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Korea>와의 촬영을 위해 경기도의 한 스튜디오에 들어선 Thom Browne은 작지만 다부졌다. 그는 다른 디자이너에겐 별로 관심이 없고 패션지도 잘 보지 않는다 했다. 트위터도 블로그도 하지 않고 상업적인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했다. 그는 내게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톰 브라운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자신이 원하는 것!
남성복에 있어 당신은 남자들의 스타일과 실루엣을 바꿔놓은 스타 디자이너지만 여성복은 이제 겨우 세 번째 쇼를 선보였다. 당신의 남성복은 클래식에 아방가르드한 트위스트를 더했지만 여성복은 훨씬 더 과감하고 실험적으로 보인다. 어떤 차이점이 있나?
여성복 역시 테일러링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남성복과 똑같이 접근했다. 나는 남성복에서 가능한 모험을 모두 시도했다. 그런데 여성복은 모험을 시도할 수 있는 자유가 훨씬 크다. 그것이야말로 꽤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나는 항상 재미있는 요소를 의상에 적용하는 걸 즐기고, 그를 통해 내 자신을 시험해보려 한다. 가능한 한 실험적이고 과감하게!
그렇다면 톰 브라운 여성복이 어떤 이미지를 갖길 바라나?
여성복에서는 남성복에서만큼 훌륭한 테일러링을 그다지 많이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테일러링이 복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그래서 누군가 여성복에서 테일러링을 선보인다면,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다. 내 여성복의 모든 것은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출발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
테일러드 수트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남성복과 같다. 클래식하고 멋진 테일러드 수트는 절대로 지루하지 않고 영원하다. 무엇보다 훌륭한 테일러드 수트는 언제나 멋져 보인다.
당신 남성복의 뮤즈는 존 F 케네디나 스티브 매퀸 등의 1960년대 남자들이다. 여성복에 있어서는 어떤가?
딱 꼬집어 누구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존 F 케네디나 스티브 매퀸도 과거에 남성복의 뮤즈로 언급하기는 했지만, 그건 그때에 국한된 일이다. 여성복의 뮤즈에 대한 질문도 마찬가지. 특정 인물은 없다. 자신감 있고, 스마트한 여성들, 지나치게 노력한 흔적 없이도 멋져 보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입는) 독립적인 여성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톰 브라운’의 키워드 세 가지를 꼽는다면?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Effortless), 간결함(Simple), 과감함(Provocative)!
당신은 매주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고 매일 아침마다 톰브라운의 화이트 셔츠와 카디건, 그리고 버뮤다를 입고 센트럴 파크에서 운동한다고 들었다. 이러한 당신의 캐릭터는 컬렉션과 쇼에서도 어떤 규칙성으로 표현되는 듯하다.
나는 규칙적인 게 좋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그렇다는 것이지,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런 질서정연함이 삶을 훨씬 더 쉽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할 뿐.
갑자기 당신의 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똑같다.
당신의 독특한 이력이 흥미롭더라. 경영학을 전공하고, 배우였다가 슈퍼스타 테일러가 되지 않았나? 또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당신의 테일러링이 완벽한 것도 놀랍다.
나는 단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 뿐이다. 나는 훌륭한 패턴사와 테일러와 함께 일한다. 좋은 동료들이 있다는 건 무척 중요하다. 테일러링은 학교에서 단시간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한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것이 확고하다는 점을 존중해주고, 또 그것을 그대로 만들어준다. 그게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다.
남다른 이력이 당신의 디자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당신이 무엇을 하든지 삶은 항상 영감을 준다. 내가 연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어딘가에서 영감을 받았을 거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린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었나?
전혀. 나는 평범한 대가족에서 자랐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가고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언제 패션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나? 특별한 순간이 있나?
특별히 그런 순간은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그건 아마도 내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연기를 할 무렵부터 시작된 것 같다. 빈티지 옷에 관심을 갖고 그것들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일자리가 필요했고, 그게 패션에 관계된 일이었다.
