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지능을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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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하면 지미 카터도 아니고 지미 헨드릭스도 아닌, 지미 추의 아찔한 스틸레토 힐을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말했다. 소유 없는 사랑, 아니 쇼핑 없는 패션은 있을 수 없다고. 그리고 매번 선택의 갈림길에서 두리번거리는 우리에게 패션계 고수들이 털어놓은 쇼핑 에피소드의 결론은? 바로 뒷짐지고 있지 말고 일단 경험하라는 것이다.

Q.쇼핑의 고수에게 보내는 질문
A1. 내 인생 최고의 쇼핑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
A2. 내 인생 최악의 쇼핑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
A3. 올가을 쇼핑 본능을 일깨우는 추천 아이템과 쇼핑 노하우

지피지기면 백숍(shop)백승
A1.‘최신 트렌드는 빈티지와도 통한다’는 패러독스같은 패션의 법칙을 실감한 순간이 있다. 2009년 뉴욕 오프닝 세러모니 쇼룸에서-최근 콜레트에 바잉되며 재조명되고 있는-120년 전통의 펜들턴(Pendleton)을 발견했다. 당시 아메리칸 인디언의 전통 문양이 마음에 들었지만 아쉽게도 숍과 콘셉트가 맞지 않아 바잉 아이템에서 제외해야만 했다. 그런데 몇 달 뒤피렌체의 빈티지 숍 안젤로에서 펜들턴을 다시 맞닥뜨린 게 아닌가. 게다가 가격이 10유로도 채 되지 않았다.이렇듯 패션은 돌고 돌고, 빈티지 매장에서 보물을 발견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법이다.
A2.엘비스 코스텔로의 ‘She’가 흐르며 휴 그랜트의 여유로운 미소와 조화를 이루는 근사한 캐주얼 룩. 언젠가 영화 <노팅힐>을 보며 남은 잔상은 결국 내게 갈색 셰이빙 코듀로이 재킷, 흰색 면 팬츠, 하늘빛 셔츠, 그리고 스웨이드 구두를 구입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최대한 그 룩과 비슷한 착장을 완성했음에도 거울 속엔 해설피 금빛으로 물든 누런 황소가 게으른 울음을 울부짖고 있는 게 아닌가. 이로 인해 깨달은 철학적 교훈이 하나 있다. ‘쇼핑하기 전에 먼저 너 자신을 알라!’
A3. 2010년, 남성복도 클래식 캐주얼 룩이 대세다. 그러니 옷장 속에 묵혀둔 V네크 스웨터를 꺼내보면 어떨까. 단, 올가을만큼은 검은색, 회색과 쌓은 친분은 잠시접어둔 채 남색, 초록색, 보라색, 머스터드 색상 등을 시도해볼 것. 또한 아웃렛과 중저가 브랜드도 적극 활용하자. – 우희원(갤러리아백화점 글로벌 사업부 남성PB 팀장)

조화가 살(to buy) 길이다
A1. 요즘처럼 매 시즌 서로 다른 트렌드가 파도 치는 시대에 단기적인 트렌드만을 좇아 쇼핑을 하다가는 후회하게 된다. 투자는 사치와 1백 퍼센트 다른 개념이다. 그리고 쇼핑에도 과감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곳이 꼭있다. 나는 항상 코트나 재킷과 같은 아우터에 투자를 하는 편이다. 요즘에도 10년 전에 산 재킷이나 코트를 입고 나오면 가끔 지인들이 어디에서 샀는지 물어보곤한다. 이것이 바로 10년이 지나도 핏이 무너지지 않는 전통 있는 브랜드와 장인의 힘이 아닐까.
A2. 스타일리스트라는 일을 시작한 초년병 시절, 나는 해외 출장길에 보따리장수처럼 쇼핑을 했다. 지금 안사면 마치 평생 다시는 못 볼 인연처럼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브랜드나 조금이라도 특이한 물건은 무조건 구입했다. 그런데 무조건 사다 보니 막상 이건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 당시엔 빈티지해 보였는데 나중에 보니 재활용품으로나 사용할 법한 후줄근함이 줄줄 흐른다는 것. 그래도 하나 얻은 것은 바로 쇼핑은 내가 가진 것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품목을 계획적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A3. 올가을, 얇은 니트나 저지 소재의 맥시 스커트에 마음이 간다. 회색이나 갈색의 루스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롱스커트에 니트 카디건이나 라이더 재킷을 함께 연출하면 꽤 멋질 것이다. 단, 너무 타이트하거나 주욱 늘어져버리는 소재를 고른다면 일회용으로 전락할 뿐. – 최희진(스타일리스트)

