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패션 행사에서 만난 파티 피플들의 패션을 담았다.
뉴욕에서 환생한 샤넬 파리-잘츠부르크 컬렉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유서 깊은 고성에서 진행된 파리-잘츠부르크 공방 컬렉션이 지난 3월 31일,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환생했다. 18세기와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이 공간과 티롤 지역의 전통 의상은 잘츠부르크와는 또 다른 매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쇼가 끝난 후 무대의 배경이었던 책장이 열리고, 아무것도 없을 듯한 공간에 비밀 통로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의 동공이 하나같이 확장되었다.
가장 클래식한 트위드 수트를 입은 알렉사 청을 비롯해 하이웨이스트 데님과 크롭트 톱으로 과감하게 연출한 엘로디 부셰가 팬츠 룩의 대표주자라면, 하얀색 스커트 수트를 입은 안나 무글라리스, 반짝이는 금빛 드레스에 크롭트 재킷을 입은 다코타 존슨, 흰색 물감을 흩뿌린 스커트 수트를 입은 줄리아 레스테인 로이펠드는 스커트 룩을 멋지게 소화한 얼굴들이다. 칼 라거펠트가 메가폰을 잡고 카라 델레바인과 퍼렐 윌리엄스가 활약한 단편 영화, <환생>을 상영하는 시간이 이어졌고, 이후 두 주인공의 등장으로 파티는 절정에 치달았다. 화려한 샹들리에 장식과 벨벳을 드리운 공간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만큼 순식간에 흥겨운 열기로 뒤덮였음은 물론이다. 끼와 열정을 주체 못하는 이들의 깜짝 공연은 폭발할 듯한 퍼포먼스와 함께 시간이 지나도 쉽사리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미드나잇 온 매디슨 펜디 띠에르 라스리 캡슐 컬렉션
비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3월 26일. 뉴욕 매디슨가 57번지에 위치한 펜디 부티크는 궃은 날씨가 무색할 만큼 흥겨운 에너지로 가득 채워졌다. 바로 프랑스 선글라스 디자이너 띠에리 라스리와의 협업을 축하하기 위한 ‘미드나잇 온 매디슨’ 이벤트가 열렸기 때문. 이날 선보인 2015 S/S 캡슐 컬렉션은 큐비즘 운동에서 영감을 얻은 무늬, 다양한 색을 겹겹이 쌓아 올려 조합한 색, 대담한 형태로 펜디를 상징하는 듀얼리즘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오반나 바타글리아는 검은색 민소매 가죽 톱을, 하넬리 무스타파타는 패치워크 형식의 가죽 드레스를, 탈리 레녹스는 셔츠 형태의 가죽 원피스를 선택해 가죽 소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껏 부풀린 머리에 화려한 모피를 입고 등장한 뮤지션 라이언 베이베와 모델 겸 DJ 리르작의 특별한 퍼포먼스는 매장이었음에도 소극장 공연을 연상시킬 만큼 인상적이었다는 후문. 이날의 장면은 #FendiandThierryLasry 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SNS에 기록되어 있으니 참고할 것. 펜디의 혁신과 대담성을 잘 간파한 띠에르 라스리와의 인연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꺼지지 않는 파리의 밤, 아틀리에 베르사체 애프터 파티
베르사체의 2015 S/S 오트 쿠튀르가 열린 이날 밤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처럼 화끈하고 매혹적인 밤으로 물들었다. 파리에 있는 나이트 클럽, L’Arc에서 열린 애프터 파티에서 케이트 허드슨을 비롯해 나타샤 폴리와 에바 헤르지고바, 리카르도 티시, 에디 굴링 등 할리우드 배우부터 톱모델, 패션 디자이너, 뮤지션 등 그야말로 패션계 전반을 아우르는 유명 인사들이 참석자 명단을 채웠다. 배우 미셸 로드리게즈의 디제잉과 영국 출신의 주목받는 뮤지션 에디 굴링의 퍼포먼스가 합을 이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날의 분위기가 짐작되지 않나.
2015 S/S 런웨이가 파티장에서 재현된 듯 베르사체의 컬렉션 룩이 물결을 이루었음은 물론이다. 몸의 곡선을 따라 비즈를 장식한 빨강 슬리브리스 드레스를 입은 에바 헤르지고바, 어깨 라인이 아름답게 드러나는 튜브톱 드레스를 입은 제시카 스탬과 이사벨라 폰타나, 과감한 커팅이 돋보이는 블랙 롱 드레스를 선택한 앰버 발레타가 단연 눈에 띄었다. 파티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20대 못지않은 체력을 과시한 안주인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말할 것도 없고.
10 꼬르소 꼬모 청담 아제딘 알라이아 전시
패션 멀티숍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10 꼬르소 꼬모 청담이 일곱 번째 생일을 맞았다. 2008년 10 꼬르소 꼬모의 등장은 국내 패션 쇼핑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획기적이었는데, 패션과 뷰티는 물론, 리빙, 책, 테크, 인테리어 오브제, 음식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쇼핑 콘셉트를 처음 제안한 의미 있는 장소다. 10 꼬르소 꼬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를라 소차니는 오픈 7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기념비적인 행사를 기획했다. 바로 현존하는 최고의 쿠튀리에 중 한 명인 아제딘 알라이아의 드레스 전시를 국내에선 처음으로 마련한 것.
