 새틴 스트랩 시계는 Dior Fine Jewelry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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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5, 아이들> 출연료를 받지 않고 내레이션을 했다. 소아완화 의료에 대한 다큐였는데, 더는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병 아이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의사분이 나온다. 내가 의사 역을 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끝낸 지 얼마 안 되어서 제안을 받았는데, 혼자 힘든 일을 하는 그분께 힘을 실어드리고 싶었다. 아픈 아이들 이야기라 마음이 애잔하긴 했지만, 내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녹음했다. 서너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일이라 뭐라 얘기하기 쑥스럽다.

MoMA 한국어 안내서를 후원하고, 보스턴 미술관에 한국 홍보 비디오 박스를 설치한 일도 있다. 이렇게 사회 환원적인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어떤 계기가 있었나? 마찬가지로 큰 생각을 내서 시작한 일은 아니다. 나뿐 아니라 누구든 여유가 생기면 주변을 다 둘러볼 거라 생각한다. 마음이 있어도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언젠가 영국의 한 박물관에 갔을 때 오디오 가이드에서 일본어, 중국어는 나오는데 한국어가 안 나와서 답답하더라. 그 얘기를 한 인터뷰를 보고 서경덕 교수가 연락을 해와 제안하셨다. 생각보다 큰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다만 마음에 맞는 사람을 통해 그런 기회를 만나는 경험, 지속적으로 오래할 수 있는가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러플이 장식된 튜브톱 드레스, 빨간색 풀오버는 Dior 16 Fall 제품.

러플이 장식된 튜브톱 드레스, 빨간색 풀오버는 Dior 16 Fall 제품.

<태양의 후예> 방영이 끝나고 정도 지났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나에게는 달이 아니라 반년이 지난 같다. 사전 제작 드라마라 촬영을 마친 지는 됐으니까. 크게 달라진 없다. 드라마가 잘되어서 기쁘긴 하지만 들뜨진 않는다.

시청률이 30% 넘었다. 배우에게는 기분 좋은 아닌가? 내가 드라마를 통해 것을 쟁취 해야 하는 시점에 있는 20 초반의 배우였다면 지금 들뜨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했을 텐데 이제 삼십대 중반이기도 하고, 감사하게도 어렸을 그런 경험을 겪어봤기 때문에 오히려 덤덤 한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는 고마움이야 당연히 크다. 대박이라고들 하는 드라마를 만나기도 힘든데 나에게는 차례 기회가 있었으니까. 자신에게 신기하고, 함께한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한다.

김은숙 작가의 스타일은 어떻던가? 언어의 마술 같았다. 평상시 내가 쓰지 않는 말이 많아서 연기할 그런 대사를 밖에 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모연이 캐릭터 자체가 자기 잘하고 농담을 받아치거나 말장난도 거는 인물이니까. 대본을 들여다보면 어떤 순간을 말로 돌파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아서 괜히 김은숙 작가가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유행어를 많이 낳는지도 있었고.

강모연이라는 캐릭터는 어땠나?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이렇게까지 입체적이진 않았다. 작가 선생님이 나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시고 술도 같이 한잔하고 그러면서 대본에 긍정적으로 반영해주신 같다. 취하면 용기가 생기니까 의견을 또렷하게 얘기하고 까불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재밌게 보신 같다.

자기 주장이 분명한 성격의 인물이라 여성 시청 자들이 특히 좋아했다. 대체로 여자분들이 나를 좋아해주시는 편이다(웃음). 나도사이다라는 말을 이번 드라마 하면서 처음 알게 됐는데, 남자 주인공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워낙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자 주인공이라는 점이 좋았다. 그런 여성 캐릭터도 사랑 문제로 넘어가면 수동적이 되곤 하지만, 모연이는 자기 가치관과 스타일이 확실했다. 상대의 상황과 배경에 대한 두려움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고. 그러다 보니 유시진한테 마음을 뺏긴 시청자들에게 원망도 샀지만(웃음). 직업의식이 확고하고, 현실에 밀착되어 있고, 사랑을 하지만 사랑에만 빠지지 않는 점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같다. 물론 중간중간 허점도 있고(웃음).

주얼 장식 네크라인이 독특한 새틴 미니 드레스는 Dior 16 Fall 제품.

주얼 장식 네크라인이 독특한 새틴 미니 드레스는 Dior 16 Fall 제품.

요즘 당신을 가장 기쁘게 하는 뭔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에 기쁜 건 드라마의 좋은 반응이 마지막인 것 같고. 요즘은 내 마음이 신기한데, 크게 기쁘거나 크게 힘들거나 그런게 별로 없다.

그럼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 건망증이 심해져서 아이디나 비밀번호 같은 걸 다 적어놓곤 하는데, 그 수첩이 없어져서 찾아야 한다. 집 안에서 뭘 잘 잃어버린다.

시간을 붙들고 싶다는 초조함, 그리고 초조함 으로 뭔가에 의지한 흔적이 얼굴에 드러나는 우도 있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은 같다. 드라마나 화보 촬영할 때는 조명도 있고, 사진 보정도 해주시고 하니 예쁘게 나오는 거다. 그래도 나이 먹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편하게 마음 먹고 있다. 내가 몇 살인지 사람들이 다 알고 있고 그 사람들 앞에서 나이 먹어가는데, 얼굴만 팽팽하 다고해서 뭐가 좋을까. 있는 대로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이 나는 좋다. 물론 그래도 여배우니까 최대한 천천히 늙게끔 노력은 한다. 피부과도 다니고 팩도 하고. 어릴 땐 운동을 참 안 했는데 요즘은 요가도 하고, 음식도 자극적인 건 피한다. 엄마가 항상 마음을 어떻게 쓰는지 얼굴에 다 나타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는지가 얼굴에 드러난다. 화나는 일, 짜증나는 일, 슬픈 일이 한 사람에게 다 가는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벌어진다. 그런 일을 겪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마음으로 넘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얼굴이 좋아 보인다.

사이 어딘가 평화롭고 안온해진 같다. 사실은 일찍 철들고 싶지 않다. 적어도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서로 나잇값 못한다는 얘기를 하고 들으면서 천진난만한 부분을 지켜가고 싶다.

지금보다 한참 나이를 먹고 나서도? 직업이 배우니까. 50이 되고 60이 되어도 그런 순수한 면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배 배우들 중에서도 소녀 같은 분들 보면 아름다우시다. 언젠가 나도 그런 모습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WK1606 송혜교4

자세한건6월호

에디터
황선우, 정진아
포토그래퍼
홍장현
스탭
스타일리스트 | 김현경, 헤어 | 이혜영(아베다), 메이크업 | 전미연(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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