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ara Ferragni, The Rodnik Band, Azumi And David, Federica Moretti) 유쾌, 통쾌, 상쾌한 디자인 속에 드러난 것은 미치도록 패션을 사랑하는 디자이너들의 취향. 그리고 가볍고, 즐겁고, 편안하게 그 기쁨을 해석해내는 그들의 ‘행복 바이러스’였다. 단 한 번만 스쳐도 알아챌 만한 강한 개성과 천진난만한 웃음을 부르는 매력을 지닌 글로벌 디자이너 12인과 나눈 달콤 명랑한 이야기들.
Chiara Ferragni 스트리트 최강자
‘더 블론드 샐러드’를 운영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패션 블로거 중 한 명인 키아라 페라니(Chiara Ferragni). 이 매혹적인 이탤리언 여인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슈즈를 디자인하며 그 안에 자신의 멋과 취향을 버무렸다. 게다가 막강한 팔로어를 자랑하는 SNS를 통해 연일 생중계까지. 스스로가 하나의 패션 브랜드이자 거대한 스마트 미디어고 동시에 뮤즈이자 셀레브리티인 그녀의 발자취를 쫓아가 볼 것.
당신의 슈즈 브랜드에 대해 소개해달라.
키아라 페라니는 론칭한 지 몇 시즌 되지 않은 슈즈 브랜드이다. 특히 완벽하게 ‘메이드 인 이태리’를 지향하는데 이 부분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슈즈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는?
몇 시즌 전에 처음으로 디자인에 도전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 내가 디자인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100퍼센트 나의 스타일로 슈즈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도 한몫했고 말이다.
키아라 페라니 슈즈의 정수를 정의한다면?
즐겁고, 대중적일 것. 무엇보다 ‘메이드 인 이태리’의 자부심을 지킬 것!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 방법은?
언제나 내 주변의 것에 관심을 갖는다. 음악이나 대중문화 혹은 현대미술 말이다. 여행 역시 그중 한 방법이고.
눈썹 모티프의 윙크, 코크와 팝콘이 매치된 슬립온 슈즈는 글로벌한 인기를 얻었다. 이런 위트 있는 슈즈를 디자인한 이유는?
그건 매우 동시대적이며 현재의 유머러스한 스트리트 패션과 맥락을 함께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너무 심각해지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고 말이다.
당신에게 슈즈란 어떤 의미인가?
매일의 일상에서 착용해야 하는 대상을 넘어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는 존재가 아닐까. 그리고 키아라 페라니의 슈즈는 매우 여성스럽고 스타일리시해 보이며 동시에 더없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슈즈다.
스타일 뮤즈가 있다면?
누군가를 특별히 뮤즈로 삼고 있진 않지만, 스타일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을 꼽자면 단연 엄마가 아닐까.
인스타그램을 통해 키아라 페라니의 슈즈를 스타일링한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 당신만의 스타일링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보다 키아라의 유머러스한 슈즈는 매우 단순한 룩에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 룩에 이전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기운을 더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키아라 페라니 슈즈 중 요즘 가장 즐겨 신는 아이템은?
올여름에 제격인 에스파드리유 소재 슈즈인데, 아주 편안한 동시에 위트가 넘친다.
당신에게 패션이란?
나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러하기에 아마 당신은 내 스타일을 엿보며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키아라 페라니의 슈즈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루이자비아로마, 봉마르셰, 레벨 슈 디스트릭트, 아이티 홍콩, 로드 앤 테일러 등 전 세계에 3백여 개가 넘는 숍에서 판매 중이다. 공식 온라인 숍인 www.chiaraferragnicollection.com을 통해서도 모든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최근 당신의 흥미를 끈 것은?