아제딘 알라이아는 10 꼬르소 꼬모를 통해 국내 처음 진출했을 만큼 각별한 사이. 지난 3월 27일 열린 전시 오프닝 파티에는 이날의 특별한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패션 관계자를 비롯해 알라이아를 사랑하는 VIP와 문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코르셋으로도 보이는 펀칭 장식 와이드 벨트와 구조적으로 물결치는 드레스, 플랫 슈즈 등 한눈에 보아도 아제딘 알라이아의 추종자임을 짐작할 수 있는 옷차림도 눈에 띄었다. 이 자리에는 카를라 소차니는 물론 아제딘 알라이아도 참석해 거장의 면모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소차니와 알라이아는 입구부터 시작해 전시장을 한 번 도는 데도 2시간 가까이 걸렸을 만큼 사람들과 기꺼이 소통하는 인상적인 태도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1980년대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약 26점을 내놓은 이번 전시는 5월 3일까지 전시되며, 이보다 작은 규모로는 에비뉴엘점에서도 만날 수 있다.
자유로운 파리지엔 감성을 담아 일레븐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이상 고온 현상으로 선선한 여름밤을 같았던 지난 4월 1일. 신사동 가로수길에 프랑스 브랜드 일레븐파리의 플래그십 스토어 론칭 행사가 열렸다. 매장 전면에는 손가락으로 콧수염을 만들어 포즈를 취한 케이트 모스의 얼굴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브랜드의 상징이 콧수염 장식이라고. 자유분방한 파리지엔의 감성을 노래하는 라이브 디제잉으로 파티의 흥을 돋울 즈음 고준희를 비롯해 소유, 엠버, 지코 등 셀레브리티가 등장하며 열기에 불을 지폈다.
대표적인 메인 컬렉션을 시작으로 심슨과 셀레브리티의 얼굴을 커다랗게 새긴 티셔츠 컬렉션, 스웨트셔츠로 이루어진 베이식 컬렉션, 아동복까지 전 컬렉션을 들여다보고 직접 옷을 입어보는 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입기 전에 고민하게 되는 옷이 있는가 하면 어느 때고 자꾸 손이 가기 마련인 옷이 있는데, 일레븐파리는 후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개성 있는 디자인에 합리적인 가격까지 겸비한 이들의 인기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건축가와의 예술적인 합작 미우미우 아오야마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지난 3월 26일. 아오야마의 미유키 거리는 미우미우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프닝 파티로 동네가 떠들썩했다. 미우미우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번 행사가 단순히 하나의 매장을 오픈하는 소식만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듀오인 헤어초크 & 드 뫼롱(Herzog & de Meuron)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인 것. 3차원으로 보이는 금속 문양과 고풍스러운 무늬, 기하학적 형태를 형용할 수 없는 곡선으로 표현한 벽면까지 가히 작품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7백20제곱 미터 공간을 채웠다.
시부야의 벨 셀리(Belle Salle)에서 진행된 2015 F/W 컬렉션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패션은 물론 아트, 건축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유로운 파티의 분위기를 즐겼다. 아마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티스트, 니콜라스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디제잉 덕분이었으리라. 미우미우의 여자들과 느낌이 딱 맞아떨어지는 헤일리 스테인펠드를 비롯해 캐롤라인 이사, 이모겐 푸츠, 미로슬라바 듀마, 스테이시 마틴 등의 등장이 반가웠다. 이 스토어는 미우미우가 전개할 일본 활동의 발판이 될 것이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와 함께하는 지미추 모먼츠 인 스타일 파티
지난 4월 10일, 청담동 무이에서는 지미추와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함께하는 ‘모먼트 인 스타일’파티가 열렸다. 톱 스타일리스트와 함께하는 지미추 글로벌 이벤트 중 하나로, LA와 런던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에서 진행한 것.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슈즈가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그가 2015 S/S 시즌 지미추 컬렉션에서 선별한 슈즈와 클러치, 대표적인 아벨 컬렉션을 둘러볼 수 있게 구성되었으며, DJ 진욱과 소울스케이프가 맡은 음악은 이날의 세련된 공기를 가득 메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양한 작업을 통해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김희애, 이미연, 고소영 등이 눈에 띄었고, 모델, 패션 관계자, VIP 등 정윤기의 수많은 친구들이 참석한 파티는 공식적인 행사라기보다 지인들이 모여 즐기는 편안한 모임 같은 분위기였다.
- 에디터
- 이예진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CHANEL, COURTESY OF FENDI, COURTESY OF VERSACE, 윤종섭, COURTESY OF 10 CORSO COMO, COURTESY OF ELEVEN PARIS, COURTESY OF DIDIERDUB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