다른 디자이너들과 당신이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기회 앞에서 아주 과감해질 줄 안다. 그러나 요즘 많은 디자이너들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인다. 나는 상업적인 것을 보여주는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 뭔가 흥미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클래식한 동시에 아방가르드한 면을 지닌 당신의 룩도 흥미롭지만 당신의 컬렉션은 뉴욕 컬렉션에서 가장 기대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쇼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아이디어인가?
그렇다. 컬렉션과 퍼포먼스 모두 나의 아이디어다. 나는 이것들이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하나가 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으니까.
컬렉션을 만들 때 그 시작은 어떤가? 어디서부터 출발하나?
매번 다르다. 컬렉션에서 출발할 수도, 또는 쇼 자체나, 어떤 장소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나는 일방적인 의사소통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의 아이디어 혹은 주제를 갖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가는 중간에 정체되어버리기 일쑤고,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한 가지에만 사로잡히지 않으려 애쓴다.
배우였던 당신의 이력을 살려 다른 디자이너들처럼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을 촬영해볼 생각은 없나?
절대 배우가되는 일은 없을 거다. 감독이 될 순 있겠지만.
영화감독에 관심이 있다고 했으니 말인데 어느 날 감독으로 데뷔할 수도 있는 건가? 톰 포드처럼?
글쎄. 나는 나의 모든 컬렉션이 작은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톰 포드는 아주 훌륭한 일을 했지만 그와 나를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는 톰 포드가 아니니까. 그는 아주 멋진 사람이고 또 알다시피, 멋진 일을 해왔지만 나는 그와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든, 오페라든, 연극이든 감독을 해보고는 싶다. 단순히 감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도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
디올이 공석이 되면서부터 디자이너들의 이동이 시작됐다. 당신은 자신의 레이블을 너무 잘 이끌고 있는 디자이
너지만 빅 하우스에 들어갈 의향은 없나?
이미 톰 브라운이라는 빅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지 않나! 하하! 물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있긴 하다. 디자이너가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고, 또 디자인을 하는 레이블을 존중하는 것이 전제가 된다면 말이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내 컬렉션을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
다른 디자이너들의 작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사실인가?
물론 레이 가와쿠보 같은 흥미로운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모든 걸 더 쉽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 다른 사람이 뭘 하든지 신경 쓰지 않고 내 일에만 집중할 뿐이다. 하고 싶은 일만 한다면 모든 것이 쉬워진다.
트위터로 수많은 패션 정보를 공유하고 파워 블로거가 프런트로를 차지하며 쇼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쇼를 보면서 옷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러한 패션계의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나는 그런 이슈에는 관심이 없다. 내 말은 그런 일이 멋진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패션의 디지털화와 범람하는 소셜미디어는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운 것을 몇몇 사람들만이 최초로 접할 수 있을 때에만 그것이 가치를 지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조금 구식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트위터나 블로그는 안하나?
NO!
당신의 인터뷰 기사를 보다가 “내겐 바캉스가 필요치 않다. 이 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나는 이 일을 완전히 사랑하니까”라고 이야기한 것을 보았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꼭 그런 건 아니다. 물론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지만. 나는 일을 하면서 여행을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항상 일처럼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한국에 온 것도 마찬가지다. 일을 해야 하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나는 일에 즐거움을 부여하려고 노력한다. 쉬기 위해서 모든것을 다 버리고 떠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해변에 가야만 휴가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단지 그렇게 느끼지 않을 뿐이다.
그럼 휴가가 따로 없다는 얘기인가?
따로 휴가는 없다. 그러나 내가 정말 원하면 얼마든지 휴가를 떠날 수는 있다. 그러나 당신도 알다시피 일상적인 삶과 내 일만으로도 나는 이미 너무 바쁘다. 아마도 언젠가 정말 휴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
당신처럼 성공한 사람을 보면 개인적으로 묻고 싶다. 그위치에 오르게 된 비결이 무엇인지.
나는 그냥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해왔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이 톰 브라운을 좋아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 에디터
- 김석원
- 포토그래퍼
- 유영규
- 모델
- 송경아, 이금영
- 스탭
- 메이크업 /이준성, 헤어 / 이선영, 어시스턴트|이예지, 어시스턴트 / 오재석
- 기타
- 디지털 리터칭 |장원석(DIGITAL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