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노래도 잘하지만 무엇보다 요즘 제일 웃기는 여자, 신보라의 자기 소개.
타고난 성격 전혀 용감하지 못하다. 낯 가리는 성격이 데뷔하고 나서 많이 변했다. 그러면 안 되는 직업이니까. 콘셉트 자체가 세게 는 거고 연기할 때 몰입해서 하는 스타일이라 나도 모르게 독한 눈빛 시건방진 모습이 나온다. 평소엔 남에게 직언 잘 못하고 남을 디스하는 건 상상도 못한다.
외모는 초반에 고민의 이유였다. 웃길 수 있는 얼굴은 아니고, 그렇다고 막 예쁘지도 않아서. 지금은 캐릭터가 없는 내 얼굴이 너무 좋다. 뭘 해도 튀지 않고 색을 입힐 수 있으니까.
공부를 잘했다기보다 정말 열심히 했다. 엄친딸이라고 소개하는 기사를 보면서 기쁜 건, 개그맨도 근면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아주겠구나 하는 점이다. 아무렇게나 놀던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노력해온 사람들이라는 걸.
개그우먼이 된 건 웃기는 게 좋으니까. 거제도에서 나는 웃긴 학생이었고, 재미있으니까 아이들이 반장도 시켜주고 회장도 시켜줬다. 하지만 감히 꿈을 못 꿨다. ‘노래 잘하고 웃기는 사람이 서울에는 얼마나 많겠어’ 생각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해야 하는데, 내가 뭘 하기에도 부족한 사람 같아서 위축되더라. 나 자신과 곰곰이 대화를 했다. 소심한 나를 깨고 이걸 해야, 행복하고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개그맨 공채를 봤다.
개그콘서트를 중심으로 1주일이 흘러간다. ‘생활의 발견’ 초창기에는 식당 한 군델 가도 종업원이 하는 얘기를 열심히 듣고 핸드폰에 저장했다. ‘용감한 녀석들’의 힙합은 대학 때 블랙 가스펠 음악을 해서 어렵지 않다. 교회에서 콩트하고 성가대 한 게 헛되지 않고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 것 같다. 웃음이 터지는 그 순간이 너무 짜릿하고 좋다.
운이 좋은 편이고 감사하다. 평범한 사람이고 두려움이 많았는데 나를 의심하고 부족하다는 걸 자각할 때 오히려 큰 일이 일어나는 거 같다. 열심히 리허설하고 청소하고 새 코너 만들고 커피 타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앞으로도 정해놓지 않고 그때그때 주어진 기회에 대해 열심히 하면 뭔가 되지 않을까?
영원한 건 없는 거 같다 사랑받는 코너도 캐릭터도 영원할 수 없다. 다만 감사하며 좋아해주는 동안에 열심히 하는 거다. 그렇게 오래 개콘을 하다가, 만약에 더는 할 수 없는 때가 온다면…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건 없지만 늘 한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내가 가진 재능과 자질을 다 쏟아부어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그게 연기가 될 수도 있고 음악이나 또 다른 뭔가가 될 수도 있을 거다.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정진아, 황선우
- 포토그래퍼
- GENIUS 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