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가진 극단의 미학은 기괴함에 있다. 충격적인 시각의 자극은 이 아름다움의 근원적 이유. 만화 속 말하는
빗자루처럼 어떤 전위적인 메시지나 뜻밖의 상징을 상상하게 할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Silent Shade
만년필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땐 이 아름다운 걸로 ‘개똥이’같은 말을 아무리 쓰고 싶어도 참았다. 그런 ‘고귀한’마음을 품게 하고, 그 마음을 여전히 알아주는 브랜드는 바로 몽블랑이다. 그래서 그들이 만드는 주얼리는 그 단순한 선과 조용한 다이아몬드 장식에서, 좋은 문장을 쓰는 사람을 닮아가려 노력하는 흔적을 보인다. 몽블랑 산의 여섯 봉우리를 상징하는 이 반지에서 어떤 예민한 고집의 기개가 느껴지지 않나?
Rewritten History
클래식한 것을 모던하다고 일컫는 것이 너무 쉬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것이 실은 여전히 어려워야 옳은 일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절정의 인기를 누린 과거의 잇백을 되살려낸 로에베의 아미백에 그 단서가 있다. 오리지낼리티를 이야기하기 위해, 별로 오리지널하지 않은 생경한 질감의 파이톤 소재를 썼는데, 여기에 고운 핑크색 아치형 핸들을 달았다. 그것도 물뱀 가죽으로. 사각형 패치와 자물쇠, 애너그램 각인은 그대로인데, 그 존재감은 몇 배로 선명해졌다
- 에디터
- 최서연
- 포토그래퍼
- 정용선
- 브랜드
- 미우 미우, 체사레 파조티, 프라다, 몽블랑, 로에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