캘빈 클라인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갈라 파티에 초대된 경험. 가장 중요한 패션 이벤트 중의 하나인 그 자리에 함께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패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그 누구든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간절히 열망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The Rodnik Band 패션이 예술
“누군가 드레스를 입는다면 걸어 다니는 조각품이 되는 것이죠. 이처럼 패션이란 가장 민주적인 예술 매체예요”라고 말하는
더 로드닉 밴드(The Rodnik Band)의 필립 코버트(Philip Colbert). 스스로를 ‘팝 아티스트’라고 일컫는 그는 다분히 젊고 자유분방한 런더너다. 페인팅과 패션, 음악과 가구 디자인 등을 다방면으로 선보이며 초현실주의적 판타지와 유머를 대중적으로 변주하는 그의 거침없는 행보를 눈여겨볼 것.
브랜드의 활동 범위가 매우 다채롭다.
더 로드닉 밴드는 팝아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소개할 수 있다. 패션과 아트, 음악과 디자인이 모던한 팝 콘셉트를 창조하기 위해 믹스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번 컬렉션을 위한 곡을 쓰는데, 쇼를 할 때 그 곡으로 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더 로드닉 밴드라는 브랜드의 이름이 뜻하는 것은?
사실 세계 최초의 패션 밴드가 되고 싶었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다면 그 대상도 달라지게 되는데,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전통적인 관념을 깬 채 창조적인 방식으로 패션과 그 안에 깃든 나의 메시지를 즐겁게 전하고 싶다.
브랜드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대중적인 요소, 그래픽, 그리고 위트다.
영감을 얻는 방식은?
매일의 일상에서 얻는데, 특히 대중문화 중 정수를 뽑아내 그 파워풀한 상징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을 즐긴다. 예를 들어 음식을 좋아하는데 스위스 치즈나 고기 등은 매우 아이코닉하고 그래픽적 요소를 지녔다. 이것들을 상징적이고 대담하며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그 대상들이 심오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 로드닉 밴드는 유머라는 방식을 이용해 세상을 이해하는 제한적인 틀을 마구 흔들어댄다.
지난 2012 S/S 시즌에 선보인 마르셀 뒤샹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드레스를 비롯해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몬드리안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은 옷들이 눈에 띈다.
나는 옷을 만드는 팝 아티스트로서 ‘입을 수 있는 예술’을 발전시켜보고 싶었다. 여기엔 크로스오버의 미학이 존재하는데, 그들의 아이코닉한 작품들을 강렬한 패션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나는 입체적인 3D 시퀸 장식을 더한 웨어러블한 아트 드레스 시리즈를 선보였다.
아트와 패션, 혹은 음악을 믹스하는 데 있어서 당신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나?
그 언어들이 일관성을 지닌 채, 적당한 긍정의 에너지를 갖고 진화해가도록 한다.
매 시즌의 주제는 어떻게 정하는가?
나는 패션의 시즌을 따라가지 않고 그저 모던 팝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할 뿐이다. 이야기가 있는 단계를 밟아가는 것인데, 몇 시즌에 걸쳐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연속성 있게 발전시켜나가기도 한다.
패션을 통해 어떤 가치를 추구하나?
나에게 패션은 웨어러블한 아트라고 할 수 있다. 즉, 패션은 잠재적으로 매우 즐겁고 민주적이며 접근 가능한 예술의 형태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유머가 의미하는 것은?
유머는 아주 강력한 표현 수단이며, 옷을 이해하고 생각하며 다가설 수 있게 한다.
당신의 흥미를 끄는 인물이 있다면?
스트리트 패션 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안나 델로 루소. 그리고 언젠가 더 로드닉 밴드의 옷을 입혀보고 싶은 사랑은 바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당신의 옷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셀프리지, 콜레트, 어반 아웃피터스, 갤러리 라파예트 등. 또한 더 로드닉 밴드의 웹사이트 숍에서 구매 시 한국까지 배송해준다.
일상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예술품 경매를 즐기고, 오피스 근처의 베스날 그린 로드에 있는 에 펠리치(E Pellici) 같은 이스트 런던 지역의 멋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당신이 추구하는 소통의 방식은?
