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빈티지 가구 브랜드인 모벨랩의 애뉴얼 세일은 오래 곁에 둘 물건을 찾게 도와줄 가장 빠른 방법이다.
30대를 통과하는 동안 예전에는 없던 물욕이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가구가 부쩍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더 어렸을 때는 저렴한 조립식 제품만으로도 딱히 아쉬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가 공간의 표정을 얼마나 바꾸어놓을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정 붙일 만한 가구에 적절한 비용을 투자해 함께 나이를 먹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벨랩의 애뉴얼 세일은, 그래서 진작부터 기다려온 기회다. 지난 10월 16일에 시작된 행사는 오는 11월 15일까지 문턱을 충분히 낮추고 고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8년 전 회사가 오픈했을 때만 해도 북유럽 빈티지 가구를 찾는 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이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여러 차례 조명되면서 서서히 대중화가 된 듯합니다.” 김종원 차장의 설명이다. 심지어 예전에는 모벨랩에서 혼수를 장만했다가 ‘남이 쓰던 헌 물건’을 얻어왔다고 생각한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은 신부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새 것은 흉내내기 힘든 오래된 물건만의 힘을 깨달은 사람이 꽤 많아졌다.
눈썰미가 아직 매섭지 못한 (나 같은) 문외한에게는 튼튼하면서도 디자인이 뛰어난 북유럽 빈티지가 안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초심자에게는 작고 부담 없는 제품을 한두 개 정도 먼저 시도하라고 권하는 편이에요. 세트를 맞추기보다는 포인트로만 활용하는 쪽이 더 세련돼 보일 수 있거든요. 게다가 어떤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섞인다는 것이야말로 빈티지의 큰 장점이죠.” 가구 쇼핑이라고 해서 괜히 거창한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세일 기간에는 그나마도 부담을 크게 덜 수가 있다. 20~40%의 할인율은 충동구매까지 부추기지는 못하더라도, 염두에 두고 있던 쇼핑을 저지르게 할 만한 핑계는 된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모벨랩의 행사는 단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마케팅이 아니다. 기간에 맞춰 새로운 제품이 입고되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심지어 세일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꾸준히 아이템이 보충될 예정이라고 하니 정기적으로 들르며 쇼룸을 살피면 알뜰하고 신중한 구매에 도움이 될 듯하다. 공식 인스타그램(@mobellab.korea)을 팔로하면 주요 이벤트나 매장 상황을 염탐하기가 좀 더 편리해진다.
“오랫동안 관심을 못 받고 구석만 차지하던 제품이 누군가의 집에서 근사하게 활용되는 경우를 종종 봐요. 뭐든 그렇겠지만 빈티지 가구는 특히나 임자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김종원 차장의 이야기는 쇼핑보다 로맨스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뭐, 충분히 그럴 만하지 않을까? 따져보면 가구와 함께 보내는 세월이 웬만한 연애 기간보다도 더 길 테니까. 어쩌면 10월과 11월 사이에 오래 곁에 둘 만한 인연을 찾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에디터
- 정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