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컬러, 화려한 프린트, 그리고 만개한 꽃! 약동하는 계절을 찬미하는 봄의 전령사들이 런웨이를 뒤덮었다.
candy colors
봄/여름 패션쇼장의 런웨이와 객석은 그 컬러의 편차가 어느 때보다 극명하다. 런웨이의 모델들은 화사한 무지갯빛 의상을 입고 있는 반면, 객석을 채운 패션 피플들은 대부분 검은색 의상으로 무장하고 있으니까. 이 극명한 대비 덕분에 색감은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비비드 컬러의 향연을 보고 있으면 디자이너의 개성이 그 컬러의 채도만큼이나 확실하게 드러나 그 뉘앙스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가 있다. 블루마린의 디자이너 안나 몰리나리의 손을 거친 오렌지 컬러는 레이스와 함께 매치되어 더없이 여성스러웠고, 질 샌더의 라프 시몬스는 얇은 오간자를 겹겹이더해 오렌지 컬러의 채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하우스의 전통인 미니멀리즘을 부각시켰다. 이번 시즌 컬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이너는 마크 제이콥스. <Sponge Bob Square Pants>라는 어린이 만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노랑·오렌지·핑크 등 발랄한 캔디 컬러를 런웨이로 옮겨왔다. 컬렉션에 악센트 컬러로 힘을 부여한 디자이너도 있다. 오프닝을 검은색과 흰색의 모노톤으로 시작한 랄프 로렌은 초록, 핑크 옐로 색상의 새틴 드레스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랑방의 알버 엘바즈는 레드·그린·옐로의 커튼 드레스로 잊혀지지 않은 피날레를 장식했다.
artistic prints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이 펼쳐놓은 프린트의 향연은 탐구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옷감을 캔버스로 삼은 듯 미술 사조에서 영향을 받은 프린트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돌체&가바나는 줄리앙 슈나벨의 회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 거칠고 자유로운 붓터치가 살아 있는 프린트를 티셔츠부터 거대한 크리놀린 드레스까지 다양한 의상에 입혀놓았고, 꽃 프린트의 향연이라 할 만했던 발렌시아가 컬렉션에서도 르누아르부터 쇠라에 이르기까지 인상파 화가들의 화풍을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꽃 프린트가 펼쳐졌다. 클로에 컬렉션에서는 큐비즘이, 구찌 컬렉션에서는 50년대 모더니즘적인 그래픽 프린트가, 마르니 역시 현대 추상 회화의 작품을 보는 듯한 아티스틱한 무드를 선사했다. ‘색채의 마술사’인 크리스찬 라크르와는 프린트가 아닌 의상은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프린트에 집중했다. 한편 프라다는 그래픽 프린트와 아르누보적인 몽환적인 일러스트를 믹스해 ‘과연 프라다’ 라고 할 만큼 독창적인 화풍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flower garden
세상에 퍼지는 따뜻한 기운과 함께 온갖 꽃이 피는 봄. 시대와 도시를 막론하고 봄/여름 패션쇼에서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꽃을 화두로 컬렉션을 선보이곤 한다. 매 시즌 어떤 디자이너가 진부할 수 있는 이 소재를 가지고 가장 신선하게 풀어냈느냐가 관심거리인데 이번에는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의 발렌시아가 컬렉션이 으뜸이었다. 게스키에르로서는 플라워 프린트를 시도한 건 처음인데, 그는 그 처음을 화끈하게 펼쳐 보였다. 수국·펜지·모란·수선화 등 다양한 꽃 프린트에 봉긋하게 솟은 어깨선은 마치 꽃봉오리를 보는 듯했는데-실제로 몇몇 의상의 어깨에는 프릴 장식으로 꽃을 형상화하기도 했다- 갑옷 같기도, 치파오 같기도 한 이 형태의 의상에 글래디에이터 부츠를 매치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룩’ 을 완성해냈다. 스텔라 매카트니, D&G, 로베르토 카발리의 컬렉션에서는 70년대 페전트 룩을 모티프로 한 낭만적이며 히피적인 꽃무늬 프린트를 볼 수 있었고,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와 미소니는 타히티나 하와이 등 남국의 생명력 넘치는 꽃 프린트를 선택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모든 의상에 꽃과 식물 프린트의 향연을 펼쳤고, ‘꽃’ 하면 빠질 수 없는 블루마린과 소니아 리키엘 컬렉션에서도 꽃의 생명력은 여전했다.
- 에디터
- 황진영(Allure 편집장)
- 포토그래퍼
- jason Lloyd-Evans
- 브랜드
- 루이비통, 마크 제이콥스, 블루마린, 셀린, 질샌더, 랑방, 잭 포즌, 랄프로렌, 돌체 앤 가바나, 프라다, 끌로에, 미쏘니, 구찌, 발렌시아가, 마르니, 로베르토 까발리, 소니아리키엘, 스텔라 맥카트니, 드리스 반 노튼