쇼핑의 고수도 실수부터 시작한다(No Pain, No Gain)
A1. ‘기회’는 누군가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만큼이나쇼핑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다. 나는 특히 여행지에서 주어진 기회를 십분 활용하는 편이다. 이를 위해 각국가의 특징에 맞는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예를 들어 밀라노에서는 토즈, 페이, 로저 비비에를, 호주에서는 헬렌 카민스키 모자와 어그부츠를 구입하고, 미국에서는 애버크롬비&피치, 제이크루 등 아메리칸캐주얼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꼭 들른다. 참, 원화가 강세일 때 마음먹고 비싼 아이템을 구입하는 ‘환테크’의 기회도 놓치지 말 것.
A2. 성격상 얼마 전에 정가로 구입한 아이템이 세일 태그를 달고 있는 걸 봐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쇼핑을 잘하려면 일단 여러 번의 경험을 쌓아야 최악의 경험을 줄일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잘못 구매했더라도 다음의 현명한 쇼핑을 위한 레슨비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언젠가 경험을 통해 얻은 직감과 쇼핑 노하우가 그값어치를 할 날이 올 것이다.
A3. 트렌치코트를 멋스럽게 소화할 계절은 역시 가을이다. 그 중 빈폴 레이디스가 디자이너 정욱준과 협업해 선보인 트렌치코트는 디자이너 특유의 감성이 녹아있는 동시에 젊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참, 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shopbob’에서는 국내에 아직 바잉되지 않은 브랜드 등을 선보이며, 정상가보다 20~30퍼센트 정도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으니 이곳에서도 멋진 트렌치코트를 찾아보시길! – 이계명(홍보대행사 데크 인터내셔널 대표)

가치 투자
A1. 쇼핑에 왕도는 없다. 우아하게 쇼룸에 앉아 바잉을 하는 나 역시도 발품을 팔며 모래 속의 진주를 찾아내는 쇼핑을 즐긴다. 지난 2월 깨끗하게 디스플레이가된 곳이 아니면 제대로 쇼핑을 할 수 없다는 한 도도한 친구를 이끌고 뉴욕의 바니스뉴욕 웨어하우스에 갔다. 뉴욕의 멋쟁이들이 슈즈 박스를 몇 개씩 끌어안은 광경에 놀란 친구를 보며 묘한 희열을 느꼈다.
A2. 지난해 LA에서의 쇼핑은 당시 최고로 여겼지만, 서울에 돌아오니 최악의 쇼핑으로 변해 있었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신나서 산 옷들이 모두 티셔츠뿐이었던 것. 아무리 저렴해도 한 시즌 이상 가기 어려운 티셔츠 10장보다 클래식한 진주 목걸이 하나가 낫다.
A3. 이번 시즌 핏&플레어 실루엣을 강조하는 롱 플레어 스커트에 양털이 시어링된 벨티드 재킷을 매치하면 근사할 듯. – 이주연(멀티숍‘스수와’대표)

대리만족이 없다
A1. 올해 초, 블루핏 매장을 리뉴얼하며 집기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황학동 고물 시장에 간적이 있다. 거기서 발견한 20년도 더 되어 보이는 동그란 금테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선글라스는 안경으로 용도 변경해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물론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어떤 장소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아이템을 건져내는 감각이야말로 만족스러운 쇼핑을 위한 이정표가 아닐까. 그러려면 우선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 있어야 할 것이다.
A2. 미국에 있을 당시, 루이 비통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친구가 직원 세일을 한다고 귀띔을 해주었다. 끝내주는 수트가 있다는 제보에 혹한 나머지 친구에게 대략 원하는 스타일을 설명해주고 ‘대리쇼핑’을 시켰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결과는 오 마이 갓…한 마디로 브랜드 이름이라는 함정에 딱 걸려든 날이었다. 확실히 깨달은 건 마크 제이콥스의 할배라도 내가 보지 않고 구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
A3. 건조한 서울 풍경에 에스닉한 편안함을 더해주는 아우터. 나바우족의 패턴에서 영감을 얻은 쟈니 헤이츠 재즈나 아메리칸 인디언 모티프를 응용한 펜들턴이라면 제격일 듯. – 최재혁(신세계백화점 블루핏 바이어)

미래로 달리는 쇼핑
A1. 즐겨 입고 있는 이자벨 마랑의 보트넥 니트 스웨터를 쇼핑한 경험. 사실 기본적인 아이템일수록 쇼핑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디자인에 질 좋은 캐시미어 아이템을 발견할 때마다 자금 사정이 허락하는 한 구입한다. 또 사소한 디테일에서 개성이 느껴지는 아이템도 잘 관리하면 10년 넘게 질리지 않고 입을 수 있는 A+급의 아이템이다.
A2. 20대 초반에 충동적으로 구입한 이미테이션 백이 있다. 시간이 흘러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다시 보니 귀까지 빨개질 정도로 새삼 그 조악함에 놀랐다. 그 후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내 힘으로 ‘진짜’ 가치가있는 아이템을 소유한다는 원칙이 생겼다.
A3. 레오퍼드 패턴 백과 스카프. F/W 시즌에 더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소재감이기 때문에 퀄리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한송경(스타일리스트)

에디터
박연경
포토그래퍼
엄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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