디자인 그 자체로서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것.
패션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자신이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길 바란다. 우리의 옷이 패션과 삶의 부조리를 보듬고 창의적인 자유를 한껏 선사하길 바란다.
Azumi and David 군침 도는 패션 철학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에서 패션을 전공한 아주미(Azumi)와 데이비드(David). 리미티드 에디션의 아티스트 북이나 행위 예술 작업을 시도한 그들은 점차 새로운 ‘입을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S/S 시즌, 일명 에이앤디(A’N’D)라고 불리는 브랜드 아주미 앤 데이비드(Azumi and David)의 철학가 기질 아트 듀오는 ‘먹을 것’과 같은 일상의 익숙함에 사회에 대한 풍자와 철학적 메시지를 더했다.
2003년 파리에 위치한 쇼룸에서 매 시즌 룩과 액세서리를 선보이기 전에는 흥미롭게도 패션이 아닌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전에는 사용자의 허영심과 자기 중심적 나르시시즘을 드러내는 시 구절을 새긴 휴대용 콤팩트 거울(‘책’이라고 이름 붙인)을 선보이며 우리의 창의적 콘셉트를 전달하려고 애썼다. ‘해프닝’이란 제목의 퍼포먼스도 했는데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는 예술에 대한 소비적인 사회 모습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그러다가 둘 다 패션을 전공한 사람들이기에 자연스레 귀마개 이어링이나 빈티지 퍼, 인조 네일 세트와 같은 콘셉추얼한 패션 액세서리로 진화하게 되었다.
듀오의 아이디어 소통 방식은 어떠한가?
우리는 많은 시간을 카페에 앉아 아이디어를 나눈다. 새로운 콘셉트에 대한 브레인스토밍도 하고 이전에 생각한 주제들을 발전시키면서 아이디어를 적고 스케치를 하며 보낸다.
‘초현실주의, 실용적인 동시에 재미있는’이라고 적힌 브랜드 콘셉트가 인상적이었다.
우리 둘 모두 초현실주의자들의 엉뚱한 난센스에서 영감을 얻곤 한다. 맨 처음 우리가 런던의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나 의견을 나누고 함께하기로 결정했을 때처럼, 우리는 공통의 관심사를 이렇게 발견해낸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초현실주의는
일상에 대한,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평범한 사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은 채 보다 콘셉추얼하고 아티스틱한 시도로 표현되길 바란다.
당신들이 평소 영감을 얻는 대상은 매우 일상적인 것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현재 서울의 비이커에서 판매되는 가죽 백의 모티프가 신문이나 빵, 피자 박스나 와인인 것을 보면 말이다.
우리는 카페나 슈퍼마켓, DIY 숍에서 시간을 보내며 영감을 받는다. 우리는 평범한 물건의 의미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나아가 인간 존재, 주변 환경과의 경험, 상호작용의 인식에 의문을 가짐으로써 일상의 것을 재해석한다.
S/S 시즌의 주제에 대해 설명해달라.
먹을 것과 일상적인 물건의 특별함을 그린 네덜란드 거장들의 정물화와 같은 16, 17세기의 화려함에서 영감을 얻었다. 즉 일상의 익숙함을 호화스러운 귀중품으로 업그레이드하여 나타내는 것이다.
당신들에게 패션은 무엇인가?
우리 둘 모두에게 패션이란 우리의 아티스틱한 생각을 개념화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패션은 현실의 혼란스러운 생각을 발전시키고 우리만의 독창적인 관점을 전달해주는 운송 수단이다.
브랜드의 스타일을 대변할 수 있는 뮤즈가 있다면?
우리의 뮤즈는 우연히 마주쳐 몽상에 대한 공감을 나눈 사람들이다. 지각적 초현실주의자 말이다.
여가를 보내는 방식이 궁금하다.
우리는 몇 시간씩 자리 잡고 앉아 브레인스토밍하고 다각적인 관찰을 할 만한, 이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카페가 있는지 살펴보곤 한다.
요즘 가장 당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나 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가면 갈수록 제프 쿤스, 윔 델보이, 론 뮤익 같은 아티스트에 관심이 간다. 우리의 생각을 소비 중심적 느낌의 구속에서 벗어나 신선한 시각을 갖도록 도와주고 일상적인 인간 상태에 대한 새로운 분석법을 갖게 해주니까.
Federica Moretti 행복한 상상
상상 속의 친구를 뮤즈로 꼽는, 순진무구한 이탤리언 모자 디자이너 페데리카 모레티(Federica Moretti). 그가 상상하는 모자들은 화려하고도 유머러스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또한 인생에 빠질 수 없는 웃음과 행복을 전해주는 메신저이기도 하다.
모자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는?
모자는 스타일링에 있어서 절대적 존재가 아닐 수도 있지만, 모자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마치 영혼의 거울과 같다. 즉, 그 사람의 취향을 내비치는 에센셜한 액세서리이자 하나의 쉼표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페데리카 모레티만의 아이덴티티는?
아이러니이자 과감함의 표현이고, 동시에 심플하고 우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매우 긍정적인 사람인데 모자를 통해 이 긍정의 기운을 표현하고 싶다. 키워드를 꼽자면 사랑, 웃음, 화려함, 엘레강스.
영감을 받는 대상은?
나는 거리와 사람들, 그리고 색감을 통해 영감을 받는다. 그리고 음악이나 영화도. 나에게 영감이란 360도 나를 포위하고 있는 것들이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서 당신의 폼폼 장식 스트로 햇을 보았다. 클래식한 파나마 모자에 폼폼이나 주얼 장식처럼 색다른 악센트를 더한 점이 눈에 띄었다.
내 모자의 형태 자체는 매우 고전적이며, 그 재질 또한 모자라면 쓸 법한 소재로만 만든다. 하지만 그 고전적인 면에 지금 세대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좋아할 만한 요소를 넣어 디자인하고, 궁극적으로 컨템퍼러리하고 도시적인 감성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좋아하는 디자이너(브랜드)와 아티스트는?
마르지엘라와 꼼데가르송, 델포조, 아크네. 각 브랜드의 서로 다른 세계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최근 마틴 파르
(Martin Parr)의 새로운 작업에 빠져 있기도 하다.
자신의 컬렉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 아이템은?
첫 번째로는 두 가지 표면을 자랑하는 펠트 모자인데 굉장히 우아하면서 지적인 매력을 지녔다. 이는 과거와 현재의 완벽한 밸런스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리본이 달린 비니를 꼽을 수 있고, 마지막으로 리본 장식 야구모자를 좋아하는데 이건 매 시즌 옷을 갈아입듯 변형을 준다.
뮤즈가 있다면?
나의 상상 속 친구들이다. 그리고 동물과 아이, 미키 마우스와 같은 만화 캐릭터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S/S 컬렉션의 주제는?
1920년대 아방가르드 극장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오네스크의 우스꽝스러운, 간혹 말도 안 되고 과장된 의상들. 또 이 옷들이 오페라극에서 어떻게 한 부분을 차지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작은 밀짚모자를 반짝이는 검정 진주로 장식하고 샤이니한 라피아 소재 모자에 커다란 방울을 달았다. 이러한 모자들은 의외의 스타일링을 해보면 좋은데 그야말로 화려함과 유머러스함의 조화가 아닐까.
당신의 일상적인 모자 스타일은 어떠한가?
난 매일 야구모자나 비니를 쓴다. 특히 여름 해변에서는 돌돌 말아서 가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오래된 파나마 모자를 즐겨 쓴다.
당신의 모자가 어떤 의미가 되길 바라나?
사람들이 내 모자를 쓰면서 좋은 기분을 갖고, 많은 영감을 얻었으면 한다. 또 쓰는 사람뿐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도 행복한 느낌을 전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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